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만에 앉아보는 콘솔 석인가. TV 라디오 도합 일일 고정 6개를 소화하는 ‘잘 팔리는’ 방송 연사인 나지만, 본의 아니게 접게 된 PD의 꿈을 언젠가는 다시 실현하겠노라 수차례 다짐했다. 특정 방송사에 입사하는 방법부터 아예 창업하는 부분까지, 그러나 어느 것 하나 양지 위에 길이 아니었다. 더러는 실패하고 더러는 체념했다.
남의 스튜디오를 돈 주고 빌려서 일주일에 한 번, 그것도 녹음하는 것이지만, 지상파 매체가 아닌 스마트폰 이용자에 한정해 서비스이고 아울러 금전적 반대급부는 없으나 그 PD의 꿈은 달성됐다. <딴지일보> 딴지라디오의 ‘이명박 대통령 헌정방송, 김어준의 나는 꼼수다’ 제작자로 말이다. 총수 김어준 형과 정봉주 17대 의원 덕이다. 스마트폰 보급 2천만 시대라는 점, 무엇보다도 국민 속에서 뜨겁게 고양되고 있는 정치 개혁에 대한 열망, 이것이 방송의 밑천이요 종자돈이다. 그렇게 우리는 4.27 재보선 다음 날,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자리한 마포FM에서 첫 온에어 등을 켰다.
모든 게 주먹구구였다. 타이틀을 무엇으로 할지도 녹음 1분 전에 정했다. 사실 아이디어가 분분했다. 종국에 채택된 ‘나는 꼼수다’말고 ‘나는 가카다’, ‘나는 총수다’(김어준) ‘안녕하십니까 서울 노원갑 17대 국회의원 민주당 소속 정봉주와 그 추종자들입니다’ ‘대인의 자격’(정봉주) ‘코리아 리크스’, ‘명박허전’(김용민) 등이 물망에 올랐다. 당일 화젯거리에 대해서는 구두 논의 30여초 정도만 소요됐다. 서태지 이지아 사건이 BBK 의혹 문제와 맞물려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내용이 첫 주제가 됐다. BBK 의혹에 관한 한 정치권 최고 권위자가 바로 정봉주 전 의원 아니었던가. 이명박 대통령보다는 못하겠으나 그 다음으로 실체적 진실에 다가간 이로 그를 외면할 수 없다.
시험 삼아 몇 건 올렸는데, 말하자면 ‘공식 오픈’이니 ‘개국’이니 하는 말을 입 밖에도 꺼내지도 않았는데 속칭 ‘난리’가 났다. 청취자의 폭발적인 반응이 집중된 것이다. 그리고 두 달여. 6월 마지막 날, 8회가 올라왔는데 ‘초대박’이라는 표현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아이튠즈 집계 전체 2위이다. ‘두시탈출 컬투쇼’와 1위 자리를 놓고 호각지세이며, 뉴스 정치 분야의 ‘손석희의 시선집중’, ‘박경철의 경제 포커스’를 초월해 1위 자리를 굳힌 지 오래다.
한 지상파 드라마 PD가 "듣다보면 뒤집어진다. 통쾌하다"(김민식 MBC PD 블로그)며 호평하고, 트위터 안에서 “커피숍에서 언니들이 떼로 모여 ‘나는 꼼수다’ 이야기한다. 대단하네. 그 방송”(ID: nabts)이라고 소개하는 글을 발견할 수 있다. 한 기자 전언에 따르면 권력 핵심부 인사가 이 방송을 듣고는 ‘청와대 안에 엄청난 빨대(정보원)가 있는 것 같다’며 염려했다고 한다.
청취자는 ‘후원금 계좌를 알려 달라. 시원하게 쏘겠다’, ‘정봉주 전 의원 지역구로 이사가 19대 총선에서 도움을 주고 싶다’, ‘김어준 총수의 말을 성경 다음으로 믿는다’며 지지와 성원을 보낸다. 지상파 라디오와 케이블TV PD 시절에 이런 경험을 해봤었던가 싶다.
