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ㅏ

랩 공부, Rap 공부?

로드365 2011. 6. 14. 02:00



랩을 이해하며 들어보자
2011. 6. 8. 수요일
카인
 
 
많은 분들이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난 당최 랩을 들으면 뭔 소리 하는지를 모르겠어"

"느리게 하건 빠르게 하건 그게 그거 같아 "

"랩 그까이거 그냥 빠르게 하면 잘하는 거 아냐?"

이럴 때마다 가수 "아웃사이더" 를 때려주고 싶다는 생각도 합니다.
 


누구보다 더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랩은 빠르게 가사를 읽는 것이다' 수준의 이해를 가진 대중들에게 어느 누구도 랩을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도 않았고, 그나마 몇몇 것들은 치명적인 결함을 안고 있기까지 합니다.

랩을 이해시키려는 시도의 대부분이 저지르는 오류 중 하나는 (사실 일종의 자기 모순적인 실수를 반복하고도 있지만) "가르치려 드는" 태도라고 생각해요. 청자를 일단 무식한 주체로 상정해버리고 유식한 내가 랩에 관해 한 수 지도해주려는 계몽주의(!)스러운 짓을 하려니 듣는 사람 입장에선 달갑지 않겠죠.

그러나 똑똑한 딴지스들은 가능 한 힘은 빼고 설명해도 알아들으리라 믿어요.

그리고 작은 바람이 있다면... 내가 무언가를 가르치려 드는 게 아니라 '이거 알아뒀다가 나중에 아는 척 하려드는 바보들에게 한 침 쏴주시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주길 바래요. 물론, 여태껏 멀리 있던 대중 문화 하나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건 인식의 범위가 넓어지는 좋은 경험이니까 조금만 열린 마음을 부탁드려요. 꾸바닥. 인사 올렸으니 딴지체로 가겠습니다.

랩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필수 개념만 좀 짚어보자. 랩이라는 장르 내에서 쓰이는 속어나 관용구 같은 거야 설명하면 재미없어지는 농담 같은 거고, 듣다 보면 알게 되는 거잖아? 나 스물하나 때는 인터넷에 누가 올려놓은 '랩에서의 슬랭 풀이 사전' 같은 거 디벼보고 그랬는데, 돌이켜 보니까 하나도 쓸모 없더라.

어려운 용어 최대한 빼고, 그냥 직구 던진다. 알아서들 홈런 때려라.

 헛 똑똑한 똘똘이 스머프들이 젠체 하며 말하곤 하지. "랩은 라임과 플로우야." 근데 그게 뭐냐고 물어보면 좀 말이 길어져. 그나마 라임은 간략하게 설명하곤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플로우는 괜히 또 길어지곤 해.

그런 설명 중에서 이해하기 쉽지만 동시에 치명적인 결함을 내포하고 있는 설명이 "라임과 플로우는 운과 율, 그러니까 운율이다"라고 하는 설명이야.

1차적으로 번역하면 라임rhyme이 운韻에, 플로우flow가 율律에 맞기는 해. 일단 이렇게 이해하고 가보자고.


 라임(Rhyme)

라임은 운이다. 이건 랩을 시문학에 빗대어 설명하는 거고, 사실은 이게 1차적으로는 맞아.

운이 뭐야? 반복되는 발음을 규칙적으로 넣는 시의 기술이잖아? 랩은 문학에서 유전자를 이어 받았고, 지구상 대다수의 언어권에서는 거의 무조건 운의 전통이 발견되기에, 랩은 문학에서 운을 가져와 라임이란 형태로 발전시켜 버렸어. (운의 전통이 없는 어문학은 기껏해야 교착어인 한국어와 히브리어 정도일 것이야)

반복되는 발음을 규칙적으로. 첫 번째 예를 들어보자. 예시는 투팍 디비기 글에서 틀었던 'Brenda's Got A Baby'의 도입부 4마디야.
 



*
I hear Brenda's got a baby
Well, Brenda's barely got a brain
A damn shame
Tha girl can hardly spell her name
*
강조해둔 부분을 보면, 같은 발음이 마디의 끝마다 들어있는 게 보이지? 들을 때도 식별이 가능해. 일반적으로 래퍼들은 이런 부분에서 끊어주거나, 강조를 해주거나 하거든. 이게 시문학과 초기 랩에서 사용한 라임이야.

좀 더 깊은 이해를 위해 두 번째 예. 이번에도 투팍 거 한 번 써보자. 위의 곡은 투팍의 초기 가사고, 이젠 좀 랩을 한지 꽤 오래된 후에 쓴 가사야. 투팍 디비기 2회에서 틀었던 'Changes'의 2절 도입부 8마디야.

*
I see no changes all I see is racist faces
misplaced hate makes disgrace to races
We under I wonder what it takes to make this 
one better place, let's erase the wasted
*

이번엔 이중구조고, 마디의 끝이 아니라 수시로 라임이 나오는 라임 속사포고, 거기다 한 음절이 아니라 다음절로 이용이 되는 구조야. 밑줄을 잘 봐주시라.

이걸 좀 더 분석하면 [ais] 발음의 반복과 함께 [s] 발음 자체도 엄청 자주 나옴을 알 수 있어. 이 부분은 정말 걸작 라임이야. 중간에 under-wonder의 작은 라임 구조도 쓰면서 [ais]와 [s]의 발음 반복을 모조리 살리면서 어법을 어색하지 않게 만들어내고 있어. 투팍, 고수였지.

