고성의 낡은 성벽에 둘러싸인 넓은 잔디밭, 그 주위를 둘러쌓고 늘어선 책장들, 정겨운 산골 마을 거리 곳곳에 세월이 흔적이 묻어 있는 헌책들이 넘쳐나는 곳. 세계 최초의 헌책방 마을 헤이온 와이(Hay-on-Wye: 영국 웨일즈주 헤러포드 헤이온 와이).
1,400명의 작은 마을이지만 연간 50만 명의 관광객, 100만 권의 헌책 판매량을 자랑하는 이 마을은 불과 50년 전에는 서점도 책을 읽을 사람도 없는 쇠락해 가는 곳일 뿐이었다. 평범했던 산골 마을을 책 마을로 만든 것은 한 사람의 헌책에 대한 꿈과 열정 때문이었다. 그의 이름은 리처드 부스. 1962년, 24살의 그가 고향 헤이온 와이로 돌아와 마을의 소방서를 사들여 헌책방을 열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딱 한 가지였다.
“미쳤군! 분명 3개월 안에 망하고 말 거야. 헤이온 와이에는 책을 읽는 사람도 없어.”
아무도 책을 사보지 않는 마을에 떡 하니 들어선 헌책방을 보고 모두는 ‘3개월 안에 망한다.’에 내기를 걸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좋은 책은 반드시 팔릴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사람들에게 내색은 안 했지만, 그는 마을 전체를 헌책방 명소로 만들고 싶은 꿈이 있었다.
결국, 그가 맞았고 마을 사람들 모두는 그 내기에서 졌다. 헌책방은 3개월이 아니라 50년 이상 지속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제 마을 사람 대부분은 헌책방을 하거나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바보들이나 서두르는 거라고
리처드 부스
“너는 나중에 헌책방 주인이 될 거야.” 리처드 부스가 14살이 되던 어느 날, 자주 가던 헌책방 주인 피너런은 그런 예언을 한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기특한 꼬마 단골의 사기를 북돋아 주기 위한 단순한 이야기였지만 은연중 그의 말은 어린 리처드의 가슴에 작은 꿈을 심어놓았다.
“헌책방은 세계 어디에서나 차릴 수 있지. 서점 주인은 도서 목록으로 승부를 하는 법이야.”
책방 주인은 리처드에게 헌책은 단지 오래된 책이 아니라 책 속의 무한한 상상과 지식 세계 그리고 책장을 넘기던 다른 이들의 꿈까지 머금고 있다는 걸 깨닫게 했다. 단지 3펜스(당시 피너런의 서점에서는 모든 고전 소설을 3펜스에 팔았다.)로 멋진 상상의 세계, 깊은 지식의 세계, 미지의 세계를 살 수 있다니 얼마나 멋진 일인가!
리처드는 회계사 따위는 되고 싶지 않았다. 전공을 살려 회계사가 될 거라고 믿었던 부모님께는 죄송하지만 답답한 넥타이를 매고 온종일 꽉 막힌 사무실에서 일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무엇보다 어렸을 때 헌책방을 드나들면서 맡았던 특유의 냄새와 분위기를 잊을 수 없었다.
그가 가진 돈으로 런던 시내에 헌책방은 꿈도 꿀 수 없었고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고향인 헤이온 와이에 서점을 내자는 것이었다. 시골 마을에 헌책방을 여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가 사들였던 소방서는 오랫동안 비어 있어 헐값이나 다름없었으니까. 그는 모아둔 돈으로 책을 구매했고 얼마간 버틸 운영비도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당장 그곳에 책을 사러 와줄 사람이 없다는 점이었다. 마을 사람 중 책을 사서 읽을 만한 여유를 가진 사람도 없었으니까.
그는 조급해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마을 사람들이 아니라 세계 사람들을 고객으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좋은 책을 사 모으면, 온 세계에서 손님이 올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책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달려갔다. 팔리든 말든, 가지고 있는 헌책으로 벌어들인 돈은 다시 헌책을 사는 데 100% 투자했다.
그때까지도 마을 사람들은 말이 많았다.
“리처드, 책을 팔지는 않고 쌓아두기만 할 거야?”
“책도 안 팔리는데 차라리 겨울에 우리에게 땔감으로 파는 게 어때!!”
하지만 리처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하루 이틀, 일이 년 내에 성공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바보들이나 서두르는 거라고.”