사실 ‘나꼼수’의 승승장구가 ‘성공’이며 그 요인을 분석하라면 아마도 ‘속살 노출’에 있지 않을까. 홍보 전략이 주효했다느니, 탄탄한 제작 구성의 개가라느니 하는 건 ‘X도’ 없다. 욕설을 하건, 비아냥대건, 귀에 거슬리는 너털웃음을 폭발하건 속에 있는 말을 다하자는 주의다. 편집 없이 그대로 내되 그 평가를 온전히 청취자에게 맡기자는 것이다.
딴지라디오 '김어준의 꼼수다'의 김어준씨.
이런 주의(主義)에는 ‘청취자는 똑똑하다’는 가치가 내재돼 있다. 이는 대중은 아둔하기에 그들을 선동하는 대신 계몽해야 한다는 수구적 사고로부터의 탈피인 셈이다. 주요 방송 매체를 장악해 여론을 호도해도 낡은 정치를 하나하나 청산하는 대중, 어찌 공경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스마트폰’을 통한 청취자는 ‘스마트’하다는 믿음. 성문화(成文化)되지 않았으나 이 프로그램 제작 정신 1호다.
이러다보니 PD는 제작 원본에 오프닝 클로징 시그널 붙이고, 중간에 패러디CM, 당일 주제에 대한 2~3분 내외의 녹음구성을 삽입하며, 간간이 대화 속에서 깍두기 노릇하는 정도다. PD의 ‘권위’란 없다. ‘가오(일본말에서 온 있는 척한다는 속어)’가 없지만 이것도 전략이라면 전략이다.
그러나 핵심은 따로 있다. ‘웃음의 혁명성’이다. 사실 정치 담론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심각하게 전개할 수 있다. 폼 잡고 건조하게 때로는 누구도 알아듣지 못하고 본인도 잘 모르는 고담준론을 섞어가며. 그러나 그래서는 똑똑한 대중의 외면만 살 뿐이다. 정치도 밥 먹고 똥 누고 남여상렬지사에 열광하는 일상의 한 행위다. ‘나는 꼼수다’는 화려한 언사와 구상 뒤에 숨겨진 권력자들의 유치한 욕망체계를 깨놓고 야유하는 맛이 있다.
8회 방송의 한 부분이다. 자동차 면허 기준을 완화하는 정책이 나왔다. 국민의 편익을 도모하는 정책인 듯 간주된다. 하지만 그 안에서 면허 취득자를 크게 늘여 자동차 매출 상승을 노리는 꼼수가 발견된다. 결국 자동차부품을 납품하는 형님 회사(다스)의 영업에 도움을 끼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생산된다. 그러나 옹졸하고 무책임하기까지 한 결론은 이거다. “각하는 절대 그럴 분이 아니다”라는. 그래도 대중은 즐거워하는 눈치다.
‘나는 꼼수다’가 업데이트되는 날(목요일)에는 나의 트위터(@funronga)가 몸살을 앓는다. 낮 12시 녹음이고 빨라야 저녁 6시 쯤 업데이트하는데 ‘틈만 나면 올라왔나 본다. 언제 들을 수 있느냐’는 문의가 아침부터 폭풍처럼 몰려온다. 우물가도 아니고 우물가 가기 전 상태에서 숭늉 찾는 분들이다. 그러나 반갑고 고맙다.
정치적 편향성을 우려하며 MBC가 김미화 김흥국을 내보냈다. 문화방송은 나아가 소속 직원의 대외 발언, 심지어 고정 출연자의 방송 외 자리에서의 주장까지 공정성 여부를 심의하겠다고 한다. 정치적 편향성을 규제받는 제도권 방송의 한계이기도 하겠으나 ‘나는 꼼수다’와 확연히 대조된다. 대중을 계몽하는 방송 대 대중을 존경하는 방송으로 구획되기에 말이다. ‘만나면 좋은 친구’라고 하면서 선생님 노릇하려는 문화방송과, 재담어린 친구의 자리를 선택한 ‘나는 꼼수다’ 둘 중에 누구에게 미래가 있을까.
