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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감독은 참 바보같은 사람이다, SK 와이번즈 감독, "올시즌 끝으로 SK 떠나겠다"

로드365 2011. 8. 18. 17:37


왜 야신은 시즌 도중 폭탄선언을 했을까.

올 시즌 재계약 문제가 언급된 뒤 SK 김성근 감독은 구단 측과 내내 껄끄러웠다. 그러나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올 지는 몰랐다. 

SK 측은 "재계약은 한다"고 밝혔고, "단, 시즌이 끝난 뒤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이 그동안 "구단이 재계약에 대한 의지가 있는 지 모르겠다"고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지만, "올 시즌 끝나고 그만두겠다"는 말은 갑작스럽다. 

그러나 어찌보면 당연하다. 여기에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가장 중요한 원인은 구단의 소극적인 재계약 태도때문이다. 구단 측은 "시즌이 끝난 뒤 재계약을 하겠다. 단, 구단이 요구할 건 요구할 생각"이라고 했다. 

물론 구체적인 조건에 대해서 밝힌 것은 없다. 하지만 충분히 추측할 수 있는 조건들은 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5명의 일본인 코치와 전지훈련 일수다. SK는 1, 2군을 합쳐 5명의 일본인 코치들이 있다. 모두 '김성근 사단'의 핵심코치들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SK의 유망주들을 키운 핵심인력들이기도 하다. SK는 그동안 전지훈련에 대해 많은 투자를 했다. 시즌이 끝나자 마자 일본 오키나와에 재활캠프를 꾸렸고, 부상자들의 재활을 전담했다. 또 1, 2군 선수들을 통합해 일본 고지와 오키나와를 돌며 4개월 여의 전지훈련을 했다. 

김 감독은 최근 재계약의 조건을 두고 "아마 팀에서 외국인 코치에 대한 제한을 두려는 것 같다. 그리고 긴 전지훈련 일수도 제동을 걸 수 있다"며 우려했다. '만약 그런 조건이 걸린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라는 질문에 "받아들이기 힘들 것 같다. 우리 SK가 그동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두 가지가 핵심이다. 나의 야구를 하지 말라는 의미"라고 씁쓸해 했다. 

김 감독은 자신이 정한 원칙에 대해서는 과도하리만큼 철저하다. 열악한 국내야구의 현실에서 타협할 지점도 있지만, 항상 그 타협을 거부해왔다. 너무나 굳건한 원칙과 그에 따른 협상력의 부재는 그의 감독생활에서 '양날의 칼'이었다. 

맡는 팀마다 좋은 성적을 거두는 밑거름이 됐지만, 구단과의 마찰로 감독생활이 순탄치 못했다. 2년 전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 '타협할 지점이 분명히 있을 것 같은데요'라고 묻자 "나도 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조금씩 타협하다보면 내 자신이 무너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구단의 '요구할 건 요구할 생각'이라는 말은 당연히 그가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다. 1969년 마산상고 시절부터 지금까지 42년의 지도자 생활을 지탱해왔던 원칙에 대해 양보하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쓸만한 선수를 데려오려면 수십억이 드는 게 현실이다. 선수를 키우기 위해 비용을 더 들여 코치를 쓰고, 전지훈련을 하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이라고 했다. 타구단에 비해 많은 SK의 일본인 코치들과 전지훈련 비용에 대한 정당성을 항변하기 위해서였다. 

그런 의미에서 SK 구단의 협상태도는 너무나 의문스럽다. 김 감독의 이런 특성을 구단 측이 몰랐을 리 없다. 재계약에 대한 SK 측의 입장은 지극히 '정상적'이다. 당연히 재계약에는 협상이 필요하고, 세부적인 조건은 그 속에서 확립된다. 그러나 그 대상이 김 감독이라면, 재계약 조건에 대한 운을 띄우면서 차일피일 미룬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만약 진짜 김 감독과 재계약할 생각이 있었다면 이런 김 감독의 특성까지도 고려해 재계약 협상전략을 짜는 게 맞다. 김 감독이 "정말 구단이 나를 필요로 하는 게 맞나"라고 실망감을 표출한 이유다. 