소방서에 책이 가득 쌓이자 영화관, 식료품점 등 마을 건물들을 하나 둘 사들이며 책을 수집했다. 급기야는 마을의 상징이었던 헤이성까지 사들이게 됐다. 그리고 헤이온 와이는 점차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학자들의 입을 통해 회자되기 시작했다.
“헤이온 와이에 가면 희귀한 책을 구할 수 있대.”
그중에는 007시리즈로 유명한 작가 ‘이언 플레밍’도 있었다. 그는 <데카메론> <신곡> <채털리 부인의 사랑>처럼 한 시대의 획을 그었던 책의 초판본을 수집하는 취미가 있었는데 다윈의 <종의 기원> 초판본이 헤이온 와이의 서가에서 거래되었다.
이런 일화들이 입소문을 타고 전해지면서 많은 사람이 리처드의 서점을 찾자 지켜보던 주민도 하나 둘 생각이 바뀌었다. 책을 사러 온 사람들이 며칠에 걸쳐 책을 보려면 숙식을 해결할 곳이 필요했기 때문에 식당과 B&B가 생겼고, 마을 사람들 또한 헌책방을 개업하면서, 급기야는 마을 전체가 헌책을 중심으로 완전히 새롭게 태어났고 1972년부터는 ‘책 마을’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주민이라야 고작 1,500명인 작은 마을에 40여 개의 헌책방이 들어서고, 그 마을을 찾기 위해 런던에서 5시간 거리, 직통 교통편도 없는 오지를 찾아가는 경제적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역사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전략 없이 오래 노력한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헤이온 와이를 책 마을로 만들기 위해 단순히 그가 책만 모은 것은 아니다. 헤이온 와이가 책 마을로 완성된 후에도 그는 끊임없이 기발한 아이디어로 특색 있는 책 마을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헤이온 와이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성벽을 따라 만든 4킬로미터나 되는 야외 책장이었다. 그는 점점 늘어나는 책을 정리하기 위해 성벽에 책장을 만들고 정원에 금고를 배치했다. 고객이 원하는 책을 가져가고, 책값은 알아서 내는 형태였다. 그래서 서점의 이름도 ‘정직 서점’이다.
야외 서점은 재고 처리는 물론이고 대대적인 홍보 효과까지 누린 기발한 발상이었다. 아름다운 고성 앞, 푸른 잔디밭 위로 놓인 책장과 책장에 꽂혀 있는 많은 책. 헤이온 와이의 풍경을 담은 한 장의 사진이 점점 퍼져 나가면서, 그곳이 과연 어딘지 사람들은 궁금증을 갖게 됐고, 마을은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다.
그리고 1977년 4월 1일 만우절을 기해 부스는 헤이온 와이의 독립을 선언하고 스스로 ‘서적 왕 리처드’에 즉위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그리고 헤이온 와이만의 독자적인 화폐와 우표, 여권까지 발행하였다. 이 일이 언론에 대서특필되면서 책 마을은 더욱 이름을 알리게 된다.
1980년대에는 무리하게 사업의 규모를 늘렸던 탓에 리처드 부스의 책방이 파산 위기에도 몰렸지만, 벨기에, 프랑스, 네덜란드 등에 헤이온 와이를 본뜬 책 마을이 잇달아 열리면서 위기를 모면했다. 1988년에는 ’헤이 축제(Hay Festival)’를 시작함으로써 또 한 차례 도약의 계기를 마련했다. 매년 5월 말~6월까지 열흘간 열리는 축제 기간에는 180개에 이르는 강연, 전시, 낭독, 인터뷰 등 책과 관련된 프로그램들에 파묻혀 열흘 동안을 보낸 후 일 년 뒤를 기약하게 된다.
벌써 20년의 역사를 갖게 된 헤이 축제는 ’영어권 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축제 중 하나(<뉴욕 타임스> 선정)로 자리를 굳혔다. 올해도 어김없이 열린 헤이 축제에서는 3세 어린이부터 80대 노인까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문화 공연, 거리 축제 퍼포먼스 등이 있었고 1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몰렸다.
이제 그는 일흔이 넘는 나이가 되었다. 1995년 뇌종양으로 쓰러졌던 후유증으로 아직도 얼굴 근육 절반이 마비된 모습에 거동조차 불편해 지팡이에 의지해야 하지만 그는 여전히 책방을 돌며 일을 한다. 그곳엔 50년간의 그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는 이곳에서 책방을 열었을 뿐만 아니라 결혼도 했고 아이를 낳아 가족도 꾸려갔다.