방송통신융합시대라는 말은 오래전에 나왔다. 7월부터 LTE라는 4세대 통신망이 들어섰다. 케이블이 지상파 TV 수신 업무를 80% 이상 흡수했듯, (무선) 인터넷은 지상파 라디오의 이동 수신 기능을 대체할 것이 분명하다. 사실 유선 인터넷망을 통해 KBS 콩, MBC 미니, SBS 고릴라 등 인터넷 라디오방송 수신 프로그램이 보편화돼 있지 않던가. 지상파 전파가 아닌, 노트북, 태블릿PC, 스마트폰 등과 연결된 무선 인터넷망이 라디오 프로그램의 새로운 전달 수단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나는 꼼수다’는 이렇게 저렇게 새로운 미디어 환경 속에 놓이게 됐다. 우리는 도약할까. 라디오 업계 1위 문화방송을 뛰어 넘을 수도 있을까.
‘흥행’에 고무돼 유료 광고를 받고 공개방송과 주 2회 방송을 해보자는 제안, 얼마 전 김어준 총수에게 했다. 그랬더니 ‘배고픈 사람들이 골방에서 시시덕거리며 떠드는 식의 콘셉트를 포기하지 말자’고 답한다. 나의 거품 낀 망상은 그렇게 정리됐다. 고단한 시대를 살며 정치적 혁명을 꿈꾸는 이웃을 위한 ‘뒷다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으로 우리의 본령(本令)을 설정한다. 참고로 이 프로그램은 2013년 2월까지만 진행된다. 이후에는 그 분이 못 들으실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이 나라가 IT강국이라 해도 감옥에서까지 스마트폰을 허용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인터넷 방송 ‘딴지 라디오, 나는 꼼수다’가 수개월 째 인기다. 4일 현재 애플 앱스토어 팟캐스트 국내 다운로드 순위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지난 4월 첫 방송부터 현재까지 12회 방송분이 모두 팟캐스트 인기 파일 순위 33위 안에 포함됐다. 인터넷 방송이 주류 방송사를 제치고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이례적인 일이다.
‘나는 꼼수다’는 ‘각하 헌정 방송’이라면서 지난 4월27일 첫 방송된 ‘BBK 총정리’를 시작으로 4대강 사업, 청계재단, 반값등록금, 부산저축은행 등 ‘각하’에게 불편한 이야기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기업체 광고도 없이 매주 1시간여 동안 심각한 주제가 다뤄지는데도, 이 방송을 듣다 보면 ‘웃음이 빵빵 터진다’는 반응이 폭주하고 있다.
사회 권력층에 과감한 ‘똥침’을 날려 왔던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현 정부 출범 후 각종 방송에서 잘렸지만 ‘날선’ 시사평론을 이어오고 있는 김용민 평론가, 지난 대선에서 ‘BBK 저격수’로 불린 정봉주 전 17대 통합민주당 국회의원이 방송을 시작했고, 지난 6월부터 권력층 비리 탐사 보도로 유명한 주진우 시사인 기자가 합류해, 쟁쟁한 입담을 선보이고 있다.
현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거침없는 ‘신문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나는 꼼수다’의 인기는 역으로 주류 언론의 혹독한 자성을 촉구하는 ‘회초리’가 되고 있다. 김어준 총수는 “우리가 잘한 게 아니라 현재 미디어 환경이 우리를 돋보이게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고, 주진우 기자는 “빨리 언론이 제 자리를 잡아서 우리가 이 방송에서 얘기하는 게 재미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미디어오늘은 김용민 평론가와 전화 인터뷰, 김어준 총수는 MBC, 정봉주 전 의원은 한겨레 , 주진우 기자는 시사인에서 각각 만나 ‘나는 꼼수다’의 과거-현재-미래와 현 정권의 미래에 대한 인터뷰를 했다. 다음은 이들 인터뷰를 종합한 것이다.
- ‘나는 꼼수다’ 방송이 팟캐스트 다운로드 순위 1위를 차지했다. 인기 배경은?
김어준: “각하 덕분이다.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듣지 않을 무한 권력이 독재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현 정권이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는 최대한 듣지 않도록 미디어가 다양한 방식으로 그 이야기를 막고 있다. 그로인한 시민들의 결핍이 있는 것이다. 사실 콘텐츠는 스스로를 입증하고 스스로 전파된다고 생각한다. 재밌게 잘 만들면 어떤 홍보나 마케팅이 없이도 스스로 전파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떤 공지도 하지 않은 것이다. 팟캐스트 1위를 할 것이라고는 예상했다. 이렇게 빨리 될지는 몰랐다.”
