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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판 이야기

로드365 2007. 3. 14. 09:05


  • “자칫하면 공멸… 극장·제작사·감독 등 ‘백의종군’해야”
  • “거품 빼자” 충무로 5人 좌담

    작년 110편중 20편만 적자 면해 관객 빠지고 촬영현장도 확 줄어
    이대로 3~4년 가면 망할 것 같아

    100만 관객 들면 수지 맞도록 제작비 절감 등 구조조정 필수
    ‘수익 많이 낸후 분배’로 바꿔야
  • 어수웅기자 jan10@chosun.com
    입력 : 2007.03.13 23:19 / 수정 : 2007.03.14 08:53
    • 조선일보는 충무로의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켜보자는 취지로 좌담회를 마련했다. 지난 9일 오전 10시 조선일보 회의실에서 열린 좌담회에는 극장 대표(김광섭), 배급사 대표(김주성), 투자사 대표(박현태), 감독 대표(정윤철), 제작사 대표(차승재)가 참석했다.

      한국 영화계에 최대의 위기가 닥쳤다는 의식을 공감했기에, 토론은 열기로 가득했다. 현재의 위기가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구체적으로 제작비의 거품을 어떻게 뺄 수 있을지가 집중 논의됐다. 때로는 감독의 제작사 지분 과다 요구, 스크린 수 법적 제한 등의 사안에 대해 의견이 갈리기도 했지만, 참석자들은 이 모든 논쟁과 대담이 한국 영화의 질적 발전과 관객을 위한 생산적 토론이라는 데 대해 의견을 함께했다. 다음은 쟁점별 요약.
    • ▲ 한국 영화산업의 대표 5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박현태 대표, 정윤철 감독, 김광섭 대표, 김주성 대표, 차승재 협회장. /전기병기자 gibong@chosun.com

    • “작년 영화산업은 투기와 로또”

      ▲차승재: 한국 영화계가 최대 위기를 맞은 게 사실이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이대로 3~4년이면 망할 거다. 싸이더스 FNH의 경우 항상 3~4개 정도는 촬영 현장이 있었는데, 지난해 11월 이후 하나도 없다. 아마 올 5, 6월까지도 없을 것 같다. 물론 재정비의 의미도 있지만, 충무로 전체로 봐도 지금 촬영 현장이 별로 많지 않다.

      ▲김주성: 올해 추석이 황금연휴인데, 아직 어떤 영화를 선보일지 확정하지 못했다. 올해는 아예 작품이 없다고 말하는 게 옳다. 작년에는 ‘타짜’ 등 한국영화가 무려 5개였는데. 그나마 극장은 낫지 않은가.

      ▲김광섭: 작년 말부터 관객이 빠지기 시작했다. 올 1, 2월만 해도 전년 대비 15%정도 줄었다. 물론 비수기·성수기가 있기 때문에 연말 가봐야 알겠지만, 추세로 보면 힘들 것 같다.

      ▲차승재: 매년 영화산업결산을 해오던 아이엠픽쳐스가 올해는 통계를 발표하지 못하고 있을 정도라고 들었다. 한 해 이 산업에서 돌아가는 돈을 4000억~5000억 원으로 보는데, 작년에 허공에 날린 숫자가 1000억 원이라는 거다.

      ▲박현태: 지난해 110편의 한국영화 중에서 20편 빼고는 다 큰 적자가 났다. 자체 조사 결과, 적자가 난 90편 중에서 50~60편은 P & A(필름 프린트 값과 마케팅비)도 못 건졌다. 또 그 나머지 절반도 70% 가까운 손해가 났다. 이건 투자가 아니라 투기고, 로또다.


      “감독이 50%나 가져가겠다니” VS. “기획과 시나리오까지 감독이 한다”

      ▲정윤철: 감독이 수익 지분의 50%를 요구한다고 말들이 많다. 나도 포함되나(웃음). 좋은 기획과 시나리오가 있다면, 단순히 연출료만 받고 연출하겠다는 감독이 대부분일 것이다. 문제는 현재 일부 제작사를 제외하면 감독이 하는 일이 너무 많다. 시나리오 만드는 건 물론, 배우 캐스팅, 현장 진행, 프로듀서의 일까지 감독이 맡는다. 감독 요구라는 결과론만 갖고 말할 게 아니다.

      ▲차승재: 떡을 앞에 놓고 싸우는 것처럼 보일까봐 조심스럽다. 하지만 환경이 감독들을 그렇게 만든 게 아니라, 감독들이 그런 상황을 찾아가는 것 같다(웃음). 영화를 선박에 비유할 때, 방향은 감독이 이끌고 가지만, 숯검댕이 묻히면서 불 때는 기관사는 제작자다. 한두 작품을 감독이 이끌고 갈 수는 있겠지만, 몇십 개 프로젝트를 어떻게 감독이 이끌고 가겠나.


      “관객수 100만 명 선에서 수지가 맞아야”

      ▲차승재: 제일 먼저 제작비가 합리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작년에 110편 개봉했는데, 100만 넘은 영화가 40편이었다. 그런데 수지를 맞춘 영화는 10%가 안 된다. 세계 어느 나라를 봐도 전체 영화의 30% 정도는 수지를 맞춘다. 이걸 개혁해야 한다. 우리 제작사가 먼저 구조조정을 하고, 배급, 극장, 투자사 등으로 차례차례 올라가야 한다. 모두가 ‘백의종군’을 해야 할 시점이다. 현재 제작가협회가 실무팀을 구성, 제작비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

      ▲김주성: 동감이다. 이익은 남았을 때 배분하는 거다. 위기의 해결방식은 결국 제작비를 줄이거나, 새로운 시장을 찾는 건데, 사실 새로운 시장 찾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작년에 수출이 68%까지 고꾸라졌다. 제작비 절감은 물론 제작자들이 중심이 돼야겠지만, 배급사나 투자사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은 적극 돕겠다. 우리는 이번에 ‘드림 걸즈’ 마케팅비를 3억 줄였다. 오스카 효과도 봤지만, 외화는 보통 9억, 10억 정도 드는데 6억 수준에 맞췄다. 관행적으로 나가던 부분을 재검토한 거다. 현실적으로 배우, 감독, 배급사 등 각 영역들이 받는 걸 조금 줄이고, 나중에 돈이 남으면 가져가는 구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정윤철: 스태프들도 동의할 것이다. 무조건 깎으라는 게 아니라, 다들 힘드니까, 수익이 나면 얼마를 주겠다, 이런 식으로 하면 말이다.