부스의 서점에만 75만 권의 책이 있을 정도로 헤이온 와이는 지구상에서 헌책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곳이 됐다. 추리 소설만 파는 서점이 있는가 하면, 미술 관련 서점만 파는 곳, 동화책, 오페라 전문서점까지 분야도 다양하다. 운이 좋으면 1900년대에 찍은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체 게바라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초판, 쿠텐 베르크의 금속활자로 찍힌 성경책 등 특별한 책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헤이온 와이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소중했던 지난날을 추억하고 현재를 돌아보며 미래를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이고 리처드 부스가 오랜 세월 이룩해 놓은 꿈과 열정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출처
영국의 헌책방 마을로 유명한 웨일즈 지역의 헤이온와이(Hay-on-Wye)을 아시나요?
이 곳은 잉글랜드와 웨일즈 접경지대의 있는 작은 마을로,
40여개의 서점으로 마을을 이루고 있는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헌책마을이에요.
영국여행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헌책방에 꼭 가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테마인데
런던에서 벗어나 웨일즈에 도착하면 책방과 책방이 쭉 이어져있는 온통 책으로 가득한 마을이랍니다.
브뤼셀, 뮌헨등 세계 20여개 도시의 헌책방과 경기도 파주 헤이리의 북카페 아이디어도
이 영국웨일즈의 작은 마을 헤이온와이에서 왔다고해요.
소박하고 자연스러운 풍경을 벗삼아 책구경, 여행을 떠나온 사람구경도 하고!
영국 여행을 준비할 때, 꼭 한번쯤 생각해볼만한 곳이랍니다.
헤이온와이 마을의 역사는 1972년에서 시작되어, 그때부터 책 마을로 불리게 되었어요.
책을 좋아하는 한 소년, 그 후 옥스퍼드 대학교를 졸업한 리처드 부스(Richard Booth)가 낡은 성을 사들여,
작은 시골 농촌마을에서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마을의 건물을 차례로 사들여 헌책방으로 바꾸었고,
그 후부터는 영국뿐 아니라 유럽과 미국등 세계 곳곳에서 헌책들을 사서 모으기로 합니다.
리처드 부스의 자서전 <헌책방 헤이온와이>에서도 볼 수 있듯이, 비경제적일 것 같은 일을 세계관광도시로 만든 일화에서 시작합니다.
생각에 그치지 않고 체계화, 현실화하는 그의 도전적인 모습이 참 대단한 것 같아요.
헤이온와이 마을에는 책방 외에 갤러리와 골동품 가게, 음식점, 카페, 펍등이 있구요.
세계적으로 많은 관광객이 유동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호텔과 영국식 민박인 B&B(Bed & Breakfast)도 볼 수 있습니다.
아래 여행정보에 숙박에 관련된 사이트의 링크를 걸어두었어요.
책 가격대는 헌책이니만큼, 페이퍼북은 한권당 50페니, 하드북은 1파운드부터 시작합니다.
헤이온와이 마을에도 축제가 있는데요! 5월 마지막 주~ 6월 첫째주에 열리는 헤이축제(Hay Festival)를 열고 있어요.
저명한 작가들과, 학자, 예술가등도 모여 전시, 강연, 아이들을 위한 이벤트등 책과 관련된 프로그램들이 있어요.
그때는 5만명 이상이라는 관광객이 몰리는데 매년 홈페이지에 소개되니 여행에 참조를 하시면 되요.
참조 ) http://www.hayfestival.co.uk
헤이온와이 마을에 중심에는 성이 하나 있고 교회가 하나 있는데, 성 주변과 교회 주변에도 헌책방이 가득해요.
헌책방 구경이 오래걸릴 것이 책분야가 다양하고, 하나부터 열까지 특색 있는 서점들이 많아요.
사진에서처럼 거리에 책을 진열해 두기도 하고, 집을 개조하여 헌책을 쌓아두기도 해요.
헤이온와이 여행은 단순하고 무미건조한 관광 여행이 아닌,
런던을 벗어나기때문에, 오고 가는 길에 자연스러운 영국 소도시의 매력을 느낄 수 도 있고
여유가 있어서 하루를 머문다면, 북카페나 pub에서 낭만을 즐길 수도 있고-
어쩌면 영국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여행지가 될 수 있는 곳이 될수도 있을 것 같아요.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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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 책이 만든 '기적'…영국 책마을 헤이온와이
영국 중부 웨일스의 작은 시골마을인 헤이온와이(hay-on-wye)에서는 해마다 6월이면 책의 향연이 펼쳐진다.