김용민: “예를 들어 씨모텍 관련 방송 뉴스를 모니터링 해보면, 언론이 사장 자살에 대해 대통령 친인척의 연관성, 권력 관계 등을 제대로 짚어주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100% 진실이라고 단언할 수 없지만, 언론이 못하는 얘기를 해주고 있다. 또 지적 욕구를 즐겁게 풀어주면서 이명박 시대에 대한 문제 의식까지 결합돼 역린을 건드리는 것 같다.”
정봉주: “사람들이 듣고 싶은 얘기를 해주니까 열광하는 게 있다. 또 사람들이 이 방송을 들으면서 반성문을 쓰고 있는 것 같다. 현 정부 지난 세월에 아무에게도 고백할 수 없었지만 쪽팔린 게 있었다고 본다. 최시중에 장악된 자기검열, 혹시 뭔가에 걸릴까봐 두려워했던 지난 세월에 대해 반성하다보니 더 폭발적인 반응이 있었다고 본다. 거리에서 촛불을 들고 싶고 돌도 들고 싶은데 못했던 것을 이 방송을 들으면서 작은 실천을 하고 있다고 본다. 또 진지한 정의는 사람들에게 별로 감흥을 주지 못한다. 격을 깨는 유머와 입체적으로 뜯어보는 콘텐츠도 영향을 끼쳤다고 본다.”
주진우: “정보의 홍수지만, 왜곡된 정보가 있는 언론 시장에 살고 있기 때문에 인기가 있는 것 같다. 주류 언론이 왜곡하려고 하고 중요 이슈를 보도하지 않으려고 했던 것들이 이 방송을 인기 있게 하는 가장 큰 이유다.”
- 팟캐스트에서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보다 순위가 높아 깜짝 놀랐다.
김어준: “(우리 방송이 손석희) 그 분의 네임 밸류를 넘었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그분은 할 수 있는 이야기와 할 수 없는 이야기의 선이 존재한다. 그 선에서 움직이는 것의 한계가 있다. 그런데 현 정부에서는 이야기를 하는 선이 너무 낮아져 청취자들의 갈증이 워낙 커졌다. 우리 전파력은 그 갈증 덕분이고, 갈증을 만든 각하 덕분이다.”
김용민: “지상파 방송은 한계가 있다. 욕도 할 수 없고, 정치인에 대한 호불호도 제약 받는 게 현실이다. 우린 인터넷 방송으로서 편파성을 띨 수 있고 그걸 활용해 즐거울 수 있다.”
정봉주: “시선집중은 모범적인 방송이다. 그러나 ‘나는 꼼수다’는 문제아처럼 격식을 차리지 않고 방송한다. ‘점잖은 것은 개나 갖다 줘라’는 식의 방송이다. 그러다 보니 평상시 갖고 있던 잠재적 본능이 드러난다. 사실 ‘나쁜남자’를 사랑하게 되는 증후군 같은 것이 ‘나는 꼼수다’는 있다. 감정의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이다.”
- 팟캐스트를 이용한 방송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김어준: “인터넷 방송을 할까 생각했는데, 스마트폰이 나오는 것을 보면서 팟캐스트를 이용한 방송을 하기로 결정했다. SNS와 스마트폰과 방송이 결합하면 콘텐츠가 스스로를 입증해 전파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딴지일보가 10여 년 전에 개인이 신문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면, 지금 이런 환경에서는 개인이 방송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런 방송을 누군가 틀림없이 또 시도할 것이고, 더 늘어날 것이다. 물론, (빵 터지려면)이런 방송은 사람들이 원하는 갈증의 지점을 정확하게 찔러줘야 한다.”
