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ㅗ

오기가미 나오코. 카모메 식당. 안경.토일렛. 요시노이발관. 알라마르

로드365 2011. 6. 8. 17:08

1972년 생. 치바대학 공업학부를 졸업 후, 94년에 미국의 남 캘리포니아 대학 대학원 영화학과로 유학을 떠났다.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이 유학을 떠났던 90년대 미국은 선댄스 영화제를 중심으로 미국의 인디 영화가 붐을 일으켰던 시기이다. 개성적인 미국 인디 영화에서 많은 영감을 얻은 감독은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의지를 다지며 일본으로 귀국, 2001년 일본의 선댄스 영화제라고 할 수 있는 제23회 피아 필름페스티벌에서 중편영화 <별군, 꿈군>으로 음악상을 수상했다. 이 때 피아 필름페스티벌의 장학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인 <요시노 이발관>이다. 이 작품으로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서 아동영화부문특별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었고, 차기작 <카모메 식당>은 일반적인 마케팅 없이 입 소문 하나로 수많은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슬로우 라이프 무비’라는 일본영화의 새로운 장르를 구축했다. 점차 국제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세 번째 영화 <안경>은 해외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으며 2008년 선댄스 영화제, 홍콩영화제, 샌프란시스코영화제에 진출하였다. 

토일렛 (2010) 일본, 캐나다
안경 (2007) 일본
카모메 식당 (2006) 일본
요시노 이발관 (2004) 일본

멕시코의 반코 친초로를 배경으로 한 영화 <알라마르> 제작중.
 


★ 2011.5.14
알라마르, 카모메 식당·안경·수영장 같은 슬로우 라이프

이별을 앞둔 아버지와 아들, 그들만의 아름다운 여행이 시작된다. 지구상에서 두번째로 큰 산호초 군락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천혜의 자연과 애틋한 가족의 이야기 <알라마르>가 느리게 살기, 슬로 라이프를 지향하는 독특한 영화로 알려지며, 이미 개봉되어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던 비슷한 느낌의 작품들과 더불어 관심을 받고 있다.

핀란드의 헬싱키, 이제는 트렌드가 된 북유럽의 라이프 스타일이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 특유의 유머와 분위기로 버무려진 영화 <카모메 식당>. 이 영화는 바쁜 도시 생활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또다른 삶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독특한 감성으로 잔잔한 인기몰이를 하며 충성도 높은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모은 작품이다. 영화 속 산책을 즐기고, 담소를 나누고, 한가로이 햇빛을 쬐고 있는 그녀들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 지친 영혼을 달래줄 휴식을 선사 받은 기분이었을 것이다.

뒤이어 찾아온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다음 작품 <안경>은 세상에서 가장 조용하고 아름다운 남쪽 바닷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다섯 사람의 맛있는 만남을 그린 이야기이다. 도시인이 꿈꾸는 완벽한 휴가, 어딘가의 목적지로 가는 것도 아닌, 특별히 무엇을 하는 게 아닌, 그저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더없이 자유로운 슬로 라이프의 나날들… <안경>이 보여주는 바닷가 마을의 한적함과 평화로움은 일상에서 벗어난 해방과 치유의 세계를 보는 이들에게 선사한다.

그리고 최근 개봉되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영화 <수영장> 역시 <카모메 식당>과 <안경>의 제작진이 모여 만든 작품으로, 태국 치앙마이의 작은 수영장에 모인 다섯 명의 6일간의 이야기를 소소하고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따뜻한 봄날의 휴식 같은 영화를 지향하며 보는 이들을 포근하게 감싸주는 또 한 편의 힐링시네마이다.
이렇게 핀란드의 헬싱키, 일본의 조용한 바닷가, 태국의 치앙마이에 이어 멕시코의 반코 친초로를 배경으로 한 영화 <알라마르>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또 하나의 놀랍고도 특별한 체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 <알라마르> 안에 살아 숨쉬고 있는 가장 원초적인 자연과 가장 본능적인 부모자식간의 사랑은 소박하고도 진심 어린 이야기와 어우러져 세상에서 가장 투명하고 깨끗한 감동을 준다. 새로운 개념의 무공해 힐링시네마! 지친 영혼을 위한 휴식, 마음을 정화시키고 치유하는 은근한 힘이 영화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눈이 부시도록 투명한 바다 위, 시간은 사랑으로 기억된다! 아들과의 이별을 앞둔 아버지의 마지막 선물, 근원을 찾아가는 특별한 여행이 펼쳐지는 영화 <알라마르>는 5월 19일 개봉된다. 출처




