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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B급문화. 난 B급이다. 어쩔래!

A-Z 2000. 9. 6. 21:27 Posted by 로드365



....우리가 B급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그 솔직담백함과 기존의 통념에 구애받지 않는 발랄함입니다. 물론 B급도 나름대로 지켜야 할 금도가 있기는 하겠지요. 오히려 문제는 스스로 B급임을 표방하는 B가 아니라, A답지 못한 A입니다. A급을 자부하면서도 기실 그 내용이나 질은 B, 아니 C나 D에도 훨씬 못 미치는 ‘속빈 A’들 말입니다. 경계해야 할 것은 의식만의 A급 상승이요, 도처에 널린 ‘가짜 A’들입니다..... 그래서 B급을 들여다보는 진짜 효용은 이를 통해 진정한 A를 발견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B라는 거울을 통해서 본 우리 사회의 A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요?


[표지이야기] “난 B급이다, 어쩔래!”

생산자·수용자 모두 당당해지는 B급문화… 의미와 통찰력은 없지만, 없기 때문에 재미있다 


서태지가 입국하기 일주일 전인 지난 8월22일, 모든 언론에는 서태지의 새 음반에 관한 기사가 실렸다. 음반사의 이름은 ‘괴수대백과사전’. 이어 그의 새 노래 이름이 발표됐다. <울트라맨이야>.

도대체 왜 이런 이름을 골랐을까. 괴수대백과사전은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 남성들에게는 상당히 추억어린 이름이다. 70년대 말∼80년대 초 일본에서 찍은 이른바 ‘특촬물’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도시를 파괴하는 괴수가 등장하고 이 괴수를 영웅이 물리치는 일련의 어린이용 특수촬영 텔레비전 프로그램이었다. 당시 괴수들은 캐릭터상품으로 유행했고, 이 인기 괴수들을 해설해주는 책인 괴수대백과사전은 꼬마들의 필수품이었다. 그리고 괴수를 물리치는 영웅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캐릭터가 바로 울트라맨이었다. 이젠 한물간 이 이름들을 서태지가 다시 들고 나온 까닭에 앨범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 커지고 있다.

유치함과 싸구려 느낌을 즐긴다

일부 전문가들은 서태지가 고른 이 두개의 이름이 모두 ‘B급문화’와 관련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일본 특촬물들은 대표적인 B급문화상품으로 분류된다. 아주 싼값에 특수효과를 내고 괴수들도 사람이 들어가서 연기하는 싸구려티 나는 어린이용 프로그램들이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요즘 ‘B급문화’가 봇물을 이루는 흐름에 따라 B급문화 느낌을 주는 이름을 고른 치밀한 전략이 아니냐는 것이다. 물론 서태지 본인이 그 의미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이런 주장은 상당히 설득력 있게 들린다.

2000년 한국 대중문화계는 이른바 ‘B급문화’의 시대를 맞고 있다. 아직 주류는 아니다. 그래도 이 유행은 이제 문화 전방위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고, 대중의 호응을 얻고 있다. 유치함과 값싸보이는 느낌을 즐기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본래 ‘B급장르’의 탄생은 영화에서 시작됐다. 1930년대 할리우드 메이저영화사가 스튜디오 시스템 아래서 엄청난 제작비를 들여 만든 작품과 동시상영으로 끼워팔기 위해 만든 싼 영화를 ‘B급영화’(B-Picture)라고 불렀다. 낮은 예산으로 지명도가 낮은 배우들을 기용해 제작하는 영화로 A급에 못 미친다는 의미에서 B급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다. 이후로 B급영화는 저예산영화나 질적으로 떨어지는 영화를 통칭하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70년대 이후 B급영화는 재평가받기 시작했다. 서툴고 거친 양식과 퇴폐적이고 비건설적인 내용이 스스로 발전하면서 고유의 미학을 발견해낸 것이다. 영화연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갱스터와 누아르, 공포영화 등은 모두 B급에서 출발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B급영화란 말이 퍼지면서 이제는 비단 영화만이 아닌 다양한 장르에서 이런 경향의 문화들이 ‘B급’으로 통칭된다. 물론 이 말은 B급영화처럼 학계의 공인된 용어는 아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문화전문가들이 B급문화에 내리는 해석에는 공통되는 부분이 있다. 저예산, 스타보다는 무명의 주인공, 기술적으로 떨어지는 유치하고 어설픈 느낌, 그리고 폭력이나 섹스 등 억압된 본능을 강하게 자극하는 내용과 주제다.