      “스크린 과당경쟁 자율 자제”

      ▲김광섭: 소위 와이드 릴리즈(최대의 스크린 확보로 단기간에 수익 극대화)는 제작사와 배급사가 먼저 요구한 것이다. 부가판권 시장이 축소된 가운데, 극장에서 수입을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은 시장 논리다. 따라서 ‘스크린 독점제한법’(천영세 의원 발의)이라는 법적 규제 이외의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 물론 멀티플렉스(복합상영관)도 독립·예술 영화의 상영을 늘려 다양성 확보에 노력하겠다.

      ▲차승재: 타의에 의한 제도적 규제는 차선이다.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공감대를 가진 상태에서의 자율규제가 최선이다. 각자의 이기심 때문에 조절이 안되면, 차선책으로 법적 제도적 장치도 필요한 게 아닌가 하는 게 나의 생각이다.


      “시나리오 지원 확대로 작품 질 높여야”

      ▲정윤철: 영화 산업에 대한 토론이 일반 관객에게는 뜬구름 잡는 얘기로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위기는 결국 한국영화의 질적 하락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독자와 관객들도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창작의 입장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시나리오의 위기다. ‘좋지 아니한가’를 하기 전에 60여 개의 시나리오를 봤지만, 고르기가 쉽지 않았다. 좋은 인력은 점점 드라마와 게임 쪽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시나리오에 좀 더 좋은 대접이 이뤄져야 한다. 감독들도 새로운 상상력으로 현재의 위기를 돌파하겠다.

      ▲차승재: 콘텐트부터 유통까지, 영화산업의 고리에서 이렇게 같은 목소리가 나온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오늘의 모임을 계기로 서로 고통을 분담하고, 차츰 구체적인 부분까지 합의를 이끌어내자.
       

    • (대담은 2시간 넘게 이뤄졌다. 때로는 여러 가지 다양한 주제로 가지를 치면서 논점에서 벗어난 경우도 있었지만, 일단 그날의 분위기를 그대로 전달한다는 점에서 원문을 싣는다.)


      3월 둘째 주에는 개봉하는 한국영화가 한 편도 없었다. 무려 110편이 개봉했던 지난 해에는 단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현상으로 알고 있다. 충무로 위기를 이야기하는 징후 중의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일반 독자, 일반 관객에게는 현실적으로 잘 감이 오지 않는 부분도 있다. 구체적으로 현장에서 어떤 현상이 있는 지를 예로 들면서, 좌담을 시작하자.

      차승재: 당장 불난 집처럼 된 건 아니다. 하지만 우리 산업의 덩어리에 비해 공급할 수 있는 영양분, 즉 자본이 상당히 위축된 건 사실이다. 지금 당장 우리가 다 망한다는 게 아니라, 이대로 3,4년쯤 지나면 다 망할 것이라는 걱정이다. 그런 구조 안에 있다는 걸 인식하기 시작했다. 현상으로 얘기 드리자면, 우리 싸이더스의 경우 항상 어느 때나 3,4개 정도는 촬영 현장이 있었는데, 작년 11월 이후 지금까지 촬영현장이 하나도 없다.

      올 5,6월까지도 없을 것 같다. 물론 일부러 그런 면도 있다. 직원 재교육도 하고. 또 어수선할 때, 어디로 갈지 모를 때 섣불리 움직이면

      그렇잖냐. 재정비의 의미가 있다. 하지만 충무로 전체로 봐도 지금 그렇게 촬영현장이 많지 않을 것 같다.
      사회: 촬영을 중간에 접은 곳도 적지 않다는데.
      차승재: 메인 스트림 스튜디오에선 없을 거고, 우회상장한 제작사들이나 혹은 신규 진입 제작사가 마무리를 못하고 덜컥 그런데도 좀 있다.
      김주성: 차 대표 이야기처럼 영화가 많이 안 만들어지는 것 같다. 우리는 투자배급사라, 앞을 보고 계획을 세워야 하는 입장이다. 올해 추석이 황금연휴잖냐. 그런데 그 때 영화가 없다. 작년에는 여기 차 대표도 계시지만, 싸이더스의 ‘타짜’를 지난 추석때 개봉했었는데, 올해는 작품 고르기가 어렵다. 아니 아예 구하기가 어렵다.
      차승재: 작년에는 추석 한국영화가 무려 다섯 개였는데. 가문 시리즈, 타짜 등등 해서. 지금쯤이면 대충 라인업이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
      김주성: 그런 걸 보면 하반기 위축된 게 맞다. 싸이더스 뿐만 아니고 수익 낸 곳 자체가 없을 것. 투자심리나, 제작 부문 모두 다 한 발 물러선 결과다.
      사회: (그래도 극장 쪽은 유일하게 괜찮지 않았나.)
      김광섭: 기준이 관객숫자 아니냐. 2001년이 피크였다. 전년대비 관객수가 38% 증가했다. 그 이후로도 지속적 증가가 있었다. 작년에도 12% 정도 증가했다. 그런데 작년 말부터 관객이 빠지기 시작했다. 금년 1,2월만 보면 전년 대비 15% 빠져 있다. 물론 성수기와 비수기가 있기 때문에 연말에 가봐야 확실하겠지만, 추세로 보면 금년에는 예년만큼 올라갈 수 있을까에 의문이 든다. 굉장히 힘들 것 같다.
      박현태: 다들 위기라고 말씀 들 하시지만 우리 같은 투자사는 더 큰 위기를 느낀다. 단적으로 영화는 자본 예술 아니냐. 가령 요즘 상업영화의 경우 50억이 총제작비인데, 그렇게 투자해서 그 돈이 회수가 되야 산업이 돌아가는 것 아니냐. 작년의 경우 통계수치를 왜곡하는 사례가 있었다. ‘괴물’과 ‘왕의 남자’의 경우다. 그래서 총체적으로 산업 전체가 얼마 투자해서 얼마 수익이 났다는 식으로 계산을 하면 왜곡이 된다. 우리 회사 자체 조사 결과, 작년 110편 영화 중에서 20편 빼면 나머지는 큰 적자가 났다. 개별 사례를 밝힐 수는 없지만, 적자가 난 90편 중에 50~60편은 P & A 비용(마케팅비와 필름 프린트비용)도 안나왔다. 나머지 반절도 70% 가까운 손해가 났다. 이건 투자가 아니라 투기다. 로또다. 산업이 이런 식이 되면 상당히 위기다. 물론 재작년에도 영화가 괜찮은 투자꺼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작년 같은 재앙은 아니었다. 앞으로 괜찮겠지, 하고 투자했는데, 작년 그렇게 되고 보니 제작사, 투자배급사, 투자사 데미지가 크다. 공황상태가 아닌가 한다.
      지금 생산라인이 스톱된 상태다. 싸이더스야 자체적으로 조절을 하겠지만, 다른 제작사는 우리에게 직접 투자 제안을 많이 해 온다.

