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현. ‘춤 좀 추는 몸매 좋은 CF모델’은 <엽기적인 그녀>를 거치며 이제 흔들림 없는 새 세대의 아이콘이 되었고, ‘마틸다를 닮았’던 단발머리 꼬마애는 이제 연간 50억원의 수익을 올리는 걸어다니는 중소기업이 되었다. ‘전지현’은 한명의 배우나 모델이기 이전에 하나의 현상이다. 이는 3년 전 모든 남자들의 머리를 하얗고 노랗게 탈색시키고 우수에 찬 눈빛을 생산했던 ‘유지태 신드롬’과 같고도 또 다르다. 길 잃고 방황하던 청춘의 아이콘들은 밀레니엄과 월드컵이라는 건강한 여과지를 통과한 뒤 밝은 빛 속에 흡수되어버렸다. 81년생, 이제 겨우 23살의 대학생, 혹은 7년차 배우. 전지현의 안과 밖을 요모조모 뜯어본 뒤, 다양한 이미지와 산업적 현상을 경유해서, 마침내 본인의 직접가이드를 거쳐 탐험한 ‘전지현’이라는 신대륙. 그녀에 대한 세 가지 보고서. - 편집자
현재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도둑들]의 열 명의 도둑들 중, '훔친다'는 행위 자체에 가장 매혹되어 있는 캐릭터는 단연 전지현이 맡은 '예니콜'이다. 말 그대로 '건수'만 있으면 "예~" 하며 달려가는 예니콜은 몸을 사리지 않는, 어떻게 보면 이 영화의 행동대장 같은 역할. 전지현은 이 캐릭터를 통해, 다소 식상하지만 '재발견'이라는 수식어를 얻었고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영화를 훔친 그녀, 전지현을 만났다.
글 l 김형석(영화 저널리스트) 구성 | 네이버 영화
[도둑들] 전지현 인터뷰
"도둑 중의 도둑, 예니콜"
- '예니콜'에 대한 관객 반응이 뜨겁더군요. 어느 정도 예상한 부분이 있었나요?
전~혀 예상 못했어요. 영화 자체가 어느 정도는 흥행할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10명의 도둑들마다 각자 매력이 있고, 게다가 어마어마한 선배님들이 등장하시고…. 그래서 긴장되고 어렵고 그랬는데, 예니콜이 반응이 좋을 줄은 몰랐죠.
사실 최근 몇 년 동안 배우로서 힘든 시간이 있었어요. 뭔가 계속 꾸준히 시도하는데 그 시도가 관객에게 큰 호응을 얻지 못한다고나 할까요? [블러드](2009) [설화와 비밀의 부채](2011) 같은 해외 프로젝트가 특히 그런 느낌이었고요.음… 그럴 줄은 몰랐죠.(웃음) 특히 [설화와 비밀의 부채] 같은 경우는 폭스 스튜디오 영화(폭스 서치라이트 배급)였고, 그래서 굉장히 기대를 많이 했죠. 할리우드 스튜디오에서 작업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드물기도 하고, 저에겐 도전이었던 것 같아요. 영어 대사의 영화를 찍는다는 것도 그렇고요.
- 개인적으로는 [설화와 비밀의 부채]에서 작지만 소중한 도약을 했다고 생각해요. 예전에 맡았던 캐릭터보다 한 겹 더 싸여 있는 캐릭터에 도전했다는 느낌? 어떤 경험이었나요?
[설화와 비밀의 부채]는 큰 도전이었던 것 같아요, 웨인 왕 감독과 작업했다는 것도 영광이었고요. [블러드]는 장르 특성상, 영어라고 해도 대사가 그렇게 많진 않았어요. 그런데 [설화와 비밀의 부채]는 완전히 드라마 연기였죠. 그런 점에서 저에겐 도전해 볼 만한, 아니 어쩌면 도전해야만 하는 작품이었어요. 그리고 여자들 사이의 우정을 그린다는 점에도 이끌렸고, 한국과 중국과 미국의 배우가 등장하고 스튜디오 자본으로 제작되는 글로벌 프로젝트여서 많은 사람들의 공감대를 이룰만한 부분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고요. 그 부분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저에게는 여러 모로 좋은 경험이자 공부할 수 있었던 계기였어요.
- 그러다가 [도둑들]은 어떤 과정으로 만나게 되었나요?
[설화와 비밀의 부채]가 끝나고 계속 기다렸죠. 다른 작품들 제의도 있었지만 별 욕심은 안 났어요. [도둑들]이라는 작품이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최동훈 감독의 아내인) 안수현 PD와는 [4인용 식탁](2003) 때부터 인연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최동훈 감독에게 자연스럽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고, 그러면서 [도둑들]이라는 영화가 기획 중이라는 얘기를 듣게 된 것이었고요.
- 1. 예니콜은 영화 내내 탁탁 치고 나가는 대사를 보여준다. 2. 오로지 훔치는 것과 현금만을 사랑하는 예니콜이라는 캐릭터는, 어떻게 보면 가장 도둑다운 도둑이다.
- 예니콜은 이 영화에서 가장 도둑다운 도둑이라고 생각해요. 사사로운 것에 끌리지 않고 정말 훔치는 것만 생각하니까요. 어떤 캐릭터라고 설정했나요?
도둑들 자체가 과거에 대한 설명이 별로 없어요. 왜 도둑이 됐는지 전혀 알 수가 없죠. 사실 필요 없을지도 모르죠. 각자 캐릭터가 분명하고, 애매한 감정 표현 같은 게 없으니까요. 그냥 보이는 대로 하면 됐거든요. 저 같은 경우는 감독님과 수다 많이 떨면서, 그러면서 만들어나간 부분들이 많이 있어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캐릭터에 접근해갔고요. 사실 제가 걱정했던 건, 예니콜의 대사였어요. 탁 치고 나가는 게 많잖아요? 진지하게 파고들어가는 대사가 아니라, "그랬냐?", "왜 그랬어?" 이런 식으로 날리는 대사가 많다 보니까 캐릭터의 진정성이 없어 보일 것 같았어요. 관객들도 계속 같은 톤의 대사를 하는 예니콜에 싫증을 느낄 것 같았어요. 그런 부분에 고민을 했죠.
- 그렇다면 나름 어떤 방식으로 진정성을 부여하여야 했나요?
사실 초반엔 톡톡 튀는 예니콜에 신경 쓰느라고… 아무튼 뭔가 튀게 연기해야 했어요. 그런데 그건 어쩔 수가 없는 거더라고요, 예니콜이라는 캐릭터의 성향이고 그런 대사들이 주어져 있으니까요. 진정성을 주겠다면서 진지하게 대사를 하면 캐릭터가 드러나지 않죠. 그래서 가볍게 대사를 던질 때도, 스스로 '예니콜에겐 뭔가 있다', '그녀는 만만치 않다' 이런 생각을 했어요. 그러면… 눈빛이 조금 달라지더라고요.
"예니콜이라는 캐릭터의 쾌감"
- 예니콜은 정말 몸을 사리지 않아요. 액션 장면도 그렇고 섹시한 느낌을 과시하듯이 드러내고요. 연기하면서 이 캐릭터에서 어떤 매력을 발견했나요?
시원시원 하잖아요?(웃음) 주변 시선 의식하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고. 될 대로 돼라 식? 팀 속에 있어도 항상 혼자잖아요. 잠파노(김수현)와의 관계도, 인간의 본능인지라 그런 관계를 유지하지만, 언제라도 버리고 갈 수 있다는 식이고요. 과거에 어떤 상처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어떻게 보면 자기 방어 같은 거죠. 그런 요소들을 통해서 그녀는 철저히 혼자가 돼요. 그런데 저는 그 부분이… 속시원하더라고요.(웃음) 어떻게 보면 대리 만족이죠. 저 같은 경우는 어렸을 때부터 연기를 하면서,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서는 할 수가 없었거든요. 그리고 직업을 떠나서, 제가 예니콜처럼 될 대로 돼라 식으로 살지도 못했고요. 그런 부분들이 시원하고 재미있었어요.
- 1. [도둑들]에서 전지현은 과시하듯 육체적 매력을 드러낸다. 2. 이 영화에서 전지현은 여러 차례 와이어 액션을 보여준다. 3. 현장에서의 장난스러운 모습.
- 가장 쾌감을 느꼈던 부분은 어떤 장면인가요?
다이아몬드를 발견했을 때죠.
- 막 방방 뛰는 장면?
예. 그 장면은 영화 찍으면서 저도 소름 끼쳤어요. 어떻게 표현 방법이 없었어요. 시나리오엔 "춤을 춘다"고 되어 있는데 어떻게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스토리보드에도 전혀 나와 있지 않은 부분이었고. 그 장면은 정말 그 순간에 만들어진 거예요. 3~4개월 동안 예니콜이라는 캐릭터로 살면서 다이아몬드를 발견했을 때, 정말 큰 쾌감이 있었어요.
- 지금까지 원 톱이나 투 톱 영화를 주로 했는데 집단 캐릭터 영화는 처음이었어요. 그리고 김해숙, 이정재, 김혜수, 오달수, 김윤석 같은 정말 만만치 않은 내공의 배우들과 한 번씩은 다 붙는 신이 있고요. 어떤 경험이었나요?
워낙 예니콜이 말이 많다 보니까, 여러 캐릭터와 부딪혀요. 그래서 예니콜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나갈 때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관계'였어요. 마카오 박과의 예니콜, 팹시와의 예니콜… 이런 식으로. 그런 부분을 생각하지 않으면, 정말 연기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여러 캐릭터가 등장하는 영화는 처음이었는데… 굉장히 좋았어요. 그리고 알고 싶었어요. 이런 현장은 어떨까…. 그런 마음이 먼저여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다른 배우들과도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잠파노와의 관계를 보면 예니콜은 사랑을 믿지 않는 여자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면에서 사랑에 사로잡혀 있던 예전의 캐릭터와 많이 다르고요.