★ 2010.12.1

오기가미 나오코 “가족은 서로 독립적으로 존재할 때 완성되는 것”
영화 <토일렛>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

폄하가 아니라는 전제하에 말하자면, 12월 2일 개봉을 앞둔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신작 <토일렛>은 그녀의 전작들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작품이다. <카모메 식당>의 핀란드 헬싱키, <안경>의 가고시마현 요론섬을 거쳐 <토일렛>의 카메라는 캐나다 토론토로 그 장소를 옮겨왔다. 달라도 너무 다른 3남매 모리, 레이, 리사. 그리고 세상을 떠난 어머니가 남긴 고양이 센세이와 일본인 할머니. 이들의 이상한 동거의 기록인 <토일렛>은 외롭고 말없는 여자와 세상을 초월한 것 같은 고양이 그리고 미각과 영혼을 자극하는 ‘소울푸드’의 등장처럼 다분히 자기복제적인 혐의가 짙고,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명확한 스토리라인 없는 지루한 영화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간 오기가미 나오코의 영화를 좋아했던 관객이라면 또 다시 <토일렛>의 문을 노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생은 지루함의 연속을 참고 견디는 것”이라고 말하던 청년이 그 지루함을 함께 할 가족과 따뜻한 식사를 함께 하는 순간, 혹은 이기적이었던 손자가 할머니의 화장실에 숨겨진 따뜻한 비밀을 발견하는 순간, 이 영화는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언어로 설명할 길 없는 무언가를 입 안으로 쑥 넣어버리고야 만다. 얼핏 단아한 식물처럼 보이지만 가장 동물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영화. 어쩌면 그녀가 세상에 내놓는 것은 영화가 아닐지도 모른다. ‘슬로우 라이프’ 슬로건을 내건 선연한 캠페인도 아니다. 그저 당장 달려가 속이 꽉 찬 군만두를 먹고 싶어지는, 따뜻한 변기위에 달아오른 엉덩이를 올려놓고 싶어지는 설레는 본능의 두 시간이다. 그래서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과의 인터뷰는 여느 영화감독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었다. 주제와 메시지에 대한 강박을 도통 찾아 볼 수 없는 이 여자와의 대화는 오히려 회의실보다는 식탁에 어울리는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데뷔작인 <요시노 이발관>에서 이어지는 <카모메식당>, <안경> 그리고 최신작 <토일렛>까지 당신의 영화는 어떤 스토리를 전달하기 보다는 총체적인 삶의 방식,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기 위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오기가미 나오코
: 아무래도 <카모메 식당>이나 <안경>은 그런 면이 강하긴 하지만 언론에서 이 작품들이 “슬로우 라이프에 대한 영화”라는 평가를 들었을 때는 사실 좀 당황스러웠다. 원래 만들 때부터 이런 저런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는 영화를 만들어야지, 라고 생각했던 적은 없다. <토일렛>은 단순한 라이프스타일을 뛰어넘는 스토리, 뭔가 다른 걸 만들고 싶긴 했다.

“집의 중심에 있는 화장실, 가족의 이야기로 발전됐다”

제목을 <토일렛>으로 내세울 만큼 영화에서 ‘화장실’은 중요한 공간이다. 유독 먹는 것, 마시는 것을 자주 보여주는 것만큼 배설의 공간 역시 놓치지 않겠다는 의도였을까? 순환의 완성을 위해? (웃음)
오기가미 나오코
: 하하하. 그런 생각을 한건 아니다. 이 영화의 아이디어는 <카모메 식당>을 같이 작업한 한 핀란드 스태프에게서 얻었다. 그 분은 늘 일본의 선진적인 변기(!)에 대해 감탄을 금치 못했는데 화장실에 갈 때마다 사진을 찍어 오곤 했다. (웃음) 뚜껑도 자동으로 열리고, 앉으면 따뜻하고, 물도 내려가는 게 너무 신기하다면서! 우리에겐 아무것도 아닌 일상적인 것이 외국에서는 신기한 것이 되는 것, 그런 점이 흥미로웠고 그러다가 화장실이 대부분 집의 중심에 위치해있다는 사실에 가족의 이야기로 발전 시켜봐야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토일렛>에서 ‘할머니’를 연기한 모타이 마사코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오기가미 나오코
: 망설임 없이 나의 ‘뮤즈’라고 부르고 싶은 배우다. <안경>의 거의 마지막 장면에 길 위에 선 여자를 마사코 씨가 자전거를 타고 와서 태워가는 장면이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말 한마디 없이, 아니 어떤 말도 필요 없이 그 장면을 훌륭하게 만들어내는 그녀를 보면서 <토일렛>에서도 영어를 하면 오히려 이상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예 말을 하지 않는 캐릭터로 만들었다. 말없이도 충분히 어떤 종류의 아우라를 풍겨낼 거라는 믿음이 있었으니까.


