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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소비자·사회가 모두 웃는 ‘삼위일체 마케팅’

코즈마케팅의 시대가 온다


미국 신용카드업체 아메리칸익스프레스는 자유의 여신상 복구공사를 마케팅 캠페인과 연계시켜 세계 최초의 코즈마케팅 사례를 기록했다.

코즈마케팅을 통해 수익과 공익을 함께 실현하는 기업들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면서도 뭉클하다. 틀에 박힌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통쾌함과 사회적 대의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열의가 넘치기 때문이다. 



1983년의 어느 날이었다. 미국 신용카드업체 아메리칸익스프레스(아멕스)의 마케팅 담당자 제리 웰시는 뉴욕 맨해튼 사무실에서 무심히 창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그때 문득 뉴욕항 입구의 리버티 섬에 우뚝 선 자유의 여신상이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한 가지 아이디어가 웰시의 뇌리를 때렸다. 설립한 지 100년이 다 된 자유의 여신상 보수공사를 활용해 마케팅 캠페인을 펼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었다. 기존 고객이 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1센트씩, 신규 고객이 가입할 때마다 1달러씩 기부해 자유의 여신상 보수공사 재원을 마련한다는 구상이었다. 얼마 뒤 웰시의 아이디어는 ‘내셔널 아트 마케팅 프로젝트(National Arts Marketing Project)’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선을 보였다.


고객들의 반응은 예상보다 훨씬 뜨거웠다. 미국의 상징과도 같은 자유의 여신상을 복구하는 데 동참하려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친 것이다. 프로젝트는 큰 성과를 얻었다. 캠페인 기간 동안 카드 사용은 27%나 증가했고, 170만달러에 이르는 복구공사 기금도 모아졌다. 이 프로젝트는 세계 최초의 코즈마케팅(Cause Marketing) 사례라는 기록을 남겼다.


코즈마케팅은 ‘공익을 연계한 마케팅(Cause-Related Marketing)’의 준말이다. 말 그대로 기업이 사회적 대의(大義) 혹은 공공의 이익을 마케팅 활동과 접목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코즈마케팅의 가장 일반적인 형태는 제품 판매와 현금·현물 기부를 연결시키는 방식이다. 즉 고객이 어떤 제품을 하나 구입할 때마다 일정한 금액이나 물건을 자선단체나 공익활동에 기부하는 것이다. 사회적 공익이라는 접점에서 기업·자선단체·소비자가 모두 ‘윈-윈-윈’하는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어내는 셈이다.


‘자유의 여신상’ 복구 기금 마련이 시초


아메리칸익스프레스의 참신한 프로젝트가 큰 반향을 일으킨 이후 미국과 유럽 기업들을 중심으로 코즈마케팅이 널리 확산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서구사회의 문화적 배경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유재훈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미국이나 유럽은 오래 전부터 기부문화가 뿌리내리고 있는 덕분에 코즈마케팅이 활성화하기에 수월한 환경이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화장품업체 에이본도 코즈마케팅의 선구자 중 하나로 꼽힌다. 에이본은 ‘여성을 위한 기업(The Company for Women)’을 모토로 하고 있다. 핵심가치 역시 ‘여성에게 의미 있는 일을 하라’로 설정돼 있다.


에이본은 1990년대 초반 새로운 브랜드 이미지 구축을 위해 한 가지 캠페인을 구상하게 된다. 여성 고객들이 유방암에 대한 불안과 근심이 많다는 점에 착안한 ‘에이본 유방암 퇴치운동(Avon-Breast Cancer Crusade)’ 캠페인이었다.


이 캠페인은 크게 3가지 프로그램으로 이뤄졌다. 우선 유방암 치료 및 예방을 위한 가이드북을 제작·배포해 여성들의 유방암 인식 수준을 높였다. 또 ‘핑크리본’을 부착한 제품을 판매해 수익의 일부를 유방암 연구·예방·치료를 위한 공공기금으로 조성했다. 핑크리본은 유방암에 대한 인식을 나타내는 국제적 상징이다. 1990년대 초 미국에서 개최된 유방암 생존자들을 위한 달리기 행사에서 핑크리본을 나눠준 데서 비롯됐다.


현재 에이본은 매년 약 4000억원 이상의 유방암 퇴치 기금을 조성해 여성들의 건강 향상을 위한 다양한 공익 프로그램에 지원하고 있다. 에이본은 유방암 퇴치운동을 통해 브랜드 가치가 엄청나게 증대되는 성과를 낳았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미국을 중심으로 방문판매에 의존하는 저가형 화장품업체로 통했지만 2000년대 이후 글로벌 3대 화장품 브랜드로 도약한 것이다. 핵심 고객층인 여성들의 건강 증진에 앞장서는 기업 이미지를 구축하면서 세계 소비자들의 신뢰와 지지를 이끌어낸 덕분이다.