      그런데 이 일이 우리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투자배급사도 함께 해야 하는데, 지금 배급사는 극히 소극적인 상황이다.
      차승재: 거의 조증과 울증을 왕복하고 있는 상태다. 단순히 한가지 이유로 그런 건 아니다. 어제 제협 회의를 했는데, 항상 연도별 산업 결산을 내 오던 IM 픽쳐스가 2006년도 통계를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래도 이 영화산업이 항상 집어넣은 것과 나온 것 결산해보면 3%를 유지해 왔는데, 작년에는 1000억이 깨졌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한 해 이 산업에서 돌아가는 돈을 4000~5000억 원으로 보는데, 작년에 태워먹은 숫자가 1000억이란 거다.
      김주성: 4000억이 들어갔는데 3000억 원만 남아 있다는 얘기를 우리도 들었다.
      차승재: 거기다가 해외시장도 위축 됐다. 지난 해 영화 수출의 68%가 감소했다. 돈으로 치면 700억이다. 현금 유동상황으로 보면 무려 1700억원이 증발한 거다.
      사회: 산업으로 보면 이 정도 힘들다는데, 콘텐츠로 보면 어떤가. 콘텐츠도 위기인가
      정윤철: 감독들이 걱정하는 건 노조 문제도 있다. 상당히 혼란스런 시기가 올 것 같다. 감독들도 어느 선까지 맞춰나갈 수 있을까에 대해 불안감이 있다. 그동안 관행적으로 밤을 샌다든지,
      조금 더 해달라고 인정상 부탁하던 것들이, 이제는 비용으로 들 테니 제작비 상승으로 이어질테니까. 당연히 부담이다. 어느 선까지 양해할까. 닥치지는 않았지만 잠재적 불안감이 있다.
      그런데 더 크게 보면, 개인적인 생각일 수 있지만, 더 큰 위기는 시나리오의 위기를 지적하고 싶다.
      쓸 만한 시나리오가 없다. 시나리오에 대한 대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일 텐데, 현재까지 시스템적으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생각이다. 개선될 전망도 별로 보이지 않고.

      사회: 자연스럽게 개별사안으로 넘어가보자. 최근 차 대표가 제기한 이슈로, 감독들이 제작사의 지분을 너무 많이 가져간다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차승재: 감독들의 지분 문제라고 말하니, 떡을 앞에 놓고 싸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웃음). 이 이야기를 드린 이유는, 산업이 있으면 산업의 주체들이 있는데, 영화라는 산업을 선박에 비유하자면 기관실은 제작 쪽이다. 배의 방향은 감독이 움직여 가지만, 기관장이 불을 안 때는 데, 선장이 갈 수가 있겠나. 기획 개발이라는 행위를 통해 자본을 선투입하는 사람들은 제작사라는 이야기다. 작품 하나 기획하고 개발하는 데 작게 잡아 2억, 보통 2억 이상씩 나온다.
      떡은 모든 사람들이 불만이다.

      투자사와 제작사가 나누는 비율이 6대4인데, 이게 제작사가 가져가는 비율이 너무 높다는 주장들이 있다. 이 비율로 정해진 게 한 7,8년 된 것 같다. 2000년 쯤 5대5 비율의 계약서를 마지막으로 봤으니까(웃음). 이 6대4 구조 안에서 투자사도 돈 번 데가 없고, 제작사도 돈 번 곳이 없다. 제작사 중에서는 S와 O 등 겨우 두 군데 정도 벌었을까. 그나마 자본을 갖추고 회사의 형태를 유지하는 곳들은 본 사업(영화)이 아니라 우회상장 주식 이익 등 기타소득으로 그나마 현상유지를 하는 거다. 6대4로 수익을 나눠도 기업화를 못했다. 그런데 제작사가 가져간다는 4 조차도 우리가 지키지를 못한다. 잘 나가는 감독들이 지분 50%를 요구하고, 잘나가는 배우들은 또 15~20%를 요구한다. (러닝 개런티로 관객 1명당) 150원, 200원까지 거니까. 작아 보이지만 1인당이니 굉장히 큰 돈이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6대4 구조로도 기업화가 못된 제작사가, 이렇게 자기에게 돌아올 볼륨을 줄여나가면 3,4년 뒤에는 모두 월급장이 프로듀서로 CJ엔터테인먼트에 취직해야 할 것이다.


      단순하게 누가 많이 가져가야된다는 게 아니라, 최소한 산업을 움직여 나갈 수 있는 구동축에 연료를 집어 넣어야 하는데, 한계를 넘어선 것 같은 느낌이라는 거다. 벌어서 나눠 갖는 게 일반화되고 있다. 우리 동네가(영화계가) 모두 다 1등이다. 저 친구가 50% 받는데, 나는 왜 50% 못 받느냐 식인 거다. 이게 일반화가 되어 버리면 어떡하나. 극단적으로 말해 프로듀서들이 없어도 된다. 감독들이 산업을 잘 끌어갈 수 있다면 말이다. 하지만 처음에 몇십 억씩 넣어 몇십 개 프로젝트를 어떻게 감독들이 끌고 가겠나. 한 두 작품은 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누가 숱검댕이 묻혀 가며,이 산업을 불 때고 끌고 가겠나.

      정윤철: (웃으며) 50% 요구하는 감독에는 저도 안 들어갈 뿐더러 그 숫자도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은데. 우선 지난 번 배우들과의 논쟁처럼 영화계에 대한 일반인 시각이 “니들 그렇게 돈이 많냐”는 식으로는 안 보여졌으면 좋겠다.
      지분에 대해서 회사를 차리는 감독도 있고, 그게 불편하면 제작사와 공동제작 형식, 혹은 반반씩 나누는 경우도 있을 거다.