기타 없이 기타 치는 흉내를 내는 핀란드의 ‘에어기타 콘테스트’는 이미 <카모메 식당>에서 언급된 적 있는 대회인데 <토일렛>에서 동생 리사의 변화를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오기가미 나오코
: 정말 바보 같고 정말 이상한, 그러나 정말 재미있는 대회라고 생각했다. 직접 참여한 적은 없는데 경기장면을 담은 다큐멘터리와 유튜브 영상들을 보았다. ‘부인업고 달리기’처럼 핀란드에서는 이상한 경기들이 많은데 나는 그런 게 좋다. 기타노 다케시의 <소나티네>에 나온 다 큰 어른들의 바닷가 스모 시합 같은 것들. 어떤 의미도 없지만, 그 장면 자체가 주는 비주얼 적인 힘이 좋다.

어쩌면 오기가미 나오코는 PPL에 있어 거의 최고의 감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리메코, 이딸라, 아르텍 같은 핀란드산 제품들에 이어 이번엔 토토비데를 사야하나 하는 고민이 들 정도였다. 또한 <카모메식당>의 시나몬롤과 오니기리, <안경>의 랍스터, 얼음빙수, 삿포로 맥주, 이번엔 극장문을 뛰쳐나오자마자 일본식 군만두를 사먹어야겠더라. (웃음) 요리를 자주 하는 편인가? 당신의 부엌과 집의 풍경이 궁금해진다.
오기가미 나오코
: 하하하. 아마 그 풍경은 안 보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정말 특별할 것이 하나도 없다. 대신 핀란드에서 사온 각종의 다양한 패브릭이 많다. 엄마가 북유럽에서 사온 천으로 커튼도 만들어 주셨다. (웃음) 영화를 만들기 전부터 집안 꾸미기에는 늘 관심이 있었다. 하지만 요리는... 사람들이 내 영화를 보고 내가 정말 요리를 잘할 거라는 오해들을 하는데, 전혀 그렇진 않다. <카모메 식당>은 어쨌든 요리가 주가 되는 영화였으니까 진짜 요리를 전문적으로 잘하는 사람이 필요했다. 보통은 미술팀에서 요리를 준비하는 식인데 그 정도로는 만족스러울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각종 광고에서 명성을 쌓은 푸드스타일리스트 이지마 나미(<카모메 식당>, <안경> 뿐 아니라 드라마 <심야식당>, <수박> 등의 푸드 스타일링도 담당했다)의 도움을 받았다. 그저 촬영용으로 보기만 좋은 게 아니라 진짜 맛있다. 촬영이 끝나면 그녀가 만든 음식을 스태프들이 나눠 먹는 시간이 가장 즐거웠다.

밥을 함께 먹는 순간 누구라도 어쩐지 가족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오기가미 나오코
: 완전한 타인들이 모여 함께 밥을 먹고 그런 그들이 만들어가는 ‘관계’는 언제나 내 영화의 중요한 테마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가족은 여전히 각각이 독립적으로 존재할 때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영화 속에서 그리고 싶은, 함께 모여 사는 풍경은 그런 거다. 서로에게 너무 의존하지는 않고 독립적으로 살지만 여전히 가깝고 연결되어 있는 느낌. 그런 인간들의 삶에 대해 그리고 그들의 관계에 대해 계속적으로 표현하게 될 것 같다. 갑자기 블록버스터 SF영화를 찍는다거나 하지는 않겠지. (웃음)

