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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로로. 뽀통령. 8300억 짜리 아기펭귄

로드365 2011. 6. 8. 15:28

8300억짜리 아기펭귄 ‘뽀로로’를 탄생시킨 오콘 김일호 대표 
마케팅 기술보다 중요한 건 컨텐츠의 '본질'


‘뽀롱~뽀롱~ 뽀로로!” 머리와 몸이 반반인 1/2 가분수 얼굴에 하늘을 날고 싶다는 소망으로 비행모자와 고글을 쓰고 뒤뚱거리며 다니는 아기펭귄 캐릭터, ‘뽀로로’를 본 적이 있는가? 뽀로로는 유아용 애니메이션 ‘뽀롱뽀롱 뽀로로’에 등장하는 주인공이다. 2005년부터 국내 애니메이션 시청률 1위, 해외 110여 개국에서 방영 중이며 상당수 국가에서 애니메이션 시청률 1위, 유럽 시장의 빗장을 연 한국 애니메이션 1호, 월트디즈니에 직배 계약한 첫 국산 애니메이션 등 각종 수식어가 자랑스러운 8살짜리 한국산 토종 캐릭터다.

어떤 어린이용품이든 이 캐릭터만 붙이면 날개 돋친 듯 팔린다. 이 아기펭귄은 2003년 EBS 방영 이후 지난해까지 캐릭터를 이용한 라이선스 매출 8300억 원(누적)을 올렸다. 수 많은 제조업체들이 라이선스를 원하지만 이름을 걸고 만드는 아이들용 제품이라 라이선스 선정에 깐깐하다. 그래도 성사된 라이선스 사업수만 ‘뽀로로와 친구들 초코케익’(뚜레쥬르), ‘뽀로로 통장’(국민은행), ‘뽀로로 잉글리쉬’(대교) 등 600여 가지다. 아이들은 왜 이리 뽀로로에 열광할까?

뽀로로의 아버지 김일호 ㈜오콘 대표가 말하는 뽀로로의 매력과 성공이유는 무엇일까? 4~50년이 넘은 아빠, 엄마뻘 캐릭터들(미국의 스누피(1958년생), 푸우(1964년생), 일본의 헬로우 키티(1974년생))등과 경쟁하며 세계적 캐릭터가 된 ‘뽀로로’의 제작소 오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오콘의 창조력의 원천, 잘 나가던 대기업 사원이 무작정 CEO가 된 이야기,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한국 컨텐츠 산업의 전망 등을 'IGM 비즈니스 리뷰'가 생생하게 전한다. (편집자주)

IGM: 대기업 디자인 연구소에 다니다 28살에 500만 원 들고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용기는 어디서 나셨던 건가요?
김일호 오콘 대표이사(이하 김일호):
한 마디로 겁이 없었죠, 철도 없었고요. (웃음) 결혼도 안 했을 때고요.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을 해야 에너지가 나온다고 여겼으니까요. 잃을게 있어야 겁도 나는 건데 그 때는 ‘잃을 것도 없었다’는 말이 정답이죠. 모든 것의 시작은 ‘모르는 게 약이다’ 라는 말이 맞는 듯합니다. 지금처럼 애니메이션 산업의 A to Z를 모두 알고 있었더라면 엄두를 못 냈을 거에요.

사실 당시 다니던 직장이 싫은 건 아니었어요. 안정된 곳이었죠. 그런데 다른 사람들의 것을 만드는 것보다, 내 자신이 좋아하는 것, 내 자신의 것을 만들고 싶었다는 욕구가 강했던 것 같습니다. 또,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되면, 좋아하기 때문에 잘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원래 디자인 전공이 애니메이션이었고, 영상을 좋아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지금 캐릭터, 애니메이션 분야가 되었죠. 사실 시작할 때는 큰 인프라가 필요한 게 아니었기 때문에 작은 작업실에서 ‘오 컨설팅’이란 이름으로 시작하게 되었는데, 조금씩 커져서 지금의 오콘이 되었습니다.