B급문화는 일반적으로 주류문화에 대항하는 개념인 비주류문화, 저항문화와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저예산이라는 태생적인 배경을 가지고, A급에 대한 긴장이나 경쟁의식 없이 독특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면서 사람들에게 다가간다는 면에서 그렇다. 물론 공포영화가 그렇듯 B급문화는 A급문화처럼 모든 이를 겨냥하지는 않는다. 끊임없이 매무새를 다듬고 좀더 ‘그럴듯해’ 보이려는 A급문화에 염증을 느끼거나 잠시 벗어나보고 싶은 사람들의 틈새를 파고든다. 그 틈새는 점점 두터워져서 이제 A급도 무시못할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고급스런 에로비디오의 성공


(사진/애로비디오는 비디오시장의 틈새 상품으로 출발해 이제 B급영화장르로 자리를 굳혔다)

우리 문화계에서 대표적인 B급문화상품은 영화시장의 변방인 에로비디오물들과, 가요계의 마이너리그라 할 ‘뽕짝 메들리’ 이른바 ‘카드라이브뮤직’를 꼽을 수 있다. 적은 자본으로 후닥닥 만들어지는 이들 상품들은 모두 어설프고 조악한 것이 특징이지만, 이제 그 어설픔 자체가 강점이자 본질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리고 이 두 가지 문화상품 모두 새로운 질적 변화에 접어들었다. 싸구려 속에서도 고급을 지향하는 변화다. 동시에 열광적인 팬들도 함께 늘어나면서 B급문화는 생산자와 수용자 모두 당당해지고 있다.

에로비디오시장에서 요즘 가장 잘 나가는 프로덕션으로는 클릭엔터테인먼트가 꼽힌다. 이 회사는 생긴 지 1년밖에 안 됐지만 에로비디오팬들 사이에서 브랜드 이름만으로도 인정받을 정도로 자리잡았다. 에로비디오의 통념을 벗어나 고급스런 이미지를 강조했고, 이게 팬들에게 먹혀들어간 것이다.

달마다 수십편씩 쏟아져나오는 에로비디오들은 사실 각각의 차별성이 없었다. 무조건 살색이 가득한 재킷이며 패러디한 코믹한 제목들 일색에 ‘눈만 마주치면 섹스를 하는 남녀’들의 이야기뿐이어서 어느 회사에서 만들었고 누가 출연하는지가 중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클릭은 <관계> <불멸의 사랑> 등 일단 제목부터 에로영화답지 않은 작품을 내놓는 한편 표지도 덜 야하게 했다. 비디오가게에서 선정적인 비디오를 빌리기가 쑥스러운 남성 고객들이 창피함을 덜 느끼도록 한 것이다. 기존 에로비디오들이 대부분 ‘그 얼굴이 그 얼굴’인 점을 피하고, 또한 쉽게 벗지 않을 것 같은 청순형 여배우를 기용했다.

이 전략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클릭은 단숨에 에로비디오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다. 30여개의 업체가 난립하는 가운데 브랜드 이름이 알려진 곳은 이쪽 시장을 개척한 유호프로덕션 외에는 거의 클릭이 유일하다. 클릭이 내세운 에로비디오의 고급화는 국내 비급영화의 유일장르인 에로물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회사 이승수 대표는 “사실 아직도 에로비디오들이 저질이고 유치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보는 사람들의 수준과 직결된다”며 “이제 비디오 마니아들이 형성됐고 보는 이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거기에 맞춰 따라가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B급 문화의 변화 양상은 마니아집단의 등장과 맞물려 나타나고 있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활발히 정보를 교환하고 품평하는 장을 얻은 마니아들이 새로운 변화를 재촉하는 것이다. 그리고 변화는 다시 마니아의 확대로 이어진다. 물론 인터넷 등장 이전에도 물론 마니아들은 있었지만 뿔뿔이 산재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최근 인터넷이란 멍석이 깔린 덕분에 이들은 포털사이트 동아리나 홈페이지를 통해 한자리에 모이면서 열광적 지지자들의 힘을 결집시키고 B급문화를 확산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


1천억대 규모의 ‘카드라이브뮤직’시장

에로비디오와 함께 국내 B급문화산업의 양축을 이루는 가요메들리시장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주로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팔기 때문에 ‘카드라이브뮤직’이라고도 불리는 이 시장은 80년대부터 가요계의 변방에서 존재해왔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았지만 규모가 1천억대에 이를 정도로 덩치가 크다. 노래테이프 한개에 2천원대로 워낙 값이 싸서 해적판이 좀처럼 덤벼들지 못하고 제법 알려지기만 하면 100만장을 쉽게 넘길 정도다. 음반 디자인도 예전의 촌스러움 일변도에서 벗어나 최근들어서는 산뜻해지는 추세다.