      마지노선이라는 게 사실 선을 긋기가 애매한 측면도 있다. 중요한 건 지분 50, 20, 10이 아니라, 완성까지 이르는 데 각자가 기여한 부분이 어느 정도인가에 대한 생각이 다른 것 같다. 만약 시나리오가 좋은 게 주어진다면, 감독이 지분을 안받고, 혹은 10%만을 받더라도, 연출만 하겠다는 감독이 대부분일 것이다. 내가 아는 스타 감독도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시나리오가 없다. 심지어 배우 캐스팅까지 관여해야 하는 감독도 있다.
      사실 투자 쪽에서 감독에게 다이렉트로 접촉을 시도해 온다. 구체적으로 P사가 경우가 그렇다. 직접적으로 접촉해서 감독과 계약을 한다. 제 생각에는 누차 말하자면 시나리오가 대안이다.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기획까지 했다고 생각하면, 제작사에 왜 돈을 줘야 하는 지에 대한 이유를 찾기 힘들다. 당연히 감독이 기여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할 수록 더 많이 요구한다. 싸이더스나 체계적인 영화사는 모르겠지만, 감독이 하는 일이 너무 많다. 시나리오, 캐스팅, 현장 진행. 프로듀싱의 일까지. 역할 분담이 안되고 시나리오 개발까지 하는 상황. 그래서 이런 상황이 빚어진 거다.

      차승재: 환경이 (감독들을) 그렇게 만든 게 아니라, (감독들이) 그런 상황을 찾아가는 것 같다.

      저희 회사는 대부분 신인감독들과 일한다. 정 감독이 우리를 시스템 있는 회사로 인정해주셨는데, 고마운 일이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쩐 제작사는 (감독에게) 더 많이 주는 데, 그 대신 서비스가 나쁘다. 그런데도 감독들이 그 서비스 나쁜 회사를 찾아간다. 전체가 태평성대고 풍년가를 부른다면 사실 어떤 현상이 일어나도 괜찮다. 그런데 자본이 완전히 태워져서 반토막이 났는데, 그리고 여기에

      합리적인 제작비 구조도 갖고 있지 못하는데, 이럴 때 이런 주장은 아니라는 거다. 자본도 위축됐고, 손익분기점도 너무 높다. 3중 4중고다.
      거기다가 김광섭 대표도 얘기했지만, 만약 영화산업 성장 초기에 이렇다면 매출액 늘려가면서 해법을 찾을 수도 있다. 그런데 아무도 공식적으로 얘기하지 않지만, 사실 시장은 정점을 찍었다. 이 시점에서는 소승적으로 보면 안 된다. 내가 편하자는 주장을 참고, 다들 고통분담 하면서 시장이 커질 때까지, 합리적인 제작비 구조가 만들어질 때까지는 모두 백의종군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거다.
      박현태: 기본적으로 동의한다. 그런데 제작자가 돈 번 사람 없다는데, 투자자는 물론이다. 그나마 제작자는 트렉레코드(작품 경력)라는 무형의 자산이라도 갖고 있지 않느냐. 그걸 통해서 우회상장이라든지, 차 대표 말씀 대로 기타 수입이라는 걸로 보완이라도 했지 않느냐. 극장, 배급, 통신사는 그런 부가수입을

      통해서 손실 만회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순수 투자자는 그런 게 없다. 제작자가 기관장이라는데 동의한다. 그런데 기관장이 물로 불 때는 것 아니잖냐. 연료는 투자자가 댄다. 상당축을 순수 투자자들이 댔다. 그런데 시장사이즈는 꼭지다. 제작자의 주장, 감독의 주장, 모두 일리 있는 부분이 있겠지. 하지만 가장 큰 피해자는 우리 같은 투자자다. 더구나 우리는 (제협이나 감독조합처럼) 세력화되어 있지도 않다. 솔직히 우리들은 산업이 안 좋다고 말하기가 무서운 게, 우리의 역할이 투자할 돈을 모으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는 이런 위기를 기회라고 본다. 이 임 자체가 기회일 수 있다. 산업이 박살이 난 다음에 솟아날 여지가 있는 것처럼, 차라리 내년에는 상대적으로 괜찮을 것이다. 산업이 안 좋다는 말 함부로 못하는 딜레마가 있다. 차 대표 말처럼, 파이가 커졌는데, 그 동안은 자기 몫을 늘리는 데 급급해 왔다. 영화산업 이끄는 제작자, 감독 모두 말이다. 모순의 극대화가 작년이었다. 이제는 모두가 프로젝트 하나로 인생의 승부를 볼 게 아니라, 평생을 할 것으로 보고 의사결정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콘텐츠가 죽으면 극장도 이익일 수가 있겠는가. 부율 문제 뿐만 아니라, 합리적으로 풀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전부 합리적인 백의종군을 해야 한다고 본다. 작년에 워낙 어려웠던 해였기 때문에 역으로 기회가 가능한 것이다. 삼성도 IMF 이후 구조조정으로 성장한 것 아니냐. 대 공황에 버금가는 상황이 작년에 있었다면, 그것을 극복하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거다.

      차승재: 전체적인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할 시점이다.

      박현태: 최근 해외 자본을 끌어들이려고 미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 때 물었다. 수익 배분에 관한 너희들의 일반적인 기준이 뭐냐고. 극장과 콘텐츠 사이, 또 제작사와 투자자는 어떻게 나눠가지냐고. 그런데 반응이 멀뚱하더라. 케이스가 너무 많다는 것. 일반적 기준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획일적이다. 트렉이 하나다. 이걸 바꿔보면 어떨까. 지금은 투자자와 제작사가 6대4로 나눠가지는데, 이걸 수익률이 한 30% 나올 때 까지는 투자자에게 7, 제작사에게 3을 주고, 그 이후 시점에는 배분비율을 바꾸는 거다. 슬라이딩 식으로 하는 거지. 하려고만 하면 여러 가지 절충점들이 나오리라 본다. 투자자가 어느 정도 수입이 되야 재투자를 할 거 아니냐.

