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ㅏ

잭 런던, 강철군화

로드365 2007. 3. 7. 07:40


망치로 연달아 머리를 때리는 듯한 충격 / 잭 런던 <강철군화> (1908년)


  이 책에 얽힌 재미있는 역사 한 토막. 1929년 이탈리아에서 {강철군화}가 번역 출간되었을 때, 파시스트 정부는 값싼 보급판과 잭 런던의 다른 혁명적인 작품들을 '정부 전복음모의 일환'이라는 딱지를 붙여 전부 판매금지시켰다. 그러면서도 값비싼 고급판들은 계속해서 출판을 허용했는데, 그 이유는 이 책이 '교양있는 계급의 수중에 있는 한은' 정부가 위협을 느낄 이유가 없다는 것.

  제목 '강철군화'는 과두지배체제를 뜻한다. 처음 애비스의 집에서, 그리고 필로머스 클럽에서 어니스트 혼자 기득권 지식인들을 상대로 논쟁을 벌이는 장면은 독자의 피를 끓게 만든다. 다음 인용하는 것은 <도전>이라는 소제목을 단 제 2장(章)에서, 모어하우스 주교를 의식화(?)시키는 장면의 한 부분이다.

  "자본가들의 국가가 도살장을 만들고 있을 때에도 교회는 벙어리였습니다. 교회는 오늘날 항의하지 않는 것처럼 그때도 항의하지 않았어요. 오스틴 루이스의 말처럼, 그때를 이야기하자면 '나의 양떼를 먹이라'는 지상명령이 주어진 사람들이 그 양떼가 노예로 팔려서 일하다가 쓰러져 죽는 것을 항의조차 하지 않고 보고만 있었던 것입니다. 교회는 그때 벙어리였어요. 제가 이야기를 계속하기 전에 주교님께서는 딱 잘라서 제 얘기에 동의를 하시든지 딱 잘라서 반대를 하시든지 해주십시오. 교회는 그때 벙어리였지요?"
  모어하우스 주교는 망설였다. 해머필드 박사와 마찬가지로, 그 역시 어니스트가 이름붙인 이런 치열한 '접근전'에는 익숙치 못했던 것이다.
  "18세기의 역사는 책에 기록돼 있습니다." 어니스트가 재촉했다. "만약에 교회가 벙어리가 아니었다면, 책에도 벙어리가 아닌 것으로 씌어져 있는 게 발견될 것입니다."
  "내 생각에도 교회는 벙어리였어." 주교는 시인했다.
  "그리고 교회는 오늘날에도 벙어리입니다."
  "그건 나는 동의하지 않네." 주교가 말했다.
  어니스트는 말을 멈추고 그를 천천히 탐색하듯 바라본 다음, 그 도전을 받아들였다.
  "좋습니다." 그는 말했다. "그럼 어디 봅시다. 시카고에는 지금도 90센트를 벌기 위해서 일주일 내내 뼈빠지게 일하는 여자들이 있습니다. 교회는 항의한 적이 있습니까?"
  "그것은 나는 처음 듣는 얘기야." 이것이 대답이었다. "일주일에 90센트라니! 그건 끔찍하군!"
  "교회는 항의한 적이 있습니까?" 어니스트는 끈질기게 물었다.
  "교회는 모르고 있어." 주교는 열심히 몸부림을 쳤다.
  "그런데도 교회의 지상명령은 '나의 양떼를 먹이라'였지요." 어니스트는 비웃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이렇게 말했다. "제가 비웃은 걸 용서하세요, 주교님. 그렇지만 우리가 당신들에 대해서 인내심을 잃어버리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실 수 있습니까? 주교님이 남부의 면사공장에서 어린 아이들을 부려먹고 있는 당신네 자본가 신도들을 향해서 항의를 해본 적이 언제 있었지요? 여섯 살, 일곱 살밖에 되지 않았는데 매일 밤 열두 시간 교대로 일을 하는 어린 아이들 말입니다. 그애들은 축복받은 햇빛을 한 번도 보지 못합니다. 그들은 파리떼처럼 죽어갑니다. 그 공장의 배당금은 그애들의 피에서 지급됩니다. 그 배당금으로 뉴잉글랜드에는 어마어마한 교회들이 지어지고, 그 안에서 주교님 같은 사람들이 그 배당금으로 배가 부른 미끈한 수혜자들을 향해 듣기 좋은 상투적인 설교를 늘어놓고 있는 것입니다."
  "나는 몰랐어요." 주교는 허약하게 중얼거렸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고, 마치 구토증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럼 주교님은 항의해보신 적이 없지요?"
  주교는 그렇다는 고개짓을 했다.
  "그럼 교회는 18세기에 그랬던 것처럼 오늘날에도 벙어리인 것이지요?"

  모어하우스 주교는 결국 어니스트에 의해 변화된다. 자신의 모든 재산을 처분하고 빈민굴로 들어가 그들을 위해 봉사한다. 어니스트를 다시 만났을 때 그는 이렇게 말한다. "자네가 옳았어 젊은이. 노동은 무서우리만치 제 값을 못 받고 있네. 나는 평생에 일이라고는 조금도 해본 적이 없었고 바리새인들을 향해서 미학적으로 호소하는 일---그것도 나는 주님의 말씀을 전파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밖에는 한 적이 없는데도, 나는 50만 달러의 값어치가 나가더군. 나는 50만 달러로 얼마나 많은 감자와 빵과 버터와 고기를 살 수 있는지 깨닫기 전에는 그 50만 달러의 의미를 전혀 몰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