그리고 이제 보게 될 세 번째 예는, 철저하게 랩에서만 볼 수 있는 라임이야. 랩은 라임을 이 정도까지 발전 시켰어. 이번엔 에미넴을 보자고. 영화 [8 Mile]의 OST에 있는 'Lose Yourself]의 3절 앞부분 4마디와 뒷부분이야.

*
No more games I'ma change what you call rage
Tear this muthafuckin' roof off like two dogs caged

I was playin in the beginnin the mood all changed
I been chewed up and spit out and booted off stage

(중략)

Stay in one spot another day of monotony's gotten me
To the point I'm like a snail I've got to
formulate a plot or end up in jail or shot
Success is my only muthafuckin' option failure's not!

Mom I love you but this trailer's got to go
I cannot grow old in Salem's lot
So here I go it's my shot Feet fail me not
This may be the only opportunity that I got
*

이젠 단어 하나가 아니라 문장 성분 내에서 이루어지는 연음을 이용해 유사발음을 찾아내는 정도까지 발전했어.

처음은 쉽게 알아볼 수 있겠지? [u/o/aig]의 발음을 마디 끝에서 반복시켜줬어.

뒤의 것은, 복잡해지지. [ai/*/*/ot]의 발음을 반복시켰어(*는 무슨 모음이든 상관 없이 1-4음절만 맞췄지. 물론 3음절도 같은 계열의 모음이긴 해). 그러면서 1, 3번째 마디에서는 앞부분에도 하나씩 배치하고, 7번째 마디에서는 마디 끝에 2연속으로 배치하고.

내 레이더 안에서는, 에미넴이 가장 라임 괴물이야. 그리고 그가 쓰는 최고난이도의 라임은 현재 랩이 와있는 라임의 최전선이라고 생각해.
 


내가 바로 The Real Slim Shady ! 에미넴이다!


이게, 일단 라임이야. 그리고 한국어 랩으로 들어와서의 라임은, 나중에 다시 설명할게. '올바른 번역'이라는 맥락이 걸려있어서 이건 좀 복잡해져
 
 

이제 플로우 가자. 사실 라임 몰라도 돼. 플로우만 이해해도 랩은 다 이해하는 거나 마찬가지야.




 플로우(Flow)

플로우가 율격이다. 이건 랩을 시문학에 빗대어 설명하는 거고, 그럼 자체적으로 정의하면?

옛날에 엠넷에서 했던 힙합더바이브라는 프로에서 왠 듣보잡 래퍼가 나와서 플로우를 정의한 말이 있어. 그 래퍼는 이전이후 아무런 활동도 보여주지 않은 듣보잡이었지만, 작가들이 써준 게 분명한 그 표현만큼은 제대로였어. 그는 이렇게 말했지.

"Flow란 래퍼 자신의 호흡법이다."

랩을 어디서 끊어주고, 어디는 이어주고, 어디는 빠르게, 어디는 느리게 하는, 사실상 랩의 거의 전부를 이르는 말이었어. 지금도 이 정의는 탁월하다고 생각해.

위의 라임 정리를 보면서 같이 들어주었다면 단박에 깨달았겠지만, 래퍼는 라임을 배치한 부분에서 보통 호흡을 끊어줘. 설사 플로우를 이어가더라도 약간의 휴지를 주거나, 의미론 상으로 쉬는 느낌을 주는 경우도 있고. 특별히 의도하지 않는다면 라임이 위치한 부분과 리듬 마디가 끝나는 위치가 일치하면 끊어주는 게 보통의 플로우야.

그래서 랩이 시작되던 초창기에는 마디 끝마다 라임 하나씩 배치하고, 그 부분은 꼭 끊어주곤 했어. 단조롭던 시절이지. 당시 플로우는 그래서 라임과 마디가 끝나기 전 음절들을 어떤 리듬으로 뱉어내느냐 하는 정도로 구별이 될 뿐이었어. 그러나 이젠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었기에 래퍼수만큼의 플로우가 존재하게 되었지.

리듬. 그래 사실 리듬이야! 플로우는 랩이 노래와 구별되는 가장 확실한 지점이야. 노래에는 화성이 있잖아? 하지만 랩은 화성이, 음가가 없어. 래퍼 본인이 음가를 넣는다고 해도 그건 제한적인 시도에서만 가능한 거야.(실제로 멜로딕 랩이 있긴 해) 랩은 화성이 없는, "말"이라고.

그리고 랩은 플로우라는 '리듬'을 만들어서 "리듬을 얻은 말"이 돼. 아까 호흡법이라고 했지? 어디서 어떻게 끊어주는 것을 반복하는 거니까, 결국 플로우는 래퍼가 선택한 리듬이야. 그리고 이 리듬-플로우는 랩이 올려지는 곡-비트의 리듬과 비슷하나 결국 달라.

'비슷하나 다른 리듬'을 '호흡법'으로 만들어내 '비트 위에 흐르듯' '올리는' 게 랩이 되는 거지. 이런 개념에서 이름을 흐름-플로우-Flow로 명명하게 된 거야.

빠르고 느린 완급 조절 + 라임의 디자인과 배치 + 호흡으로 끊어주는 리듬 창조= 플로우

가 되는 거지. 심플하다.




총정리를 해보자.

라임 - 유사 발음의 반복으로 리듬감과 언어유희를 만들어냄

플로우 - 호흡의 조절로 리듬 구조를 만들어내 '말'에서 '랩'을 탄생시키는 랩의 총체적 구조

뭔가 아리까리 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최대한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했으니 대한민국 최고 수준의 지성을 가진 딴지스들의 독해력을 믿어.