      초기 일정 수익률까지는 투자자의 몫을 인정하고, 그 이후에는 창작 몫으로 돌리고 하는 식으로.
      차승재: 기본적으로 찬성한다. 그런데

      논리의 사슬로 보면, 제일 먼저 제작비가 합리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우선 우리 제작자들이 먼저 만시지탄의 느낌이 있지만 땅을 치고 반성하고

      후회한다. 사실 관객 100만이 입장하면 손익분기점이 되어야 한다. 작년에 110편이 개봉했는데, 100만 넘은 영화가 40편이었다. 30% 정도인 거지. 세계 어느 나라를 봐도 전체 영화의 30% 정도는 손익분기점을 맞춘다. 일본, 미국, 다 그렇다. 아 참, 인도에는 안 물어봤다(웃음). 어떤 자본시장이건, 혹은 유통시장이건 1/3 정도는 수익을 내는 상황이 되어야 한다. 작년에 수익이 난 영화가 말이 좋아

      20편이지, 10편은 다 손익분기점 근처였다. 수익률 10%였다는 거다.
      이걸 기초단위에서부터 개혁하겠다는 것이다. 우리 제작사가 먼저 구조조정을 하고, 그 윗 단위들, 가령 배급, 극장, 투자사 등으로 차례차례 올라가야지. 이래서 전체적으로 동시에 구조혁신을 위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

      김주성: 교실에서 떠드는 아이 있을 때, 한 쪽만 지적해서는 당연히 답이 안 나온다. 너는 떠들면서 왜 나보고는 조용히 하느냐는 반박이다. 이럴 때 합의가 필요하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동감이다.
      영화도 마찬가지. 이익이 남았을 때 배분하는 거다. 투자자건 감독이건 배우 모두 말이다. 사실 제작비를 현실화하거나, 더 큰 시장을 찾아야 하는데, 둘 다 쉽지 않다. 영화산업의 구조가 너무 안 좋다는게 항상 사업하면서 가장 큰 고민이었다. 저희 회사에서 만든 영화 한 70프로가 극장에서 수익이 나온다. 15%는 수출, 그리고 15% 정도가 부가판권에서 나왔다. 그게 재작년 상황이다. 작년에 수출이 68%나 고꾸라졌으니 극장 비율이 더 올라갔다. 악순환 구조다. 이걸 해결하려면 시장을 넓히거나 제작비 낮추거나 둘 중 하나다. 합의로 제작비를 낯출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합의에 동의하겠다.
      차승재: 너부터 줄여, 이렇게는 안 될 거다. 합리적인 목표치를 정해야 한다. 해외수출에서 약 70%가 줄면 전체 수익으로 치면 약 10%가 준 거다. 이 줄어든 수익을 놓고 역으로 계산하면, 제 계산으로는 관객 110만, 100만 정도에서 손익이 맞아야 한다. 그걸 총제작비로 생각하면 40억이 넘어가면 안 된다.

      박현태: 우리는 투자쪽이니까 숫자에 민감하다. 150만 관객 동원 영화의 경우 부가판권 수익이 6억 정도 나온다. 공중파가 영화를 사가는데 편당 1억5000 혹은 2억 정도 준다. 그나마 연간 15편 20편밖에 안사지만. 그 다음에 케이블이 1억5000 혹은 2억 정도. 여기에 DVD,비디오가 2억. 6,7억 나온다. 150만 기준 영화의 경우다. 요즘은 전체 수익의 85%가 극장에서 나온다. 그런데 1인당 객단가가 3000원이 안 된다. 7000원에서 극장이 6, 콘텐츠가 4를 가져가는데, 콘텐츠 몫 3000원에서 배급수수료 10%를 떼면 2700원. 여기서 지방극장이나 단관극장은 또 몇%를 떼고, 여기에 할인이 끼어든다. 계산기 두들겨 보면 2600원대는 행복한 거고, 2500~2550원이다.

      김주성: 총제작비 40억이면 관객 130,140만 정도에서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을 거다.

      차승재: 1차 허리띠를 졸라매자. 요즘 상업영화 총제작비를 50억으로 보는데, 순제작비 30억, P&A 20억 이렇다. 여기서 각각 5억씩은 들어내야 한다고 본다. 재밌는 게 죽어 나자빠지는 건 투자와 제작 뿐이다. 유관산업은 모두 돈 번다. 죄송하지만 일부를 제외하면 극장 벌었지, 현상소 망한데 없고, 필름집도 그렇다. 인쇄소와 하다못해 포스터 사진작가도. 이런 부분에 코스트가 많이 들어간다. 스탭의 임금도 상층부는 현실화를 넘어 고액이다. 촬영감독 하루 인건비가 100만원 이상 될 거다. 150만원을 찍은 사람도 잇다. 사회통념의 인건비를 넘어서는 액수다. 물론 상층부 10%얘기이긴 하지만. 그런데 아까도 얘기했지만, 연동제로 올라간다. 2등이 1등의 액수에 맞춰, 나도 1등이라고 주장하고, 3등은 2등과 동급이라고 생각하니 결국 1등 대접을 요구하는 것이다. 일단 밭이 있어야 씨도 뿌리고 농사도 할 것 아니냐. 전체적으로 목표치를 정하고 시장이 정상화될 때 까지는, 농담 삼아 얘기하면 북한이 했다는 ‘고난의 행군’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거다.
      김주성; 현실적으로 배우, 감독, 배급사 등 각 영역들이 받는 걸 조금 줄이고, 나중에 돈이 남으면 가져가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정윤철: 스탭들도 동의할 것이다. 무조건 깎으라는 게 아니라, 다들 힘드니까. 수익이 나오고 나면 얼마를 주겠다 이런 식으로 하면 말이다.
      차승재: 제일 중요한 건 정감독이 얘기했듯이, 잔치 이후에 생기는 트러블은 오케이라는 거다. 떡이 안나오는 상황인데, 지분 싸움 하면 어떡하나.


      박현태: 제가 생각 할 때 우리는 DB가 없다. 스크린 갯수를 300,400,500개로 잡는데, 물론 배급사 입장에서는 데이타를 갖고 하시겠지만, 우리 영화산업 전체의 DB가 없는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가령 ‘괴물’이 1300만, ‘왕의 남자’가 1230만 했다는데, 매출액은 ‘왕의 남자’가 더 많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극단적 예이지만, 만약 공짜 표 돌려서 얻은 숫자라고 생각해보라.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관객수가 아니라 매출액으로 집계가 바뀌어야 하는 것 아니냐. 의지의 문제라고 본다. 불필요한 외형경쟁에서 낭비적인 요소가 많다.