그건 최동훈 감독님의 사랑법인 것 같아요. 사랑한다고 말해버리면 더 이상 사랑하는 게 아닌 것? 사실 주위를 맴도는 건 잠파노가 아니라 예니콜이죠. 잠파노는 오히려 그 자리에 서 있어요. 지고지순한 내 사랑을 받아줘… 이러면서요. 그런데 예니콜은 그런 사랑을 받아들일 줄 모르는 거죠. 잠파노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고요. 그들의 관계를 '사랑이다', '사랑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규정하지 않으니까, 궁금증도 더 한 것 같고 그러면서 안타까움도 생겨나는 것 같아요.
- 최동훈 감독의 현장은 어땠나요?
정확해요. 모든 게. 한 치의 오차도 없어요. 스태프나 배우들이 함께 일하기 편하죠. 감독님은 뭘 찍어야 할지 머릿속에 다 있어요. 불필요한 부분은 찍지도 않고 물고 늘어지지도 않아요. 불필요한 부분이 없다는 건, 연기할 때도 마찬가지거든요? 숨도 쉬지 말고 연기해달라는 게 디렉션이었어요. 앞에 어떤 동작 같은 것 없이 그냥 대사만 해주세요, 대사할 때는 숨도 쉬지 말고 해주세요…. 그게 무슨 말인지 처음엔 몰랐는데 모니터를 보니까 깔끔해요. 연기에 군더더기가 없는 거죠. 현장도 마찬가지였어요. 감독님이 원하는 게 정확히 있다 보니까, 밑에 있는 사람들이 혼동할 일이 없어요. 그러니까 모두 편안하죠. 그게 최동훈 감독님이 현장을 이끌어나가는 데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 그런 현장을 통해 연기에 대해 새롭게 깨달은 부분도 있겠네요.
그렇죠. 제가 몰랐던 습관이나 스스로 만들었던 룰을 감독님이 깨우쳐 주셨고 그래서 깰 수 있었거든요. 어떻게 보면 항상 비슷한 습관을 가지고 같은 패턴으로 연기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도둑들]을 통해 불필요한 부분은 하지 않는 걸 배우게 된 거죠.
"좋은 배우, 좋은 사람이 된다는 것"
- 예전에 20대 초반에 만나서 인터뷰 했을 때 이런 얘기들을 했어요. "자꾸 내가 없어진다는 느낌이 든다. 어딘가에 맞춰야 한다는 느낌.", "사람들이 나를 많이 알게 되는 게 겁나기도 하고, 대중이 나에게 잘못 알고 있는 게 사실인 것처럼 행동하고 거기에 맞춰지는 게 더 좋을 수도 있는 것 같다." 20대 초반의 전지현에겐 배우로서 나 자신과 대중의 관계에 대해 조금은 자신이 없었던 건가요?
음… 왜 기억이 안 나죠?(웃음) 어렸을 땐 아무래도 생각이 많죠. 모르는 게 많으니까 조심스러웠고요. 말도 별로 없었고요. 하지만 조금씩 나이를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어떤 벽들이 없어지고 행동이 자연스러워진 것 같아요. 지금도 가끔 그런 생각은 해요. 정말 내가 나를 위해 선택하는 건지, '사람들이 원하는 나'를 위해 선택을 하는 건지…. 나만 생각하면 아무렇게나 막 살아도 되잖아요. 그런데 사람들이 원하는 전지현이 따로 있다면, 그리고 거기에 맞추게 되면 제가 원하는 대로 살 수는 없어요. 어렸을 땐 그런 부분들이 힘들었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익숙해졌고 그렇게 사는 게 편해요. 그렇게 안 사는 게 오히려 어색하죠.
- 그렇다면 현재의 전지현에게 가장 큰 화두는 뭔가요?
어떻게 하면 잘 살까?(웃음) 제 관심사는, 저도 여자니까 당연히 예쁜 옷과 예쁜 가방이에요. 그런데 그런 부분은 점점 적어지는 것 같아요. 사람을 만날 때 그 사람이 풍기는 아우라 같은 게 좀 더 보이는 것 같고요.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 거고요. 그런 면에서 [도둑들]은 좋은 경험이었어요. 좋은 배우는 좋은 사람이더라고요. 저도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러려면 잘 살아야죠.
요즘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건강한 가족, 건강한 생각, 건강한 몸… 그런 부분이에요. 그 기준은 잘 모르겠지만요. 그리고 사실 그렇게 절제하면서 살 자신이 없긴 해요.(웃음) 하지만 적절한 밸런스를 이뤄나가면서 제 기준에서 제가 갖는 건강함과 밸런스 같은 걸 잘 유지해나가는 사람이 되고 싶은 거죠. - 숫자상의 나이가 중요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30대가 되면서 달라진 게 있나요?
어렸을 땐 그냥 보이는 것만 봤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젠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건 확실히 알게 된 것 같아요.
- 최근까지 사실 많은 작품을 하진 않았어요. 1년에 한 편? 작품이 없었던 해도 있고요. 그런데 올해는 [도둑들]과 류승완 감독의 [베를린]까지 두 편이예요. [베를린]에 대해 거는 기대는 무엇인가요.
사실 남자 영화라서 제 비중이 크진 않아요. 하지만 그 안에서 확실히 할 건 있죠. 그리고 [도둑들]에선 계속 내뿜었다면, [베를린]에선 절제된 감정으로 연기하는 걸 배우고 있어요. 실제로 연기하면서 즐거움은 [도둑들]이 더 클 수 있겠지만, [베를린]의 절제된 캐릭터는, 답답할 수도 있지만 새로운 느낌과 새로운 재미가 있어요. 그런 걸 느낄 때 '나도 나이가 들었나?'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웃음)
- 작품을 고르는 취향이나 기준이 있나요?
없어요. 그냥 시나리오 보고 재미있고 제가 할 수 있을 것 같으면 선택해요. 그런데 이런 건 있어요. 예전엔 선택의 폭이 좁았다면 요즘은 넓어진 것.
- 여배우 같은 경우는 오히려 20대 때 더 다양한 캐릭터를 제안 받지 않나요?
그런데 저는 소속사에 오랫동안 계약되어 있으면서, 지금처럼 많은 작품들이 오고 가고 하는 얘기들을 전혀 듣지 못했어요. 그래서 선택의 폭이 좁았다고 할 수 있죠.
- [도둑들] 이후 전지현이라는 배우의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어질 것 같아요. 하고 싶은 캐릭터나 장르 같은 것이 있나요?
이젠 20대 초반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 연기하는 건 힘들겠죠. 그렇게 저에게 맞지 않는 역할은 하고 싶지 않어요. 이젠 제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그러려면 부지런히 해야겠죠. 특정 장르나 캐릭터요? 음… 저는 [도둑들]처럼 다양하게 섞인 영화가 좋아요.(웃음)
- 작품을 고르는 취향이나 기준이 있나요?
- 그렇다면 현재의 전지현에게 가장 큰 화두는 뭔가요?
- 최동훈 감독의 현장은 어땠나요?
전지현. ‘춤 좀 추는 몸매 좋은 CF모델’은 <엽기적인 그녀>를 거치며 이제 흔들림 없는 새 세대의 아이콘이 되었고, ‘마틸다를 닮았’던 단발머리 꼬마애는 이제 연간 50억원의 수익을 올리는 걸어다니는 중소기업이 되었다. ‘전지현’은 한명의 배우나 모델이기 이전에 하나의 현상이다. 이는 3년 전 모든 남자들의 머리를 하얗고 노랗게 탈색시키고 우수에 찬 눈빛을 생산했던 ‘유지태 신드롬’과 같고도 또 다르다. 길 잃고 방황하던 청춘의 아이콘들은 밀레니엄과 월드컵이라는 건강한 여과지를 통과한 뒤 밝은 빛 속에 흡수되어버렸다. 81년생, 이제 겨우 23살의 대학생, 혹은 7년차 배우. 전지현의 안과 밖을 요모조모 뜯어본 뒤, 다양한 이미지와 산업적 현상을 경유해서, 마침내 본인의 직접가이드를 거쳐 탐험한 ‘전지현’이라는 신대륙. 그녀에 대한 세 가지 보고서. - 편집자
Bio+Filmo
전지현
1981년 10월30일생
1997년 4월 패션지 <에꼴> 모델로 데뷔
1998년 SBS 드라마 <내 마음을 뺏어봐>
1999년 SBS 드라마 <해피투게더>
1999년 <화이트 발렌타인>
2000년 <시월애>
2001년 <엽기적인 그녀>
2003년 <4인용 식탁>
이미지 1 : 그 몸(짓)이 주는 절대매혹
“(전략)… 스물여덟의 커플 매니저, 최수주. 제 사랑엔 말도 못하고, 남들의 짝짓기에만 열을 올려야 하는 여자. … 하릴없이 남성 회원들의 서류를 한장한장 들추다 문득 낯익은 글자들이 연이어 터지는데. 이상형란에 적힌 이름 ‘전지현’.
문득 평소 마음에 두고 있던 동문선배 ‘우주’가 전지현이 나오는 뮤직비디오를 향해 던지던 뜨거운 눈빛이 떠오르며, 그녀는 갑자기 궁금하다. 왜 모든 남자의 이상형은 전지현이지? 그래, 선배의 진정한 ‘우주’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바로 내가 전지현이 되는 거야. 결국 자신의 진정한 사랑을 찾기 위해 그녀는 전지현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전지현의 모든 것을 분석하여, 온라인에서 뜻이 맞는 사람들을 모아 클럽을 조직한다. 클럽의 이름하야 ‘전지현 따라잡기’.