전작에서도 그랬지만 <토일렛>에서도 역시 고양이가 등장을 한다. 혹시 고양이를 키우나.
오기가미 나오코
: 고양이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간 세 마리를 키웠다. 두 마리는 2년 전에 죽었고 한 마리는 이번 8월 마지막 날 저 세상으로 떠났다. 다시 새로운 녀석을 입양하려고 한다. 사실 징크스 혹은 이상한 믿음인데 영화에 고양이가 나오면 성공을 하더라. 그래서 매작품마다 고양이가 들어가는 샷을 꼭 찍으려고 노력한다.(웃음)

어쩌면 이상적인 가족의 형태에서 각각의 구성원이 가졌으면 하고 말했던 독립적인 삶의 방식이 고양이의 그것과 흡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오기가미 나오코
: 한 번도 그렇게 연결 시켜 생각해보지는 않았는데, 재미있는 관점이다. 정말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

“다양한 여행의 경험이 영화를 만드는데 영감을 준다”

오기가미 나오코 “완전한 타인들이 모여 함께 밥을 먹으며 만들어가는 ‘관계’는 내 영화의 중요한 테마”

시나리오는 혼자 쓰는 편인가? 작업 방식도 궁금하다.
오기가미 나오코
: 늘 직접 쓰고 작업속도는 좀 빠른 편이다. 보통 첫 스크립트는 일주일이면 쓰고 그 이후에 퇴고하는 시간을 포함해 한 1달 정도 걸리는 정도다. <토일렛>의 경우는 촬영이 한 달이었는데 실제 촬영 일수는 19일이었다.

작업방식은 꽤 빠르게 진행되고 촬영도 빠른데 영화 속 세계의 속도는 매우 느리게 흘려가는 것이 신기하다.
오기가미 나오코
: 그러게, 촬영하고 영화작업을 하는데 있어서는 빠른 편인데 그 외의 삶은 10시간 넘게 자고 매일 맥주마시고 정말 게으르다 싶을 정도로 느린 사람이다. 전작들을 통해 나의 페이스와 유머를 알았고 <토일렛>을 통해 다른 언어로 표현되더라도 여전히 나의 속도와 유머를 유지해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그나저나 <카모메 식당>의 촬영지는 왜 핀란드였나. 영화 속에서는 핀란드 여행을 결심한 이유가 눈을 감고 지도에서 손가락이 가리킨 곳이라서, 라는 설정이 재미있었다.
오기가미 나오코
: 실재 영화 로케이션이 그렇게 결정되진 않았다. (웃음) 당시는 그곳이 어디인지가 중요하다기 보다는 그저 일본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영화를 찍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였다. 그저 프로듀서가 가장 좋아했던 나라가 핀란드여서 핀란드가 된 거다. 그런데 우연히도 내가 14살 때 우리 집에서 ‘홈스테이’ 하던 교환학생이 핀란드소녀였다. 함께 6개월 정도 머물러서 어쩐지 핀란드 사람들에 대한 친근감이 있었다.

이제 또 어떤 곳에서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까?
오기가미 나오코
: 새 작품은 이제 겨우 1고를 완성한 상태라서 구체적인 것은 하나도 없다. 프랑스 십대 소녀들을 데리고 유럽에서 로드무비를 찍을 예정이라는 것 정도?

여행을 좋아하는 편인가?
오기가미 나오코
: 정말 좋아한다! 라오스도 인상 깊었고 작년엔 바르셀로나를 다녀왔는데 정말 좋더라. 아무래도 다양한 여행의 경험이 영화를 만드는데 영감을 준다. 언젠가 아프리카, 인도를 배경으로 한 영화도 나올 수도 있겠다.

<안경>의 경우도 일본에서 촬영되었지만 어쩐지 일본이 아닌 공간, 거의 무국적의 공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일본사람들은 좁은 도시에 대한 답답함 때문인지 유독 해외에 대한 동경이 크다고 들었다. 혹시 여행이 아니라 아예 일본을 떠나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나.
오기가미 나오코
: 음... 어려운 질문이다. 도쿄를 좋아하지만 살기에 만만한 도시는 아니다. 고향은 치바였고 대학을 졸업하고 22살에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그렇게 6년간 미국 LA에서 살았고 다시 일본으로 돌아와 10년을 살았다. <토일렛>을 찍으며 6개월가량 캐나다에 나가 있었을 때 와, 그렇게 좋을 수가 없더라. 그래서 사실 내년엔 뉴욕에 갈 것 같다. 뭔가 계획이 있어서 가는 건 아니다. 그냥 딱 1년만 살아보고 싶어졌다. 출처



