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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하 덕분에 세계 1위 등극.


[기고] 김용민 시사평론가 "딴지스타일, 스마트폰 방송 초대박의 비결"
김용민·시사평론가 | funronga@empal.com  

얼마 만에 앉아보는 콘솔 석인가. TV 라디오 도합 일일 고정 6개를 소화하는 ‘잘 팔리는’ 방송 연사인 나지만, 본의 아니게 접게 된 PD의 꿈을 언젠가는 다시 실현하겠노라 수차례 다짐했다. 특정 방송사에 입사하는 방법부터 아예 창업하는 부분까지, 그러나 어느 것 하나 양지 위에 길이 아니었다. 더러는 실패하고 더러는 체념했다. 

남의 스튜디오를 돈 주고 빌려서 일주일에 한 번, 그것도 녹음하는 것이지만, 지상파 매체가 아닌 스마트폰 이용자에 한정해 서비스이고 아울러 금전적 반대급부는 없으나 그 PD의 꿈은 달성됐다. <딴지일보> 딴지라디오의 ‘이명박 대통령 헌정방송, 김어준의 나는 꼼수다’ 제작자로 말이다. 총수 김어준 형과 정봉주 17대 의원 덕이다. 스마트폰 보급 2천만 시대라는 점, 무엇보다도 국민 속에서 뜨겁게 고양되고 있는 정치 개혁에 대한 열망, 이것이 방송의 밑천이요 종자돈이다. 그렇게 우리는 4.27 재보선 다음 날,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자리한 마포FM에서 첫 온에어 등을 켰다. 

모든 게 주먹구구였다. 타이틀을 무엇으로 할지도 녹음 1분 전에 정했다. 사실 아이디어가 분분했다. 종국에 채택된 ‘나는 꼼수다’말고 ‘나는 가카다’, ‘나는 총수다’(김어준) ‘안녕하십니까 서울 노원갑 17대 국회의원 민주당 소속 정봉주와 그 추종자들입니다’ ‘대인의 자격’(정봉주) ‘코리아 리크스’, ‘명박허전’(김용민) 등이 물망에 올랐다. 당일 화젯거리에 대해서는 구두 논의 30여초 정도만 소요됐다. 서태지 이지아 사건이 BBK 의혹 문제와 맞물려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내용이 첫 주제가 됐다. BBK 의혹에 관한 한 정치권 최고 권위자가 바로 정봉주 전 의원 아니었던가. 이명박 대통령보다는 못하겠으나 그 다음으로 실체적 진실에 다가간 이로 그를 외면할 수 없다. 

시험 삼아 몇 건 올렸는데, 말하자면 ‘공식 오픈’이니 ‘개국’이니 하는 말을 입 밖에도 꺼내지도 않았는데 속칭 ‘난리’가 났다. 청취자의 폭발적인 반응이 집중된 것이다. 그리고 두 달여. 6월 마지막 날, 8회가 올라왔는데 ‘초대박’이라는 표현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아이튠즈 집계 전체 2위이다. ‘두시탈출 컬투쇼’와 1위 자리를 놓고 호각지세이며, 뉴스 정치 분야의 ‘손석희의 시선집중’, ‘박경철의 경제 포커스’를 초월해 1위 자리를 굳힌 지 오래다.

한 지상파 드라마 PD가 "듣다보면 뒤집어진다. 통쾌하다"(김민식 MBC PD 블로그)며 호평하고, 트위터 안에서 “커피숍에서 언니들이 떼로 모여 ‘나는 꼼수다’ 이야기한다. 대단하네. 그 방송”(ID: nabts)이라고 소개하는 글을 발견할 수 있다. 한 기자 전언에 따르면 권력 핵심부 인사가 이 방송을 듣고는 ‘청와대 안에 엄청난 빨대(정보원)가 있는 것 같다’며 염려했다고 한다.

청취자는 ‘후원금 계좌를 알려 달라. 시원하게 쏘겠다’, ‘정봉주 전 의원 지역구로 이사가 19대 총선에서 도움을 주고 싶다’, ‘김어준 총수의 말을 성경 다음으로 믿는다’며 지지와 성원을 보낸다. 지상파 라디오와 케이블TV PD 시절에 이런 경험을 해봤었던가 싶다.

사실 ‘나꼼수’의 승승장구가 ‘성공’이며 그 요인을 분석하라면 아마도 ‘속살 노출’에 있지 않을까. 홍보 전략이 주효했다느니, 탄탄한 제작 구성의 개가라느니 하는 건 ‘X도’ 없다. 욕설을 하건, 비아냥대건, 귀에 거슬리는 너털웃음을 폭발하건 속에 있는 말을 다하자는 주의다. 편집 없이 그대로 내되 그 평가를 온전히 청취자에게 맡기자는 것이다.

딴지라디오 '김어준의 꼼수다'의 김어준씨.