클럽의 활동이란 먼저 전지현이 등장했던 모든 매체를 분석하며 진정한 전지현으로 거듭나는 것. CF와 드라마, 영화, 소소한 연예정보 프로그램까지 통계 및 스타일을 정리하며 차트화한다. 그리고 비슷한 외모를 가꾸기 위한 노력을 거듭하고, 스타일과 말투 등 사소한 모든 것에 전지현이 되는 것. 누구 하나 인정하지 않는데도 그들은 점점 스스로에게 도취되고, 그들 사이에 최고의 찬사는 ‘어머, 너 정말 전지현 같다’가 된다…(후략)”
-싸이더스HQ 시놉시스 공모작 <전지현 따라잡기> 중-
전지현이 나오는 영화나 CF를 넋이 나간 듯 쳐다보는 남자친구를 원망스러운 눈길로 보면서도, 감히 “쟤가 뭐가 예뻐?”라는 반박을 내세우기 어려웠던 여자라면, “완벽한 복부근육!”이라는 찬사가 절로 튀어나오는 ‘지오다노’ 지면광고를 펼친 채 ‘내 마음 나도 몰라’ 하염없이 바라봤던 남자라면, 한번쯤 궁금했을 것이다. 도대체 전지현의 매력은 무얼까? 그의 무엇이 우리를 빠져들게 하는 걸까? 일단, “연기가 마음에 들었다”라는 속보이는 말도, “성격이 좋은 것 같다”는 빈말도 거둬라. 그리고 자신의 심장에 귀를 기울여보자. 그렇게 조금만 솔직해진다면 들릴 것이다. 사실 우리가 가장 먼저 매혹되는 것은 바로 전지현의 몸이라는 것을. 아니 정확히 말해 그의 몸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라는 것을.
조용한 지하철 안이 전지현의 테크노댄스 한판에 북적거린다. 살며시 미소를 머금고 도취된 듯 춤추는 삼성카세트 ‘윙고’ CF로 불이 붙었던 그의 유연한 몸놀림은 타이트한 흰옷에 온몸을 경쾌하게 흔들어대던 ‘마이젯 프린터’ CF로 이어졌다. 인터넷 게시판 여기저기에 그 광고가 복사되어 첨부되었고, 전지현은 네티즌 사이에서 가장 ‘뜨거운 여자’가 되었다. 그렇게 97년부터 계속해서 대중에게 얼굴을 비추었던 소녀는 한순간 현란한 테크노댄스와 함께 수면 위로 떠올랐다. 물론 자신은 “하루라도 빨리 그런 식의 관심에서 벗어나고 싶었다”지만, 대중은 누굴 유혹하기 위함도 누군가에게 뽐내기 위함도 아닌 오로지 자신의 흥에 겨워, 자신의 몸이 부르는 리듬에 따라 흔드는, 그 길고 건강한 몸이 가지는 한없는 자유로움에 단박에 매료되었다.
표정도, 움직임도 그 자체로 연기
그렇게 전지현은 입보다는 몸의 언어를 통해 우리에게 말을 걸었고, 얼굴기다는 자태로 먼저 기억되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한 것은 그는 ‘글래머’라고 불릴 만한 풍만한 몸도, 슈퍼모델처럼 길고 깡마른 몸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다만 전지현의 몸은 육중하게 들이밀지 않고, 허약하게 스러지지 않고, 가볍고 유연하게 감긴다. 비단 172cm의 큰 키뿐 아니라, 긴 목과 긴 팔, 그리고 긴 머리에서 얇은 허리로 이어지며 물 흐르듯 휘감기며 만들어내는 그의 선은 동양배우들에게서 흔히 볼 수 없는 완만한 곡선을 그린다. “요즘엔 전지현의 표정이나 몸짓 하나까지 트렌디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특별히 연기하지 않아도 전지현의 경우는 표정이나 움직임 자체가 그저 연기로 받아들여지게 된 것이다. 마치 험프리 보가트처럼.”(<엽기적인 그녀> 곽재용 감독)
그러나 이런 매력적인 몸에 대한 관심이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몸을 배반하는 전지현의 얼굴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전지현은 이렇게도 저렇게도 표현할 수 있는 ‘백지’ 같은 얼굴을 가졌다. 물론 부가설명이 필요없는 엄연한 미인인데도 불구하고 황신혜나 김희선 등이 가진 빈틈없고 숨막힐 것 같은 아름다움이 아니고 여백이 있는 얼굴이다. 나는 여백이 있는 얼굴이 배우로서 더욱 좋은 얼굴이라고 생각한다. 누가 붓을 잡느냐에 따라 굉장히 새로운 그림이 그려지는.”(<4인용 식탁> 이수연 감독)
말갛게 흰 피부와 뚜렷한 선이 그어지지 않는, 크지도 그렇게 작지도 않은 이목구비. 물론 <엽기적인 그녀> 때만 해도 통통히 올라 있던 얼굴의 젖살이 <4인용 식탁>을 거치며 이제는 성숙한 여인의 그것에 더욱 가깝긴 해도 여전히 전지현의 얼굴은 해맑은 아이 얼굴이다. 그리고 언제라도 유연한 화가의 붓질을 기다리는 깨끗한 종이다.
매니저 육현수씨의 표현을 빌리자면 전지현은 “먹기도 잘 먹고, 잠도 잘 자고, 웬만해선 아프지도 않는 천상 건강체질”이다. 억지스런 볼화장 없이도 복숭아물이 천천히 번진 듯한 건강한 얼굴색과 김성수 감독의 ‘지오다노’ 광고를 찍으며 “밤을 새서 콘티에도 없는 춤을 추게 만들어도 쌩쌩하더라”는 ‘에너자이저형’ 체력은 아마 유전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그녀 마음의 건강함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저는… 혼자 있어도 잘 지내구요. 외로운 상황에서도 잘 견디고, 특히 아무리 힘든 상황이 와도 그걸 그렇게 힘들게 생각하지 않고 제 식대로 편하게 정당화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늘 속이 편안해요.” 하여 영화 속에서나 광고에서 그가 희로애락을 표현하는 방식 또한 건강하다. 그의 기쁨은 룰루랄라 ‘통아저씨춤’을 쳐보일 만큼 가식이 없고, 노여움은 한낮 대로에서 소리를 꽥꽥 지를 만큼 단번에 폭팔하고, 눈물은 예쁘게 또르르 방울을 흘리는 것이 아니라 남의 시선 아랑곳하지 않고 콧물이 범벅이 되고 머리가 떡질 때까지 끊임없이 흐른다. CF감독인 박명천이 연출한 <시월애>의 예고편이 본영화보다 더 오랜 잔영을 남기는 것 또한 퍼질러 한참을 울기만 하던 전지현의 솔직한 눈물 때문이었다.
전지현은 결코 세상 다 산 것 같은 허망한 표정으로 화면을 휩쓸고 다니진 않는다. <내 마음을 뺏어봐>에서 어린 자신에게 추호도 관심없는 박신양을 향해 끊임없는 애정공세를 펼치던 중국집 딸 같은 강한 생명력이 그의 속에서 여전히 펄펄 널을 뛴다. 한때 사려깊은 애늙은이들에게 한눈판 적이 있었던 대중이라 할지라도 가장 그 나이다운 생명력과 생동감으로 충만한 전지현을 보며 그 무엇도 무릎 꿇릴 수밖에 없는 강력한 젊음의 속성을 발견하게 된다. “혹시 스스로 소모된 것 같고, 고갈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때는 처음을 생각하자라고 다짐해요. 물론 그런 순간이 오겠죠. 하지만 저는 제가 처음처럼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나쁜 여자’라 좋다
사실, 전지현은 ‘나쁜 여자’다. 그는 지하철에서 남자친구 따귀를 척척 때리는 ‘엽기녀’(<엽기적인 그녀>)이자, 가지 말라며 건물 난간에 매달린 남자(정우성)를 향해 “흔들리지마, 내게 사랑은 없어”라고 단호하게 얼굴을 돌리는 ‘냉정녀’다(‘2% 부족할 때 옥상편’). 그리고 “사랑을 하면서 돈이 없다는 건 참 불쌍한 일”이라며 “라면만 먹고도 행복할 수 있다는 건 사랑을 모르는 사람들의 말”이라고, “여자에겐 김중배의 다이아몬드 반지도 사랑이다”라고 말하는 ‘현실녀’(‘2% 부족할 때 자존심편’) 이다. 최근 20대 여성의 대표적인 성향들은 전지현을 통해 표현되면서 얄밉지 않고 솔직하게, 전세대에 어둡게 깔려져 있던 ‘착한 여자 콤플렉스’를 걷어낸다. <엽기적인 그녀>(후반의 신파에 대한 논란의 여지는 분명 있겠지만)가 제시한 전복적 여성캐릭터는 “전 아무것도 몰라요, 마음대로 하세요” 하던 수동적인 여성에 익숙해져 있던 한국 관객에게 일종의 해방감을 안겨주었을 뿐 아니라 전지현 본인에게 역시 자신의 매력이 무엇인지, 어떤 점에 대중이 열광하는지를 깨닫게 해준 절호의 기회였다. “<엽기적인 그녀> 이후 어떤 면에서 제 자신이 ‘엽기적’으로 변해가는 것을 느껴요. 말도 행동도 그전보다 많이 밝아진 것도 사실이구요. 많은 사람들 앞에서 당당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다음부터 잘해야 되는데, 이제부터 더 잘해야 되는데, 이미 다 와버린 것처럼 사람들이 대하니까 부담스럽더라구요. 결국 그 역시 다 엎어버리고 싶었어요.” 그런 면에서 심령스릴러 <4인용 식탁>은 여러모로 위험한 선택처럼 느껴졌던 것이 사실이다. <미술관 옆 동물원>을 통해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그러면서도 긍정적인 신여성상을 보여주었던 심은하가 <텔미썸딩>의 독한 어둠 속으로 몸을 숨겼듯, 전지현 역시 <엽기적인 그녀>가 주는 가벼움을 벗어던지기 위해 몸에 안 맞는 무거운 옷을 입으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었다. “처음에 리딩할 때 박신양씨가 그랬어요. 도대체 여기 모인 사람들은 무슨 용기를 가지고 이 자리에 앉아 있는지가 궁금하다구요. 저는 속으로 글쎄, 이게 그만큼의 용기가 필요한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저 역시 처음에는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시나리오가 완성도가 있었고, 그게 좋아 일단 결정하고 난 이후에 저런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러나 이 솔직한 배우는 <4인용 식탁>이 결코 자신 앞에 떡하니 차려진, 소화 잘될 음식들로만 구성된 밥상이 아니었음을 부정하지 않는다. “중3 때부터 일을 시작했으니 벌써 햇수로 7년짼데, 슬럼프에 빠진 적이 지금까지는 없었어요. 그런데 아마도, 나중에 돌이켜보면 <4인용 식탁> 때가 슬럼프로 기억될 것 같아요. 아무래도 연이란 역할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제가 아니었기 때문이에요. 정해진, 맞춰놓은 틀 안에서 해야 하니까 벗어날 수 없었죠. 왜냐하면 제가 조금이라도 갖고 있는 거라면 이렇게 보여줘도, 저렇게 조금 다르게 보여줘도, 어차피 나니까 그 안에서 여러 가지 여지가 있지만, 저를 벗어난 아주 다른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죠. 그런데 그것이 오히려 악이 되었다기보다는 큰 공부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젠 뭐라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붙고요.” 걱정을 접으시라. 그녀의 다음 작품이 곽재용 감독의 로맨틱코미디 <바람개비>(가제)로 결정되었다는 풍문이 들려오고 그는 또다시 ‘엽기적인 여경’이 되어 우리에게 총을 들이밀 것이다.
