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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시위.com

로드365 2011. 6. 15. 02:36


“1인시위를 사회적 예술 퍼포먼스로”

» 공공미술 화가인 임옥상(임옥상미술연구소 대표·가운데)씨가 14일 낮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양은주(왼쪽)씨·이창현 교수와 함께 탈원전사회를 위한 ‘사회적 예술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14일 낮 12시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 스티로폼이 가득 찬 투명한 아크릴 통 안에서 양은주(32·서울대학교 미술대학원 박사과정 수료)씨가 허우적거리며 외쳤다. “나는 핵 없는 사회에서 아이를 기르고 싶다. 아이에게 핵 없는 사회를!” 뒤이어 공공미술 화가인 임옥상 대표(임옥상미술연구소)가 아크릴 통에 들어가 “핵은 죽음이다!”를, 이창현 국민대학교 언론정보학부 교수가 “핵 안전신화를 받아쓰는 지배언론은 반성하라!”를 외쳤다. 탈원전 사회를 위한 릴레이 1인시위 모습이다. 양씨는 “스티로폼이 든 아크릴 통은 핵폐기물에 둘러싸인 세계를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시민정치운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1인시위를 사회적 예술 퍼포먼스로 만들고자 하는 사회적 기업인 ‘1인시위 닷컴(.com)’이 14일 출범했다. 양씨와 임 대표, 이 교수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1인시위 닷컴은 시민들의 자유로운 사회적 참여를 위해 원하는 사람들에게 누구나 1인시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구실을 한다. 시민들이 1인시위의 주제와 장소 등을 1인시위 닷컴 누리집(http://1인시위.com)이나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통해 올리면, 양씨 등이 이를 사회적 예술 퍼포먼스로 디자인해 1인시위를 실행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이다. 이날 처음으로 열린 탈원전 1인시위는 환경운동연합의 의뢰로 기획됐다.

이 교수는 “예술적으로 승화된 1인시위를 통해 앞으로 일반 시민들이 직접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가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 놀이하듯 재미있게… ‘1인 시위’의 진화

 
ㆍ사회적 기업 표방 ‘1인 시위 닷컴’ 출범
ㆍSNS에 의견 남기면 시위 대신 해주기도
 

“핵 발전에 대해 더 이상 나에게 거짓말하지 마라. 핵은 죽음이다!”
 

14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검은 옷에 검은 선글라스를 낀 임옥상 화백(61)이 투명한 아크릴 박스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스티로폼 조각들이 박스 위에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아크릴 박스는 우리가 갇혀 사는 세상을, 스티로폼 조각들은 핵폐기물을 각각 상징했다. 임 화백은 두 손을 번쩍 들며 “원전 정책 중단하라”고 소리쳤다. 핵 발전에 의존하는 에너지 정책을 비판하는 1인 시위였다. 시민들도 발길을 멈추고 행위예술 같은 1인 시위를 지켜봤다. 
임 화백에 이어 화가 양은주씨(32)도 이날 같은 장소에 아기 분장을 하고 나와 1인 시위를 벌였다. 그는 검은 액체가 든 젖병을 입에 물고 있었다. 핵 사고로 인한 환경재앙을 경고하는 1인 시위였다. 양씨는 일반 시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반핵 사상을 재미있게 풀어내려 했다고 말했다.
이날 퍼포먼스는 지난 1일부터 계속된 환경운동연합의 ‘탈원전 사회 릴레이 1인 시위’의 일환이자 양씨와 임옥상 화백, 이창현 국민대 교수가 공동대표로 있는 사회적 기업 ‘1인시위.com’의 첫 번째 사업이기도 했다.
‘1인시위.com’은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이슈를 선정해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1인 시위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적 기업을 표방한다. 1인 시위에 참여하고 싶어도 시간이나 여건의 제약으로 못하는 사람들이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에 의견을 남기면 ‘1인시위.com’이 주제에 맞는 메시지와 시위방식, 참여자 등을 결정해 대신 시위를 해주기도 한다.
모임은 양씨가 처음 제안했다. 올해 초 홍익대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의 파업에 힘을 보태주기 위해 지하철 홍대입구역에서 1인 시위를 한 양씨는 시위의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다. 그러다 비슷한 생각을 하던 임옥상 화백, 이창현 교수와 사회적 기업을 만들자고 의기투합했다.
이들은 시위가 자신들의 주장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면 좀 더 설득력 있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임 화백은 “시위인지 놀이인지 모르도록 재밌게 하다보면 즐거움 속에서 계속 싸울 힘이 나온다. 시위도 창의적으로 해보자는 것”이라며 웃었다.
이창현 교수는 1인 시위의 사회적 효용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1인 시위는 많은 돈, 큰 조직, 오랜 준비 없이도 마음껏 자기 얘기를 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미디어”라면서 “지배언론이 말하지 않는 중요한 사회적 의제들을 시민들이 직접 발굴해 현장에서 공론화하며 강력한 1인 미디어로서 힘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앞으로도 미군부대 내의 환경오염 문제나 청년실업 등을 주제로 1주일에 한 번 이상 시내 곳곳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