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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나벨 청. 한 여자의 돌림빵 스토리. 그 의미

로드365 2011. 6. 9. 00:07


애너벨 청의 본명은 그레이스 퀙이다. 1972년 싱가포르에서 교사부부의 외동딸로 태어났다. 싱가포르에서 자란 후 런던과 LA의 대학에서 법률과 인류학 등을 배운, 우리 식으로 이야기하자면 재원이었다. 그 후 L.A.에서 주간지에 누드 모델로 잠시 활동하다 포르노 배우의 길로 들어선다. 95년 9월 미국에서 인기있는 TV토크쇼 프로그램인 <제리 스프링어쇼>에 나온 후 고프 루이스 감독을 만나 그녀의 섹스 여정을 다룬 다큐멘타리 <섹스: 에너벨 청 스토리>를 만들게 된다. 2년의 과정을 거쳐 애너벨 청의 이야기가 담겨진다. 이때 고프 루이스가 만든 다큐멘타리의 내용은 간단하다. 바로 갱-뱅(gang-bang:한 여자와 한 남자가 돌아가며 섹스를 벌이는 것)이라는 것이다. 10시간 동아 251명의 남자와 공개리에 마라톤 섹스를 하는 것을 다큐 형식으로 담은 것이다.

이 쇼킹한 내용의 다큐멘타리는 선댄스 영화제에서 관객들의 집중적인 호기심을 불러일으켰고, 마침내 우리나라에까지 소개되게 되었다. 선댄스영화제 출품작은 86분이고, 우리나라 극장에선 4분이 잘려 82분 동안 상영된다. (그렇게도 가위질에 대해 게거품을 물어대며 분노의 치를 뜨는 국내 영화팬들도 아마 이 영화에 대해서만은 몇몇 장면의 삭제에 고마와해야할 지 모른다. 거대한 페니스를 드러낸 300명 가까운 미국 남성이 줄을 서서 자기의 섹스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장면을 생각해보라.... 에구 민망해라)

어쨌든 하나의 이벤트로 기획되었던 이 갱-뱅은 엄청난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물론 포르노 업계내의 이야기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애너벨의 도전이 있은 후 곧 그의 동료인 쟈스민은 300명의 남자와 똑같은 이벤트를 펼쳤고, 성공한다. 얼마전 방한 애너벨 청에 따르면 자스민 또한 '재원'이었다. 경영학을 전공하여 금융애널리스트로 일하다가 직장내 성희롱을 당했다는 것. 그러느니 차라리 돈을 벌겠다며 포르노계에 뛰어들었고, 출신성분답게 자신보다 더 비즈니스 감각이 뛰어나다고 소개해주었다. 그러니, 이제는 여자들이 자신의 기록을 깨기 위해 기꺼이 자원한 남자들과 평균 2분내지 3분의 섹스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 남자는 똥개마냥 번호표 들고 차례를 기다리고 있고 말이다. 지난 주 이 영화의 홍보를 위해 방한한 애너벨 청은 줄곧 자신의 이 화려한 쇼에 대해 '페미니스트의 선택'이니, '정통유교 관념에 대한 도전', '능동적 여성상'..등의 용어를 사용하며 한껏 긍정적으로 묘사하였다.

실제로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이 여자가 한 없이 불쌍해 보이고 측은해 보일 것이다.(이 글을 쓰는 사람은 평균적인 한국 남성임) 제 아무리 자신이 '포르노의 여왕'이라고 떠들어도 실제로는 포르노 산업에 희생당한 여인으로 비춰질 것이다. 그런데 이 여자는 그후 더욱 분발하여 더욱 열심히 포르노를 찍고 있고, 한 걸음 나아가 자신이 직접 제작에 참여하여 여성들을 위한 포르노를 만들겠노라 공언하고 있다. 사실, 인텔리 포르노 배우답게 이들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권익향상을 위해 단체를 만들고, 매춘부, 스트리퍼즈 등의 섹스산업 전반의 종사자를 위해 연합하겠다는 등 정치적인 발언도 서슴없이 내뱉았다. 매춘부와 포르노 스타와의 차별점에 대해, 그리고 그 역할에 대해 똑 부러지게 이야기하는 애너벨 청에게서 '우리나라는 아직 멀었다'라는 이상한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고국 싱가포르로부터의 차가운 반응에 대해 기꺼이 '반정부주의자'라는 용어를 써가며 자신을 옹호하는 애너벨 청은 자신의 주장과 주의에 스스로 함몰되어가는 불쌍한 혁명아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국내에서는 이 영화가 어쩔수 없이 호기심반 기대반의 영화로 소개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여인의 고독한 항변에 한번쯤 귀를 기울이게 될지도 모른다. 그녀는 방한 기간중 줄곧 아시아인-우리나라도 당연히 포함되고 말이다-의 이중적 사고 가치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으니 말이다. 우리나라에도 이미 국민의 반이 그 존재를 알고 있는 유명배우의 섹스 비디오가 있지만, 그 당사자는 이국의 하늘 밑으로 쭃겨나 있으니 말이다. 그 배우가 자신은 '반정부주의자'이며 모국의 모든 남성-그리고 여성마저도-이 갖고 있는 성에 대한 이중 잣대에 눈물흘리며 자신은 희생자라고 부르짖고 있을지 모르잖은가.  출처


Sex: The Annabel Chong Story  (1999)
감독: 고프 루이스 (Gough Lewis) 
주연: 애나벨 청
한국개봉: 200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