런던에서 자동차로 4시간 걸리는 오지임에도 도서 축제 '헤이 페스티벌'을 즐기려는 관광객들로 마을은 북적인다.
축제 막바지에 이를 즈음 나는 기차와 버스를 다섯번이나 번갈아 타며 장장 6시간의 여행(?) 끝에 헤이온아이에 도착할 수 있었다.오랜 이동시간으로 피곤했던 나는 힘들게 찾아왔는데 실망하면 어쩌나하는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마을에 첫 발을 내딛은 순간 이런 우려는 금방 사라졌다.
마을은 크고 작은 고서점으로 가득했고 골목골목에는 아기자기한 서점들이 들어서 있었다. 책을 읽다 지치면 쉴 수 있는 카페들도 자리했다. 시집, 어린이 책, 지도, 화보, 잡지 등 다양한 전문서적을 취급하는 서점들은 여행객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특히 오래된 흑백 사진을 비롯해 구하기 힘든 희귀사진은 소장가치가 뛰어나 보였다. 마을에 위치한 헤이성 안에는 성벽을 활용한 무인서가 '양심책방(Honesty Bookshop)'이 있다. 원하는 책이 있으면 알아서 돈을 내면 된다.
헤이온와이 헌책방의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가격. 단돈 50펜스(약 1000원)로도 비교적 깨끗한 헌 책을 살 수 있다.
화려한 포장을 한 새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요즘 헌책을 보니 기분이 묘했다. 먼지가 쌓이고 닳기도 한 헌책 속에는 세월의 연륜과 지혜가 담겨 있었다.
축제 기간에는 노부부에서부터 아이들 손을 꼭 잡고 온 가족 단위 관광객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헌책을 읽고 함께 도서문화를 공유했다. 공원과 풀밭에 앉아서 책을 읽는다든가 서점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에 빠져드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헌책은 이들에게 소소한 즐거움이자 새로운 지식의 안식처였다.
관광객들이 점점 증가함에 따라 헤이온와이에는 식당과 민박집이 차례로 생겨났고 이 마을은 헌책을 중심으로 하나의 문화가 됐다. 헌책이 평범한 시골마을에 기적을 만들어 낸 셈이다.
열정 하나로 헤이온와이를 세계적인 책마을로 탈바꿈 시킨 주역은 '헌책왕' 리처드 부스(Richard Booth·73)다.
1960년 대 초 옥스퍼드대를 졸업한 그는 어릴 적 꿈이었던 헌책방 주인이 되기 위해 헤이온와이로 향했다. 그가 처음 시골에서 헌책방을 연다고 했을 때 성공을 점치는 이는 드물었다.
하지만 그는 이에 굴하지 않고 꿈을 이루기 위한 첫 단계로 소방서였던 건물을 사들여 헌책방으로 탈바꿈 시켰다. 이어 세계 각지를 다니며 헌책을 사모아 마을의 오래된 성과 폐가, 창고 등을 차례차례 헌책방으로 바꿔 나갔다.
희소가치가 있고 구하기 힘든 고서적을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져 나가면서 마을에는 하나둘 씩 헌책방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마침내 1976년 4월1일 만우절에 '헤이 독립선언서'를 발표, 헤이온와이 고서 왕국의 '국왕'에 올랐다. 1988년 '헤이 페스티벌'을 선보이며 인구 1500여명의 작은 시골 마을은 50만명 이상이 찾는 세계적 관광명소가 된다.
책마을 헤이온와이의 성공은 인근 나라에도 영향을 미쳤다. 벨기에, 프랑스 등 몇몇 유럽 국가에서도 헤이온와이를 벤치마킹한 책마을이 생겨났다.
한 사람의 열정과 신념이 평범한 시골 마을에 희망을 불어넣어 꿈을 현실로 만든 것이다.
사실 영국에는 헤이온와이를 비롯해 어딜가나 책 읽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공원에 누워서 책을 보거나 길거리 벤치에서도 종종 눈에 띈다. 바쁘다는 핑계로 책 읽는 시간조차 내기 힘들었던 내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다 되곤 한다.