IGM: 사업을 우연히 시작하셨다고 했지만,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끄는 애니메이션 제작자가 되기까지 특별한 계기가 있을 것 같은데, 어린 시절의 꿈도 애니메이션 제작자가 되는 것이었나요?
김일호:
애니메이션은 많은 사람들의 어린 시절 추억도 되고,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매개체도 됩니다. 어릴 적 마징가 Z, 태권 V, 코난 등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자랐죠. 그런데 크고 나서 보니 그 만화들이 대부분 일본 작품이었더라구요. 어렸을 때는 어디서 만들었는지 관심이 있진 않았지만 그게 그냥 우리나라 작품인줄로만 알고 자랐죠. 우리 아이들을 우리가 만든 컨텐츠를 보여주면서 자라게 하는 것도 의미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좋아하는 일이 돈을 벌게 하는 결과를 만들고, 그렇게 만든 것이 사람들을 즐겁게 해준다면, 그것이 바로 직업의 세 가지 조건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애니메이션 분야는 제가 참 좋아했고, 오래 걸릴 것이라 생각했지만, 부가가치가 클 것이라는 생각도 하게 된 것이죠.

IGM: 오콘은 어떤 회사입니까? 경영철학이 있다면?
김일호:
오콘은 한 마디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입니다. 캐릭터를 컨텐츠 형태로 제작하고, 제작된 컨텐츠를 전세계에 배급하고 있습니다. 오콘은 가장 본질적인 것에 관심을 두는 회사입니다. 비즈니스 효과가 적게 나더라도, 좋은 컨텐츠를 만든다는 생각이 처음이자 끝이다라는 생각으로 일하는 회사였으면 하고,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뽀로로’의 경우 두 개 애니메이션 회사와 EBS가 합작하여 진헹했고, 많은 분들과 파트너십을 맺어 성공을 이끌게 되었습니다.

IGM: 오콘은 애니메이션 제작사로는 드물게 외국투자은행으로부터 엄청난 액수의 투자금을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초창기 국내의 작은 애니메이션 회사에 세계적인 투자은행이 투자하게 된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김일호:
3년 넘게 공들였건만 뽀로로는 TV 데뷔 후 2년간은 말 그대로 잠잠했습니다. 2006년 교육적인 면을 강화해 데뷔한 '선물공룡 디보'도 마찬가지였구요. 모두 폭력적이거나 자극적이지 않았기에 반응도 늦은 것이었죠. 사실 컨텐츠 산업은 제작과정에서 성공하겠다라는 것 자체가 보이지 않는 사업입니다. 예를 들면 벼농사처럼 성장과정이 보이고, 그 결과가 어느 정도 되겠다라는 게 보이는 산업이 아니라는 말씀이죠. 불확실성의 문제가 이 산업분야에서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을 투자가들이 인정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뽀로로와 디보는 데뷔 3년 만에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캐릭터 컨텐츠의 생명력을 그제서야 인정받은 것이죠.

애니메이션 같은 경우에는 통상적으로 기획을 시작으로 비즈니스가 되기까지는 5년, 비즈니스가 브랜드로 정착되기는 10년의 시간이 걸립니다. 작품이 표면으로 드러나는 순간부터는 놀라운 결과를 보이는데, 수많은 작품들이 보이지 않고 사라지게 됩니다. 그래서 크리에이티브(Creative) 산업에 투자한다는 것은 중간과정에 대한 판단이고, 리스크를 부담한 판단이기 때문에 오콘이 거액의 투자를 받게 된 것은 본질적인 것에 대한 평가였던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즉, 미래의 사업성보다 작품 자체에 좋은 평가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IGM: 그렇다면 뽀로로가 성공할 수 있었던 본질적 요인은 무엇이었습니까?
김일호:
지금까지 토마스 기관차나 미키마우스 같은 시대의 명작을 보면 본질적인 면에서 아이들에게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먼저 ‘미취학 아동을 위한 좋은 작품을 만들어봐야겠다’라는 생각이 결론적으로 좋은 컨텐츠를 만들었다고 판단합니다. 사실은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것을 만들면 시장 반응은 빨리 오지만, 사업적성공을 위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런 내용은 지양했습니다.