김용민: “현 정부 출범 이후 여러 방송사에서 잘리면서 나를 너무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곳에 들어가 부담을 끼치기 보다는 깃발을 들고 진지를 구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 6․2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SNS의 힘을 봤다. 좋은 콘텐츠는 사람들이 링크를 통해 들어오는 아이폰 혁명을 봤다. 무선 인터넷이 확충되고 일반화되면 지상파 방송사의 전파 기득권은 의미가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됐다. 김어준 총수에게 방송을 제안했다. 대선, 총선을 1년 앞둔 상황이라서 국가 미래에 대한 관심이 많은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했다. 방송 비용도 많이 안 든다. 제작, 편집에 PD로 내가 참여하고, 마포 FM 스튜디오 임대비는 방송 녹음 2시간에 5만 원이다. 인건비는 전혀 없고 식사비로 3만6000원 나가는 게 전부다. 향후에도 광고나 후원금은 받을 않을 예정이다. 김 총수는 ‘그런 돈이 우리의 기조이자 기틀인 말할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MB의 문제가 주로 돈 문제와 결부된 것들인데 우리 역시도 돈 때문에 시험에 든다면 문제가 되지 않겠나.”
정봉주: “CBS ‘김어준의 저공비행’, ‘시사자키’, SBS ‘김어준의 뉴스엔조이’ 같은 김어준 총수 방송에 고정 게스트로 2005년부터 함께 해왔다. 현 정부 들어오면서 김 총수는 잘리고 나는 낙선했다. 이후부터 ‘새로운 미디어 시대가 열린다. 개인 미디어 시대다. 방송 장악하고 나니 우리들 얘기를 할 미디어가 필요하다. 미리 대비할 필요할 있다’는 얘기를 김 총수와 계속 해왔다. 딴지 라디오 형식으로 인터넷 라디오를 해보자고 둘이 고민을 하다, 김용민씨가 기술적인 지원을 하게 됐다. 비디오는 파일 용량이 크니 아이폰으로 다운 받을 수 있게 라디오 방송을 하자고 했다. 첫 방송을 하고 어디에 파일을 올릴지 몰라 방송 1주일 뒤 올렸다. 그런데 광고한 것도 없는데 어디서 누가 찾아내 방송을 듣고 있었고, 4회부터 빵 터졌다.”
- ‘각하 헌정방송-나는 꼼수다’라고 방송 컨셉을 정한 이유는?
김어준: “내가 만든 거다. 대통령 혼자 모든 문제를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나 이런 문제 있는 구조에 대통령이 결정적인 역할과 세계관을 제공했다고 본다. 군사정권에서 이런 방송이 만들어졌다면 ‘나는 조폭이다’, ‘나는 근육이다’라고 했을 것이다. 요즘은 금융사기단을 보는 느낌이어서 ‘나는 꼼수다’라고 했다.”
김용민: “대놓고 각하에 대해 헌정, 찬양한다고 하면서 즐겁게 접근하는 차원이다. ‘우리 각하는 절대 그럴 분이 아니다’, ‘그런 불경한 마음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얘기해도 청취자들은 다 알아 듣고 즐겁게 되는 거다. 김제동씨 말처럼 ‘웃음의 혁명성’이다. 정리하자면 진실이 없는 사회다. 그러니까 우리가 얘기하는 것도 다 소설이고 과장, 허위라고 대놓고 얘기하고 즐겁게 접근할 수 있다. 또 잘못된 선택을 해서 얼마나 힘든지, 정치가 내 삶을 고단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계기를 마련하자는 취지도 있다. 이점에서 사실 각하를 뽑으신 유권자에게 헌정하는 의미가 있다.”
정봉주: “부시 대통령 임기를 디데이 카운팅 하는 것이 국민들의 공감을 얻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임기 말 각하에 대해서도 얘기를 해야 되는데 정공법을 택하면 다칠 것 같아 이명박 체제하에서 어쩔 수 없이 이렇게 얘기하게 된 것이다. 그 사람이 대통령을 그만 두면 할 얘기가 없을 것 같아서 2013년 임기 때까지만 방송 하자고 했다.”
주진우: “현 정부의 정치 행위는 경제적 꼼수에서 나온다고 본다. ‘자기나 자기 주변이 돈 벌겠구나’라는 관점으로 이 대통령을 보면 모든 게 풀린다고 본다. 언론법, 4대강 사업처럼 큰 사안들에 대해 몇몇 집단만이 누리는 경제적 이익이라는 관점으로 보면, 이 대통령의 철학이 보이지 않나.”
- 민감한 정치적 사안이 줄곧 다뤄지는데, 부담과 고민은 없나.