결국, 따라잡고 싶게 만드는
배우로서 전지현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몸에 맞는 옷이었던 <엽기적인 그녀>의 성공 역시 한편에서는 ‘연기자의 공이라기보다는 캐릭터의 승리’라는 의견도 나온다. 웅얼거리거나 아예 씹어버리는 발성은 여전히 전지현에겐 숙제다. 그러나 “감독이 요구한 것에 대해 그것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것을 하나 더 보여준다”는 그의 연기방식은 아직 대중에게 알려지지 못했지만 감독들이나 현장 스탭들에게는 정평이 나 있다. 그러나 “차태현은 뒤에서 연습하고 연습 안 한 척하는 데 선수고 전지현은 생각 안 하는 척하면서 깊이 생각해오는 데 선수다”라는 곽재용 감독의 말에 전지현은 손사래를 친다. “<엽기적인 그녀> 찍을 때 저한테 가장 큰 자극제는 바로 차태현씨였어요. 시나리오 자체가 엽기적인 ‘그녀’이고 남자 시선에서 바라본 여자이니까 제 역할은 당연히 매력적일 수밖에 없잖아요. 그렇게 태현씨는 저를 잘 받쳐주는 한편 자신도 뒤처지지 않으려고 굉장히 노력하는 게 보였어요. 물론 저도 가만있을 순 없었구요.”
여전히 자기 나이에 걸맞은 천진함이 살아 있지만 동시에 7년차 배우로서 “나는 연예인이 아니라 프로페셔널한 배우”라는 자의식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는 전지현. “매니지먼트를 통해 발탁되었고 어린 나이에 데뷔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우습게 보는 것이 싫어 응석부리고 싶어도 많이 참았다”는 이 ‘속깊은 친구’는 결코 미래에 대한 불안함으로 현재를 망치지 않는다. “연기는… 어떻게 해야지 잘하는지도 모르겠고 여전히 어렵고 난해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제가 다르게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처음보다는 조금 잘하고 있다는 느낌, 그리고 앞으로도 나이가 들면 들수록 시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익어갈 거라는 기대, 스며들 것 같다는 막연한 희망이 들어요. 아무래도 인생경험이 쌓이면 조금 더 깊은 연기가 나오겠죠?”
아기의 얼굴과 소녀의 팔다리, 그리고 여인의 목선을 가진 이 배우는 아이처럼 뛰고, 소년처럼 웃으며, 사내처럼 이단옆차기를 날린다. 그렇게 ‘오! 지현’을 외치던 추종자들의 줄은 더욱 길어지고, ‘질투는 나의 힘’을 외치던 경쟁자들의 전의는 이내 상실되어, 결국 따라잡고 싶게끔 만든다. 저 눈부신 스물셋의 아름다움을, 저 파닥거리는 생명력을, 아니 지금 모습 그대로의 전지현을 박제해버리고 싶은 충동, 만약 그것을 죄라고 부른다면 당신들과 나, 우리 모두 유죄다.
글 백은하 lucie@hani.co.kr·사진 손홍주 light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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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록의 X-파일
왜 ‘全’지현이 되었는가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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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사수 궐기 대회>로 충무로에 데뷔하는 오종록 감독과 전지현은 특별한 인연을 가진 사람들이다. 드라마 PD 출신인 오 감독은 중학교 2학년인 우연히 손에 잡힌 전지현의 사진을 1년간 파일에 꽂아두었다. “선이 나타나지 않는 도화지 같은 아기 얼굴”에 그 당시 벌써 168cm의 키를 가진 이 기이한 소녀의 모습이 쉽게 뇌리를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결국 “정훈탁 이전에 전지현이란 배우의 가능성을 먼저 알아보았던” 감독은 <내 마음을 뺏어봐> <해피투게더>를 통해 이 배우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대중에게 생중계했다. “은혜를 갚아야 할 때가 됐는데…”라며 사람좋게 웃는, 오종록 감독이 털어놓는 전지현에 관한 사소하고 정감어린 X-파일.
지현이 이름
연출하는 동안, 내가 성명을 정리해준 배우는 딱 두명이다. 한재석과 전지현. 재석이는 그의 모친이 성명 철학관에서 받아온 두개의 예명 가운데 선택한 이름이고, 지현이는 그녀의 부친이 속상하지 않겠끔 내가 변성을 시켜준 경우이다. 알다시피 全씨와 田씨 玉씨 등등은 모두 다 王씨의 변성이다. 고려가 망하자 王씨들은 목숨도 건지고, 씨족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할 요량으로 王씨 위에 삿갓을 씌우고, 옆을 막고, 점을 찍었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삿갓 쓴 폼이 멋있었다. 그렇게 ‘王’지현은 ‘全’지현이 되었다.
지현이 다리
나는 치마 교복 입은 여고생이 자전거 타는 장면을 좋아한다.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를 보면, 여고생들이 떼거리로 영도다리 위를 달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원조격이 <내 마음을 뺏어봐>에서 지현이 인천 홍예문을 질주하는 장면이다. 한겨울에 내리막길을 달리던 지현이가 자전거와 함께 자빠지고 말았다. “괜찮냐?” “예, 괜찮아요!” 지현이의 깨진 무릎을 본 건 그날 오후 자유공원 촬영에서였다. 그 추운 겨울에 살점이 보일 만큼 다쳤으면 꽤나 시리고 아팠을 텐데 한마디 말도 안 하고 꾹 참고 있었던 거다. 순간 이 아이가 보통 독한 아이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물론 나 역시 호들갑 떨며 여배우 챙기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어이! 누구 크림 없냐? 지현이 무릎에 크림 좀 발라줘라!…”
지현이 코
지현이 코는 중간 부분이 약간 볼록하다. 한때 지현인 이게 콤플렉스였다. 그래서 ‘수리’하고 싶어했다. “지현아! 사람이 미소를 지을 때, 입 주위의 50개가량의 근육이 동시에 움직인다고 해. 얼굴에 칼을 대면, 외관상 예쁘게 보일지 몰라도 보이지 않는 이 근육들 가운데 상당 부분이 잘려 나가! 그래서 성형미인의 웃음은 부자연스러워 보이지! 그러니까 생긴 대로 살아!” 지금껏 전지현의 코는 중학교 때 전지현의 코 그대로다. 아마 그때 코를 고쳤더라면 그녀 역시 흔한 성형미인들과 비슷한 웃음을 짓고 있을는지 모른다.
지현이 심장
“감독님! 나 인기가요 DJ 먹었어요!” 기뻐서 펄펄 뛰는 그녀에게 난 길길이 화를 냈다. “당장 그만두고 와!” 모름지기 배우로서 오래 살고 싶다면 대중에게 자신의 노출빈도를 줄여야 한다. 물론 우리 역시 매스미디어의 대중이 되는 순간, 배우의 모든 걸 알고 싶어하지만 배우는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절대 노출해서 안 된다. 배우는 대부분 카메라 앞에서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처절하게 외로워야 한다. 이걸 못 견디는 배우는 반드시 망한다, 고 했다. 물론 한참 자신을 내보이고 싶었을 땐데, 지현이는 결국 외로움을 택했던 것 같다. 결국 그녀는 또래의 여배우들보다 월등히 노출빈도를 줄이면서 활동했고, 그 녀석의 심장은 지금 누구보다 단단해진 것 같다.
* 추신 이 자그마한 가십들이 그녀의 프라이버시를 노출하는 글이 안 되기를!
오종록/ <첫사랑 사수 궐기 대회> 감독
이미지 2 : 브랜드 ‘전지현’의 힘
1997년의 어느 날 싸이더스HQ(당시 EBM) 정훈탁 대표는 강남의 어느 호텔 커피숍에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의 맞은편에는 한 잡지를 통해 깊은 인상을 남겼던 묘한 매력의 소녀 대신 선머슴 같은 16살 여자아이가 어머니와 함께 앉아 있었던 것. 그 아이는 연예계 운운하는 정훈탁 이야기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 몸을 배배 꼬며 고개를 푹 숙이고만 있었다. 바로 그 순간, 그의 질문에 “네?”라고 답하며 고개를 번뜩 쳐드는 소녀의 눈빛이 그의 뒤통수를 세게 후려쳤다. 그의 머릿속에는 <레옹>의 마틸다가 떠올랐다. 어린데도 성숙한 여인 같은 느낌이 있고, 소년의 분위기까지 풍기는 복잡한 매력이 매니저로서 정훈탁의 본능을 자극했다.
아무리 극적으로 묘사한다한들 전지현의 발탁 과정은 여느 틴에이저 스타의 그것과 크게 다를 게 없다. 그리고 겉으로만 본다면, 그 이후 얼마 동안에 벌어진 일 또한 ‘보통 10대 스타’의 정규 코스와 비슷하다. 1주일에 몇번씩 연기수업을 받으며 데뷔를 준비해 1년 뒤 TV드라마에 출연했고, 쇼 프로그램 MC, CF 출연 등으로 이어지는 예정된 수순을 밟았으니까.