구체적으로 표현하진 않았지만 김 감독은 이런 상황에 대해 지친 것 같다. 4년 동안 SK를 최강군단으로 변모시킨 데 대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인간적인 서운함도 있었을 것이다. 결국 그는 폭탄선언 전날인 16일 홀로 술잔을 기울이며 결정을 내렸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자진사퇴' SK 김성근 감독, "이제 나갈 때가 된 것 같다" (발언 전문) 

[마이데일리 = 문학 고동현 기자] 인천 문학구장 감독실은 순간 침묵에 잠겼다. SK 김성근 감독이 "올시즌을 끝으로 그만 두겠다"고 폭탄선언을 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이후 자신의 생각을 비롯해 취재진의 질문에 담담히 대답을 이어갔다.

다음은 김성근 감독이 이날 자리에서 말한 내용.

올해까지만 하고 그만둔다. 떠난다. 재계약 과정에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와서 이쯤해서 매듭짓는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만 둔다는 것은 봄부터 고민했다.

이제 나갈 때가 된 것 같다. 지금이 적절한 시기인 것 같다. 팀도 새로운 사람으로 가는 것이 좋은 것 같다. 물론 시즌이 끝나고 말하는 것이 나았을 수도 있다. 마음은 안 좋지만 매듭지어야 할 것 같았다.

현재 다른 계획은 없다. 그래야 구단도 움직이기 좋을 것 아닌가, 허허. 팀에게는 오후에 민경삼 단장한테 전화했다. 지금 계획이 있다면 팀이나 팬, 선수들한테 도리가 아닌 것 아닌 것 같다. 

가족들은 아직 모른다. (김)정준이도 아마 모를 것이다. 선수들한테도 아직 이야기 안했다. 내가 있는 동안에 FA를 팀에서 한 명도 안잡았는데 이 정도 성적을 낸 것은 선수들이 힘든 속에서 잘해준 덕분이다. 

처음에 SK 올 때 문학구장을 만원시키고 싶었다. 팀 성적도 올랐고 관중도 100만명 가까이 들어오는 등 달성했다. 내가 할 일은 다한 것 같다.

(주위에서 다시 생각을 바꿔 달라고 말하는 경우에 대해서) 나는 생각보다 고집이 세다. 안한다면 안한다. 지금 심경? 평범하다. 이제 나머지 경기를 어떻게 하나 싶다. 마지막까지 잘하는 것이 팬에 대한 예의인 것 같다.

(주변 상황이 숙연하자)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 없잖아? 허허허.

미련 갖지 말아야지. 내가 한 팀에서 5년 한 거 OB 때 이후로 기록아니야? 5년이면 오래한거지, 허허허.

(문학〓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김성근 감독은 참 바보같은 사람이다.

박동희 기자가 김성근 감독에게물었다. SK에는 유난히 타팀에서 방출 된 선수가 많다고.

김성근 감독이 말했다.

"나는 가난하게 살아서 사람을 잘 못 버려. LG 이승호 대리고 왔을때 팔이 아프다 그래서 일본 보내서 수술 시켰거든. 다른 팀 같으면 그냥 방출이지. 근데 우리는 수술시키고 재활하는거 다 기다려 줬다고. 그래서 이번 한국시리즈란 큰 게임에서 활약하지 않았나 싶어" 


일하다가 소식을 들었다.

내일은 마감이고 할일은 많은데,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김성근이라는 사람은 단순한 야구감독 이상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2002년 한국시리즈에서 최향남 대신 고관절이 썪어가는 김재현을 로스터에 올렸다. 뛰기는 커녕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김재현은 펜스 직격의 2루타성 중전 안타를 치고, 1루까지 다리를 절면서 들어간다. 김재현이라는 야구선수는 '한국시리즈에서 뛰고 싶다'고 말했고, 김성근이라는 감독은 '스윙을 믿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두 사람의 교감이 한국 야구사에 길이 남을 뜨거운 에피소드를 만들었다.