컨텐츠를 만든 주요 스텝들의 대부분이 2살부터 7살 정도의 아이를 가진 부모였습니다. ‘내 아이가 볼 건데 정말 좋게, 잘 만들어야겠다.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 주는 거 만들지 말고 부모입장에서 보여주고 싶은 것, 아이들도 너무 재미있어 하는 것을 만들자’ 라는 마음가짐에서 시작을 한 게 중요했다고 생각합니다. 혹자는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철저한 테스트를 거쳤다고도 이야기 하는데, 테스트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가짐의 문제였다고 생각합니다.

IGM: 8년차의 뽀로로, 이미 세계에서 통하는 컨텐츠가 되었는데요, 세계적 컨텐츠로 발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습니까?

김일호: 마케팅을 잘 이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훌륭한 컨텐츠 마케팅의 90%는 작품 자체의 본질적인 경쟁력에서 나옵니다. 그게 글로벌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세계 고객들의 성향이 지역, 문화에 따라 약간씩 다를 수는 있어도, 아이들은 아이들이고, 부모마음은 공통적인 게 굉장히 큽니다. 본질은 ‘아이가 정말 좋아할 수 있느냐, 재미있어하고 동질감을 느끼느냐’입니다. 두 번째는 그걸 권해줄 수 있는 부모입장에서 ‘아이에게 얼마나 좋은 메시지를 담고 있는지, 아이의 성장에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설득하는 일입니다.

IGM: 요즘 3D TV, 스마트폰 등 컨텐츠를 새로운 방식으로 전달할 수 있는 플랫폼들이 많아지며 컨텐츠 전쟁이 예견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는 한국 컨텐츠들이 꽤 있는데, 한국의 컨텐츠 시장에 대한 전망은 어떻습니까?
김일호:
해외에 나가보면 컨텐츠보다 한국의 위상이 좋아졌다라는 것을 먼저 느끼고 있습니다. 초창기 사업을 시작한 15년 전쯤엔 유럽 쪽으로 출장을 나가면 한국에 대해서 잘 몰랐습니다. 비즈니스 하는 데도 어려움이 많았죠. 하지만 2002년 월드컵 이후로는 유럽에 한국을 설명할 필요가 없어졌지요. 국가적 기반, 위상이 모든 산업의 기본이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현재 전 세계 컨텐츠 산업의 90%를 메이저 회사가 만들고 있습니다. 또 그 메이저 회사들은 전세계 5개의 나라가 장악하고 있는데, 그 순위는 경제 순위와 거의 일치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선진 산업이라는 이야기죠. 그 외의 나라가 성공을 거둔다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영국, 미국, 일본 등의 나라들은 100년 정도의 역사를 가지고 발전시키고 있는데, 한국은 불과 15~20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큰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한국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이 굉장히 크다고 생각합니다. 놀라운 집중력을 가진 한국인들이 사회 전반의 인식 상승과 함께 신념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컨텐츠 산업에 뛰어든다면, 컨텐츠 산업국으로서 한국의 위상은 굉장히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또, 아이패드며 아이폰 등 컨텐츠 산업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데, 반대로 컨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은 그것들에게 초연해질 필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본질입니다. 스토리, 스토리를 표현하는 비주얼적인 기술력,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 근본철학 등 이런 것에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좋은 컨텐츠가 나오는 것입니다. 좋은 컨텐츠가 나오면 새로운 플랫폼들도 자연스레 찾게 되기 마련입니다. 컨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새 플랫폼이 나왔다고 거기에 맞춰서 제작하고 이런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IGM: 컨텐츠를 제작할 때 창의성도 중요할 텐데, 조직에 창의성을 불어넣는 대표님만의 방법이 있으십니까?
김일호:
창의성은 논리적인 도출도 필요하지만, 궁극적으로 보면 어떤 한 사람의 경험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사람이 경험한 스토리가 녹아 들어서 세상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회사는 그러한 것들을 이끌어내기 위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지, 회사 자체가 창의성을 뚝딱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지는 않습니다. 다양성, 수용성, 문화를 편하게 해주는 것 등등에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마케팅 등 사업을 하는 쪽은 조직화, 시스템화 되는 게 필요합니다. 제작하는 사람은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하기 때문에 시스템화라든지, 자동화시킨다든지 하는 실수를 범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 두 가지를 잘 조절해 주는 게 중요합니다. 흰 빨래는 희게, 까만 빨래는 까맣게 하는 것처럼, 크리에이티브한 것은 그답게 리드해나가고 다른 부분은 또 그 특성에 맞게 리드해 나가야 합니다. 회사가 어떻게 리드해 주느냐가 관건이죠.