<엽기적인 그녀>가 탄생하기까지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전지현은 처음부터 자기만의 코스를 세워놓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몇몇 갈림길에서 그녀는 평범한 아이돌의 노선 대신 연기자, 그것도 대형 연기자로 향하는 이정표를 택했다. 물론 당시 선택은 대부분 매니지먼트사의 장기 전략 속에서 세워졌다. 조연이지만 눈에 확 들어오는 캐릭터인 <내 마음을 뺏어봐>의 가영 역할로 드라마에 데뷔한 것이나 많은 사람들 앞에서 수줍어하는 전지현의 성격을 ‘개조’하기 위해 의 MC를 맡았다가 ‘너무 오래 하면 성격이 되바라질까봐’ 수개월 만에 도중하차한 것, 스타로서의 신비감을 키우기 위해 TV출연과 매체 노출을 최소화한 것 모두가 ‘될성부른 나무’에 대한 배양수였다. 하지만 정훈탁 대표의 말대로 “만약 전지현이 그런 가능성을 안 보여줬거나 스타가 되기 위해 조바심을 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초기전략을 통해 나름의 입지를 굳힌 전지현이 발걸음을 옮긴 쪽은 당연히 영화였다. 분명 1999년의 <화이트 발렌타인>과 2000년의 <시월애>가 가장 현명한 선택은 아니었지만, 당시 전지현의 어린 나이나 미숙한 연기력을 고려할 때 차선책일 수는 있었다. 사실, 두편의 영화출연은 확실히 영화 자체보다는 전지현쪽으로 열매를 남겼다. “그 이전까지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게 뭔지에 대한 책임감 같은 것을 느끼지 못했다. 영화를 시작한 뒤 뭔가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생각하게 됐다.” 배우라는 자의식은 그녀 안에서 빠르게 성장했고, 프린터 광고로 완벽히 스타의 반열에 올랐음에도, 그녀 자신은 “일개 CF모델로 안주할 생각이 없고 배우이기 때문에 ‘테크노의 여왕’이라는 칭호로부터 빨리 빠져나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럼에도 뭔가 부족했다. CF계에선 최고 스타 중 하나로 자리를 잡았지만, 배우로서의 전지현은 “미모? 너무 예쁘지. 연기? 아직은…” 식의 반응을 얻는 정도였다. ‘배우 전지현’이 탄생하는 계기를 마련해준 건 2001년 <엽기적인 그녀>였다. 물론 신씨네의 시의적절한 기획, 곽재용 감독의 노련한 연출, 차태현의 발랄한 연기가 없었다면 <엽기…>의 500만 신화도 불가능했겠지만, 전지현이 가담하지 않았다면 <엽기…> 자체가 아예 존재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수차례 설문조사가 전지현이 적역이라는 결론이었다. 전지현이 아니라면 영화가 안 된다고 생각했다”는 당시 신씨네 마케팅 책임자 최수영 프로듀서의 말이 아니더라도 전지현은 외모와 내면 모든 면에서 <엽기…>의 ‘엽기녀’를 빼다박은 존재였다.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그녀가 이 영화에서 자유롭게 날아다녔음은 우리 모두가 아는 이야기.
<엽기…> 신드롬은 전지현을 ‘최정상급 스타’에서 ‘유일무이한 여신’급으로 격상시켰다. 특히 충무로는 전지현이라는 여신을 맹목적으로 짝사랑하기 시작했다. <엽기…> 이후 그녀에겐 “대한민국 시나리오의 80%가 들어왔”(싸이더스HQ 김상영 팀장)고, 아예 ‘전지현 아니면 안 됨’이라는 조항이 달린 시나리오도 상당수 접수됐다. CF계에서의 파워는 더욱 높아져 탄탄한 9개 업체와 전속계약을 맺고 있다. 지오다노의 광고를 대행하는 화이트커뮤니케이션과 ‘2% 부족할 때’의 광고대행사 대홍기획 관계자는 “특정 모델과 매출간의 연관은 파악이 어렵지만, 브랜드의 선호도, 호감도, 인지도 등에서는 ‘전지현 효과’가 확실하다고 설명한다”. 대부분이 광고 수입인 지난해 그녀의 매출은 50억원 선이었을 정도. <전지현 따라잡기>를 만드는 튜브픽쳐스가 제작비의 상당 부분을 PPL에서 조달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도 전지현의 존재 덕분이다. 튜브픽쳐스 황우현 대표는 “영화 속 전지현의 광고 모습을 이용해 PPL을 유치할 계획이다. 전지현이 아닌 다른 누구였다면 이런 계획조차 세우지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엽기…> 이후 전지현의 변화는 외형적 가치에서만 드러나는 게 아니다. 전지현을 신인 시절부터 지켜봤던 나비픽처스 조민환 대표는 배우로서의 역량 또한 한껏 강화됐다고 평가한다. “지오다노 광고를 김성수 감독이 촬영해 스튜디오에 함께 갔었는데, 깜짝 놀랐다. 몸의 표현력 하며, 얼굴의 감정 하며 카메라 앞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이더라. 한마디로 몸에 자신감이 가득하더라. <엽기…> 때보다 배우로서 몇 단계 업그레이드된 게 틀림없다.” <4인용 식탁>의 제작자 영화사 봄 오정완 대표도 “최선을 다해 고민하고, 잘하려고 노력하는 게 보인다.잘되는 데는 이유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다.
이제는 아시아로!
이미지 2 : 브랜드 ‘전지현’의 힘
전지현의 현재를 평가함할 때도 물론이고 ‘미래가치’를 예측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변수는 해외시장이다. 해외시장이 전지현에게 주목하게 된 전환점은 당연히 <엽기…>였다. 이 영화는 홍콩에서 250만달러의 수익을 기록하며 바람을 일으켰고, 타이에서 30만달러, 싱가포르에서 27만달러의 수익을 내는 등 대대적인 인기를 누렸다. 현재까지도 상영 중인 일본에서는 500만달러 이상의 수익을 기록했을 것으로, 심의문제로 정식 극장 개봉을 못한 중국에서는 7천만장가량의 불법 VCD가 팔렸을 것으로 예측된다. 그리고 이러한 돌풍의 핵에 전지현이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정훈탁 대표는 “<엽기…>를 계기로 최소한 중화권에서는 전지현이 확고한 스타로 자리잡았다”고 말한다.
조민환 대표는 “전지현은 아시아 시장에서 최소 100만달러를 해외 판권 수익으로 벌어들여올 수 있는 배우”라고 단정지어 말한다. 아시아 영화계에 지인이 많은 그는 전지현의 출연작이 미니멈 개런티 기준으로 일본에서 50만달러, 홍콩에서 30만달러, 중국에서 20만달러 정도를 너끈히 벌 수 있다고 내다본다. 이런 전망은 <4인용 식탁>에서 들어맞고 있다. 아시아의 10여개 업체가 제작 발표 무렵부터 제작사에 때이른 구매 문의를 해왔고, 영화가 완성될 시점을 얼마 앞둔 현재는 더 많은 업체로부터 문의가 빈번해진 상태다. <4인용 식탁>의 아시아 지역 배급을 직접 담당할 영화사 봄의 오정완 대표는 “이미 홍콩에는 프리세일즈 형식으로 판매했고, 나머지 아시아 지역에서도 상당한 규모로 팔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이처럼 전지현이 아시아권에서 독보적인 인기를 누리는 이유에 대해 정훈탁 대표는 “외국인이 전지현이 연기를 잘하는지 못하는지를 알아보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대신 한국 배우로선 드물게도 몸의 선, 움직임, 표정 등이 매우 아름답다는 점이 통하는 것 같다”고 설명한다. 시네마서비스 문혜주 해외마케팅 담당 이사는 “아시아권에서 한국의 이미지는 소비적이고 패션에 민감하며 트렌드를 앞서가는 것으로 인식되는데 전지현이 딱 그것을 체현하고 있는 듯하다”고 해석을 내린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아시아를 향한 전지현의 본격적인 움직임도 서서히 가시화되고 있다. 전지현은 올해 들어 중국에서 3개 업체의 CF를 찍었고, 사스 파동이 가라앉는 대로 몇편을 더 찍을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또 홍콩의 영화사와 감독으로부터 20여편의 시나리오가 들어왔고, 중국의 몇몇 방송사에서도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싸이더스HQ가 현재 추진 중인 <바람개비>(가제)는 전지현의 첫 아시아 프로젝트가 될 전망이다. 이 영화에서 주목할 점은 곽재용 감독과 전지현의 재결합이나 <엽기…>와 비슷한 맥락의 로맨틱코미디 장르라는 것과 함께 홍콩의 프로듀서 빌 콩이 참여한다는 사실이다. 세계적 프로젝트 <와호장룡>과 <영웅>을 만들어낸 빌 콩이 이 영화에 어떤 방식으로 참여할지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아시아와 미국 시장에서 그가 갖는 영향력으로 미뤄볼 때, 해외시장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대접을 받을 게 분명하다. 최수영 프로듀서는 “빌 콩이 먼저 전지현에게 러브콜을 했다고 알고 있으며, 불법복제 CD 방지 차원에서 중국에서 가장 먼저 개봉하는 방법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무지갯빛 미래는 전지현에게조차 항상 열쇠를 건네주지 않는다. <4인용 식탁>은 당장에 전지현이 뛰어넘어야 할 큰 벽이다. 관객에게 주로 상큼하고 발랄한 이미지로 인식되고 있는 그녀가 호러영화에서 빛을 발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아마도 장르를 바꿔갈 때마다, 세계시장을 향해 한 걸음 내디딛 때마다, 자신에게 고착된 이미지를 털어낼 때마다, 전지현은 어려운 시험에 빠져들 것이다. 때때로 자신감과 열정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도 있을 터. 이제 누구보다 전지현 자신의 능력이 중요해진 것이다. 하나 밝은 어제보다 더 환한 미래의 여신이 끝내 가지 못할 길이 어디 있으랴.
