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ㅜ

투표지 분류기 원리

로드365 2007. 12. 19. 17:39
2007 대선 도와줄 투표지분류기의 원리

대통령 선거가 코앞에 다가오니 나라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5년 동안 나라를 이끌어 나갈 대표를 뽑는 중요한 행사라 언론은 물론 국민의 관심사가 대통령 선거에 집중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고 선거 당일 실시되는 출구조사 결과나 실시간 개표현황에도 자연스럽게 눈길이 간다.

다른 선거도 비슷하겠지만 대통령 선거는 투표인단 수가 워낙 많다보니 개표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사람 손으로 일일이 투표용지를 세다보니 그만큼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물론이고 분류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지난 2002년 지방선거부터 투표지분류기를 도입해 개표 시간을 크게 줄였다. 2007년 대통령 선거에 사용될 투표지분류기의 원리를 알아보자.

한틀시스템 투표지분류기 HDP-2000V


■ 미리 입력해 놓은 투표용지와 비교해 분류
투표지분류기는 말 그대로 투표용지를 상황에 맞게 자동으로 분류해주는 장치를 말한다. 흔히 전자투표와 투표지분류기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자투표는 투표용지를 사용하지 않고 단말기나 PC를 이용해 투표하는 것을 말하고 투표지분류기는 종이로 만든 투표용지를 단순히 분류하는 역할만 담당한다. 초기에는 흑백 스캔만 가능하고 분류할 수 있는 목록도 많지 않았지만 최근 도입한 투표지 분류기는 컬러는 물론 투표용지를 14가지로 분류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사용하는 투표지분류기를 제작한 한틀시스템 관계자는 "투표지분류기는 원래 투표용지가 아닌 은행이나 증권사와 같은 금융권에서 수표를 분류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며 "투표지분류기는 수표 분류기를 선거에 알맞게 개조한 형태라고 이해하면 된다"라고 말한다.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사용하는 투표지분류기는 분당 300∼350장 정도의 투표용지를 분류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수치에 불과하고 외부 조건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투표지분류기는 투표용지가 길어질수록 처리할 수 있는 양이 줄어들며 PC 사양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틀시스템 관계자는 말했다.
 

일단 선거에 사용할 투표용지를 한 장 집어넣고 스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투표가 끝난 투표용지를 투표지분류기에 넣으면 자동으로 분류가 시작된다.
분류된 투표용지가 보관되는 스태거부 PC에 설치된 소프트웨어는 투표지분류기를 제어하는 역할뿐 아니라 투표용지 분류 결과값을 정리해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보고서로 만들 수 있다.

투표지분류기는 단독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PC와 연결해야 한다. 일단 선거에 사용할 투표용지를 한 장 집어넣고 스캔 과정을 거친다. 스캔된 투표용지 데이터는 PC에 입력되며 선거에 참여한 후보 명단과 어떤 곳에 투표용지를 분류할 것인지도 함께 설정한다. 그리고 투표가 끝난 투표용지를 투표지분류기에 넣으면 자동으로 분류가 시작되는 원리다.

조금 더 깊게 들여다보면 이렇다. 투표가 끝난 투표용지에는 어떤 후보를 지목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人' 마크가 찍혀있다. 투표지분류기에 투표용지가 들어오면 PC에 미리 입력해둔 투표용지와 비교해 '人' 마크가 찍힌 후보를 골라내 분류한다. 쉽게 말해 투표지분류기는 투표용지를 고속으로 스캔하고 PC는 이를 해당 조건에 맞게 분류하도록 명령을 내리는 것이다.

■ PC 사양 높아야 투표용지 분류속도도 빨라져
투표용지 비교 작업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로 처리하므로 PC 사양이 그만큼 중요하다. 한틀시스템 관계자에 따르면 투표지분류기 성능을 100% 발휘하려면 듀얼코어 CPU가 탑재된 최신 PC를 사용해야 한다. 만약 성능이 낮은 PC라면 소프트웨어 처리가 늦어지므로 그만큼 분류속도가 느려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PC에 설치된 소프트웨어는 투표지분류기를 제어하는 역할뿐 아니라 투표용지 분류 결과값을 정리해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보고서로 만들 수 있으며 네트워크에 연결하면 중앙서버에 해당 데이터도 전송이 가능하다. 하지만 중앙서버에 데이터를 전송하는 과정에서 해킹 당할 수 있다고 판단해 현재 실시하지 않고 있다.

투표용지를 스캔하고 이를 PC로 전송해 주는 역할을 담당하는 브릿지부 투표지분류기가 판단할 수 없는 투표용지는 따로 미분류로 등록돼 심사위원의 최종 평가를 받는다.

PC 인터페이스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투표지분류기는 USB나 SCSI(Small Computer System Interface)를 지원하지만 실제로는 SCSI가 장착되어 있다. 전원을 켠 상태에서 연결이나 제거가 가능하고 널리 보급된 USB 대신 SCSI를 사용하는 이유는 CPU 점유율이 낮아 PC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순간적으로 밀려들어오는 데이터를 병목현상 없이 처리할 수 있기 때문. 여기에 투표지분류기는 무엇보다 안정성이 중요하므로 오랫동안 다방면으로 검증된 PC 인터페이스인 SCSI를 선택한 것이다.

투표용지를 살피다보면 후보와 후보 사이를 구분해 놓은 선에 '人' 마크를 찍고 너무 약하게 눌러 희미하게 윤곽만 드러나거나 위치가 애매모호한 것도 많다. "투표지분류기가 판단하기 곤란한 투표용지는 미분류로 등록돼 따로 한곳에 모아지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한 규정에 따라 각 후보의 투표용지는 모두 심사위원이 직접 눈으로 확인하며 계수기를 통해 다시 한번 점검한다"고 한틀시스템 관계자는 전했다. 결국 투표지분류기는 재빠른 개표를 도와주는 보조역할을 담당할 뿐이고 최종판단은 사람의 몫인 셈이다.


이수환 기자 shulee@ebuzz.co.kr | 2007-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