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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받, 아마추어 증폭기, 야마가타 트윅스터

로드365 2013. 3. 7. 08:44

그에게 ‘무대’라는 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관객이 있고, 그들과 소통할 수 있는 에너지가 있는 곳, 바로 거기가 야마가타 트윅스터의 무대다.


Q. 어떻게 음악을 하게 됐나?

영화랑 관계가 있다. 처음엔 영화감독이 되는 게 꿈이었다. 직접 촬영과 편집을 하고, 출연도 했다. 그러다 음악도 내가 직접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기타를 배웠다. 처음 배우던 날 바로 노래가 하나 나오더라. 표현하려는 욕구가 강했던 것 같다.


Q. 첫날 곡을 만들었다고?

코드 네 개를 알려 줬는데, 그걸 응용해서 바로 곡을 만들었다.음악을 쉽게 만드는 그런 경향이 있다. (웃음)


Q. 내 숭고한 자위행위 뮤직비디오는 왜 직접 찍지 않았나?

광고 촬영 감독님께서 먼저 연락을 주셨다. 오랫동안 팬이었다며 작업해 보고 싶다고. 그 노래를 너무 좋아해서 뮤직비디오를 찍고 싶다고 하셨다. 열의를 갖고 해주셔서 나도 재미있었고, 뜻깊은 작업이었다. 물론, 직접 찍은 뮤직비디오도 있다.


Q. 단어 선택의 가감이 없고 노골적이다.

내 숭고한 자위행위는 영어로 my sublime onanie나 masturbation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나의 숭고한 자위행위로 해석할 수 있고, 음절을 가르면서 내숭, 고환, 자위행위라고도 할 수 있다. 사실 말장난인데 ‘내숭’과 ‘고환’, ‘자위행위’를 배치하는 것도 재미있더라. 1920년대 다다이스트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언어로 장난치는 것을 좋아한다.


Q. 원래 전공은 뭔가?

전자공학.


Q.그래서전자음악을하게된건가?

전자음악을 하계 된 계기는 한예종 영상원 편집 기술 조교로 일하면서다. 모든 컴퓨터가 맥 이었고, 나도 자연스럽게 윈도우 시스템에서 맥 시스템으로 이동했다. 아이북을 직접 구입해서 만지다가 내장된 프로그램을 사용하니 전자음악이 쉽게 만들어졌다. ‘오, 재미있다.’ 하면서 시작하게 됐다.


Q. 가난한 천재 뮤지션이라고 불리더라.

한 친구가 그렇게 얘기한 것이 퍼졌다. 천재 아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할 뿐이다. 퍼포먼스 할 때도 그렇고 혼신을 다해서 한다. 거기까지. 사실 그렇게 가난하지도 않다. 그냥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삶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Q. 그렇다고 하기엔 공연을 꽤 많이 하지 않나? 전국투어도 하던데.

공연은 많이 하지만 돈이 많이 되진 않는다. 전국투어의 경우도 수입보다 알리는데 의미가 있다. 천안이나 전주 같은 곳에서는 공연을 잘 못 하니까. 이번 기회에 가서 음악을 좀 알린다는 의미로 노 리스펙트 포 뷰티(No Respect for Beauty)와 같이 하는데 그들이나와꼭같이하고싶다고해서함께하게됐다.


Q. 야마가타 트윅스터의 뜻이 뭔가?

단어의 이미지를 많이 생각하는 편이다. ‘트윅스터’는 한 남자가 몸을 비비 꼬면서 춤추는 모습을 연상하며 만든 단어다. 실제로 트윅스터라는 영어 단어가 있더라. 그 뜻과는 무관하다. 그리고 ‘야마가타’는 일본의 지명인데, 그곳에서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가 열린다. 변영주 감독의 <낮은 목소리, 1995>라는 영화가 상을 받기도 했다. 야마가타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 때문에 이미지가 좋아서 두 단어를 조합했다. 조합해보니 재미있더라. 야마가타 트윅스터. 그래서 일본 사람이라는 말도 많이 듣는다. 한국말 잘한다며. (웃음)


Q. 컨셉트 자체가 굉장히 독특하다. 공연에서 짜파게티도 끓이고…

짜파게티를 끓인 건, 음. 당시 두리반에 합류하면서 자립음악회도 하고 공연을 열심히 했다. 두리반이 칼국수 만드는 식당이었다. 철거되어 칼국수는 못 만들지만, 거기에 남은 식기를 이용해보자고 생각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요리는 뭘까 고민하니 짜파게티가 떠올랐다. 직접 끓이면서 공연했다.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 우리가 춤을 열심히 추다 보면 허기지니까, 그걸 끓이면서 같이 나눠 먹고. 그런 것이 좋았다. 덧붙이자면 두리반은 철거됐고, 보상을 받았다.


Q. 예술가들의 사회 참여 활동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음악가인 동시에 사회 구성원으로서 사회 문제점이라든지, 문제점에 맞서 투쟁하는 분들에게 힘이 될 음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음악가의 역할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이슈화시켜서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기도 하고.