이우창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는 “코즈마케팅의 공익 목표를 선정할 때는 자기 사업의 가치사슬을 깊이 이해해야 한다”면서 “에이본은 여성 고객들의 ‘니즈’와 ‘코즈’가 일치하는 지점에서 캠페인을 전개했다는 점에서 코즈마케팅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마케팅의 아버지’로 불리는 필립 코틀러 켈로그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코즈마케팅 도입이 기업들에게 큰 성과를 가져온다고 조언한다.

서구 기업들의 코즈마케팅 사례들을 살펴보면 형식과 내용이 매우 다채롭게 나타난다. 기업마다 사업 목표와 브랜드 지향점에 맞는 마케팅 프로그램을 기획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코즈마케팅은 세 가지로 유형화할 수 있다.


첫째는 제품이 판매될 때마다 일정액의 돈을 적립해 공익단체에 기부하는 방식이다. 둘째는 제품이 판매될 때마다 특정한 현물을 기부하는 방식이다. 셋째는 기업 임직원들이 자신의 능력과 시간을 들여 공익활동에 봉사하는 방식이다. 이른바 재능기부(Pro Bono)다. 재능기부는 당장 제품 판매 증대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중장기적으로 기업 이미지 제고를 통한 브랜드 가치 향상에 크게 기여한다는 점에서 코즈마케팅의 하나로 분류되고 있다.


미국 아이스크림업체 벤앤제리는 출시하는 제품마다 공익적 가치를 연계시키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1988년 벤앤제리는 회사의 이익추구를 넘어 지역사회, 소비자, 환경 문제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 해결에 적극 동참하고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성장해나가겠다는 ‘연계번영(Linked Prosperity)’의 비전을 선포했다.


이때부터 벤앤제리는 평화운동, 열대산림 보호, 장학금 기부, 지구온난화 방지 등 각종 공익활동에 일정액을 기부하는 제품들을 잇달아 선보이며 큰 화제를 불러모았다. 눈길을 끄는 것은 특정한 공익적 가치를 브랜드 명칭에도 적용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피스팝스(Peace Pops)’라는 아이스크림 제품은 수익의 1%를 평화기금으로 적립하는 식이다. 벤앤제리는 기업의 주력사업을 거의 통째로 공익과 연계시켰다는 점에서 매우 시사점이 많은 코즈마케팅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사회적책임·윤리적 소비 대두가 배경


그렇다면 선진 기업들을 중심으로 코즈마케팅이 부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배경은 시대적 조류와 기업 환경의 변화다. 20세기 이후 세계 경제가 장족의 발전을 이루는 과정에서 기업들의 영향력과 지배력도 엄청나게 커졌다. 그러면서 기업의 사회적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CSR)에 대한 요구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아울러 시장경제의 또 다른 주축인 소비자들의 의식도 크게 바뀌고 있다. 특히 구매행위를 할 때 단순히 품질이나 가격만을 고려하는 게 아니라 해당 기업의 사회적책임 준수 여부를 꼼꼼하게 따지는 이른바 ‘윤리적인 소비’가 메가트렌드로 떠오른 것은 주목할 만한 변화다. 게다가 시민의식 제고로 기부나 봉사 등 공익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소비자들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기업 입장에서는 사회적책임 요구 강화와 윤리적 소비 확대에 적극 대응하지 않을 수 없는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이 같은 경영환경 변화를 적극 수용하고 대응하는 기업들이 증가하면서 코즈마케팅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시장정보분석업체 닐슨이 세계 56개국 소비자 2만8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46%가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닐슨은 이들을 ‘사회적 의식이 있는 소비자(Socially Conscious Consumers)’로 정의했다.


특히 이들 소비자 집단은 환경, 교육, 기아 문제 등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기업이 코즈마케팅 프로그램의 우선순위를 정할 때는 소비자들이 중시하는 사회공헌활동을 충분히 감안해야만 한다는 게 닐슨 측의 조언이다.


이우창 교수는 “코즈마케팅을 하려면 반드시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코즈를 선정해야 한다”면서 “특히 자사 브랜드의 철학이나 지향점과 연관성을 가진 코즈를 선정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가령 생명보험회사라면 은퇴 후 제2의 인생 설계와 마케팅을 연결시키는 게 바람직할 수 있다. 고령화라는 사회적 이슈와 보험사 본연의 사업영역이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유재훈 연구원은 “사회적 이슈는 대개 심각한 것이 많다”면서 “하지만 코즈마케팅에 활용할 이슈는 너무 무겁지 않은 게 좋다”고 했다. 소비자들이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의 이슈를 잡아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유 연구원은 “공익을 앞세워 돈벌이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받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들어 코즈마케팅을 도입하는 사례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 제품 판매와 기부를 연결하는 코즈마케팅의 구조적 특성상 주로 화장품, 식료품, 생활용품 등 소비재를 생산·판매하는 B2C(Business to Consumer) 기업들이 비교적 활발한 편이다.


국내 최초로 코즈마케팅을 활용한 기업으로는 유한킴벌리가 꼽힌다. 유한킴벌리는 1984년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을 펼치기 시작했다. 기저귀와 티슈 등 종이를 원료로 하는 생활용품을 생산하는 사업의 특성을 감안해 나무 심기와 숲 가꾸기라는 공익사업을 선택한 것이다. 유한킴벌리는 지난 30년간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을 일관되게 지속하면서 환경보존에 앞장서는 독보적인 기업 이미지를 확보할 수 있었다.