“노래방이 보급되면서 건반과 리듬박스 달랑 놓고 두 시간에 일사천리로 녹음하는 시대는 끝났다.” 십여명의 소속가수를 두고 있는 이 마이너시장 속 메이저급 음반사인 월드음반 정찬용 대표의 말이다. 요즘에는 B급에서도 B급에 속하는 디스코 메들리마저 건반에 색소폰과 기타가 들어간 3인조 밴드가 기본이다. 디스코 메들리와 양대축인 ‘카페음악’ 즉 발라드 뽕짝의 경우 10인조 오케스트레이션이 동원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있다. 녹음과 마스터링, 인쇄, 포장까지 일주일이면 뚝딱 해치우던 제작기간도 메들리가요에서 없던 개념인 편집까지 동원해 3∼4개월이 걸리기도 한다. 500만원선에서 해결되던 제작비용도 가수의 급수에 따라 1억원 가까이 올라갔다.

메들리음반시장 역시 비디오시장처럼 가수들의 이름값이 갈수록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80∼90년대처럼 ‘이박사’,‘만석이’처럼 희화된 별명보다 ‘○○○의… ’로 타이틀을 단 테이프들이 늘어난다는 건 B급가요시장에서도 스타가 등장한다는 의미다.

더욱 주목할 만한 것은 30대 이상의 ‘노땅’가요로 인식되던 메들리를 즐기는 연령이 조금씩 어려진다는 사실이다. 대구에서 메들리가요 유통을 하고 있는 뮤직뱅크의 곽명주 사장은 “의외로 젊은 사람들이 사가는 경우가 늘어난다”고 한다. 친구들과 휴가갈 때 디스코메들리 테이프를 사봤다는 정성용(24)씨는 “싼맛에 사봤는데 뿅뿅거리는 리듬이 신나고 ‘아싸아싸’ 하는 추임새가 재미있다”고 평가를 한다.


“깊이의 강박에서 자유로운 쾌락”

문학계에는 비교적 다양한 B급의 하위장르들이 있다. 무협과 판타지, SF, 추리소설 등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최근 눈부시게 약진하고 있는 분야는 판타지다. 비현실세계에서 벌어지는 영웅담이라는 큰 줄거리는 오랜 전통을 가진 무협지 구도를 따라가고 있지만 용과 요정, 마법, 열쇠, 보물상자 등 동화적인 아이콘들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해 중학생부터 20대 초반까지의 비교적 어린 세대들에게 호소하는 B급문학이다. 특히 역할놀이게임 구조를 빌린 독특한 형식도 컴퓨터게임에 익숙한 신세대들에게 어필하는 요인이다.

최근 판타지소설계의 새로운 흐름은 무협과 판타지를 섞은 이른바 ‘판협지’가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이다. 최근 단행본으로 나와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묵향>은 천리안 무림동호회인 <검과 마법 동호회>에 연재됐던 소설로 전형적인 판협지다.

B급문화가 평단으로부터 외면받는 데 비해 판타지문학이 초창기부터 기성평단의 주목을 받았다는 사실도 특이한 대목이다. 문학평론가 하응백씨는 지난해 <문예중앙> 봄호에 판타지문학 붐을 일으킨 주인공인 이영도씨의 <드래곤 라자>를 비평했다. 하씨는 글에서 “판타지소설은 통신망을 통해 성장하여 일부 출판사의 상업주의적 전략으로 기반을 공고히 하고, … 문학이라기보다는 활자로 된 신종문화산업”이라고 다소 인색한 평가를 내렸다. 반면 듀나라고 알려진 작가의 SF소설 <면제구역>이 올 여름 <문학과 사회>에서 평론가 성민엽씨로부터 좋은 평을 얻어 B급문학의 ‘문학적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에로비디오나 메들리가요, 그리고 B급문학이 세련되게 거듭나고 있지만 역시 이들의 장점은 B급 ‘본령’에 있다. 비디오의 경우 앞뒤 가리지 않는 화끈함, 가요의 경우 리듬박스의 ‘쿵짝쿵짝’하는 뽕짝 리듬이다. 판타지문학은 물론 동화적인 아이콘들이다. 이들이 아무리 고급화를 지향하더라도 에로비디오의 정사신이 벗은 직후 다음 장면으로 가거나 ‘도롯도 메들리’에 뿅뿅거리는 전자음의 추임새가 없으면 아무도 찾지 않을 것이다. 판타지문학에서 리얼리티란 무의미하다.