Q. 최근 관심을 두는 활동은 무엇인가?

강남의 포이동에서 공연했었다. 마을 자체를 시나 구청에서 인정해 주지 않고, 제대로 보상이 안 돼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곳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텃밭을 만들고 하나의 마을 공동체를 계속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포이동이라는 노래를 만들었다. 직접 가서 보고, 공연도 하고, 시청 앞에서 집회할 때 응원도 한다. 최근에는 유기농의 발산지라고 할 수 있는 두물머리가 4대강 사업으로 없어질 위기에 처했는데, 끝까지 투쟁해서 결국 단지를 유지하며 개발할 수 있는 협상의 자리가 마련되었다. 지금까지 참여한 일들의 결과가 좋은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 같아 기쁘다. 음악가로서도 뿌듯하다. 큰 도움은 안 되지만, 흥을 북돋아 주고 결의를 다져주는 조금의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


Q. ‘한받’, ‘아마추어 증폭기’, ‘야마가타 트윅스터’. 당신에게 붙여진 이름이 많다. 자신이 생각하는 각각의 정체성을 설명해 달라.

아마추어 증폭기는 현재 없고, 아마추어 증폭기를 위한 아마추어 증폭기를 한다. 트리뷰트 하는 식으로 활동하며 외로운 일상을 바탕으로 고독 혹은 외로움, 혹은 찌질함 같은 것들이 혼합된 한 남자의 고독한 삶을 노래한다. 거기에는 어떤 판타지가 있을 수도 있다. 아마추어 증폭기가 한 남자의 내향적인 것들을 노래한다면 야마가타 트윅스터는 좀 더 외향적이랄까? 자기 이야기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 혹은 사회적인 것을 노래하고, 춤을 추면서 사람들을 흥겹게 만드는 그런 역할을 한다. 한받은 좋아서 쓰는 내 이름이다.


Q. 야마가타 트윅스터는 어떻게 시작했나?

사실 그걸 정하고 시작한 건 아니었다. 퍼포먼스의 컨셉트 보다는 그냥 나는 틀어놓고 춤추고 싶었다.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온 거다. 나의 육체를 이용해서 음악과 혼연일체가 되고, 퍼포먼스를 통해 관객에게 다가가는 것이 좋다. 게다가 공연할 때 무선 헤드셋을 사용하기 때문에 움직임이 자유롭다. 열린 공간에서는 도로로도 나가고, 뛰어다니기도 한다. 좀 더 자유로운 것들을 표현하는 모습이 되지 않았는가 싶다. 사실 이번에 뮤직비디오 촬영하면서 내 춤을 자세히 모니터 하게 됐다. 정말 잘 추더라. (웃음) 2008년부터 시작했는데 4년 동안 춤이나 퍼포먼스들이 많이 단련이 된 것 같다. 스스로놀랐다.그런부분을살려서어려운분들에게힘이될수있는에너지를주는 퍼포먼스를 계속 하고 싶다.


Q. 굳이 ‘즉흥적인’ 움직임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때때로 가사도 즉흥적으로 붙인다고 들었다.

공연은 무대에 위에서 혼자 하는 게 아니다. 관객과 교감하며 이루어지는 거다. 중요한 주체는 퍼포먼스를 하는 사람뿐 아니라 관객도 포함된다. 그 둘이 서로 교감 해야만 좋은 공연이 된다. 관객으로부터 받는 에너지나 기운이 곧 즉흥으로 연결 된다. 대충의 틀을 짜놓지만 가능한 즉흥적인 것들을 많이 담으려고 한다.


Q.어느순간 무대위 자신의 춤을 인식 할 때가 있을 것 같다. 그럴 때 기분은 어떤가? 일단은 공연이 시작되면 거기에 완전히 몰입해서 정신 무장하는 편이다. 물론 의식이 되는 순간도 있다. 그럴 때는 ‘내가 미쳤나? 내가미쳤지…’ 뭐 이런 생각이 든다.( 웃음) 너무 힘주고 다리를 벌리며 춤추다가 바지가 찢어진 적도 있다. 몇 번 있었다. 웬만하면 그냥 하는데, 어떤 날은 너무 많이 찢어져서 중단되기도 했다. (웃음)


Q. 사람들이 더 좋아했을것 같다.

엄청 좋아하지.


Q. 본인의 활동에 만족하나?

만족스럽다. 다만 더 일찍 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Q. 어떤 의미에서?

예를 들어 그루브 구르마를 끈다든지. 자립 음악적으로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가면서 야생에서 생존하기 위해 고군분투 한다고 볼 수 있는데 나이가 있으니 좀 더 일찍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은 거다. 지금이라도 늦진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앞으로 열심히 그 길을 개척해야겠지.


Q. 안빈낙도의 삶을 추구하는 당신이 욕심 내는 건 무엇인가?

일단은 음악적으로 춤을 추면서 스스로 황홀해지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 그 다음으로는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사람이 될까 하는 것이다. 언행이 일치하고, 마음의 안과 밖이 똑같은 투명한 사람이 되고 싶다. 야마가타 트윅스터로 열심히 할 때 잠시나마 투명해지는 순간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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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Hahn Vad & Park Kiljong's Kyeongjeonseon Guruvu - Sooncheon 2012 부산 비엔날레 특별전 참가작 [사라진 탐정_탐정을 탐정하다.] 경전선 구루부 편, 기획 : 허나영 진행 : 한받, 박길종 영상촬영,편집 : 유영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