(위) 유한킴벌리는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을 통해 국내 코즈마케팅의 선구자 역할을 했다. / (아래) 오비맥주는 OB골든라거 판매 수익 일부를 적립해 ‘사랑의 쌀’을 기부하고 있다.


주류업체 오비맥주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OB골든라거 사랑의 기부축제’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사랑의 기부축제는 서울 및 수도권의 1500여개 주류판매업소에서 OB골든라거 한 병이 팔릴 때마다 100원씩 적립한 기금으로 ‘사랑의 쌀’을 복지단체에 전달하는 캠페인이다. OB골든라거는 2011년 출시 후 2년 만에 3억5000만병 이상 팔려나가며 맥주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자연히 사랑의 기부축제도 탄력을 받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약 8.3t의 쌀을 기탁하는 실적을 올렸다.


국내에선 소비재 기업 중심으로 도입 확산


오비맥주 관계자는 “사랑의 기부축제는 주류판매업소와 소비자들이 함께 소외된 이웃을 돕는 사회공헌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앞으로도 꾸준히 캠페인을 펼쳐 나눔과 봉사라는 사회적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 시장에서 코즈마케팅을 펼치는 기업도 눈에 띈다. 금호타이어가 그런 사례다. 금호타이어는 2012년 독일 전역의 자사 제품 유통점에서 ‘구트 타트 , 구트 파르트(Gute Tat, Gute Fahrt: 좋은 일 하고 안전운전 하세요)’ 캠페인을 실시했다. 소비자가 직접 참여하는 투표를 통해 교통사고 피해자 후원단체, 불우아동 후원단체, 저소득층 무상배식 후원단체 등 3개의 공익재단에 각각 10만, 5만, 1만 유로를 기부했다. 기부활동을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연계시킨 셈이다.


이 캠페인은 세계 타이어업계 최초의 코즈마케팅 사례라는 게 금호타이어 측의 설명이다. 금호타이어는 영국에서도 ‘굿 코즈(Good Cause)’라는 캠페인을 통해 타이어 구매 고객들의 투표를 토대로 푸드뱅크, 환경단체 등에 후원금을 전달했다. 올해부터는 국내에서도 코즈마케팅 캠페인을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윤리적 소비와 동반성장 등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어 코즈마케팅 활동의 기반이 갖춰졌다고 판단된다. 앞으로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다양한 코즈마케팅으로 고객들에게 가치 있고 보람된 소비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 금호타이어는 독일에서 ‘구트 타트, 구트 파르트’ 캠페인을 통해 코즈마케팅을 시도했다. / (아래) 현대카드는 서울역 시내버스 환승센터를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해 서울시에 기부했다.


현대카드는 파격적이고 혁신적인 광고·마케팅 활동으로 정평이 난 기업이다. 세계 최정상급 아티스트들을 초청해 개최하는 초대형 공연 이벤트 ‘슈퍼콘서트’는 현대카드만의 자유분방함과 독창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현대카드는 금융업종이지만 디자인 경영을 매우 중시한다. 회사 고유의 서체까지 만들어낼 정도다. 게다가 특유의 디자인 역량을 바탕으로 재능기부도 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지난 2009년 서울역 시내버스 환승센터를 직접 디자인·제작해 서울시에 기부했다. 이 환승센터는 단순한 버스 승차장이 아니라 미디어아트와 함께 버스운행정보, 도시정보 등을 제공하는 공공예술 공간이자 랜드마크 기능을 한다. 첨단 기술과 예술적 디자인을 결합한 덕분에 세계적 권위의 디자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대카드는 공공디자인이 도시 경쟁력에 매우 중요하다는 판단에서 환승센터를 기부했다. 자신들이 가진 고유의 강점과 역량을 활용해 새로운 사회공헌 방식을 시도했다는 설명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서울역 환승센터는 당장 수익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늘 시민들에게 현대카드를 인지시키는 효과를 낳는다고 볼 수 있다”면서 “따라서 중장기적으로 브랜드 이미지와 가치를 제고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기업의 사회적책임에 대한 컨설팅·교육·전략 등을 제공하는 미국의 비영리단체 BSR(Business for Social Responsibility)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CSR은 기업들에게 다양하고 실질적인 혜택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과 시장점유율 증가를 비롯해 브랜드 포지셔닝 강화, 기업 이미지와 영향력 제고, 직원들에 대한 동기부여 증가, 투자자와 애널리스트의 긍정적 인식 증가 등이다. 코즈마케팅 역시 CSR과 공통분모가 많은 까닭에 비슷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우창 교수는 “코즈마케팅의 성과는 계량화하기 쉽지 않지만 분명한 것은 기업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는 점”이라며 “기업들이 코즈마케팅을 잘 활용한다면 더 큰 기업으로 가는 길을 열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이코노미조선 김윤현 기자  2013.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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