IGM: 오콘의 독특한 회의 문화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김일호:
아마 저희의 냉혹한 회의 문화에 대해서 말씀하시는 것 같군요(웃음). 아무리 크리에이티브한 자율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평가하는 선상에선 객관적으로 봐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크리에이티브의 존중과 평가의 냉혹함, 그 차이를 구분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작자들도 그런 것은 마음을 오픈하고 들어야 합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만들긴 하지만 그것을 즐기는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다면 소용없는 것이기 때문이죠.

회의할 때, 아이디어를 짤 때, 대부분 동료들을 감싸 안으면서 우리들끼리 좋다고 박수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것은 안에서는 좋을지는 몰라도 밖에서 깨질 가능성이 있고, 그럴 때의 상처는 더 큽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부에선 최종 평가의 기준은 제작자가 아니라, 시장이고 고객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평가에 있어서 냉정해져야 합니다.

IGM: 15년간 사업을 해오시면서 가장 어려웠던 순간, 행복했던 순간은 어떤 때였습니까?
김일호:
어떤 결과물을 내고 그 결과물을 사람들이 좋아해서 기쁨을 내부에서 직원들과 함께 나눌 때가 가장 좋았습니다. 어려웠던 때는 내가 굉장히 좋아했던 사람이 나를 떠나갈 때였는데요, 굉장히 많았습니다. 작은 회사들은 매일매일 매달 매달이 목숨을 거는 상황, 생사에 매달리는 경우인데, 그런 고비마다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들이 떠날 때가 제일 힘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업 시점부터 지금까지 남아있는 직원도 꽤 있는데, 그 사람들을 보면 흐뭇합니다. 또, 여기서 젊음을 불사른 친구들에게 어깨가 무거워지기도 합니다. 지금보다 더 좋은 결과가 있겠지, 무엇인가 더 해줄 수 있겠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IGM: 김 대표님께서 지금 꾸는 꿈은 어떤 것입니까?
김일호:
지금 2가지의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만드는 사람의 꿈과, 사업하는 사람으로서의 꿈이죠. 오콘을 그만둘 때까지는 크리에이터가 맞는 것 같고, 크리에이터로서의 사장이 맞는 것 같습니다. 저는 사장의 역할이 더 커질 때, 사장을 하기 보다는 크리에이터가 될 것 같습니다(웃음). 나이가 들어도 손주를 위해서 작품을 만드는 것이 행복하지 않을까요? 회사입장에서는 큰 회사도 좋지만, 무엇보다 세계 속에서도 자존심 있는 회사가 되려고 합니다. 출처 

진행: 홍미영 IGM 전임연구원 myhong@igm.or.kr
연출: 이현욱 IGM 연구원 hwlee@igm.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