김어준: “얼마 전에 딴지일보 DB가 지워졌다. 초기부터 2010년 초까지는 오프라인 백업이 있어 복구가 됐다. 지난 1년간 자료는 DB부분만 깔끔히 없어졌다. 이런 적은 처음이다. 전문가 얘기로는 정밀 검사 결과 해킹은 아니고 누군가 서버에 물리적으로 접근해 오프라인에서 삭제했다고 했다. 우연한 실수가 아니라는 것은 100% 확실하다. 그런데 흔적은 없다. 유령이다. 그렇다고 압박감은 느끼는 것은 전혀 없다. 분하다. 더 세게 방송할 것이다. 사실 이 방송에 동의할 수 없고 이 방송이 틀렸다고 생각하면 비슷한 것을 만들면 되지 않나. 왜 우리가 하고 싶은 얘기를 못하게 하나.”
김용민: “외압은 못 느끼고 있다. ‘각하는 절대 그럴 분이 아니다’라며 빗겨나가며 방송하고 있다. 사실 예전에 ‘김구라-황봉알의 시사대담’도 100여회 넘도록 명예훼손 소송이 전혀 없었지 않나. 사실 문제를 제기하고 시비를 걸고 씹는다며 고소하면 옹졸하고 쪽팔리지 않나. 시비를 걸면 더 이슈화가 되지 않겠나.”
정봉주: “지금까지는 (외압) 신호는 없다. 하지만 내 뒤를 안 뒤졌겠나. 2008년에 우리 지역에서 당선된 한나라당 현모 의원이 청와대 만찬에 가니 청와대측에서 현 의원에게 ‘정봉주한테 선거법 위반 혐의로 소송 건 것 없나’고 물었다고 한다. 나한테 신경 쓰고 있다는 거다. 내 발언에 조금은 불편하지 않겠나.”
주진우: “위협은 별로 없다. 무서워하지도 않는다. 가진 것도 없다. 소송도 많이 걸렸지만, 사는 동안 할 말은 하고 살려고 한다. 사람들이 모르고 있거나 알려지지 않은 것을 바르게 알려주고 싶다. 아직 이 방송으로 소송 들어온 것은 없다. 소송이 오면 운명이라 생각하고 받아야 하지 않겠나. 다만, 반 MB 색깔을 가지고 있는 이 방송에 참여하는 것이 회사에 누가 되는 게 아닐지 고민했다. 그래서 이 방송에서 나는 팩트에 엄청 충실하게 임했다. 사실 다른 진행자들의 말을 잘 들어보면 이 방송은 사실에 충실한 방송이다. 편파적으로 사실을 왜곡해 신문을 만드는 일부 대형 보수 언론보다 훨씬 객관적이고 공정하다.”
- 회의, 리허설 같은 방송 준비는 어떻게 하나.
김어준: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을 살리려고 미리 만나서 얘기를 안 한다. 방송에서 앉은 자리에서 바로 시작한다. 이런 저런 것을 준비하면 뺄 것은 빼고 자기 검열을 하게 된다. 그것도 최대한 줄이고 싶었다. 이 방송의 힘은 즉흥성에 있다. 짜여지지 않는 야생성이 콘텐츠의 힘이다.”
김용민: “함께 모여서 준비하는 것은 없다. 주진우 기자는 미리 브레인스토밍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나머지 사람들은 방송 12시 전에 모여서 회의할 사람들이 전혀 아니다.”
정봉주: “편집회의는 일체 없는데, 개인적으로는 자료 준비를 한다.”
주진우: “무슨 회의도 없고 방송 주제도 없고 방송하다가 ‘다음 번에 주진우 기자가 이거 다뤄달라’고 하면 그게 주제가 된다. 이제는 이 방송 듣는 사람들이 많아서 사전회의를 해야 할 것 같다. 기획회의를 하면 잘 될 것 같다. 다른 분들이 알았다고 했는데 고쳐지지는 않을 것 같다.”
- 중요한 것은 결국 콘텐츠다. 방송에 담을 콘텐츠에 대한 고민은?
김어준: “치밀하게 계획된 플랜이 있지 않다. 지금 현재의 문제 의식을 계속 유지하려고 한다. 소스는 끊임없이 (각하가)제공해 줄 것이기 때문에 걱정 안 한다.”
