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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훈, 현빈 닮은 갤러리아백화점 구원투수

로드365 2012. 8. 29. 02:05



`현빈` 꼭닮은 45세 백화점 사장, 女직원들에게…

갤러리아백화점 구원투수 나선 박세훈 대표

VVIP마케팅 진수 보여 주겠다


"현빈 사장님이 오셨다" 

요즘 압구정 갤러리아백화점 여직원들 사이에 도는 말이다. 


  지난해 초 공전의 히트를 친 드라마 씨크릿가든의 남자 주인공 현빈의 극 중 지위가 백화점 사장님이었다. `간지 좔좔` 현빈 사장님이 백화점에 들어서면 여직원들 시선이 일제히 현빈에게 꽃혔다. 요즘 갤러리아백화점 풍경도 비슷하다. 새로 갤러리아백화점 사장이 된 45세 박세훈 사장은 갤러리아 EAST관(명품관) 내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일주일에 하루는 백화점으로 출근한다. 박 사장이 출근할 때마다 `현빈 삘`이 난다며 수군대는 여직원들 목소리가 바람결에 실려 여기저기로 흩어지는 중이다. 샤프한 외모도 한 몫 했지만, 45세라는 나이가 주는 느낌도 컸을 터다. 지난해 2월 한화갤러리아 운영총괄 전무로 영입된 후 1개월만에 대표이사가 된 박세훈 대표는 한화그룹 대표이사 중 최연소다. 한화그룹 뿐 아니라 10대 그룹을 통틀어서도 찾아보기 힘든 40대 CEO다. 


 한화그룹이 다소 보수적인 그룹 문화에 어울리지 않게 40대 CEO를 파격적으로 발탁한 이유는 한국 최초의 명품백화점 갤러리아백화점 위상이 예전만큼 못한 때문이다. 그룹 내부에서는 `명품 전쟁 시대에 획기적인 변신이 뒤따르지 않으면 제대로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란 비관적인 예측마저 나돈다. 


 실제로 2000년대 후반 들어 롯데 애비뉴엘, 신세계 본점 명품관 등 새로운 명품백화점이 개장하고 현대 압구정점과 신세계 강남점이 명품 위주로 리뉴얼하면서 갤러리아가 명품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예전에 비해 많이 낮아진 상태다. 


 현재 6개 백화점을 직접 운영하고 있는 한화갤러리아의 지난해 순매출액(백화점에서 판매된 전체 금액을 총매출액, 그 중 백화점 수입이 되는 수수료 수입만 집계한 금액을 순매출액이라 한다)은 4650억원으로 2010년 4104억원에 비해 10% 가량 증가했다. 한화타임월드라는 독립법인으로 되어있는 대전 타임월드점 매출액 1283억원을 합하면 5933억원. 타임월드점 매출액 증가율 또한 2010년 대비 10% 가량 된다. 최근 몇년간 명품업계는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빅3 백화점의 명품 매출액 증가율은 20%에 육박한다. 오래도록 최고 명품백화점으로 각인돼왔던 갤러리아가 최근의 명품 붐 수혜를 오히려 덜 받았음을 알 수 있다. 최근 명품 붐은 내수 수요도 물론이지만 한국에 쏟아져들어오는 중국인, 일본인 등의 구입도 큰 역할을 했다. 이들이 대부분 명동에 위치한 백화점에서 쇼핑을 했음을 감안할 때 갤러리아가 상대적으로 소외됐음을 알아채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한화그룹이 갤러리아백화점에 새로운 활기를 불러일으킬 인물로 박세훈 대표를 고른 것은 박 대표가 VVIP 마케팅에 최적임자라 판단한 때문이다. 


 박세훈 대표는 전 직장 현대카드에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직하며 현대카드의 다양한 슈퍼마케팅을 총괄한 인물이다. 최근 레이디 가가 공연으로 또 한 번 큰 화제가 됐던 현대카드 슈퍼콘서트는 카드회사의 대표적인 VVIP 마케팅 성공 사례로 꼽힌다. 슈퍼콘서트 외에 슈퍼매치, 슈퍼토크 등 이른바‘슈퍼 시리즈’는 지금의 현대카드를 만들어낸 일등공신이다. 현대카드는 또 VVIP 고객 용 카드인 블랙과 퍼플로 VVIP 카드라는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냈다. 색깔 시리즈 마케팅 실무를 담당했던 이도 박세훈 대표다. 그 뿐인가. 박 대표는 프리젠테이션의 귀재로 불린다. 현대카드에서 박 대표와 함께 근무했던 A씨는 "한번 박 대표의 프리젠테이션을 들은 사람은 다들 그 언변에 압도당한다"고 귀뜸한다. 영어 실력도 상당해 특히 외국인 대상 프리젠테이션에서 발군이다. 현대카드와 전략적 제휴 관계였던 GE캐피탈 관계자들도 박 대표 프리젠테이션에 입을 떡 벌렸다는 후문. 비록 업종은 다르지만 VVIP 마케팅 최고 전문가면서 프리젠테이션 실력자라는 점이 한화그룹이 박 대표에게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을 거란 후문이다. 


 구원투수로 영입된만큼 박 대표의 각오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박 대표가 오자마자 `새로운 갤러리아`를 내세우며 이것저것 시도를 하는 배경이다. 