자본의 열악함을 제외한다면 무엇이 B급을 B급답게 만드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전망이나 깊이의 강박에서 자유로운 쾌락”을 B급의 매혹으로 짚는다. 발전적인 의미도 없고, 통찰력도 없지만, 아니 없기 때문에 그냥 재미있다는 점이다. 영화평론가 김영진씨는 “예술의 향유도 교육을 통해 훈육된다. 그런데 B급문화는 아무런 강박없이 함께 놀자고 유혹한다. 이런 유혹은 우리 안의 어기고 싶은 충동을 자극한다”고 설명한다. 폭력과 섹스, 유치함, 천박함 등 주류문화 속에서 잠자도록 훈련된 근원적인 욕망과 심성들이 B급문화를 통해 배설된다는 것이다.그래서 ‘저속함, 악취미’를 의미하는 키치는 B급문화에서 중요한 코드로 읽힌다. 예를 들면 에로비디오나 포르노의 우스꽝스러울 만큼 과장된 신음소리나 색전구 사이로 ‘하면 된다’ 벽걸이가 걸려 있을 법한 70년대 카페 분위기를 연상시키는 ‘카페음악’의 반주들에는 키치적 심성이 녹아 있다. 얼마 전 때맞춰 열린 남북정상회담에 맞물려 북한풍의 촌스러운 이미지들이 범람했던 것도 이 연장선상에서 해석할 수 있다.

이처럼 요즘 B급 문화코드들이 문화계 전반에서 두드러지는 이유는 뭘까. 한마디로 사람들의 취향이 다양해지고, 또한 고급문화와 하위문화라는 이분법적 인식과 경계가 모호해지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폼잡는 엄숙한 문화보다는 쉽게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것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이다. 만화만 해도 80년대 후반까지는 문화장르로 여겨지지 못하던, 장르 자체가 B급인 처지였다. 그러나 이제 만화적 감각은 문화 전체에 스며들어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과장된 인물의 강조, 만화적이라고 일컬어지는 구성이나 내용 등이 드라마나 영화 등에 차용되면서 이 시대 문화의 대표적 코드가 된 것이다.

주류문화의 식상함에서 오는 반발


(사진/알려진 스타없이 저자본으로 찍는 B급영화는 영화사에서 새로운 실험의 장으로 활영돼 왔다)


문화평론가 정윤수씨는 “이처럼 키치적이고 컬트적인 B급문화의 특성이 강세를 띠는 것은 주류문화에 대한 식상함에서 나오는 반발감과 세상을 야유하고 조롱하는 듯한 B급문화의 솔직함과 풍자성에 사람들이 매혹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또한 인터넷이 잠재해 있던 B급문화팬들을 결집시키고 촉발시킨데다 스포츠신문이 경쟁을 벌이면서 이런 소재들을 앞다퉈 다루기 시작한 것도 B급문화 열풍의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인터넷 성인비디오 사이트들에서는 팬들이 앞다퉈 에로배우들의 인기순위를 매기고 개성적인 평을 늘어놓는 논객급 마니아들이 활동하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B급문화가 당당하게 자리잡아가고 있는 현상은 동시에 문제점도 가지고 있다. B급문화가 우리 문화풍토의 엄숙주의와 근거없는 교과서적 교조주의를 부수며 다양한 문화가 혼재하는 용광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도 되지만, 현재로선 아직 그저 유쾌한 유행에 그치면서 돈벌이가 된다는 점에서 마구잡이로 만들어지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어려운 분석은 필요없을지도 모른다. 기본적으로 이 복잡하고 피곤한 사회 속에서 누구나 허리띠 풀고 누워서 아무 생각없이 즐기길 원하는 B급적 욕망을 가슴속에 품고 있으며, 이런 욕망을 이들 문화상품은 솔직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바로 속박에서 벗어나는 오락, 그 오락을 즐길 자유가 B급문화의 진짜 매력이자 본질일지도 모른다.
김은형 기자dmsgud@hani.co.kr
구본준 기자bonbon@hani.co.kr