      프린트 한 벌 뜨는데 200~250만원이 든다는데 100벌 더뜨면 3억의 돈이 드는 거다. 너무 쉽게 생각들을 한다. 과연 극장에서 프린트 값이라도 나올까.
      김주성: 이 세미나에 올 때 걱정한 게 있다. 너무 위기라는 사실이 강조되면, 투자자들이 투자 안한다. 작년이 좋은 한 해였다고 생각한다. 위기니까 정신을 차리는 한 해. 스크린 잡는 일을 배급사가 결정하는 것이긴 하지만, 과학화가 너무 안되어 있다는 데 동의한다. 사실 극장 100개만 잡으면 거점에는 다 걸리는 거다. 또 200~250개면 거의 모든 지역에 다 들어간다. 관 많이 잡는 게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효율이 없는 관은 잡을 이유가 없다. 작년에는 영화가 너무 많고, 짧게 걸릴 수 밖에 없으니까 그냥 뛰어들었는데, 교훈이 많다.

      좋은 예가 하나 있다. 작년에 ‘브로크백 마운튼’을 수입사인 백두대간과 함께 개봉했는데, 70개 극장에 걸었다. 마케팅비는 3억인가 2억5000을 써서 35만인가 40만이 들었다. 저희는 배급을 많이 했으니까 어디에 예술영화가 잘 되더라는 DB가 있다. 가령 애니메이션을 CGV목동에서 거느냐, CGV압구정에서 거느냐는 굉장한 차이가 있다.
      작년의 실수가 있으니까 올해는 P&A를 효율화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또 하나 제의할 게 있다. 티켓 프라이스를 올릴 때가 되지 않았는가 하는 것. 중국의 멀티플렉스는 우리보다 훨씬 못한데, 50위엔. 우리 돈 6000원 가량이다.
      차승재: 물가대비로 보면 상당히 비싼 거다.
      김광섭: 그 나라 국민생산성을 보면 엄청나게 비싼 거다. 일본 극장값은 1만8000원이다. 물론 영화표 비싼 나라의 영화가 잘 되고 있는가는 다른 문제다.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니까 전체 영화인구가 많아지는 부분도 있다. 정상가는 그렇다 치고, 더 문제가 되는 것은 할인이다.
      차승재: 안산은 극장요금이 2000원으로 통일됐다고 들었다.
      김광섭: 인구대비 스크린수가 가장 많은 곳이 안산이다. 개인 극장들이 지지 않으려고 할인을 하고, 그러면 대형 멀티플렉스에서 가만 있겠나. 정상가격 올리는 것 보다 필요 이상 경쟁 하지 말고 정상가에 맞추자고 말하고 싶다. 시급하다.
      김주성: 작년 7월 이동통신 할인 폐지 때 걱정했지만, 관객 별로 줄지 않았다. 20% 가량이 수입 늘어난다는 것인데. 티켓 프라이스 인상을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
      차승재: 지금 가격이 한 5년 됐을 거다.
      김광섭: 지역적으로 약간 올린 곳도

      있는데, 크게 보면 최근 5년간 변동 없었다.
      박현태: 2000원 받는 곳에는 필름 프린트 주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니냐.
      차승재:

      (웃음) 이 주머니가 저 주머니라고. (배급사와 극장이 같은 그룹 소속임을 의미)
      김광섭: 이럴 땐 배급이 통제를 해야 한다. 최초 야기시킨 극장은 필름을 주면 안된다.
      김주성: 이 주머니 저 주머니 하는데, 내게는 제 주머니가 더 중요하다(웃음). 적자가 나서야 그런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배급사 자체적으로 P&A 비용 효율화에 노력하고 있다.
      정윤철: 조금 다른 이야기인데, ‘괴물’이 마케팅 비를 하도 써서, 수익률이 100%도 안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렇기 때문에 박스오피스를 관객 수가 아니라 매출액으로 해야 한다.
      사회: (사람 수가 아니라 매출액으로 집계할 때 극장 측의 부담이 있나)
      김광섭: 부담없다. 헤드 카운트가 편하니까 그럴 뿐이다. 우리는 모든 집계를 매출액으로도 하고 있다.
      차승재: 400억원 매출 보다는, 1300만이 커 보이지 않느냐. 전 국민 1/3인데.
      박현태: 시작을 그렇게 해서 관성적으로 계속되어 온 거다.
      차승재: 이 문제는 사실 본질이 아니다. 자본의 위축 상황. 그러면 제작단위부터 고쳐나가면서 구조를 개선하자는게 핵심이다.
      정윤철: 너무 위기만 강조되고 있다. 위기는 위긴데, 작년이 왜곡된 상황이었다는 것 아니냐.


      사실 올해 나와야 하는 영화들이 숙성되지 못한 채 작년에 다 나와 버렸다. 영화들이 지금 씨가 말랐다. 미숙아 출산한 거다. 지난 해 55명의 신인감독이 데뷔했다. 자본도 너무 많이 써버리고. 올해 위축 느낌이 있지만, 정상화 가능성에 있어서는 기회라고 본다. 작년에 공급초과되면서 문제가 본격적으로 드러난 것인데, 바꿔 나가는게 필요하다.
      차승재: 논리적으로 문제가 있다. 공급 과잉에서 공급축소 되면 시장도 정상화되느냐는 건데, 이건 아니다. 총체적 문제다. 4,5년의 문제가 누적 된 거다. 한국영화 르네상스니 하는데, 외형성장에만 치우쳐 기초를 못 닦고, 그 후유증이 작년에 터진 거다. 올해도 제협이 떠들지 않았으면 공론화 안 시키고 넘어갔을 거다. 위기를 인식했으니 잘 될 거다가 아니라 조치를 잘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윤철: 가장 중요한 게 잘 팔기 위해서는 질을 좋게 만드는 거랑, 원가를 낮추는 거 아니냐.
      질을 유지하려면 가장 중요한 게 영화계 시스템 정비다. 감독 일을 하면서 어이가 없는 게, 시나리오에 대한 시스템화가 되어 있지 않다는 거다. 제작사도 잘 모르는 것 같다. 누가 잘 한다더라 소문 듣고 하고. 인력시장 DB가 없다. 에이전시, 즉 복덕방이 없어서 그렇다.

      몇 년간 누적된 상황이라면 금방 고칠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시스템화 하는 게 중요하다. 시나리오 쪽의 문제에 대해 정말정말 노력해야한다.