김용민: “가장 중요한 것은 방송 아이템인데, 그 걱정은 전혀 안 한다. 매주 날마다 각하께서 주신다. 사실 이 방송은 구성 이명박, 연출 김용민, 출연 김어준 정봉주 주진우다. 너무 꼼수가 많은 정권이기 때문이다. 사적 이익에 사로 잡힌 국정 농단을 얘기하자면 끝이 없다. 선거 다가오면 정치 뉴스가 쏟아질 것이고 이걸 해석하는데도 시간이 모자를 것이다. 매일 방송을 편성해도 모자르지 않을까.”
정봉주: “크리티컬(critical)한 정치적 이슈를 고민한다. 재밌는 얘기지만 여권이 아픈 얘기, 가리고 싶은 진실을 얘기해야 한다. 사실 정치인들 10명 중 9명이 다칠까봐 그런 얘기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얘기를 국민들이 제일 듣고 싶어한다. 우리 진영의 얘기도 적나라하게 해야 한다. 이런 고민을 담아 공격적으로 지적해야 한다는 게 제 정치적 믿음이다.”
- 각자에게 질문을 드리겠다. 김어준 총수에게는 ‘종편 출범을 앞두고 보수 매체가 다수 등장하는데 나는 꼼수다 같은 정부 비판 방송이 계속 성공할지, 각하의 마지막을 어떻게 예상하는지’ 궁금하다. 정봉주 전 의원에게는 ‘향후 정국 흐름을 어떻게 보는지’ 궁금하다. 주진우 기자에게는 ‘나는 꼼수다 같은 비주류 대안 방송이 얼마나 인기를 얻을 것으로 보는지’ 궁금하다.
김어준: “종편 출범은 ‘나는 꼼수다’로서는 땡큐다. 현 정권이 심어 놓은 두 가지 두려움은 ‘내 밥줄이 끊어질지 모른다’는 것과 그 덕분에 생긴 ‘자기검열’이다. 일반인 뿐 아니라 기자들에게도 이런 게 있다고 본다. 적어도 우리 방송을 하는 네 사람은 자기검열이 대단히 낮은 사람이고 밥줄에 초연한 사람들이다.
각하의 마지막은 각하에게도 쉽지 않고 각하에게 책임을 물어야 되는 사람들에게도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다. 권력은 앞으로 1년 반이면 없어지지만, 각하는 그 권력을 돈으로 대체해 막아내려고 할 것이다. 이미 준비도 많이 하고 있을 것이다. 각하는 대통령이 되고 싶어서 결국 됐고 이제는 재벌이 되고 싶은 것 같다. 각하에게 책임을 묻는 사람들은 무엇을 준비하는 게 필요한 게 아니라 기억하는 게 필요하다. 시간이 지나도 잊어버리지 않게 기억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는 현 정부에서 지나간 일을 모두 기억하고 있다.”
정봉주: “향후 정국은 총선까지는 찔러봤다 뺐다 하며 눈치를 볼 것이다. 일례로, 현 정권에 대한 방송의 분위기를 볼 수 있는 척도는 김용민과 김어준이다. 최근에 김어준, 김용민에 대해 방송 섭외가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한다. 조금씩 기류가 변해가고 있는 것인데 아직 치고 나가지 못하고 눈치를 보는 상황이다. 총선이 지나면 통제가 힘들어질 것이다. 살아있는 권력의 힘이 빠지는 게 여기저기서 보일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 퇴임 이후에는 청문회 같은 것을 통해 역대 대통령 누구보다도 심층적으로 문제가 제기될 것이다.”
주진우: “나는 꼼수다 같은 방송이 인기를 끄는 것은 일시적 현상이 아닐까. 현 정권에 대해 언론사들의 일방적으로 호위하고 있는 것에 대한 염증이 높아져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우후죽순으로 이런 방송이 쏟아져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이렇게 정치, 각하가 망가지고 우리 방송이 인기를 끌고 이같은 다른 방송이 생길수록 국가적 불행 아닌가. 언론이 제자리로 돌아오길 바란다. 신념을 지키라는 말까지는 안 하겠다. 다만 기자들이 쪽팔리지 않았으면 한다. 돈 벌려고 기자하는 것 아니니까 각성하고 이 사태를 정확하게 보고 제자리로 돌아오길 기대한다.”
