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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시스테마 El Sistema

로드365 2012. 8. 17. 13:27


번역하면 그냥 '제도(system)'. 하지만 베네수엘라에서는 이 단어만 이야기하면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의 음악 교육 프로그램과 그 프로그램을 관할하는 비영리 재단으로 바로 이해할 정도로 유명하다. 소위 '음악영재 교육 프로그램' 같은 것은 세계 각지에 존재하고 있지만, 이 프로그램은 음악영재를 키우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 아니라는 큰 차이점이 있다.


공식 명칭은 Fundación del Estado para el Sistema Nacional de las Orquestas Juveniles e Infantiles de Venezuela, 번역하면 '베네수엘라의 어린이들과 청소년 관현악단들의 국영 조직망' 정도 되겠다. 약칭은 FESNOJIV.


공식 사이트 (영문)


목차  

1 개요와 약력

2 운영 원리와 재정 지원

3 출신 유명 음악인들

4 관련 매체



1 개요와 약력 


이 제도의 발안자는 경제학자인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José Antonio Abreu)였는데, 경제학과 통계학 뿐 아니라 음악원에서 피아노와 오르간을 비롯한 건반 악기 전반의 연주법과 작곡, 지휘를 동시에 전공한 먼치킨이었다. 당시 베네수엘라에도 물론 클래식 음악이 보급되어 있었고 관현악단도 두 단체가 존재하고 있었지만, 대부분 상류층의 전유물이나 마찬가지였고 악단 단원들도 대다수가 외국인-특히 유럽인-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 때문에 베네수엘라 연주자들은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악단 입단이 대단히 힘들었고, 심지어 음악 자체를 포기하고 다른 직업을 알아보는 경우도 대단히 많았다. 아브레우는 이러한 특정 계층 위주에 외국의 도움만으로 명맥을 잇던 베네수엘라 음악계를 일신시키려고 했는데, 다만 궁극적인 목적은 클래식 음악의 세력 확장이기 보다는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좌절하는 젊은 음악인들의 자립을 돕고, 더불어 뒷골목의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게 음악을 가르침으로써 범죄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브레우 자신만의 힘으로 이 원대한 계획을 실현하는 것은 불가능했고, 자신이 뜻에 동감하는 후원자들의 지원을 부탁하고 청소년 연주자들을 그러모아 지하 주차장이나 공장, 성당 등에서 리허설을 하는 어려움 속에서 시작했다. 처음 모인 연주자들은 겨우 여덟 명에 불과했는데, 처음에는 베네수엘라의 젊은 음악인들 만으로 건실한 관현악단 하나를 만들어 보자는 목적과 함께 이 연주자들이 후배들을 기르고 돌보는 교사이자 행정가로 성장하도록 하는데 주력했다.


이렇게 해서 선배들이 후배들을 모아 가르치고 또 그렇게 교육받은 이들이 가르치고 하는 식으로 점점 숫자가 불어났고, 몇 년 지나지 않아 정규 관현악단을 만들 정도의 인원이 모이게 되었다. 1977년에는 최초의 청소년 악단이었던 호세 란다에타 국립 청소년 관현악단을 이끌고 스코틀랜드에서 공연했는데, 이 때 성공을 거두어 자신의 프로젝트를 국가 사업으로 확장시킬 수 있었다.


때마침 베네수엘라에서 대규모 유전이 발견되어 국가 예산이 급등하게 되었고, 아브레우는 이러한 상황을 적극 이용해 정부에 자신의 계획을 홍보하면서 예산 확보에 주력했다. 결국 거액의 정부 보조금이 이 계획에 들어가기 시작했고, 수도인 카라카스 외에도 베네수엘라 전역에 걸쳐 어린이/청소년 관현악단과 이 악단을 양성할 교사, 연주에 사용하는 악보와 악기 등의 교보재가 적극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아브레우는 이 공로로 1979년에 베네수엘라의 국가 음악상을 수상했고, 1995년에는 유네스코의 국제 청소년 관현악단과 합창단 조직망 발전을 위한 특별 대사라는 직함도 받았다. 2000년대 중반의 집계로는 프로젝트 개시 이후로 40만 명 이상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지원을 받았고, 해마다 수혜자들의 숫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2010년 6월에 발표된 엘 시스테마 본부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각지에 221개의 음악교육 센터(스페인어로 누클레오)가 개설되어 6000명의 음악 교사들이 활동하고 있고, 이들 누클레오를 기반으로 음악 입문 단계의 유아들을 위한 관현악단 112개, 취학 전 단계의 어린이 관현악단 83개, 어린이 관현악단 156개, 청소년 관현악단 145개 단체가 활동하고 있다. 이들 악단에 소속된 학생들의 숫자는 29만여 명에 달한다. 관현악 외에 학생들의 소모임으로 꾸려지는 실내악 단체들도 363개가 활동하고 있고, 육체적/정신적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위한 특수 음악교육 프로그램도 20개가 마련되어 있다.


성공 사례가 해외에도 전파되면서 1990년대 이후로는 베네수엘라 뿐 아니라 멕시코,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브라질, 칠레, 볼리비아, 페루, 콜롬비아, 파라과이, 코스타리카,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쿠바, 자메이카, 트리니다드 토바고 등 거의 모든 중남미와 카리브해 국가들에도 이 제도와 체계가 도입되고 있으며, 심지어 미국에서도 2009년 부터 보스턴 등 동부를 중심으로 '엘 시스테마 USA' 라는 이름으로 도입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