자 그럼 숨 한번 돌렸다가 이 개념들이 한국어 랩에 번역/이식된 결과와 그 공/과를 간략히 설명해볼게. 쓰면 쓸수록 진짜 계몽주의성 글 같아지지만 어쩔 수 없다. 죄송하다.

복습하는 의미에서 영화 [8 Mile]의 OST에 실린 Eminem의 [Lose Yourself]를 링크할게. 이 곡은 느린 만큼 정교한 플로우가 의미 전개 구조와 딱 맞아떨어지면서 라임의 기술적 수준도 높고 동시에 의미 구성도 성공한 명작이야.




(가사와 해석은 이번에도 DanceD.wo.to참조. 댄스디 이 분 참 좋으신 분)

[Intro] 
Look, if you had one shot or one opportunity 
이봐, 만약 너에게 네가 원했던 모든것을 

To seize everything you ever wanted in one moment 
얻을 수 있는 한 번의 기회가 주어졌다면 

Would you capture it or just let it slip? 
잡을 건가 아니면 그대로 놔둘건가? 

[Verse 1] 
Yo, his palms are sweaty, knees weak, arms are heavy 
Yo, 손바닥은 땀으로 차고, 다리는 후들거리고, 팔은 무겁게만 느껴져 

There is vomit on his sweater already 
그의 옷에는 엄마가 만들어준 스파게티를 

Moms spaghetti he's nervous 
토한 자국이 있지 그는 긴장했어 

But on the surface he looks calm and ready 
하지만 무대 위에 그는 랩을 할 준비되어 있는 

To drops bombs, but he keeps on forgetting 
것처럼 보여, 하지만 그는 자신이 썼던 가사를 

What he wrote down, the whole crowd goes so loud 
계속 잊어버리지, 관중석이 시끄러워지고 있어 

He opens his mouth but the words won't come out 
그는 입을 열지만 아무 말도 튀어나오질 않아 

He's choking, how? Everybody's jokin' now 
목이 막혔어, 왜? 모두가 다 그를 비웃고 있지 

The clock's run out, time's up, over BLOW! 
시계는 계속 가고, 시간 끝, 넌 실패야! 

Snap back to reality, oh there goes gravity 
다시 한 번 진짜 세상으로, 오 중력이 느껴져 

Oh, there goes Rabbit, he choked, he's so mad 
오, 저기 래빗이 가는 군, 아무 말도 못했지, 화가 났어 
*Rabbit - 8 mile에서 Eminem의 극중 이름 

But he won't give up that easy, no he won't have it 
하지만 그렇게 쉽게 포기하진 않아, 그렇게 하진 않아 

He knows his whole back's to these ropes 
그의 몸이 밧줄에 매달려있다는 걸 알아 

It don't matter, he's dope, he knows that 
상관 없어 그는 최고인걸, 그걸 알긴 하지만 

But he's broke, he's so sad that he knows 
돈이 없는 걸, 그는 자신의 트레일러로 돌아가면 

When he goes back to this mobile home 
스튜디오에 또다시 음악 연습에 몰두해야 

That's when it's back to the lab again, yo 
한다는 사실에 너무나 슬퍼하고 있는 거야 

This whole rhapsody, better go capture this moment 
이 모든 랩소디, 이 순간을 당장 잡으라고 

And hope it don't collapse on him 
그에게 무너져내리질 않길 바래 

[Chorus] 
You better lose yourself in the music 
너 당장 이 음악에 네 몸을 던져 

The moment you own it you better never let it go, oh 
네가 가지고 있는 기회 절대로 놓지 않는 것이 좋아, 오 

You only get one shot, do not miss your chance to blow 
너에겐 한 번의 기회가 주어져 절대 실패하지마 

Cuz opportunity comes once in a lifetime, yo 
이런 기회는 삶 속에 단 한 번 오는 거라고 

You better lose yourself in the music 
너 당장 이 음악에 네 몸을 던져 

The moment you own it you better never let it go, oh 
네가 가지고 있는 기회 절대로 놓지 않는 것이 좋아, 오 

You only get one shot, do not miss your chance to blow 
너에겐 한 번의 기회가 주어져 절대 실패하지마 

Cuz opportunity comes once in a lifetime, yo 
이런 기회는 삶 속에 단 한 번 오는 거라고 

You better 
너 당장 

[Verse 2] 
Soul's escapin' through this hole's that is gaping 
영혼은 이 벌어지고 있는 구멍을 통해 새어나가 

This world is mines for the taking 
이 세계는 이제 내 차지야 

Make me king as we move toward a new world order 
새로운 세계 질서를 향해 가면서 난 왕이 되지 

A normal life is boring 
보통 삶은 지겨워 

But superstardom's close to post mortem 
하지만 수퍼 스타덤은 사후세계와 같지 

It only grows harder, homie grows hotter 
계속 딱딱해질 뿐, 여자들은 달아오르고 

He blows us all over, these hoes is all on him 
여기저기에 射精(허억!)하고, 여자들은 그를 감싸지 

Coast to coast shows, he's known as the Globetrotter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쇼, 그는 방랑자야 
*globetrotter는 '방랑자'라는 뜻도 있지만 옛날 유명한 할렘의 농구팀 이름이기도 합니다. 그냥 여기선 농구팀이 아닌 것 같아서 방랑자라고 썼지만..대문자로 되어있는 게 걸리네요;; 