- 향후 어떤 아이템을 이 방송에서 다뤘으면 하는가.
김용민: “24시간 뉴스까지는 아니더라도 장시간 라이브 방송을 해봤으면 한다. 형식을 파괴하고 권위에 도전하고 무엇보다도 유쾌한 방송을 해보고 싶다. 선거를 앞두고 내년 1월1일부터라도 규모를 갖춰 출범해서 1년간 방송을 해보고 싶다. 방송 내용으로는 지금은 MB 비판이 배제된 뉴스만 하고 있는데, MB가 들으면 불편할 뉴스만 했으면 한다. 이런 뉴스 채널을 만들어 국민의 알권리를 신장하고 싶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편파 방송을 하려고 한다. 김 총수는 ‘나는 편파적이다. 그러나 편파에 이르는 과정은 공정하다’라고 했다. 방송이 겉으로는 객관적이라면서 실제로는 계몽해야 하는 존재로 국민을 인식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유권자, 청취자들은 똑똑하다. ‘편파 방송’에 대해 청취자들이 지지한다면 정당성을 부여받은 것이라고 본다.”
정봉주: “미리 보는 MB 청문회를 했으면 한다. 지난 3~4년간 4대강 사업, 민간인 사찰 논란, 대포폰 같은 이런 얘기를 해야 한다. 문제 제기했던 의원들을 불러서 정말 이 정권에서 어떤 점이 잘못됐는지 지적하고, ‘대통령, 공직자 뽑는 선거에서 역사적 과오가 없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다. 피선출직 공직자들이 우리 역사와 경제에 어떤 폐해를 끼쳤는지도 점검할 것이다. 또 ‘나는 꼼수다’의 역할 중 하나는 ‘정치는 정말 즐거운 것’이라는 거다. 정치는 더 나은 사회를 얘기하고 희망적이라는 게 내 정치 철학이다. 그런데 지금은 즐겁고 재미나면서 희망을 주는 정치인은 유시민과 노회찬 정도다.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정치를 보여주는 싶다. 이런 면을 보여주기에 ‘나는 꼼수다’가 적격이다.”
주진우: “MB나 주변 정권층의 맨 얼굴을 제대로 보여주는 쪽이 어떨지. 사실 어떻게 갈지 잘 모르겠다. 지금 즉석에서 생각해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있는데, 향후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다 구라다.”
- 2013년 2월로 예정된 마지막 방송에서는 어떤 내용을 다뤘으면 하나.
김어준: “미래는 생각 않고 있다. ‘닥치는 대로 살자, 지금 하는 것을 가장 잘하자’라는 생각뿐이다.”
김용민: “2013년 2월에 어떤 분이 비리 혐의로 구속돼 끌려 갈 때 무선 인터넷을 통해 우리 네 사람이 구치소 장면까지 생중계하는 것으로 방송을 마무리하면 멋지지 않겠나.”
정봉주: “현 정권을 총정리하면서 퇴임 이후 짚어봐야 할 문제가 무엇일지 다루려고 한다. BBK, 천안함, 제2롯데월드, 인천공항, 4대강 등 정치적-경제적 의혹과 뒷거래 의혹을 다룰 수 있을 것이다. 살아있는 권력일 때는 말을 꼬아서 했지만, 마지막 방송에서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주진우: “내가 지적할 수 있는 것은 권력형 비리, 삼성, 종교 이 정도다. 사실 마지막 방송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 절대 권력에 대한 돌팔매질, 언론과 각하를 둘러싼 권력 기관들에 대한 돌팔매질을 하다가 방송을 그만 둘 것 같다. 빨리 언론이 제 자리를 잡아서 우리가 이 방송에서 얘기하는 게 재미 없어졌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이 방송을 너무 재밌다고 하는 게 슬픈 일이다.”
* ‘나는 꼼수다’는 애플 아이폰 사용자의 경우 아이튠즈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고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는 딴지일보 홈페이지에서 내려 받아 담아서 들으면 된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아니라도 포털 등 각종 홈페이지를 통해 접속하거나 MP3 파일을 내려 받아 들을 수 있다. 매주 목요일 12시께 마포 FM에서 방송 녹음이 진행되며 이날 저녁에 방송 파일을 다운 받을 수 있다.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