★ 2010.3.5
푸드 스타일리스트 이이지마 나미상


<카모메식당>, <안경>의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5번째 영화가 촬영이 종료되어 올해 여름 일본내 개봉 예정이라고 합니다. 2004년 <요시노이발관>으로 데뷔하여, 1년 간격으로 작품을 계속 발표했고, 2007년 <안경> 이후 3년만의 신작입니다!

새 영화 <Toilet>은 작년 9월 부터 캐나다 토론토에서 촬영되었다고 하네요.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이 5년전, 그러니까 데뷔초 부터 구상했던 '가족간의 정'을 다뤘다고 합니다. 아울러, 대학 졸업 후 뉴욕에서 영화 공부를 하면서, 언젠가는 해외에서 오리지날로 영화를 연출하고 싶다는 꿈도 이룬 것이라 더 의미있는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감독의 모든 작품에 출연하고 있는 모타이 마사코상이 역시 출연하며, 주요 스텝과 배우 모두 현지에서 캐스팅했다고 합니다. 코바야시 사토미상이 빠진게 조금 아쉽지만, <카모메식당>과 <안경>에서 먹음직스런 음식을 선보인 푸드 스타일리스트 이이지마 나미상도 함께했습니다. 이이지마 나미상의 맛깔스런 음식은 영화 <남극의 쉐프>, <수영장, POOL>에서도 맛 보실 수 있습니다. <수영장>은 올 여름 스폰지하우스에서 개봉할 것 같습니다. 간혹 잘못 알고 계신분도 있는데, <수영장>은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 작품이 아닙니다, 배우와 스텝이 같을 뿐이죠.

http://www.toilet-movie.com/ 
 

캐나다 토론토, '마이 페이스'에 살고 있던 3 남매는, 모친이 생전에 일본에서 부른 노래를 기억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프라모델 매니아 청년인 레이, 틀에 박힌 피아니스트의 형 모리, 에어 기타로 자신의 스피릿을 표현하려고 하는 대학생인 여동생 리사는, 모타이 마사코상의 등장을 계기로 서로 교류를 통하면서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어 간다.
  • 그 밖에

<안경>에서는 등장인물들이 모두 안경을 쓴 설정을 사용했다면, <Toilet>에서는 등장인물들이 화장실에서 나오면 모두 '한숨'을 쉰다는 설정을 가지고 영화 타이틀을 정했다고 합니다. ^^

그리고, 카메라 감독은 캐나다 거장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의 딸이라고 합니다.


끝으로,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영화에서, '무한 맥주'의 욕구를 부르는 음식들을 선보이는 이이지마 나미상이 궁금하여 찾아보았습니다. 프레임에 가득차는 음식을 통해 서로 다른 인물들을 둘러 앉혀 화해시키고 보듬게 만드는 감독의 기술이 영화 <Toilet>에서 이이지마상과 다시 한번 만나,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출처



★ 2010.1.3 
안경. 외부의 마음에 젖어들기

0. 안경의 문체

오기가미 나오코의 “안경”은 시적인 설정과 스토리라인이라기 보다는, “달에 울다”에서의 마루야마 겐지의 문체처럼 산문과 운문 사이에서 펼쳐지는 영화이다. 금방 적절한 말이 떠오르지 않아, 오래된 기억을 뒤척거려, “달에 울다”를 끄집어 냈지만, 그렇다고 꼭 이 작품이 마루야만 겐지의 글을 연상시키지는 않는다. 사실 겐지의 글과 비교해 이 영화를 시적인 산문이라고 하기엔 좀 무리가 있다. 너무 퉁명스럽다고 할까 간결하다고 할까. 아쉽게도 혹은 다행히도 이 영화는 혹은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별로 말을 많이 하지도, 털어 놓지도 않는다. 기껏해야 한다는 소리가 “왔다”이다. 그런데 이 “왔다”가 도 다른 “왔다”와 만나 묘하게 울림을 만들어 낸다. 묘하게 모든 주요 등장인물이 안경을 쓴 것처럼 말이다.  


