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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화폐·SNS이용 교환·대여…
협동·소통 익숙한 세대 주목 
소유권 아닌 이용권 판매 등
10년내 비즈니스 형태 바뀔것




1977년 한 요트선수가 하와이에서 로스앤젤레스로 항해하던 중 북태평양 아열대 환류지대에서 텍사스 면적의 두 배 정도 되는 섬을 발견했다. 불행하게도 그것은 지리상의 발견이 아니라 거대한 쓰레기 더미로 판명됐다. 소용돌이치는 해류가 육지에서 버린 부유물을 그러모아 두께 30m, 350만t의 ‘둥둥섬’을 만들었던 것.

<위 제너레이션>의 지은이 레이철 보츠먼은 태평양의 거대 쓰레기 지대와 2008년 경제붕괴를 언급하면서 “산업화를 통해 성장에 성장을 거듭한 지난 200년은 하나의 폰지 사기”라고 했다. 폰지 사기란 신규 투자자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 등을 지급하는 다단계 금융사기를 뜻한다.

“우리는 천연자원을 거의 다 써버렸고, 대기에 유독가스를 내뿜었고, 우리가 죽은 뒤에도 없어지지 않고 살아남을 낭비성 제품들을 만들었다. 본질적으로 우리는 돌려주거나 보답할 생각은 하지 않고 그저 가져다 쓰기만 했다.” 지은이는 과잉소비에 쓰고 있는 에너지를, 공동체의 유대를 강화하고 지구의 생존에 관심을 기울이는 데 쓸 수만 있다면 과거에 저지른 실수를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바로 ‘협동소비’다. 인터넷의 피투피 커뮤니티, 또는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해 물품과 서비스를 교환, 대여, 임대, 공유하는 소비를 말한다.

레이철 보츠먼은 옥스퍼드, 하버드대에서 학위를 받은 여성 기업 컨설턴트로, 수많은 기업의 경영을 컨설팅하면서 협업과 공유가 미래를 지배할 블루오션이자 비즈니스 패러다임임을 확신하고 사회혁신 전도사로 변신했다. 그가 제시하는 협동소비는 의류, 장난감, 공구의 공유 또는 교환에서 사무실, 자전거, 승용차 공유까지 다양하며 생활협동조합, 지역화폐, 카우치서핑 등 서비스까지 포괄하는 것으로 눈에 띄게 성장하는 소비형태들이다.

지은이는 △커뮤니티의 중요성에 대한 깨달음 △사회관계망 서비스와 실시간 기술의 홍수 △환경에 대한 관심의 고조 △소비 행동을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하게 한 전지구적 불황 등 조건이 무르익었다고 진단한다. 지은이가 찬양해 마지않는 협동소비의 주체는 ‘위 제너레이션’. 자기만을 위한 소비가 미덕이었던 부모세대 ‘미 제너레이션’과 달리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한 협동과 소통에 익숙한 세대다. 그들은 굳이 환경보호, 또는 사회봉사 등 거창한 명분을 내세우지 않는다. 몸 가벼운 이들이 제품의 소유에서 이용으로 무게를 옮겼을 뿐이다.


2007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산업디자인 연례회의가 열렸다. 참석자 1만여명이 몰리면서 호텔 방이 동이 났다. 조 게비아와 브라이언 체스키는 아파트 임대료를 벌 겸 남는 방을 임대하여 일주일 만에 1000달러를 벌었다. 이를 계기로 이듬해 여행객과 지역 주민의 빈 방을 연결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웹사이트 ‘에어비앤비’를 열었다. 대박! 2010년 4월 기준 회원수 8만5000명. 126개국 3234개 도시의 1만2000개 방이 등록돼 있다. 이용자들이 그냥 호텔에 머물렀다면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과 추억과 문화를 공유하게 되는 것은 덤. 1만건 이상의 거래가 이뤄졌는데, 아파트가 생각보다 덜 깨끗하다거나 예약자가 나타나지 않을 때가 더러 있었지만 상호신뢰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이러한 협동소비는 앞으로 10년 내 비즈니스의 형태를 전반적으로 바꿀 것이라는 게 지은이의 전망이다.
“사람들은 여분의 것, 예컨대 하루 22시간을 세워두는 자동차, 여름휴가철 비워두는 아파트, 평생 6~13분 쓸 뿐인 전동드릴 등의 사용권을 파는 피투피 시장을 제2의 수입원으로 여길 것이다. 자동차 회사는 차를 파는 회사가 아니라 기동성을 제공하는 회사로 바뀔 것이며, 대개의 판매사는 물품의 인도에서 유지보수, 나아가 수명이 다한 뒤 폐품 처리까지를 업무영역으로 칠 것이다. 제품과 서비스를 통합할 때 더 높은 이윤을 낼 것이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디자인 개념과 신분상징도 바뀔 것으로 본다. 용도, 내구성보다는 제품의 아름다움에 무게를 둔 카림 라시드식 디자인은 발을 못 붙일 것이며 오늘은 재규어, 내일은 벤츠 식으로 임대서비스에 가입한 것을 뻐기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본다.

주목할 것은 사람들이 일반 은행계좌와 함께 신뢰도 계좌를 갖게 된다는 점이다. 즉 인터넷상의 평판이 사이버화폐 구실을 한다는 것이다. 사이버상의 규칙을 준수하고 다른 사람들을 도울수록 더 높은 평판점수를, 협동소비에 많이 참여할수록 더 많은 점수를 얻으며, 그 결과는 어느 사이트를 막론하고 통용할 수 있게 된다.

지은이의 트렌드 분석은 그다지 새롭지 않다. 하지만 이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지점에 이르면 단순 꼼꼼쟁이가 아니라 혜안을 지녔음을 알게 된다. 독자는 책이 제시하는 수많은 사례에서 사업 아이디어 하나쯤은 건질 수 있지 싶다.

<이기적 이타주의자>도 비슷한 관점이다. 지은이 앨런 패닝턴이 제시하는 새로운 소비자 ‘21세기 포스트컨슈머’는 레이철 보츠먼의 ‘위 제너레이션’의 성격과 흡사하다. 이들은 도덕적이고 환경에 안전한 제품을 원하며, 이런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치를 용의가 있다. 이런 추세에 부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당연히 도태될 것이라는 게 지은이의 결론이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