문석 ssoo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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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속의 전지현
그녀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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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뜬 전지현, 쏟아지는 여름 햇살에 타고난 뽀얀 피부를 지키기 위해 자외선 차단제를 정성들여 바르고 외출준비를 한다.(‘폰즈 더블화이트’) 외출 직전의 전지현은 신세대의 필수품인 멤버십카드를 지갑에 챙긴다. 커피전문점에서 패밀리레스토랑까지 빼놓지 않고 할인받기 위해서다.(‘LG텔레콤’) 전지현은 압구정동에서 남자친구 지진희와 만나 내일 친구들과의 모임에 입고 나갈 지진희의 옷을 사주다 싸움을 벌이게 된다. 돈이 없는 지진희는 ‘나를 있는 그대로 소개하는 게 창피하느냐’고 화를 내고 전지현은 ‘그럼 그 차림으로 입고 나올 거냐’며 맞받아친다. 남산계단에서 ‘가난하지만 이수일의 따뜻한 가슴이 사랑’이라는 지진희에게 ‘여자에겐 김중배의 다이아반지도 사랑’이라고 반박한 뒤 헤어진다.(‘2%부족할 때’) 지진희와 싸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전지현은 요즘 유행하는 복싱(‘지오다노’)과 검도(‘엘라스틴 샴푸’)로 땀을 뺀다. 취침 전 다시 나이트용 미백 화장품으로 피부를 손질한 뒤(‘나드리’) 잠자리에 든다. 주말로 예정된 다른 남자친구와의 그림 같은 제주도여행(‘LG카드’)을 미리 꿈꾸면서.”
이것은 인터넷 게시판에서 떠돌고 있는 ‘전지현의 하루’라는 글이다. 한때 ‘이영애의 하루’라는 제목으로 유포되던 유머글이 ‘전지현의 하루’로 바뀌어져 퍼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대중적 선호도가 냉정하게 어디로 기울었는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빅모델을 내세우는 광고는 기존 모델을 전지현으로 교체하면서 좀더 ‘젊은 전략’으로 나아가고, 새롭게 런칭하는 제품들은 전지현을 업고 이미지를 붐업시킨다. 부동의 CF스타와 전지현을 ‘투톱’으로 등장시키던 광고는 어느덧 전세가 역전되어 전지현의 독무대가 되어버린다. 그는 CF 속에서 뛰고 달리고 소리지르고 울먹인다. 때론 총을 쏘고, 때론 춤을 추며, 때론 강력한 어퍼컷을 날린다. 그렇게 그는 청순함이면 청순함, 섹시함이면 섹시함 등 보통 한 가지 이미지만으로 승부했던 기존의 CF스타들과는 달리 각 제품에 따라 청순함(‘프렌’)과 건강함(‘지오다노’), 우아함(‘엘라스틴’), 섹시함(‘삼성 마이젯’)을 자연스럽게 오고간다. 정작 본인은 “CF는 연기가 아니다”라고 말하지만, 전지현은 본인이 가진 기존 이미지를 광고에 가장 소모없이,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한 모델이라 볼 수 있다.
백은하
이미지 3 : “내가 ‘오리지널’ 전지현이라서 특별한 것 아닐까요”
전지현의 몸엔 ‘자가온도조절장치’가 달려 있음이 분명하다. 의상을 갈아입고, 잠시 화장을 고치는 것뿐인데 그는 자신의 몸을 뜨거운 남미의 태양같이 데웠다가, 이내 알래스카의 공기처럼 서늘하게 식히고, 또다시 만물을 소생시킬 따듯한 대륙의 기운으로 바꿔버리곤 했다. 그러나 사진기 앞에서의 짧은 공연이 끝나고, 현실의 소파로 돌아왔을 때, 그는 차지도 덥지도 않은 공기를 일관되게 유지하며 오래 묵혀왔음직한 명석하고, 성숙하고, 솔직한 대답을 밷어냈다. 전지현의 입을 통해 듣는 전지현, 그 10문10답.
01 그렇게 많은 사랑을 받고 살아도 심리적으로 힘들 때가 있겠죠? 일 하면서 너무 싫다, 힘들다, 괴롭다, 그런 걸 느낀 적은 솔직히 없어요. 스트레스 안 받고 일하는 건 복이죠. 힘들다고 느꼈다면, 아마 개인적인 이유일 거예요. 개인적으로… 저는 어느 순간부터 믿는다는 게 뭘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중학교 이후로부터, 그러니까 일 시작할 때부터 그런 게 점점 없어진 것 같아요. 예전에 친구들하고 마음에 있는 이야기하고, 고민 털어놓고 그런 게 믿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믿는다는 것 자체가 생소하게 느껴지더라구요. 주위를 돌아보면서 내가 믿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하는 생각도 해보구요. 결국 스스로가 자신을 많이 닫아버리게 된 것 같아요. 어느 정도 선을 그어놓고 사람을 대하는. 그래서 친구도 없고. (웃음) 사실은 그게 힘든 부분이죠. 믿는 사람이 많이 없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힘들어요. 어떻게 보면 제가 되게 불쌍하더라구요. 하지만 그래서 받는 상처도 없다고 위안 삼아요. (웃음) 사실은 그런 거 아닐까요? 두려워서 내가 한발 떨어져 있고 멀어지는 거라구요. 내가 너무 약한 사람이구나,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기 싫어서 내가 먼저 도망가려고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하구요.
02 솔직히 스스로 생각할 때 ‘배우’ 전지현의 장단점은 뭘까요? 음… 단점을 먼저 말하자면요. 그 사이 제가 많이 불안했나봐요. 대학의 교수님에게 갑자기 전화를 해서 학교에서 하는 워크숍에 참가할 거라고 했거든요. 사실 일을 하면서 워크숍을 동시에 하기엔 너무 어렵다는 거 저도 잘 알거든요. 하루라도 연습에 빠지면 안 되니까, 그런데 무슨 마음에선지 할 수 있다, 할 거다, 라고 했어요. 그런데 이미 팀들이 다 짜여져 있는 상태라 제가 중간에 들어가기 어려운 상황이라 교수님이 만약 정말 하고 싶으면 내년에 졸업작품을 기다리라고 하시더라구요. 물론, 지금 와서는 안 했기에 천만다행이다, 라고 생각해요. (웃음) 그런데 그때 왜 제가 갑자기 교수님에게 전화를 해서 그런 말을 했을까요? 아마도 내가 이제부터 잘못하면 내 자신에게 치일 것 같다는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었을 거예요. 너무 똑같은 것만 보여줄 것 같다는 느낌, 기초적인 극장 훈련을 통해서 좀더 강하게 자신을 만들고 싶었던 걸 거예요. 배우로서 단점이라면 그런 부분이겠죠. 솔직히 제 연기가 기초적인 훈련을 통해서 쌓아올려진 것도 아니고, 이래저래 고등학교 때부터 하게 된 거니까. 그런 두려움이 든 게 사실이었던 것 같아요.
03 장점은 너무 많아서 말을 안 해주시나요? (웃음) 장점이 있다면… 사실 배우로서는 진짜 모르겠어요. <4인용 식탁>도 정말 각오하고 있구요. (웃음) 그냥… 평상시에는 나돌아다니는 건 되게 싫어하는데 열심히 하는 건 좋아하거든요. 집에 있는 건 좋지만 시간을 헛되이 쓰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어요. 그 시간에 뭐 하나라도 해야지 하는 생각을 많이 해요. 운동도 하고 피아노도 배웠고…. 아, 참 어느 스포츠신문에 제가 화교라고 나기도 했던데. (웃음) 전혀 아니구요. 그냥 언어에 대한 욕심이 많아요. 당장은 아니라도 늘 준비하는 배우라는 점이 장점이죠. (웃음)
04 또래들과는 많이 어울리는 편인가요? 학교가는 거 좋아하고, 친구들하고 수다떠는 거 무지 좋아하는데 일하다보면 그럴 시간이 솔직히 많지는 않거든요. 1, 2학년 때는 학교를 열심히 다녔는데 3학년 때는 <엽기적인 그녀> 찍은 이후로 자주 못 갔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학교에 갔는데 애들이 너무 많이 달라져 있는 거예요. 교수님을 대하는 태도나 연기하는 거나 말투나 어른이 된 것 같은 느낌이더라구요. 그리고 나만 멈춰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전엔 공부도 중요하지만 애들이랑 같이 어울리면서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거구나, 그러는 거 느끼는 게 학교가는 재미였는데, 이제는 뒤처져 있는 느낌이 들어요. 연극영화과니까 어떻게 보면 애들의 목표는 나일 수 있는데, 아니 사실이 그런데, 걔네들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하기 위해 하루하루 너무 열심히 공부하고 살고 있는데, 나는 사실 아무것도 하는 것이 없지 않나 하는 생각….
05 어느덧 통제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지켜보잖아요. 배우 중에는 그걸 오히려 즐기는 부류가 있고 시간이 흘러도 늘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요. 어떤가요? 그 사이 카메라폰이 유행되어서, 학교에 가면 사실 화장실 가는 것도 두렵거든요. 동영상이 되니까 찍고 도망가면 그만이잖아요. 저는 배우니까 제 모습은 영화 안에서만 보여지고 싶고, 그것이 저라고 믿어주기를 바라요. 밖에서는 내가 연예인이고, 전지현이고를 다 떠나서 학생이면 정말 학생이고 싶고, 집에서 청소하면 예쁜 딸이고 싶고, 강아지랑 산책하면 그냥 한가로운 아가씨이고 싶고, 그래서 밖에서는 저를 잘 표현 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언론에서 이러쿵저러쿵 기사를 쓰는데 어쩌면 덕을 보고 있다는 생각을 해요. 물론 의도적으로 저를 규정하고 가두려는 것도 있지만, 그냥 기대하는 만큼, 생각해주시는 만큼,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하지만 제가 상처받는 것은 몰라도 제 가족들이 상처받는 건 제일 화가 나요. 가족들을 위해 더 잘해야겠다,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죠.
06 왜 이렇게 사람들이 ‘전지현, 전지현’ 하는 걸까요? 글쎄요… 뿌듯한 점이라고 하면 제가 시작이었다는 거겠죠. 어떤 부분 문화의 선두주자가 되었다는 점일 거예요. <엽기적인 그녀>가 요즘 여성캐릭터를 주도하는 영화의 시발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무래도 누구보다 먼저 그런 영화를 통해 저를 선보일 수 있었다는 데 뿌듯함이 있죠. 그건 아무나 따라할 수 없는 거고, 다시 세월을 돌이킬 수 없는 거니까, 그 어느 누가 해도 다 처음을 생각하게 마련이고, 누가 따라한다 해도 내가 될 수는 없는 거니까, 그런 면이 운이 좋았고,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결국 관객이 ‘제2의’도 아니고, ‘누구 같은’이란 수식어도 없이, 그냥 저를 저로 봐주시는 것 같아요. 행운이죠.