Lonely roads, God only knows
외로운 길이 그를 잡았지 신만이 운명을 아시리

He knows he's grown farther from home, he's no father 
그는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자랐어, 이젠 아빠도 아냐 

He goes home and barely knows his own daughter 
집에 가봤자 자신의 딸도 못 알아보는 걸 

But hold ya nose cuz here goes the cold water 
하지만 코를 막아 내가 훼방을 놓을 테니 

These hoes don't want him no mo', he's cold product
이 여자들은 그를 원치 않아, 그는 깡통 신세 

They moved on to the next shmo who flows 
다른 사람들 중 랩을 하고 아무것도 팔지 못하는 

Who nose dove and sold nada 
녀석을 찾아다니고 

And so the soㅕㅣ proper 
그렇게 이야기는 흘러가고 

His toll, it unfolds and I suppose it's old, partner 
그의 급료, 펼쳐보면 아무래도 오래된 것 같지, 파트너 

But the beat goes on 
하지만 음악은 계속 돼 

Duh duh doe, duh doe, dah dah dah dah 
더 더 도, 더 도, 다 다 다 다 

[Chorus] 

[Verse 3] 
No more games, I'ma change what you called rage 
더 이상 게임은 없어, 난 분노라고 불리는 상태야 

Tear this muthafuckin' roof off like two dogs caged 
이 빌어먹을 지붕을 갇힌 두 마리의 개처럼 찢어버리지 

I was playin' in the beginnin', the mood all changed 
처음에는 장난만 치고 있었지만, 이젠 내 기분이 바뀌었어 

I've been chewed up and spit out and booted off stage 
난 씹히고 뱉은 침에 맞고 무대에서 야유를 받으며 물러났었어 

But I kept rhymin' and stepped writin' the next cipher 
하지만 난 계속 라임을 하고 다른 암호같은 가사를 써냈지 

Best believe somebody's payin' the pied piper 
두고봐 언젠간 이 배관공에게 돈을 줘야 할테니 

All the pain inside amplified by the 
내 안에 있는 고통들은 내가 이 적은 

Fact that I can't get by with my nine to five 
월급으로는 더 이상 살 수 없다는 사실과 내 가족을 

And I can't provide the right type of life for my family 
위해 올바른 삶을 이끌 수 없다는 사실에 의해 증폭되었어 

Cuz, man, these goddamn food stamps don't buy diapers 
알잖아, 임마, 이 빌어먹을 할인권으로 기저귀를 살 순 없다고 

And there's no movie, there's no Mekhi Pfifer 
더 이상 영화는 없어, 메카이 파이퍼(8 Mile 출연 배우 중 한 명)도 없어 

This is my life and these times are so hard 
이건 내 삶이고 그 땐 너무나 힘들었지 

And it's gettin' even harder tryin' to feed and water 
그리고 지금 역시 밥을 먹고 마시는 게 더 힘들어지고 

My seed plus teeter-totter 
이 삶은 시소처럼 흔들리고 

Caught up between bein' a father and a pre-madonna 
아빠와 프리마돈나(가수) 사이에 난 끼어버렸지 

Baby momma drama, screamin' on her 
베이비 마마 드라마(?), 그녀에게 소리를 질러 

Too much for me to wanna stay in one spot 
한 곳에 있고 싶은 마음을 싹 없애버리는 걸 

Another damn or not has gotten me to the point 
다른 빌어먹을 일이 없던 말던 난 결론에 도달했지 

I'm like a snail, I've got to formulate a plot 
난 달팽이와 같아, 지금 계획을 짜야겠어 

Or end up in jail or shot 
아니면 감옥에 갇히거나 총에 맞거나 

Success is my only muthafuckin' option, failure's not 
성공은 내게 주어진 유일한 선택권, 실패는 아니야 

Momma love you but this trailer's got to go 
엄마를 사랑해요 하지만 이 트레일러 집으로는 안 되요 

I cannot grow old in Salem's Lot 
이 쓰레기동산 같은 곳에서 살 순 없어요 

So here I go, it's my shot Feet fail me not 
그러니 시작한다, 내 차례야 발아 날 배신하지 마라 

Cuz maybe the only opportunity that I got 
왜냐하면 이게 내게 주어진 유일한 기회일지 모르니까 

[Chorus] 

[Outro] 
You can do anything you set your mind to, man 
네 마음이 원한다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어 

에미넴의 곡 잘 들으셨는가? 참고로 저 곡은 [8 Mile] 개봉 당시 75회 오스카 영화제 주제가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지 그럼 이제 상편에서의 라임/플로우 개념의 수입을 디벼보자. 그럼 우리가 우선 즐겨줘 마땅한 한국어 랩, 나아가 한국 힙합에 대한 이해가 좀 더 수월해질 터이니.

그런데 일단!

플로우 개념은 수입/번역/이식하는 데에 큰 지장이 없어. '율격'으로 번역하는 데에도 큰 무리가 없고.

번역의 처음이자 끝은 '맥락을 고려할 것'이잖아? 플로우는 맥락 상으로도 큰 상관이 없어. 게다가 반 이상은 랩 장르가 독창적으로 발전시킨 개념이기도 해서, 그냥 수입해서 이식하고 그걸로 설명해도 돼. 아무런 부작용이 없어.

그런데, 라임은 좀 달라.

라임을 그대로 운으로 이식하려고 하면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해.

