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ㅓ

메모상자 사용법 - Niklas Luhamann

로드365 2008. 2. 26. 17:43

이곳에서 처음 알게된 메모상자에 대한 구체적인 사용법을 우연히 책에서 발견하게 되어 옮겨 공유해보려 합니다.

출처는 Jens Soentgen의 '생각발전소'라는 책입니다.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1927-1998)이 권하는 메모상자 사용법.

1. A4 용지를 반으로 잘라 메모지로 삼는다.

2. 메모지에 생각나는 것, 흥미로워 보이는 것 혹은 듣거나 읽은 것 중에서 인상적인 것들을 적는다.

3. 한 면에만 쓰도록 하자.
    메모상자가 좀더 빨리 차오르기는 하겠지만, 메모지를 상자에서 끄집어내지 않고 그대로 넘겨가며 읽을 수 있다.

4. 같은 테마에 속하는 메모지끼리 분류하여 한 칸에 모아둔다.

5. 그렇게 만들어진 칸에 해당 테마를 떠올릴 수 있는 철자로 표시를 한다(패러디 항목이라면 'P'라고 쓰면 된다).
    그 표시용 철자는 그 칸에 있는 메모지 모두에 똑같이 적어 넣는다.

6. 그리고 같은 칸에 있는 메모지에 일련번호를 매긴다(이를테면 P4, P5...).
    그렇게 하면 어느 메모지든 쉽게 찾아낼 수 있다. 애초 있던 자리에서 꺼내 자리를 옮겨 놓지 않았다면 말이다.

7. 각 메모지마다 그와 관계있는 다른 메모지들의 번호를 적어 놓는다. 그렇게 하면 각 메모지들은 제자리에 있으면서도
    방향을 지시할 수 있다. 필요할 때 그 메모지를 찾으면 또 다른 방향 지시가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메모지마다 하나의 네트워크를 이루게 된다. 작업을 할 때는 메모상자를 열고 그 네트워크를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8. 책에서 발췌한 인용 문구들을 적은 메모지를 관리할 때는 작가 이름순으로 정리한 메모상자를 따로 두는 것이 좋다.




책에서 인용한 내용들입니다.

'메모상자에 꾸준히 먹이를 주다보면 몇 해 지나면서부터는 그 상자에 집어넣지 않았는데도 끄집어낼 수 있는 어떤 생각의 체계
가 생겨난다. 관계있는 메모들을 하나하나 따라가며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거의 자동적으로 우연한 조합들이 생겨나
고 또 재미있는 계열이 생기기도 하는데, 그것들은 새로운 생각을 펼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학생 시절부터 메모상자 작업
을 시작했던 니클라스 루만은 심지어 메모상자가 자기 자신보다 더 똑똑하다는 말까지 했을 정도다. 그는 메모상자야말로 더불어
말이 통할 수 있는 존재라며, 메모상자 덕에 자신의 수많은 책들이 저절로 씌어지듯 했다고 말한다.'



잘 정리하지 않은 메모상자의 이점.

'대략 몇 년 정도 지나고 나면 메모상자가 너무나 복잡해져 수집가 자신조차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 분간하기 어려워진다. 그렇다
고 해서 메모상자가 쓸모없어지는 건 아니다. 창조적인 작업에는 쉬 분간이 어려운 메모상자가 잘 정리된 메모상자보다 오히려 더
잘 어울린다. 분야들을 고정되게 나누지 말고 분류 상자 속에서 온갖 생각과 메모의 네트워크가 점점 크게 자라나도록 하는 게 좋
다고 노련한 매모상자 이용자는 말한다.'




'월경(越境) 하는 지식의 모험자들' 이라는 책에서 나온 루만의 메모상자와 작업방식에 대한 글도 옮겨봅니다.

  루만의 메모상자, 또는 자동생산체계

'어떻게 이처럼 많은 책을 출간할 수 있을까? 루만은 이미 1952년부터 저 유명한 메모상자를 구축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루
만은 고도의 작업능력과 감수성을 바탕으로 메모상자에 축적된 지식을 종횡무진한 이론가였기에 이처럼 무지막지한 이론적 생산
이 가능했을 것이다. 메모상자에 저장된 지식은 마치 자료의 네트워크와 같은 기능을 한 셈이다. 루만의 메모상자는 바로 루만 이
론의 핵심인 자동생산체계의 한 사례가 될 것이다. 언젠가 루만은 "하루에 몇 시간 저술합니까?" 라는 질문을 받고 나서 다음과 같
이 답변한 바있다. "더이상 특별히 할 일이 없다면, 나는 하루 종일 글을 씁니다. 오전 8시30분부터 정오까지 글을 쓰고 나서, 잠깐 개와 함께 산책을 합니다. 그리고 다시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글을 쓰지요. 그리고 다시 개와 함께 산책을 나갑니다. 때때로 나는 15분 동안 누워 있기도 합니다.
아주 집중해서 쉬는 것이 몸에 배어 있기 때문에 잠시 쉬고 난 다음에는 다시 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저녁에도 11시경까지 글을 씁니다. 11시에는 침대에 누워 요즈음 소화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한두 권의 책을 읽습니다. 나는 무엇이든지 억지로 하지는 않습니다. 언제나 편안하게 생각되는 것만을 하지요. 나는 내가 관심을 두고 있는 대상이 어떻게 되고 있는가를 알게 될 때만 글을 씁니다. 그러다가 한순간 막히게 되면, 그 일을 제쳐놓고 다른 일을 하기도 합니다."
"그 경우에는 무엇을 하십니까?"
"다른 책을 쓰지요. 나는 언제나 여러가지 텍스트를 동시에 씁니다. 늘 여러가지 텍스트를 동시에 쓰는 이러한 저술 방법이 지금까지 우연적인 상황이나 제약 때문에 중단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루만은 이러한 인상적인 작업 방식으로 범(凡)학과적인 다양성을 갖춘 정교한 사회이론을 완성할 수 있었다.
정년퇴직 후 빌레펠트 근교의 외어링하우젠(Oerlinghausen)에 있는 그의 사저로 돌아와서도 무엇인가 쓰지 않는 하루를 보낸 적
이 없을 정도로 루만은 '사회학적 계몽'에 그의 열정을 불태웠다. 이처럼 생산적인 작업에 시간을 보내는 가운데서도 루만은 그의
장성한 자녀들과 여행을 즐겨했다. 그의 부인이 비교적 일찍 타계했기 때문에 자녀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방법론은 스스로를 놀라게 하는 학문적 연구를 가능하게 한다 - [Die Gesellschaft der Gesellschaft] 중에서 -
                                                                                                                             
                                                                                                                      -Niklas Luhamann


강유원 :: 루만이 사용법을 설명하는 동영상도 참조할 수 있습니다. 방이 넓군요. http://www.youtube.com/watch?v=tu3t_zzHJJ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