박 대표는 MD, 마케팅, CS 등 세가지 측면에서 경쟁 백화점과 차별화하는 포인트를 만들어낸다는 구상 아래 구체적인 실행에 들어갔다. 


 MD 관련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식품관 리뉴얼이다. 연내에 새로 선보일 식품관은 신세계 강남점의 딘&델루카에 필적하는 고급스러우면서도 새로운 컨셉을 적용한 식품관을 선보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박 대표는 "기존에 볼 수 없던 전혀 차원이 다른 식품관이 될 것"이라 장담한다.


 VVIP 고객을 위한 공간을 크게 늘린 것도 대표적인 변화다. 그동안 갤러리아는 워낙 공간이 좁다는 이유 때문에 고객을 위한 공간을 내는 데 인색했다. 지난 4월 갤러리아 WEST관(패션관) 3층에 216m3(65평) 규모의 VVIP 고객 전용 라운지 `파크 제이드`를 열었다. 900여명의 VVIP 고객이 이 곳에서 휴식을 취하며 다과를 즐길 수 있다. EAST관(명품관)에 1개 있던 PSR(Personal Shopper Room)을 7월에 1개 더 추가해 2개로 늘릴 예정이기도 하다. VVIP를 넘어서는 최상층 고객은 이 곳에서 각종 스타일링과 컨시어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마케팅실도 새로 만들었다. 마케팅실 뿐 아니라 전사적으로 다양한 VVIP 마케팅 전략을 고민 중이다. 갤러리아백화점은 발레서비스, 컨시어지서비스, PSR서비스 등을 백화점 업계에서 최초로 선보였다. 지금은 다른 백화점이 모두 뒤따라와 별다른 차별성이 없다. "새로운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야만 다시 달아날 수 있다는 위기감을 전 직원이 공유하고 있다"는 게 갤러리아 측 설명이다. 6월 경 새로운 구상과 전략을 외부로 발표한다는 타임 스케쥴을 잡고 각 부서마다 묘안 짜내기에 여념이 없다. 


 `최고 명품 백화점`이란 캐치프레이즈와 어울리지 않게 다소 경직됐던 기업 문화에도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중이다. 때마침 한화손보가 사옥을 옮기면서 한화손보가 들어가있던 태평로 건물에 공간이 생겨 한화갤러리아가 이 쪽으로 이사를 했다. 잠실에 본사가 있던 갤러리아는 백화점 본사 위치로는 너무 시내와 떨어져있다는 평을 들어왔다. 사옥도 시내 중심가로 옮긴 김에 사내 분위기로 전면 새롭게 시작한다는 계산이다. 


 대표적인 변화가 `벌집 모양 책상 배치`다. 전 직원 책상을 육각형 모양으로 배치했다. 팀장 책상을 정점으로 직위에 따라 책상이 죽 늘어서는 수직적 구조를 완벽하게 탈피했을 뿐더러 회의 때 따로 자리를 옮길 필요도 없다. 꽉 막힌 공간이었던 임원실은 통유리창으로 구성해 외부와 소통할 수 있게 했다. 갤러리아 라디오 방송을 새로 시작하고 전 직원이 일일DJ가 돼 방송을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역시 직원 간 소통을 위한 방책이다. 


 갤러리아 백화점을 떠들썩하게 달구고 있는 `현빈 사장님` 박세훈 대표가 과연 갤러리아를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려놓을 수 있을까. 박 대표는 "한국 최고 명품백화점을 넘어 아시아 최고 명품 백화점으로 키울 것"이라 공언한다. 


 외부 시선은 엇갈린다. VVIP 마케팅의 본질이 다를 것 없는만큼 이미 현대카드에서 VVIP 마케팅을 성공시킨 전력이 있는 박 대표가 이번에도 잘 해낼 것이라는 믿음이다. 반면 현대카드 VVIP 마케팅의 상당부분이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 아이디어에서 비롯됐고 박 대표는 그 아이디어를 구체화한 역할을 한 것인만큼, 현대카드에서와 같은 성공신화를 그대로 기대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꽤 있다. 어쨋든 주사위는 던져졌고, 결과만이 궁금한 시점이다. 


 박 대표는 형제 CEO로도 유명하다. 형이 박영목 NHN 게임본부 이사 겸 NHN의 자회사인 스마트폰 전문 게임 업체 오렌지크루의 대표다. 서울대 경영학과와 뉴올리언즈대학교 경영학 석사 출신인 박영목 대표는 효성그룹 회장 비서실, 마이크로소프트 마케팅부, 엔씨소프트 상무, 블리자드 상무 등을 거친 게임업계 대표주자 중 한명이다. 박영목 대표는 `현빈 사장님` 박세훈 대표의 말끔한 외모와 달리 푸근한 외모를 자랑한다. NHN 내에서도 발군의 친화력을 자랑한다는 박영목 대표가 이끄는 오렌지크루는 향후 한게임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약력 : 67년생 / 서울대 외교학과 / 서울대 대학원 외교학과 석사 / 옥스퍼드대 대학원 국제정치학 석사 / 맥킨지 컨설턴트 / 현대캐피탈 상무 / 2009년 현대카드 마케팅본부 본부장 / 2012년 2월 한화갤러리아 운영총괄 전무 / 2012년 3월 한화갤러리아 대표(현)  [김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