바로 한국어 어문학에는 '운의 전통'이 없다는 것.

따라서 맥락을 고려해서 따올 때, 라틴어 계열 어문학에서 rhyme이 했던 역할을 하는 요소를, 한국어 어문학에서 찾기가 매우 힘들다는 것. 왜냐하면 이건 국문학에서도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에.

바른 번역이란, 총체적인 차원에서 맥락을 고려해서 번역하는 것이지. 얼핏 보면 rhyme과 韻은 1:1 대응이 가능할 것 같은데, 사실 그렇지는 않아. (1:1 대응이 가능한 것은 중국어와 일본어 어문학에서의 경우야. 뒤에서 다시 설명할 거지만, 한국어 어문학에만은 운의 전통이 없어. 국문학에서 운이 쓰인 것이 한자, 즉 중국 문자로 창작된 한시 장르들이 거의 유일하다는 것이 증거가 될 거야.)

제일 편한 건 맥락 따위 무시하고 그냥 이식해버리는 거야.

이걸 처음 해낸 사람이 김진표지. 이후 통신 동호회, 특히 하이텔의 "검은소리 BLEX"의 회원들이 이어받아 발전시키고 나우누리의 "Show N Prove"의 회원들이 실전에 발전적용을 시키면서 현재 한국어 랩의 거의 유일한 방법론이 되었어.

그럼 어떤 걸 했는지 봅시다. 먼저 김진표의 2집 [JP Style]에서 두 개 뽑아봤어. 입 안에서 발음해보면서 래퍼의 플로우를 짐작해봐도 좋고, 직접; 스트리밍 찾아서 들어봐도 좋고.

*
못났어 난 정말 못났어 우리 사랑이 무슨 낙서인 듯 막써
소리 높여 악써 너무도 잘 알면서 입이 심해도 이미도 정말 입이 너무도 앞서
*
- '내 곁에' 1절 첫 4마디

*
담에 만나 하나 이 밤에 피곤해 잠에 빠진 걸까 아님 맘에
생각이 없는 걸까 난해하네 나만 혼자 반해 있는 걸까 내 딴에
우린 서로 사랑하네 간만에 느낀 감정인데 낭만에 취해 
보고픈 데 같이 술잔에, 맘을 털어 놓고픈데 멀리 가네 나네
감정을 알고 싶어 니 삶에, 얼마나 투자하는지 저 산에,
꽃 한송이라도 되는지 만의 하나 아무 것도 아니라면 바람에,
나를 보내야 하는 건지 만약에란 말은 단지 만약 일뿐 나는 아네
이제 그냥 포기하네 내 안에 내가 화내 오기만을 바라네
*
- '나의 그림(My Dream)' 2절 전체

보면 알겠지만 어절 하나나 단어 하나를 가지고 라임을 만들고 있어. 물론 그렇게 하면서 문장구조와 의미구조와 플로우구조가 서로 불일치 한다는 단점이 있지. 이 문제점이 사실 한국어 랩의 고질적인 문제야. 가사를 써서 랩을 해놓으면, 문장의 문법구조와 문장의 의미구조와 랩의 플로우구조가 상이해지고, 그럼 곧 전달력의 저하로 이어져.

위에서 보면 '감정을 알고 싶어 니 삶에/ 얼마나 투자하는지 저 산에/'로 김진표는 플로우를 끊어주지만, 의미구조는 '감정을 알고 싶어/ 니 삶에 얼마나 투자하는지/ 저 산에 꽃 한송이라도 되는지/'로 의미가 나뉘지. 이런 식의 불일치가 verse 내내 드러난다면 가사를 보지 않고 듣는 청자의 입장에서는 제대로 전달 받기가 힘든 게 사실이야.

그래서 현재 한국 래퍼 중에는 의미구조와 플로우구조를 가능한 한 일치시키려고 애를 쓰는 사람들이 많아. 그런데 그러다 보니 이젠 화법이 뒤죽박죽이 되는 경우도 많지. 평서법과 도치법이 어색하게 이어져 있다거나 하는 문제점이.

아무튼 이런 문제점이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이런 류의 라임 방법론이 어디까지 발전했는지를 보자.



이식형 라임을 배포하는 데에 큰 공을 세운, 버벌진트(Verbal Jint)의 2001년 EP [Modern Rhymes]에서 하나 뽑아와봤어. 관심병 환자가 틀림없는 버벌진트는 나우누리 SNP의 회원이고 이 EP를 통해 이식형 라임의 (당시로서) 최고 발전 상태를 보여주는 데에 성공했어. (VJ가 이 이식형 라임을 발전-완성을 해냈다고 주장하는데, 사실 거짓말이야.)

*

정말 이 바닥은 요만큼의 비약도 
없이 열 중의 아홉 다 쓰레기라고 
거침 없이 말하고 다니는데, 
무사안일을 빼면 시체인 원로파의 눈에 

이제 시작에 불과한 어린 MC 가 
무지 괘씸하게 비쳐지겠지. 
But you must respect me 왠만한 기대치는 
너무 쉽게 뛰어넘어 버리니 얘기는 

이미 결론이 나버렸잖아. 
지들이 rap 좀 하는 실력자란 커다란 착각을 
버리고 우리의 교과서적인 곡들을 벗 삼아 
좀 더 사람다운 rap 인생을 살아보던지, 

아니면 역사의 뒤안길로 흙먼지처럼 
사라지는 길 뿐이지. 뻔하지. 
now I ask, "on which road do you wanna be?" 
*
- 'Overclass', 3절 전문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지? 그런데 저게 VJ가 의도한 라임 그대로야. 플로우도 라임을 표현하기 위해 복무하게 만들어놨어. 그리고 여전히 JP가 보여줬던 의미불일치의 단점도 보여주고 있지. 첫 4마디에서 플로우를 끊어놔도, 그 의미는 3번째 마디와는 별개로 5, 6번째 마디와 연결이 돼. 이거 참 문제지.