07 목표를 세우고 일하는 편인가요? 그렇다면 가장 근접한 목표는 뭔가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항상 그때그때의 목표가 있었어요. 그런데 그 목표가 늘 바뀌었어요. 왜냐하면 늘 다 했거든요. (웃음) 사실 별거 아닌 건데요. 어렸을 때는 버스나 옥외광고판에 사진이 붙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걸 이뤘고 그게 덤덤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왔어요. 다음 목표는 영화를 찍고 싶다는 거였는데, 와! 영화 찍는다! 하는 희열을 느낄 새도 없이 어느덧 무뎌지는 순간이 와버렸어요. 그 다음엔 영화 흥행을 꼭 할 거다라고 했는데 <엽기적인 그녀>가 그렇게 잘되었구요. 그냥 모든 게 다 자연스럽게 이루어져버렸어요. 이후엔 정말 심각하게 고민을 했어요. 뭔가 목표가 있어야지 저한테도 동력이 생기는 거니까. 그래서 생각했던 건, 이번에는 많은 사람들이 배우로 인정할 때까지, 그래서 큰 상을 받을 때까지 해보자는 생각이 들어요.
08 <4인용 식탁>에서 유부녀에, 귀신을 보는 사연있는 여자 역할을 한다고 했을 때 놀라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연이라는 사람은 기면증을 앓고 있는 환자고, 밝고 생동감 있게 살아갈 수 없는 역할이에요. 그저 목숨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괭장한 용기일 만큼. 저도 제가 이런 역할을 하게 될지는 몰랐어요. 그런데 <엽기적인 그녀>를 끝내고 시나리오를 고르는 상황에서 이 시나리오가 굉장히 새롭게 다가왔어요. 물론 이 역할이 지금 제가 해야 할 역할이 아니란 거… 저도 알거든요. 몇년 뒤에나 해야 할 역할인데. 그냥 하고 싶었어요. 지금 이 힘든 고개를 넘어가면 좀더 나아질 수 있을 거라고. 물론 영화가 개봉하면 많은 사람들이 욕할 거라는 것도 알거든요. 하지만 저는 이 영화 찍는 내내 제 자신에게 ‘아, 하길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스스로 훈련이 될 수 있는 좋은 기회니까요. 오히려 굉장히 힘든 길이지만 가장 가까이 빨리 갈 수 있는 지름길을 선택했다고 생각했어요. 이거 끝난 다음에 <엽기적인 그녀> 같은 거 해도 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적어도 ‘아, 이걸 해서 이미지를 이렇게 바꾸어 보자’ 이런 거는 아니었어요. 저는 계산하면서 사는 사람도 아니고 모든 걸 편하게 생각하는 스타일이고, 사실 그런 생각할 만큼 똑똑하지도 않거든요. 어쩌면 많은 부분들은 언론이 만들어내는 것이기도 해요. 나는 그저 좋아서 한 거고, 시나리오 마음에 들어서 한 건데 이런저런 이유를 붙이고 저도 안 한 생각들을 대신 해주시잖아요. 저는 오히려 인터뷰하면서 그냥 그때 생각나서 한 건데 그게 살이 붙는 경우도 있고, 깎이는 부분도 있고…. 하지만 제가 하는 일이 그런 건데…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09 인생에서 가장 큰 가치는 뭐라고 생각해요? 많이 즐기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아직 어린 나이지만, 제가 없어지는 느낌이 들면 정말 싫을 것 같거든요. 그렇게 산다면 아무리 좋은 일을 해도 다 후회가 될 것 같구요. 아무리 바쁜 일에 쫓겨도 저는 중심이 돼서 흔들리고 싶지는 않아요.
10. 10년 뒤쯤이면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까요? 물론 여자니까, 결혼을 했을 것 같고. (웃음) 어릴 때부터 일찍 결혼한다고 늘 말해왔는데 아마 일을 일찍 시작해서 그런 것 같아요. 늘 활동적이고 바쁘니까, 집에만 있고 싶다는 생각이 어린 마음에 들었나봐요. 그런데 요즘엔 연기라는 게 색다르게 다가오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10년 뒤에도 계속 연기하고 있을 것 같아요. 음… 그리고 많이 나가고 싶어요. <엽기적인 그녀>라는 영화 하나로 많은 나라 사람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고, 그 사람들에게도 공감대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 좋았고 그것이 가능하단 생각이, 아니 가능했다는 사실이 기뻤거든요. 되게 뿌듯하기도 했어요. 사실 ‘세계 진출’ 그런 원대한 꿈은 아니구요. 어차피 시작도 내가 좋아하는 시나리오 골라, 영화 찍어서 많은 나라 사람들에게 알렸듯이, 앞으로도 재밌는 시나리오 골라서 많은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어요. 한국영화가 한국 안에서만 보여지는 것이 아닌 상황이고, 내년이 아니라 10년 뒤니까. (웃음) 최근 몇년은 매일매일 일할 때마다 너무 즐겁다는 생각을 해요. 그리고 <4인용 식탁>을 끝내고 나니 결과와 상관없이 자신감이 생겼나봐요. 이제는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4인용 식탁>은 우선 저에게는 ‘좋은 영화’예요. 다시 <엽기적인 그녀> 같은 영화를 해도, 공포영화라도 상관없구요. 사실 장르가 ‘멜로’인 영화는 많이 해봤지만 ‘멜로다운 멜로’를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이제 정말 좋은 멜로영화 한편 해보고 싶기도 해요. (웃음)
정리 백은하 lucie@hani.co.kr·인터뷰 진행 백은하, 영화칼럼니스트 황진미
-씨네21-
전지현은 섹시하다?
전지현을 만났습니다.
피곤해보이더군요.
오전에 만났는데도 말입니다.
이제 '4인용 식탁' 개봉을 앞두고
그가 이런 인터뷰를 적어도 30건은 하리라는 걸 생각하니
조금 안쓰럽기까지 했습니다.
3년전에 그를 인터뷰한 적이 있었는데,
무척이나 낯을 가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땐 아직 인터뷰가 익숙지 않아서 그런가보다 생각했는데
이제보니 낯가림이 천성인 것 같더군요.
전지현은 씨에프에서 과감하고 솔직하고 발랄한 이미지의 대명사이지만,
실제 모습은 (적어도 인터뷰에서의 모습은)
훨씬 더 정적이고 내성적인 캐릭터입니다.
물론 친한 사람들과는 장난도 잘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말이지요.
그 '도리도리 춤'으로 대변되는 섹시함도
실제 만났을 때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오히려 수줍은 소녀에 가까운 느낌이랄까요.
청산유수인 많은 배우들과 비교하면
어투도 상당히 어눌한 편이었지요.
"상업적 이윤의 가치를 창출시키려는 모습들"처럼
문어체로 말하는가 하면,
시작한 문장을 미처 다 끝내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었구요.
많은 여배우들이 공주암 말기 환자들이지만,
(물론 많은 남자 배우들 역시 왕자암 말기지요)
전지현은 사실 그런 느낌을 거의 주지 않았습니다.
'여우계단'의 박한별이 과거 전지현을 무척 닮은 것 같다는 말을 하자
"어려서부터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그럴 때마다 내가 참 평범한 얼굴이구나 하는 생각을 해요"라고
답하더군요.
그와의 인터뷰는 보이(도록 의도되)는 것들 속에서
보이지 않고 감춰진 것들을 보아내려는 시도였습니다.
1시간여 공식적인 대화로 그게 가능하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만,
어쨌든 열일곱에 데뷔해 스물둘에 이미 정점에 서버린 그의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속내는 얼핏 본 것 같습니다.
그는 배우로서 이제부터 시작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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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종로에 있는 한 극장에 갔다.
개봉 예정작들의 전단지를 모아둔 곳 옆에서
영화 상영을 기다리느라고 잠시 서 있다가
그 앞에서 열심히 전단지를 살펴보던 20대 두 여성을 봤다.
다른 영화 전단지는 보면서도
다음달 개봉할 영화 '4인용 식탁'은 무심히 지나치던 그들 중 한 명이
갑자기 지나치던 눈길을 되돌려 그 전단지를 재빨리 뽑아 들었다.
"어, 이거 전지현 나오는 영화잖아."
그러자 다른 한 명도 뒤늦게 달려들었다.
"어디, 어디."
전지현은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스타파워를 자랑하는 배우다.
작년 말 조선일보가 설문조사로 평균수치화했을 때
충무로 제작자들은 그의 이름만으로 관객 66만명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답했다.
남녀배우를 통틀어 한석규와 함께 가장 높은 수치였다.
올 들어서도 그는 각종 조사에서 숱하게 1위를 차지했다.
그런 그가 '4인용 식탁'으로 돌아왔다.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각국 극장가를 휩쓸었던
'엽기적인 그녀'의 거대한 성공 이후 2년만이다.
인기의 절정에서 CF를 제외하면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은 그이기에 더욱 눈길을 끈다.
그런데 '4인용 식탁'은 스릴러다.
이 작품에서 그는 과거를 꿰뚫어보는 능력을 갖춘 신비의 여인 역을 맡았다.
"제가 맡은 연이는 원치 않는 능력 때문에 지쳐 있는 캐릭터라고 할까요.
연기하면서 항상 연이는 등 뒤에 가느다란 끈이
어딘가에 연결되어 있는 인물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게 어딘지도 모르면서 필사적으로 거기에 의존하는데,
어찌 보면 무척 강한 여자이기도 해요."
로맨틱 코미디 '엽기적인 그녀'에서 최적의 캐스팅으로 각광받던 그로서는
의외로 느껴지는 캐릭터이다.
"시나리오를 재미있게 읽으면서도
내게는 어울리지 않는 배역이라고 생각했다"는 그는
"그런데 어느 순간 그렇게 판단하는 스스로가 너무 갇혀 있다는 생각이 들어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이제껏 출연한 4편의 영화 중 팬들이 전지현,하면 떠올리는 이미지에 부합하는 작품은
사실 '엽기적인 그녀' 한 편과 몇몇 CF 밖에 없다.
그러나 대중은 전능하다.
스타에게서 원하는 이미지만 보아낼 줄 아니까.