이런 주의(主義)에는 ‘청취자는 똑똑하다’는 가치가 내재돼 있다. 이는 대중은 아둔하기에 그들을 선동하는 대신 계몽해야 한다는 수구적 사고로부터의 탈피인 셈이다. 주요 방송 매체를 장악해 여론을 호도해도 낡은 정치를 하나하나 청산하는 대중, 어찌 공경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스마트폰’을 통한 청취자는 ‘스마트’하다는 믿음. 성문화(成文化)되지 않았으나 이 프로그램 제작 정신 1호다.

이러다보니 PD는 제작 원본에 오프닝 클로징 시그널 붙이고, 중간에 패러디CM, 당일 주제에 대한 2~3분 내외의 녹음구성을 삽입하며, 간간이 대화 속에서 깍두기 노릇하는 정도다. PD의 ‘권위’란 없다. ‘가오(일본말에서 온 있는 척한다는 속어)’가 없지만 이것도 전략이라면 전략이다.

그러나 핵심은 따로 있다. ‘웃음의 혁명성’이다. 사실 정치 담론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심각하게 전개할 수 있다. 폼 잡고 건조하게 때로는 누구도 알아듣지 못하고 본인도 잘 모르는 고담준론을 섞어가며. 그러나 그래서는 똑똑한 대중의 외면만 살 뿐이다. 정치도 밥 먹고 똥 누고 남여상렬지사에 열광하는 일상의 한 행위다. ‘나는 꼼수다’는 화려한 언사와 구상 뒤에 숨겨진 권력자들의 유치한 욕망체계를 깨놓고 야유하는 맛이 있다.

8회 방송의 한 부분이다. 자동차 면허 기준을 완화하는 정책이 나왔다. 국민의 편익을 도모하는 정책인 듯 간주된다. 하지만 그 안에서 면허 취득자를 크게 늘여 자동차 매출 상승을 노리는 꼼수가 발견된다. 결국 자동차부품을 납품하는 형님 회사(다스)의 영업에 도움을 끼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생산된다. 그러나 옹졸하고 무책임하기까지 한 결론은 이거다. “각하는 절대 그럴 분이 아니다”라는. 그래도 대중은 즐거워하는 눈치다.

‘나는 꼼수다’가 업데이트되는 날(목요일)에는 나의 트위터(@funronga)가 몸살을 앓는다. 낮 12시 녹음이고 빨라야 저녁 6시 쯤 업데이트하는데 ‘틈만 나면 올라왔나 본다. 언제 들을 수 있느냐’는 문의가 아침부터 폭풍처럼 몰려온다. 우물가도 아니고 우물가 가기 전 상태에서 숭늉 찾는 분들이다. 그러나 반갑고 고맙다.

정치적 편향성을 우려하며 MBC가 김미화 김흥국을 내보냈다. 문화방송은 나아가 소속 직원의 대외 발언, 심지어 고정 출연자의 방송 외 자리에서의 주장까지 공정성 여부를 심의하겠다고 한다. 정치적 편향성을 규제받는 제도권 방송의 한계이기도 하겠으나 ‘나는 꼼수다’와 확연히 대조된다. 대중을 계몽하는 방송 대 대중을 존경하는 방송으로 구획되기에 말이다. ‘만나면 좋은 친구’라고 하면서 선생님 노릇하려는 문화방송과, 재담어린 친구의 자리를 선택한 ‘나는 꼼수다’ 둘 중에 누구에게 미래가 있을까. 

방송통신융합시대라는 말은 오래전에 나왔다. 7월부터 LTE라는 4세대 통신망이 들어섰다. 케이블이 지상파 TV 수신 업무를 80% 이상 흡수했듯, (무선) 인터넷은 지상파 라디오의 이동 수신 기능을 대체할 것이 분명하다. 사실 유선 인터넷망을 통해 KBS 콩, MBC 미니, SBS 고릴라 등 인터넷 라디오방송 수신 프로그램이 보편화돼 있지 않던가. 지상파 전파가 아닌, 노트북, 태블릿PC, 스마트폰 등과 연결된 무선 인터넷망이 라디오 프로그램의 새로운 전달 수단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나는 꼼수다’는 이렇게 저렇게 새로운 미디어 환경 속에 놓이게 됐다. 우리는 도약할까. 라디오 업계 1위 문화방송을 뛰어 넘을 수도 있을까.

‘흥행’에 고무돼 유료 광고를 받고 공개방송과 주 2회 방송을 해보자는 제안, 얼마 전 김어준 총수에게 했다. 그랬더니 ‘배고픈 사람들이 골방에서 시시덕거리며 떠드는 식의 콘셉트를 포기하지 말자’고 답한다. 나의 거품 낀 망상은 그렇게 정리됐다. 고단한 시대를 살며 정치적 혁명을 꿈꾸는 이웃을 위한 ‘뒷다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으로 우리의 본령(本令)을 설정한다. 참고로 이 프로그램은 2013년 2월까지만 진행된다. 이후에는 그 분이 못 들으실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이 나라가 IT강국이라 해도 감옥에서까지 스마트폰을 허용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참고로 청취 방법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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