      우리는 그 쪽 무시하고 과실만 따려고 했다.
      차승재: 표현을 좀 더 엄격하게 했으면 좋겠다. 더 정비되어야 할 게 있다는면 모를까,

      시나리오 시스템의 부재가 아니다. 우리만 해도 몇십 개의 시나리오를 돌리는데, 어디가 그러냐. 독자들이 생각하기에는 독자들이 시스템이 없다고

      오해할 수 있다.
      사회: 감독들의 불만은 일부 몇 개를 제외하면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제작사가 많지 않다는 것 아니냐. 감독들이 다 기획 아이템 개발하고, 시나리오 쓴다는데.
      차승재: 그러니까 주먹구구를 왜 찾아가냐고. 이상한데에서 연락이 오더라도, 주먹구구라면 하지를 말아야지.
      정윤철: 감독들도 작년에 하도 고생을 많이 해서 이제 웬만하면 그러지 않을 것이다. 회사 제대로 된데 가자고 한다. 또 장기적으로 하자. 투자배급사쪽에서도 2,3년 앞을 내다보는 기획을 해야 하지 않을까. 추석 작품이 없다는 게 말이되나.
      차승재: 개발의 주체는 역시 제작사다. 문제의 핵심은 손익분기점에 있다. IMF라는 게 왔을 때 모두 반성하고 다들 금도 모으고, 사회적 합의가 있어서 그

      다음에 2000년인가에 탈출을 했는데, 우리 영화계에서도 그런 게 있어야 한다.
      정윤철: IMF대도 인원 수 줄일래, 임금을 낮추면서 함께 갈래, 그런 협의가 있었잖냐. 서로가 코스트 다운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회: (손익분기점을 낮추자는 데 좀 더 구체적인 안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차승재: 오늘 그 구체적 안을 말하기는 그렇고, 오늘은 문제 인식. 공감대 가지는 데 의미를 두면 될 것 같다. 우리는 이미 연구를 시작했다. 선언부터 하는 건 말이 안되고, 시장 분석 하면서 안을 만들어 보고자 하고 있다. 저희만 할 게 아니라, 투자, 배급, 극장쪽에서도 동참 혹은 추인을 해줬으면 한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개선안이 나와야 한다. 우리 프로듀서들이 여기까지 오지 않도록 했어야 하는데 다시 한 번 죄송하다고 말씀 드린다.
      김주성: 제작비 다운은 물론 제작자들이 중심이 되어야 할 것이다. 배급사나 투자사가 도울 수는 있겠지만, 주체는 역시 제작사다. 투자배급사 입장에서는 제작비 낮추는 것 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 개척, 불법 다운로드 퇴치 운동들을 벌일 거다. 2000년도 3000억이던 시장이 지금은 600억이다. 다른 배급사들과 함께 유통구조 바꾸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동네 편의점을 통해 DVD 유통망을 만들려는 계획도 있다. 또 불법 다운로드 퇴치에 대한 법안 통과도 추진 중이다. 신규 윈도우도 미미하지만 개척 중이고, 시장 키우는 데 노력할 거다. 할인도 줄이고, 티켓 프라이스도 정상화되어야 한다고 본다. P & A의 거품도 빼고 있다. 적정 스크린 수 규정도 물론이다. 영화의 특성에 따라 가져가려고 한다. 관행적으로 했던 것들도 안하고 있다. 전면 재검토다. P & A에 보통 12억 썼는데, 10억 안으로 줄일 거다. ‘드림걸즈’ 정말 줄여서 했다. 오스카와 골든글로브 홍보효과도 봤지만, 외화는 보통 9,10억 드는데 6억대로 줄였다. 사실상 광고에서 3억 줄인 거다.
      박현태: 제발 프린트 벌수를 과당경쟁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차승재: ‘왕의 남자’ ‘실미도’도 스크린 400개로 1000만 나온 거다.
      박현태: 70,80석 극장도 프린트 하나 주고, 500석 극장도 프린트

      하나라면 문제 있는 것 아닌가. 콘텐츠 좋으면 큰 관, 500명 극장 잡으면 된다. 무조건 600개 확보, 이런 건 문제 있는 것 아니냐.


      김주성: 돈이 남은 다음에는 원래 받던 대로 받아도 좋다. 앞에서 줄여서 만들고, 나중에 돈 벌면 나눠 갖자.
      차승재: 시네마서비스가 그런 방식으로 영화를 찍고 있다고 들었다. 지난 주 모임에서 그 사실을 알았다.
      김주성: 배우나 위의 스텝, 이런 분들이 고통을 감내하고, 제작사에서도 기획료를 유보하는 방식이다. 이익을 본 순간에 되찾아가는 걸로.
      정윤철: (준비해 온 자료를 나눠주며) 이번에 ‘좋지 아니한가’ 하면서 알았는데, 극장에 거는 간판값까지 마케팅비에서 나가더라. 문제가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극장에서 틀어주는 예고편은 소리도 불량하다. 상영도 전회를 다 틀어주는 게 아니라 한번 걸러 퐁당퐁당이다. 이 주머니, 저 주머니도 헷갈리는 상황이고. 마케팅비 줄이자, 첫 주에 사활을 걸 지 않도록 하는 환경이 중요하지 않나. 최소 2주 정도 상영기간에서 보장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마케팅 비용도 극장에서 분담해야 한다. 마케팅비 상한선도 만들자. 이번에 영화 해보니, P&A 전체 비용에서 인건비가 4억이었다. 우리 영화 순제작비의 인건비가 4억이었다. 네이버만 살찌우지 말고, 공동 광고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또 2차 판권시장의 DVD 홀드백 기간도 지켜야 한다.


      박현태: DVD 수입 이라는게 ‘괴물’도 제가 알기로는 팔린 게 1만장 정도다. 극히 미미하다. 2차 판권시장이 6억, 7억 밖에 안나오는 데, 이 부분을 키우는데, 배급사, 투자사도 노력해야 한다. 또 공중파와 달리 케이블에는 정상 가격을 받지도 못하고 있다. 원가구조가 잘못돼있다. 그런 부분에서 콘텐츠의 값을 높여야 한다. 음반시장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 있다. 불법 다운로드 금지 캠페인도 마찬가지고,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