어쨌든 VJ가 종결지은 2000년도 초반의 방법론은 '모음 중심'과 '각운 중심'이었어. 주로 어절이나 문장성분의 끝에 라임을 배치하고, 모음을 맞추는 방식이었지. 이건 영어 랩의 방법을 그대로 가져온 거야. 말 그래도 '이식형'이었던 거지.

그러나 연구하는 래퍼는 여럿 있었어. 그중 하나가 P-Type이라는 사람이야. 이 사람의 2집 [The Vintage]는 2008년에 나왔고 당시 피타입의 연구가 어느 수준인지를 확연히 보여주었어. 거기서 한 소절. 여기서는 피타입이 어디서 끊어주었는지도 슬래시로 표시해볼게.

*
Music City/ 빈티지 1번가/ 즐겨 확실히/ 자 느낌이 어떤가/
실의에 빠진 당신이 절실히 원한 곳 여긴 Music City/ 맘을 적시리/

저 삭막한 도시에선 음악 한 번 듣기가 어려웠겠지 골라봐 낯간지러운 사랑 노래/
또는 붉은 노을에/ 바치는 노래 모래성 짓는 소녀의 노래/

하늘의 별자리/ 높은음자리/ 가슴 속엔 짜릿/함 가득 차리/
요즘 학교들/ 노랫소리가 껴들/ 틈이 없지 음표들/과 함께 손뼉을/ 쳐봐

벌써 날/ 사로잡은 건가?/ 스피커 섬 마을/ 꿈 같은 공간/
Music City/ 맘을 적시리/ 꿈도 현실이 돼 즐겨 확실히!/
*
- 'Music City', 1절 전문

확실히 진보하긴 했지. 플로우의 휴지 지점이 의미 단위와 문법 단위와도 어느 정도 일치해. 명사종결형을 쓰면 같은 명사종결형으로 2마디를 더 가주고, 감탄형 용언으로 문장을 끝내줘도 역시 반복하고. 라임 자체도 모음 중심만 쓰지 않고 자음의 발음도 활용해서 라임을 만들어내고 있어.

물론 피타입의 성과 중 가장 주시할 것은 '어법의 반복'을 사용했다는 거야. 이 어법 반복에 관해서 저 뒤에서 다시 설명할게. 이거 중요하거든.

이제 두 명의 괴물(인지 변태인지)을 소개할 거야. 한 명의 이름은 화나. 한 명의 이름은 Jerry. K야.

이 둘은 VJ의 적자라고 할 수가 있는데, 모음 중심의 라임을 현존하는 극도로 발전시켜 사용하는 사람들이야. 이들은 가장 극단적인 형태의 모음 라임을 사용해서 소개하는 거야.

*
이 땅 위에 뜬구름이 비를 뿌리고 떠난 뒤에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지 왜?
각종 인터넷 힙합 게시판 일대에
불쾌한 헛소리만 늘어놓고 가는 파리 떼.
비판이란 이름으로 덧칠한 끔찍한 비난.
가식과 기만이 가득한 이 씬에 시간이 지나,
앞뒤도 맞지 않는 말이 기정사실화.
비좁아진 시야로 바라보니 똑같지, 다.
익명성 뒤로 번지던 업신여김과 몰인정.
뭔지 모를 꼬리표를 떠넘긴 선입견.
이성적인 척 던지는 거짓정보.
그런 것들에 지쳐 내 머리가 터질 정도.
*
- 화나, '성장통', [그날이 오면](single), 2006년

어이 없지만... 화나는 저걸 다 살리려고 플로우에서 무진 애를 써. 그 결과 플로우의 휴지가 많지 않고 굉장히 빡빡해지지. ㅓ와 ㅗ 같이 유사한 성질의 모음을 같은 것으로 간주하고 쓰는 게 화나의 특징이야.


*
자, 지금부터 만나볼 사람들은 한국 힙합이 나아갈
하나의 방향을 잡아가는 힘(을) 가진 과학자.
관찰을 거듭한 우리가 창조한 소리가 울리자
일곱 갈래 강줄기가 바다와 마주친다.
그 화학 작용과, 큰 의지가 발전한 함성과, 
완벽한 감동과, 끓는 피로 가득찬 혈관.
반면 앞서있다고 기만적인 말로
실망스런 입만 놀린 자를 어찌할꼬!
자만과 착각만 따라가다가 타락한 가짜야,
착잡한 판단과 발악, 참 같잖다.
박찰 가하자마자 장악한 낮과 밤,
장과 막마다 찬란한 날 따라 찬양하라! 
*
- 소울 컴퍼니의 단체 앨범 [the Bangerz!]의 '아에이오우 어?' 중에서 Jerry. K 파트

'아에이오우 어?'는 각자 한 명씩 모음 하나를 맡아 그 모음을 각운으로 활용해 16마디 라임을 채우는 시도를 했어. 제리케이의 파트에서 마지막 4마디는 상당한 공이 들어간 게 보이는 부분이지.