1. 느리게, 느리게
한 장, 한 장의 사진으로 다가오는 연속되는 프레임들이 느리게, 느리게 보는 이에게 스며든다. 영화의 대사를 이용하자면 “젖어든다.” 이름 없는 바닷가, 하마다 여인숙의 느릿느릿한 일상, 카메라는 그곳의 일상의 느린 리듬을 포착하려 한다. 손님이 많이 올까 봐 걱정인 사장. 이곳에선 BBQ처럼 시끌벅적한 일상의 축제 마저 그저 조용하기만 하다. 빠른 게 있다면 그나마 아침이라고 할 까. 지각이 대수냐며 쉬는 시간마다 바닷가로 빙수를 먹으로 오는 생물 선생이, 그 천상 느림에도 불구하고, 학교가 족쇄가 되어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한 후 뛰어 나간다. 마음이 아프다고 할 까. 아침 해가 드리워진 커튼을 뚫을 때까지 늦잠을 자다 일어나는 타에코(코바야시 사토미)의 얼굴이 사랑스럽다. 생각해보면 자다 일어난 얼굴이 이쁜 여자를 좋아하나, 눈을 떠도 일어나지 않아도 된다는 그 표정이 더 맘에 든다.  


2. 지도와 코드
지도를 보고 한 번에 하마다에 찾아 올 수 있다는 것은 뭘 의미할 까. 세상을 보는 비슷한 눈을 그들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닐까? 매우 불친절한 알아보기 어려운 지도 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생각해보면, 지도를 보고 찾아가는 사람의 마음마저 배려하는 매우 섬세한 지도이다. 그렇지 않은가, 상대방이 어느 정도 가서 마음이 불안해질지 예상할 수 없다면, 마음이 불안해질 때쯤 80미터 정도 더 가면 우회전이 있다고 적을 수 없는 일이다.

문제는 그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코드가 맞아야만 가능하다는 것. 젖어드는 것도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다. 역시 마찬가지로 이런 영화를 좋아하는 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다 코드가 맞아야 한다.  어떤 이유인지 모르나, 세상에 절망해 통화권 밖의 세계로 온 우리의 주인공은 느리게, 느리게, 그곳에서 자신의 쉴 곳을 찾게 된다. 젖어드는 일을 이해하지도, 할 수 도 없었던 그녀이나, 원래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한 방에 지도를 보고 찾아 올 수 있었던 그녀는 사실 알고 보면 이 이름 모를 바닷가 마을, 알고 보면 모든 것이 있는 조용한 마을에 살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단지 중요한 것은 내가 이곳에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면 되는, 그 한 발 짝의 자유이다.

3. 비법은 서두르지 않는 것.
슬로우 라이프/푸드 운동 같은 건 역시 있는 사람들이나 하는 것 일까. 핸드폰 터지는 도시의 삶이 모든 것을 너무 각박하게, 빠르게 만들어 놓고, 고속전철보다 빠른 리듬 속에 사람들을 때려 넣는다고 말하는 건 진정 바보스러운 주장인가. 궁색한 기미는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아니 오히려 모든 것이 적절하고, 풍족해 보이는 하마다에서의 삶은 통화권 밖에서의 삶과는 전혀 다른 이상적인 삶이리라. 요리를 하고 밥을 먹는 장면은 있으나, 설거지를 하거나, 자리를 정리하는 장면은 단 한 번도 영화 속에 등장하지 않는다. 일상은 느리게, 느리게, 그러나 분명하게 일상을 잡아 먹으나, 이 영화엔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이 일상이 없다. 테이블 가득 바닷가재를 올리려면 돈이 얼마나 들까. 그나마 누가 줬다고 하니 다행이다. 