      사회: 화제를 바꿔보자. 스크린수 제한에 관해 최근 차 대표는 지지하는 쪽을 보도가 나왔던데.
      차승재: 천영세 의원 측과 공식 인터뷰 한 적 없다. 보좌관이 묻길래 우리 회의 정회시간에 5분 정도 이야기 나눴다. 그때 제 표현이 이랬다. 타의에 의한 제도적 규제는 차선이다. 최선은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공감대 가진 상태에서 자율규제가 우선이라고. 각자의 이기심 때문에 또 다른 문제로 인해 규제가 안되면 차선책으로 법적 제도적 장치도 필요한 것 아니냐. 이게 정확한 표현이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급격히 변한다. 법이 따라잡을 수가 없다. 그런 식으로 얘기 한건데. 한쪽으로만 인용을 한 것이다.
      김광섭: 오늘 영화산업의 선순환 구조에 대한 얘기가 다 나온것 같다.
      우리 극장입장에서는 좋은 영화 나오는 게 가장 좋다. 필경 돈이 많이 들어간다 해도 말이다. 흥행이 잘 되면 되니까. 그 다음이 시장 확대 아니냐. 영화관도, 2차 윈도우도 다 걸려 있는 문제다. 부가 판권은 부가 판권대로. 저절로 시장 확대 될 거고,

      그 다음에는 수익 증대. 요금 현실화 문제. 그러면 우리 박 대표는 투자만 할 수 있다.
      문제는 스크린 증가다. 작년에 1850개, 금년에 2100개다. 2009년에는 2300개까지 예상한다. 과연 그럴 때 영화관이 살아남겠느냐. 수익률 떨어지는 것도 난제중의 하나. 대한민국 영화관이 세계 최고다. 관람 환경에서 특히 그렇다. 우리 고객들이 거기에 익숙해 있는데, 시설 유지 시켜줘야 한다. 계속 투자 해야 한다.

      최첨단 영상장비. 인테리어. 또 우리 서비스는 얼마만큼 좋은가. VIP라운지도 운영한다. 주차비도 극장이 일부 지원한다. 더구나 올해는 발전기금도 내라고 한다. 금년에 우리는 난제가 많다. 극장 쪽에서 해결하는 방법은 극장 요금 현실화. 무조건 영화 잘 만들어서 관객 올려야. 파이 안올리면 어떻게 사냐.
      김주성: 극장 티켓 가격 올려야 할 시점이다.
      차승재: 5년간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한 30% 정도는

      인상요인 누적분을 갖고 있을 거다. 사실 이 위기는 프로듀서들이 1차적 책임을 져야 한다. 그 다음 배급투자 다 마찬가지로 조금씩의 책임이 있다. 내부의 깊은 반성을 선행하고, 그것 갖고 모자랄 때는 외부 요인까지. 내부 문제는 존치한 채 극장 요금 인상 요구하면, 우리 정서에 절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부분이다. 우리가 스스로 노력하는 모습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다가 이렇게까지 노력하는데 안 된다면 외부요인도 함께 접근해 봐야지.
      차승재: 아시아 전체에서 제작 비용이 가장 비싼 곳이 한국이다. 일본의 두 배. 홍콩의 1.5배다. 우리 제작 코스트가

      유럽과 거의 비슷하다. 영화 질은 좋다는 뜻이다.
      김주성: 영상물을 제 값 내고 보는데 인색하다. 우리 극장 표값이 절대로 비싸지는 않다.
      박현태: 사실 퀄리티는 오히려 높아졌다. 그런데 관객수준이 너무 높아져서 영화 만들기가 힘들다. 기대치가 너무 높다. 그래서 한국영화가 어렵다. 저희 또래 40대 아이들은 영화 안보는데, 요즘은 본다. 3,4년전만 해도 없던 일이다.
      차승재: 산업의 밸류체인에서 콘텐츠부터 유통까지 한번도 이렇게 이야기가 같은 목소리가 나온 적이 없다.
      사회: 업계의 자성과 소망을 넘어, 우리 관객에게는 어떻게 좋은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수 있을까.

      정윤철: 지금까지 감독이니까 조용히 하고 있었다(웃음)
      어떻게 좋은 영화를 만들 것인가. 저는 가장 큰 문제가 시나리오 쪽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시나리오 부실하니 설계와 집짓고 나서 미분양 사태가 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시나리오 작가들이 다 감독됐다. 외국은 그게 힘든데. 설계도와 집 짓는 시공자가 같은 인물이다. 시나리오에 더 투자해야 한다.


      차승재: 시나리오 작가에게 감독 지분을 많이 지분 주면 된다.
      정윤철: 방송, 게임 쪽 대접이 좋다. 시나리오 작가들이 이쪽을 떠나고 있다. 그게 걱정스럽다. 투자 펀드 뿐만 아니라 시나리오 개발 펀드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차승재: 상업적 글쓰기를 하는 시나리오 작가의 대접이 나쁘냐. 1억 넘는 작가 몇 명 있다.
      가령 시나리오는 A4용지로 65페이지짜리 글쓰기를 하는 거다. 원고지 1000매 장편이 문학 쪽에 있다고 한다면, 2만 부가 안 팔리는 게 현실이다. 이 사람도 전업작가로서 상업적 글쓰기를 하는건데. 시나리오 현실적으로 대접 받죠. 다른 측면도 있다고 본다.
      박현태: 가끔 그런 이야기를 듣는다. 금새 극장에서 영화를 내려가지고 못봤다고. 다양성에 관한 부분도 중요하다. 어떤 영화가 개봉되면 가령 목요일 개봉하면 주말끼고 3,4일 만에 내려버렸다. 관객의 기회 박탈이다. 2주 정도는 걸어주는 게 필요하지 않나. 개봉 주말에 바로 가는 사람은 20대 밖에 없다.
      차승재: 어떤 회에는 티켓 세일즈 한 번도 안 되는 경우도 있다.


      김광섭: 프린트 하나가 평균 200만원 잡지 않느냐. 평균 700명, 800명은 와야 하는데, 300~400명 영화도 많다.


      차승재: 버추얼 프린트도 방법 중의 하나. 급격히 확산은 안 되고 있다. 사실 프린트처럼 허무한 게 없다. 폐기비용도 10만원이다.

      예전에는 밀집모자 띠라도 만들어 재활용 했는데 말이다.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주성: 강제적으로 뭘 하라고 하는 건 불가능하다. 이런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언제부턴가 재 상영관이 없어지지 않았나. 물론 멀티플렉스 때문이다. 하지만 차라리 요즘에는 동네에 단관 만들어 상영하면 잘 될 것 같다. 아래층에 커피 냄새 많이 나게 하고, 30,40대 주부 관객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프린트 재활용에도 좋고, 또 하나의 미디어도 만들고. 좋은 영화도 다시 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