제리케이도 저런 식의 라임을 써놓고 죄다 살리려고 플로우에서 무던히도 애를 써. 제리케이의 경우엔 플로우의 휴지를 좀 주는데, 문제는 그의 억양이 엄청나게 어색해진다는 것과 자주 어법과 표현 구성이 어지러워진다는 것. 이 두 가지가 제리케이의 치명적인 약점이야.


이게 현재 한국어 랩이 하고 있는 주류 라임이야. 심지어 댄스음악을 하는 MC몽조차도 각운 중심의 라임을 사용하지. 따라서 '모음 중심'과 '각운 중심'은 현재 한국어 랩의 라임의 핵심이 돼. 이게 '이식형 라임'인 거, 잊지 않았지?

그럼 이식형 라임을 배격하는 사람은 있는가. 있지.

일단 피타입은 이식형 라임에 발을 반쯤 담가놓고 '어법의 반복'을 시도했어. 시도는 성공적이라고 평가해. 물론 2006년 이후로 그가 취업해버리는 바람에 신곡은 나오지 않고 있어;

반면 어법반복의 라임을 약간의 각운 라임과 섞어서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이 UMC야. 요새는 유엠씨유위(UMC/UW)로 이름을 늘려서 쓰고 있어. 참고로, 이식형 라임을 가능한 한 배격하고 안 쓰려고 하기에 한국 힙합에선 이단자로 몰려 늘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려. UMC는 현재 한국힙합 최고(最古)의 떡-_-밥이야.

UMC의 최근의 가사를 좀 가져와보자. 3집인 [Love, Curse, Suicide]에서 가져와봤어.

*
사람들을 착하게 만들어 놓았더니/
잡지에서는 예쁜 것만/ 신문에서는 거짓말만/
텔레비전은 웃긴 것만/ 학교에서는 영어수업만/
아픈과거를 들춰냈던 역사수업을 쌩깠더니/

중딩은 원어민강사와 어울려 놀며 행복했고,/
고딩은 연예인들의 가짜 결혼에 행복했고,/
남자애들은 무기를 팔던 일본회사의 차를 샀고,/
여자애들은 청소 아줌마 월급 열 배의 가방을 샀다./

아이들은 3.1운동을 삼쩜일로 착각해도/
성적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으니 행복했고/
어른들은 신문을 보면 자전걸 주니 행복했고/
언론사는 판매부수가 줄지 않으니 행복했다./

선거가 다가오니까 겁을 줘대기 시작했고,/
난독증의 유권자들은 겁을 쳐먹기 시작했다./
선거가 끝나니까 겁을 안주기 시작했고,/
행복한 축구얘기에 모두가 다시 행복했다./
*
- UMC/UW, '사람들을 착하게 만들어 놓았더니' 1절

극도의 어법 반복이지.

일단 이 사람은 '한국어는 교착어다'에서 시작해. 교착어는 어미와 조사와 같이 독립할 수 없는 단어를 독립하는 단어 뒤에 붙여나가며 문장을 만들어가잖아. 따라서 각운이 위치해야 하는 어절 뒷부분의 발음이 제한적이라는 착상에서 시작하지.

제한적인 발음이니 각운으로 사용하면 편하긴 하지만, 언어유희적인 측면이 적어서 어문학의 역사에서 사용하지 않았다 -> 그렇다면 각운을 억지로 맞추려 애쓰기 보다 민요에서 하듯 문장 구조를 유사하게 반복하거나 마지막 문장 성분을 유사하게 맞춘다 -> 그러면서 되도록이면 마지막 어미/조사의 발음은 비슷하게 해보자..... 이게 UMC의 기본 방법론이야. '민요에서 하듯'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계속해서 한국어 어문학의 맥락에서 라임의 역할을 하던 것들을 발굴해 내.

번역의 기본을 생각하자고 하는 거야. 무작정 1:1로 대응하는 개념을 찾아서 발견해내면 좋겠지만, 실제 그런 개념어는 없기가 십상이지. 예를 들어, 성서를 번역하려고 했던 18세기 말 19세기 초의 번역자들은 영어로 'bread'라고 표기된 음식물을 어떻게 번역할지 막막했을 거야. 당시에는 '빵'이라는 단어가 없었거든. 결국 그들은 이를 '떡'으로 번역해. 맥락을 고려한 번역이지. 쌀과 밀이라는 차이가 있지만 어쨌든 곡물을 빻아 반죽한 후 효모를 이용해 부풀려 먹는 음식이니까. 물론 일상생활에서의 위상은 차이가 있겠지만, 당시 번역자들로서는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이었어. 실제로 몇십 년이 지나서야 포르투갈어 '빵또아'의 준말을 이용해 '빵'이라는 단어가 나와.

어법반복 라임의 발상은 이와 같은 출발점을 두고 있는 거지. 1) 각자의 맥락을 고려할 때, Rhyme을 韻으로 1:1 대응시킬 수가 있는가. 2) 설사 할 수 있다고 가정해도, 한국어 어문학에 韻의 전통이 없는 게 그런 번역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3) 올바른 번역은 한국어 어문학에서 韻의 역할을 하는 요소를 찾아내어 그것과 Rhyme을 1:1이든 1:多든 대응시켜 번역해야 하지 않는가. 이런 생각인 거야. 거기서 찾아낸 것이 '어법반복'이라고 내가 총칭하고 있는, 여러 가지 시적 기술인 것이고.