4. 비판은 하지 않으리라. 
그래도 영화에 대한 비판은 하지 않으리라. 어쩌면 비판도, 글쓰기도, 포스팅도 모두 다, 핸드폰이 터지는 세계가 만들어 낸, 빠른 리듬의 산물 일지도 모른다. (가령 난 일어난 후, 이 글을 무조건 2시간 안에 끝낼 계획이었다.) 영화에서 신기한 건, 돈을 주고 받는 장면이 한 번도 안 나오는 것 보다 쓰기나 읽기의 행위가 전무하다는 점이다. 공부 혹은 자기 개발이야 말로 느린 삶의 적이란 말인가? 나아가 이런 영화를 보며 비판하는 행위 혹은 글을 쓰는 행위가 벌써 이 영화를 진정 즐기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5. 외부의 마음
손님이 많이 오면 너무 바빠지기 때문에 작은 간판을 다는 마음. 저쪽이 바다고 이쪽이 마을, 그걸로 충분하다는 마음. 빙수 값으로 곤돌라 연주를 주고 받을 수 있는 마음. 이런 건 모두 자본주의 외부의 상상력에 가능한 마음들이다. 외부에 대한 욕망은 어느 때보다 강렬한 것 같다. 성장을 멈추고 정체를 오랜 시간 하게 되면, 더 이상 성장이 가능하지 않는 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 때서야 외부의 마음은 현실에 스며들고, 우리는 그 외부의 마음에 젖어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성장이 아니라 오히려 정체이다. 출처



★ 2007.11.21
게으르게 사는 것들. 오기가미 나오코 영화 비판.

<안경 めがね> (오기가미 나오코, 2007)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는 조용한 곳을 원했던 타에코는 남쪽 바닷가에 위치한 조그만 마을에 도착한다. 유지가 운영하는 민박집은 깨끗하고 예뻤다. 그런데 타에코는 그 곳 사람들과 어울리기엔 어색한 자신을 발견한다. 아침마다 깨우러 오는 사쿠라와 퉁명스럽게 말하는 하루나는 그녀를 불편하게 만들고, 먹기 싫은데 자꾸 권하는 팥빙수와 하기 싫은데 자꾸 하자는 메르시 체조 때문에 그녀는 귀찮아 죽겠으며, 무엇보다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고 아무 것도 볼 게 없는 그 곳의 무료함 탓에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한다. 

깔끔한 소품 <카모메 식당>으로 우리와 만났던 오기가미 나오코가 전작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는 <안경>으로 우리를 다시 찾는다. 음식과 휴식과 자유로움으로 정신의 피곤함을 치유하는 사람들, 간섭하지 않으나 은근히 긍정적인 삶의 영향을 끼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멀리 핀란드를 돌아 일본의 남쪽 바다에서 반복된다. 삶의 질이 중요한 화두가 된 요즘, 오기가미의 느리고 편한 영화가 도시의 일부 중산층으로부터 관심을 얻고, 그들에게 작은 울림을 전하는 데 성공한 건 당연한 결과다. 

그런데 뭔가 수상쩍다. <카모메 식당>과 <안경>은 누군가 어디로 떠나거나 도착하는 데서 시작하지만, 영화가 끝나도록 그들이 다시 삶으로 돌아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웰빙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라면 영화에 등장하는, 기분이 절로 좋아질 것 같은 삶의 풍경에 푹 취할지도 모른다. 맛깔스러운 음식, 사색의 시간, 맑은 공기와 푸른 바다, 그리고 법 없이도 살 것 같은 사람들. 거기에 소비와 휴식은 있으나, 현실의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기가미는 실현 가능한 유토피아를 제시하려고 하면서도 현실에 대해서는 애써 눈길을 외면한다. 유토피아가 가치 있고 아름다운 건 언젠가 그 곳을 떠나 돌아갈 현실과 대비되기 때문이다. 현실이 없는 유토피아는 나른하고 지루한 꿈 이상이 아닌 게다. 

그래서 나는 <안경>이 지겨워 잠이 왔고, 영화가 가증스럽다고 생각했다. 오기가미 영화는 자신들이 귀족인 양 착각하며 사는 소부르주아용 작품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탐욕스럽게 산 결과, 혹은 물려받은 유산을 잘 지킨 결과, 돈은 적당하게 있는데 더 이상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일은 귀찮은 인간들이 손쉽게 찾아낸 이상향이 오기가미의 영화엔 있다. 그들은 그 편안함에 안주할 것이고, 그 안락함에 치여 죽을 것이다. 나는 소부르주아의 같잖은 연대에는 관심이 없다. 웰빙이 지나고 슬로우 라이프의 시대가 왔다고, 영화의 홍보책자에는 써 있었다. 뜻한 바 있어 느리게 사는 것과 놀고 먹을 수 있어서 게으르게 사는 것을 혼동하지는 말아야 하겠다.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