엘지라는 팀은 김재현에게 각서를 요구했다. 부상입은 선수, 아니 실제로 선수생활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김재현이라는 사람에게 김성근은 손을 내밀었다. 야구를 계속 할 수 있게 해주었다. 

2군에서 더 많은 시절을 보냈던 김재현은 한국시리즈에서 MVP에 오른다. 당시 김재현을 상대했던 임태훈운 "던질곳이 없다"고 표현했다. 2009년에 정근우의 빈볼 시비가 있었고, 흉흉한 가운테 타석에서 파월홈런-만루홈런을 시전했다.  

2007년 영광의 순간 이전까지 김재현은 선수생활 마무리를 하는 '퇴물'이었고, 그를 믿은건 김성근이라는 바보같은 감독 하나 뿐이었다. 

그랬다. 그는 항상 바보 같았다. 충암고 감독 시절에 선수의 타격 연습으로 인해 치아가 다 날아가는 순간에 "집중안하면 이렇게 다친다"고 말하는 그는 참 바보같다. 선수 보호를 위해서 프런트와 싸우고, 결국 밉보여 자리에서 물러난 것이 한두번이 아니다.

모든 감독들이 선수협에 대해서 침묵할때, 또한 연봉이 낮은 선수들에 대해서 선수협이 침묵할때 이를 지적하는 바보같은 냥반이 김성근 감독이다. 

참 바보같다. 진짜 뭐가 편한길인지 정말 모르는 바보같은 양반이다.

근데 이 바보같은 냥반은 사람을 끄는 무언가가 있다. 신문기사의 표현을 빌자면 사람냄새가 난다. 

타팀팬에게 있어서는 더러운 플레이, 재미없는 스몰볼의 대명사일지도 모른다. 위장선발, 독선적인 행보, 승리를 위해서라면 상대팀을 흔들기를 서슴치 않는 더러운 승부사.

그래도 이 양반이 적어도 스스로의 욕심을 위해서 팀이나 선수를 희생하려 한것은 아니라는데 많은 사람들이 동의한다. 디씨의 수많은 프로야구 갤러리 중에서 유독 SK 갤러리에서만 '감독님'이란 단어로 검색이 가능한것은 인천팬들이, SK팬들이 김성근 감독의 '이기는 야구'에 만족하기 떄문일까? 

어제 경기가 끝나고 MVP인터뷰 하는데 SK팬들이 "감독님"을 연호하는 모습을 봤다. 바보 감독에 바보팬들이다. 그래서 더 그 모습이 부러운 것일수도 있다.

SK프런트는 바보 감독을 쳐내기 위해 병신짓을 했다. 구단 내의 사정이 있을 것이고, 팬들이 모르는 무엇인가가 있껬찌만, 적어도 몇년간을 SK라는 팀을 정상에 올려놓은 명장을 그렇게 내치는 것을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고민해보지 않은 '병신같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어제 김성근 감독 팬인 선배와 이야기를 하다 내가 그랬다. "영감님 이제 좀 쉬시면 되겠네."

선배가 그랬다. "아직 2000승 까지는 많이 남았어. 더 하셔야지"

나도 그 바보같은 양반이 2000승을 하고, 그의 선수들이, 그의 후배들이 그 옆에서 박수치고 있는 장면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14년을 뛴 팀에서 방출당한 가득염을 SK는 받아들인다. 김성근 감독은 스프린 캠프에서 노장에게 말한다.

"승부는 눈물겨운 것이다. 나하나에 우리 가정은 울고 웃는다. 나 하나의 움직임에 가족이 웃고 운다. 내가 던지는 공 하나에 내 가족의 생계가 달려있다는 절박함이 있따면 쉽게 던질 수 있겠는가. 고통을 이겨내야 행복해질 수 있다." 

롯데에서 선수로는 쓰지 않겠다고 선언한 이 노장은 2007년도에 좌완 원포인트로 한국시리즈와 코나미컵에 전부 출장한다. 그리고 17타수 1피안타의 기록을 세운다. 

참으로 바보같은 사람들이다.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