그가 맥락의 차원에서 사고하고 있는 것은 확실해. 나랑 친해서 토론도 자주 하거든. 그리고 맥락 차원의 사고가 이식형 라임보다 좀 더 거시적이고 총체적인 시점이며, 라임을 맥락과 함께 번역/이식하는 바른 방법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어. 맥락을 이해하고 있으니, UMC가 영어로 랩을 할 때는 철저히 영어식의 라이밍을 지키지.

자, 저런 어법 반복의 라이밍은 플로우와 구별이 잘 가지 않아. 그리고 사실 개념상 그게 맞긴 해. 라임이 플로우와 완전히 동떨어진 무엇이 아니니까. 그리고 저런 방식은 일부러 의도해놓지 않으면, 의미 구조와 문법 구조와 플로우 구조가 불일치하기가 힘들어. 어법과 플로우가 불일치하지도 않고. 전달력 또한 극대화 돼.

물론 상기의 가사처럼 짧은 어법만 반복하면 랩이 굉장히 심심하겠지. 그는 보통 이런 걸 구사해.

*
대충 또 살아가고/ 결혼식 몇 번 가고/
졸업/ 취업/ 연말정산 몇 번에/
시간이 지나간 걸 느낄 새도 없이
수도 없는 회식 속에 어느새 서른/ 셋/

누구는 돈 있으니 바람 피워도 잘 살고/
누구는 돈 없으니 저쪽에서 먼저 피고/
박주임/ 이대리/ 김과장도 나도/
새내기 땐 연애 그렇게 안했었는데/

낮에는 북을 치고/ 밤엔 마우스를 잡고/
하루가 1년 같던 스무 살에 만났던 너/
옆에서 하도 부추기니 별 수 없다고/
스스로 핑계대며 성적으로만 널 봤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해괴한 핑크색/
커다란 남방을 입고 유행이라며 웃던 너/
값을 매길 수 없는 너의 미소 앞에서/
술값을 계산하면서 머리굴려대던 나/
*
- UMC/UW, '매지리가는 버스' 1절 중

어법 반복의 주 스킬이 될 수 있는 대구법도 쓰이고, 문장성분의 반복으로 라임 효과를 의도하고, 그러면서도 음수율과 음보율을 염두에 둔 글자수 조절로 UMC는 한국어문학의 라임을 완성하려 애를 쓰고 있어.

한 가지 문제는 UMC의 시도가 비록 순수하고 올바른 정답이긴 하지만, 동시에 역시 극단적이란 거지. 그 자신도 이를 약간 의식했는지 3집에선 모음/각운 라임도 가끔씩 섞어주고 있어.

지금까지 특기할 만한 사람들을 예로 들면서, 한국어 랩의 현주소를 디벼봤어. 한국어로 라임을 어떻게 쓰느냐가 곧 한국어의 플로우를 규정할 정도로 뜨거운 감자야. 그것도 10년째 그래. 

10년째 지속되며 뫼비우스의 띄로 뱅뱅 도는 논쟁 속에서, 그래도 위의 뮤지션들을 위시한 한국 래퍼들은 좀 더 나은 랩을 계속 고민하고는 있어. 제발 그들이 자신의 문제점을 확실히 인식하고 있기를.

이식형 라임을 주로 사용하는 대다수의 래퍼들에게 있어 문제는, 어법 파괴와 전달력 부재야. 모음 중심과 각운 중심의 라임을 쓰면서 자꾸 어법이 혼란스러워지고, 가사를 보지 않으면 무슨 소리 하는지 모르게 되기가 십상인 건 엄청난 문제야. 그렇다고 둘 다를 잡으려고 하면 자꾸 플로우가 단조로워지고 심심해지니 앞으로 연구가 엄청 필요하겠지.

랩이 자꾸 심심해진다고 고민하는 래퍼들은 거의 다 어법반복의 라임을 은연중에 혹은 의식하고 사용하는 사람들이야. 따라서 이들은 플로우의 다양화를 위해 머리를 열심히 굴려보지. 그만큼 창작이 더 어려워지는데, 정작 결과물은 쉬워 보이는 억울함이 생기지. 게다가, 어법반복의 라임은 핵심이 되는 이론이 없어. 위에서 내가 횡설수설 서술한 게 느껴지시나? 대구법, 문장성분의 반복, 어미/조사의 단순 배치, 음수율/음보율의 활용 등등 너무 많은 기술이 총체적으로 통합되지 않은 채 널려있는 형태인 거야. 게다가 플로우 개념과 지나치게 통합되어 있어서 따로이 설명하기가 애매해지는 지점들이 너무 많다는 단점도 있어.

이 두 가지 길에서, 오늘도 한국어 랩은 갈팡질팡해. 그게 아마, 랩이 친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랩을 어렵게 느끼는 이유야.

그럼 현재 가장 한국어 랩의 이론/실무 양쪽으로 가장 진보했다고 감히 평가할 수 있는 세 사람의 곡을 링크해놓고 이만 마칠게.


첫 번째는 일단 P-Type. (곡은 2004년 앨범 [Heavy Bass]의 수록곡 '돈키호테'. 피처링은 휘성)




두 번째는 UMC/UW. (곡은 2010년 앨범 [Love, Curse, Suicide]의 수록곡 '사랑은 재방송')




세 번째는 그룹 가리온의 MC Meta. (곡은 DJ Wrecx와 함께 한 2011년 싱글 [메타와 렉스(I Wanna Rock)])



난잡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심이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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