하지만 그 이미지의 매력은 이미 충분히 만끽했으니
인터뷰 후반부에서 그의 진짜 속내를 조금 들여다보려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보이도록 의도된 것과 보이지 않고 숨은 것 사이의 긴장도 느껴가면서.
<전지현은 섹시하다?>
"배우에게 상당한 칭찬이죠.
함부로 거부할 수도 없고, 또 좋기도 하구요.
그러나 내 스스로 인정하긴 좀 어색해요.
언제 베드신 한 번이라도 찍은 것도 아닌데요.
뭐, 광고의 힘이 컸겠죠."
(실제 전지현은 섹시하다기보다는 가냘픈 쪽에 가까워보인다.
사진 촬영 때 유심히 바라보니 그는 물론 예뻤지만, 동시에 심하게 '앙상'했다.
하긴, 그런데도 섹시하게 보일 수 있는 게 배우의 마력이겠지만.)
<전지현은 춤꾼이다?>
"글쎄요. 전 사실 춤을 특별히 좋아하진 않거든요.
그냥 광고를 찍을 때 모델로서 컨셉트를 잘 살리는 편인 것 같긴 해요.
리듬은 좀 탈 줄 안다고 생각하거든요.
춤도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정말 노래는 좋아하지 않아요."
(그는 이제껏 춤을 배우러 다닌 적도, 친구들과 춤추러 간 적도 없다고 말한다.)
<전지현은 발랄하다?>
"네, 그래요."
(인터뷰 전 그를 좀 아는 사람들 몇몇에게 물었을 때는 내성적인 사람이란 평을 전해들었는데도?)
"제가 행동이나 말을 좀 조심하는 성격이라서 그렇게 보시는 건가.
어릴 때부터 시작해서 그런지 책임의식이 강한 편이거든요.
하긴, 밖에서의 시간 낭비를 싫어하고
집에 있거나 뭘 배우러 다니는 일이 많은 게 사실이긴 하죠.
동국대 연극영상학과 4학년 학생으로 공부에 많이 신경을 쓰기도 하구요."
(3년 전에도 그를 인터뷰한 적이 있었다.
유난히 낯을 가리길래 신인급이라서 그런가보다 생각했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그에게서 '끼'를 처음 발견해서
베스트셀링 이미지로 만들어낸 '천재'는 누구였을까.)
<전지현은 CF가 주무대이다?>
"그런 말 들으면 기분 나쁘죠.
많은 기사가 저를 'CF 퀸'으로 묘사하고
또 제게 실제 광고의 의존한 이미지가 있기도 한데,
사실 많이 창피하단 생각을 해요.
배우로서 낭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도 있구요.
하지만 동시에 CF가 단기간에 저를 가장 잘 표현하는 매체인 건 사실이고,
또 그것을 통해 나를 어필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는 조금 민망해질 때면 트레이드 마크처럼 되어 있는 긴 생머리를 쓸어올렸다.
CF 이야기를 할 때 그는 거듭 머리를 쓸어올렸다.)
<전지현은 변신을 꾀한다?>
"아니예요. 제 나이 아직 어리고 배우 경력도 이제 시작인데 왜 변신을 하겠어요.
이번에 스릴러를 한 것은 그냥 내 앞에 온 기회를 활용하고 싶었던 것 뿐이예요.
'엽기적인 그녀' 이후 인기가 치솟았지만
그건 사실 우연에 가까운 일이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제 주위를 둘러싸게 됐지만
그 모든 칭찬과 인기를 한 쪽 귀로 듣고 흘리려고해요.
지금 저를 둘러싼 것들이 사라지고
정말 혼자가 될 그순간을 위해 지금 홀리지 않으려구요.
스스로가 늘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항상 채우려 노력하죠."
("영화만 오래도록 하고 싶다"는 전지현은
"지금 잘하진 못하지만 남들이 인정하고 스스로도 만족할 때까지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밖'의 칭찬은 흘려듣고 '안'의 자책은 새겨듣기를.
그래서 훗날 관객들은 섹시하고 발랄한 이미지로 시작해서
무게 있는 연기로 일가를 이룬 여배우 한 명을 가질 수 있기를.)
-조선일보 이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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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이 섹시하다꼬 그게 뭔 말이고 ?
여기 오시는 분들은 별로 싸움을 즐기는 분들이 없는것 같다.
그리고 한국에 살다가 보니 전 지현의 위세를 몸소 많이 체험을 하시다보니 전지현에게 행해지는 찬사는 당연하다 여겨지는 모양이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아무리 보아도 그녀를 보며 섹시한 것을 느끼기에는 영 부족하여 보인다.
그녀가 이쁘다는 것은 어느 정도 공감을 하지만
그러나 그저 밋밋한 그녀를 보면서 도데체 어디서 섹시까지 느낀다는 말인가 ?
이기자는 이쁜 여자를 보고 이쁘다고 쓰면 찬사가 아니되니 섹시를 동원한 모양인데
그러나 아무리 보아도 그건 아니라고 보여진다.
전 지현으로써야 가장 듣고 싶은 찬사 중에 하나이겠지만 ...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좀 너무 심한 아부가 아닌가 싶다.
나도 독일에서 영화제를 꾸미면서 전 지현의 엽기적인 그녀를 개막작으로 올렸다.
그러다보니 도데체 전 지현이 누구인가도 궁금하였고.......
그녀를 독일에서 키우면 먹힐까도 고민을 하여 보았지만...
그러나 그녀는 역시 밋밋한 얼굴들이 판을치는 중국이라면 모르지만...
굴곡이 뚜렷한 미인들이 판을 치는 서구에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포기를 하였다. 그리고 역시 아직은 카리스마 부족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였다.
그러나 중국의 미인이라는게 좀 밋밋하기에 조금 잘생겼다 싶으면 좀 얄팍하고 정나미 없게 보이는데 전 지현은 역시 한국형이라서 그런지 아무리 보아도 얌통머리 없이 생겨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중국에서는 대박을 기대하여도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하여 본다.
그리고 전 지현이 서구에서 섹스어필을 하려면 조금은 볼륨을 키워야만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여 본다. 너무 장대같은 몸매로는 모델이라면 모를까 ... 영화배우로는 힘들다 라는 생각이 든다.
전 지현이 섹시 까지 하다니 그게 도데체 뭔말인가하여 엄청난 분들이 본것 같은데 아무도 반론을 달지 않은 것이 조금은 섭섭하여 한번 달아 보았다.
요즈음 어디가나 4인용식탁 땜시 전지현 이야기가 널널하다.
보지를 못하여 공포 까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일단 상당히 분위기가 있는 영화라고 느껴진다.
그렇다면 전 지현에게는 엽기적인 그녀를 뛰어넘어 비중있는 존재로 각인을 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본다. 그녀도 카리스마스를 갖출 수 있을 것인가 ? 나는 그것을 보고 싶다.
그리도 멍청하여 보인다고 욕을 먹던 니콜키드만이 어제까지도 뇌살적인 몸매로 달려들더니만 요즈음은 속 깊은 역활로도 성공을 하는 것을 보고 있다.
전 지현도 잘 먹고 잘자라서 건강한 처녀로써 카리스마까지 갖추고 뭇남자들 위에 군림하는 날을 기다려 본다.
[전지현! 이 시대의 새로운 '베짱이'지요
이런 충격적인 제목(?)으로 글을 쓰게 되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전지현씨 팬들은 넓은 아량을 보여주세요^^ 전지현씨에 대한 공격의 글은 아닙니다.
단지 윌리엄 사파이어가 Lookism이란 용어를 만들어낸 이후에 그 용어의 '당의정'안에서 세계를 제패한 용모주의에 대해서 저 나름대로 글을 써봅니다. 전지현이라는 여성을 보면 한국여성에게서 나오기 힘든 몸의 구조를 가졌지요. 거의 9등신은 되어보이는 몸에 놀랄만큼 긴 팔다리의 그녀의 '육체의 미소'는 대한민국의 정상적(?)인 남자들은 뿌리칠 수 없을 만큼 강한 유혹으로 다가오지요. ㅋㅋㅋㅋ
죄송합니다.^^ 제가 왜 밑도 끝도 없이 이 시대의 베짱이라고 그녀을 말한 이유는 바로 그것입니다. 전지현씨가 20세기 이전에 출생했다면, 아니 20세기 중반 때에만 태어났어도 그녀의 성공은 보장될 수 없었겠지요. 그녀를 만든 것은 시대입니다. 이솝우화에서 '개미와 베짱이'이 이야기에서 베짱이는 겨울에 얼어죽지만 이제 21세기로 접어든 한국에서는 수많은 개미들의 고달픈(?)마음을 달래주는 위대한 베짱이 전지현은 성공합니다.
이제 정보화사회의 한가운데에 들어선 이 풍요의 시대에 개미들은 더이상 같은 개미에 열광하징 않습니다. 자신들과는 다른 그 아름다운 '베짱이'를 바랄뿐이죠! 그 베짱이는 개미들의 '노동의욕'이라는 호르몬 수치를 상승시켜주는 촉매와 같은 '개미사회'의 여신이죠!
그러나 그 옛날 이솝우화에서의 베짱이처럼 그녀도 결코 행복할 것 같지는 않을 것 같군요! 이제는 겨울에 쫓겨나 얼어죽지는 않을 지라도 그녀가 나이가 들고, 그녀를 사랑했던 그 수많은 '개미'들이 떠난다면 과연 전지현은 그 허망한 인기의 늪에서 탈출할 수가 있을런지...., 그것이 궁금하군요. 아마도 그녀가 그 고빗길을 무사회 통과한다면 '이제는 거울 앞에선 내 누님같은 꽃'이 될 것이고, 한국영화계는
또하나의 진정한 '여배우'를 얻는 것이겠죠! 두서없는 글을 한번 써보았습니다.
[RE]전지현은 섹시하다?
(3년 전에도 그를 인터뷰한 적이 있었다.
유난히 낯을 가리길래 신인급이라서 그런가보다 생각했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그에게서 '끼'를 처음 발견해서
베스트셀링 이미지로 만들어낸 '천재'는 누구였을까.)
그 "천재"에 대해서 알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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