한국 사람들도 마음의 여유를 갖고 일주일에 몇 시간 쯤은 독서에 할애하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장담할 순 없지만 책을 통해 얻은 작은 아이디어 하나가 어떤 누군가에게 기적을 가져다 줄 지도 모른다. 지금 이 순간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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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을 통한 영국문화읽기 21 - 헤이 온 와이
코리안위클리 2007/03/27, 22:50:37
헌책방 마을, 헤이 온 와이(Hay-on-Wye) - 매년 전세계 수십만 관광객 몰려드는 웨일즈의 자랑거리
웨일즈(Wales)에는 인구가 불과 1,300여명에 지나지 않은 헤이 온 와이라는 매우 조그만 도시가 있다. 탄광촌이었던 이 도시가 책마을로 탈바꿈하면서 이제는 웨일즈의 커다란 자랑거리가 되었다. 그러나 책 마을의 원조인 헤이 온 와이는 일반인의 상상과는 다르게 새책은 취급하지 않고 오로지 헌책만을 취급한다. 아울러서 그럴듯하게 잘 갖추어진 대형서점이나 최신 편의시설들을 상상한다면 큰 오산이다. 걸어서 마을 전체를 돌아보는데 1시간 여 남짓 걸릴 정도의 이 작은 마을에는 40여 개의 헌책방이 마을 주민들에 의하여 자체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헌책방의 유명세를 타고 주변 상권도 이전과는 다르게 활성화되는 전환점이 마련되었다.
그렇다면 헤이 온 와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1961년 이 고장 출신의 청년 리처드 부스(Richard Booth)는 대학을 졸업하고 고향으로 돌아와서 주변에 사용되지 않고 방치된 고성, 주택, 창고 등을 매입하여 헌책방으로 개조했다. 개조라고 해봐야 책을 진열하고 판매하기 좋도록 몇몇 시설들을 보완하는 정도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나서 직접 전세계로부터 헌책들을 수집하여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부스의 피나는 노력은 예상 밖으로 빠르게 명성과 신뢰를 쌓아갔고 호기심 반, 관심 반이었던 마을 사람들과 부스와 거래하던 도매상들도 헌책방을 열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하여 최초의 헌책방 마을 헤이 온 와이는 탄생된 것이다.
헤이 온 와이에서는 아무리 희귀한 책일지라도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다는 확신과 신뢰 때문에 전세계로부터 많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찾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식당, 식품점, 호텔 및 숙소(주로 B&B), 골동품 가게 등등이 생겨났고 주변 상권도 이전과는 다르게 활성화되는 전환점이 마련되었다. 결국 마을 전체가 책을 중심으로 전면 개편된 셈이다.
이후 기존의 큰 틀은 유지하면서 초기와는 다르게 헤이 온 와이의 모든 서점들은 매우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당연한 것이 현재 이곳에서 거래되는 연간 책의 양이 100만권이 넘는다. 따라서 모든 서점들이 나름의 도서분류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나아가서 온라인 주문 판매까지 한다.
예를 들어서 부스가 운영하는 서점은 40만권이 넘는 장서를 자랑하니 그 규모가 어지간한 대학도서관 수준으로 헌책방이라고 상상하기 어려운 정도이다. 그런가 하면 전세계로부터 온 희귀도서들은 물론이고 시대별, 작가별, 주제별, 연령별로 특화된 독특한 서점들이 운영되고 있어 각 분야별 매니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이다. 헤이성 주변을 비롯하여 몇 군데에는 무인서점(Honesty Bookshop)도 운영되고 있다. 즉, 책을 선택한 후 요금은 자율적으로 요금함에 넣는 것이다.
헤이 온 와이에는 매년 수십만의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유럽의 많은 나라들에서는 몇 해 전부터 독자적인 테마관광코스까지 만들어 운영할 정도이니 놀라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의 헤이 온 와이는 더 이상 책을 구하는 사람들만을 위한 장소가 아니다. 1988년 1회를 시작으로 매년 봄에 열흘 간 개최되는 ‘헤이 축제(Hay Festival)’를 포함하여 수많은 책과 관련된 문화, 예술 행사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이곳을 찾게 만들고 있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들이 참석하여 시낭송과 강연을 하며,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지식인들이 또한 대거 참석함으로써 그 권위면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세계에 많은 독특한 축제들이 있지만 이처럼 책과 연관된 행사들은 아마도 헤이 온 와이가 아니고서는 찾아볼 수 없을 것임에 틀림없다.
지극히 전원적이며 중세시대 마을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유지하면서 헌책방으로 변신한 헤이 온 와이의 서점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소설과도 다름없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소중한 연구자료를 찾기 위한 학자들에서 동화책을 고르기 위한 어린이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적어도 헤이 온 와이에서 만큼은 헌책의 퀴퀴한 냄새가 여느 구수한 빵 냄새보다 향기로우며, 남녀노소 너나 할 것 없이 마음도 풍요로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