★ [표지이야기] A급, B급과 동침하다

광고·미술·영화 등 A급문화에 전방위적으로 파급되는 B급문화의 에너지


(사진/'못난이 모델,남루한 골목길' n016브랜드<나>광고)

B급문화가 A급문화와 몸을 섞는 시대다. 광고, 미술, 영화 등 전방위에서 B급의 에너지가 A급에 파급되고 있다. 요사이 장안에 화제가 된 n016 브랜드 ‘나’광고도 그렇다. 기존의 휴대폰 광고에서는 화려한 빌딩 숲을 배경으로 현대적인 미남 미녀가 출연해 휴대폰의 기능을 선전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아버지 난 누구예요?”라고 외치는 촌닭 같은 아들과, “나도 공짜가 좋아”라며 웃는 러닝셔츠 바람의 아버지는 기존 광고시청자들에게는 낯선 풍경이었다. 광고평론가 조재원씨는 “못난이 모델, 남루한 골목길, 연출하지 않은 듯한 리얼카메라 기법 등 이 광고의 ‘퇴행성’은 세련과 첨단과 미를 추구하는 광고의 속성을 뒤집었다”라고 말한다. 이 광고에서 다루는 벙거지 머리 혹은 무스를 지나치게 발라 뒤로 넘긴 수탉머리, 까만 줄무늬 빨간 티셔츠 허벙한 바지 등은 분명 실생활에서 우리가 쉽게 찾을 수 있는 B급패션의, B급문화 코드다. 그런데 이 B급문화코드가 리얼카메라 기법을 만나니 오히려 다큐멘터리 같은 멋이 난 것이다.

유치하거나 혹은 진지하거나 


(사진/박불똥씨의 포토콜라주 <사령관각하의 부스럼> )

B급코드가 미술과 만나서 정치적 메시지를 전하기도 한다. 흔히 ‘이발소 그림’으로 대표되는 키치는 B급문화와도 맥락을 같이 하는데, 원래는 저속한 미술품, 사이비 그림이라는 뜻이다. 19세기 말, 그림에 대한 소유욕구가 확산되면서 만들어진 용어로 순수미술품과 그렇지 않은 미술품을 구별하기 위해서 쓰인다. 이러한 키치를 이용해서 정치적인 메시지를 전한 작가로 국내에서는 박불똥씨, 외국에서는 제프 쿤스를 들 수 있다. 박불똥씨는 애마부인이 선정적인 모습으로 앉아 있는 아래에 ‘대북삐라’를 확대해서 붙여 작품을 만들거나, 술집 성냥에 그려진 서양 누드모델을 확대해서 춘화처럼 보이게 하는 등 키치를 이데올로기를 뒤집어보고 일견 조롱하는 방법으로 사용했다. 이렇게 키치는 기존 가치를 전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쓰이기도 하는데, 미술평론가 이섭씨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브제, 얼핏 유치해보이는 오브제를 예술작품에 사용함으로써 전 시대의 가공된 표현방식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제프 쿤스와 박불똥씨가 B급문화의 가벼움과 유치함을 무기로 주류를 조롱했다면, 반대로 B급영화의 진지함이 주류영화계에 놀라움을 던진 사건도 있다. 류승완 감독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B급영화는 주류 자본이 만들지 않았으면서, 스타 출현이 없고, 동시에 상업적 지향성이 있는 대중영화라고 정의할 수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인디영화이면서 B급영화”라고 영화평론가 남동철씨는 말한다. 공업고등학교 출신 친구들의 고단한 삶과 죽음을 그린 이 영화는 전국에서 다섯개 극장도 확보 못하고 개봉했다가, 관객의 엄청난 호응과 쏟아지는 평론가들의 찬사에 힘입어 35㎜로 블로업해 확대 개봉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B급은 촌스럽다”는 기존의 관념을 깨부수고 상업적으로도 성공을 거둔 경우로 평가된다.

이렇게 B급문화가 상업적으로 힘을 받으면서 A급문화와의 구별이 모호해진 대표적인 장르가 만화다. 전통적으로 만화란 일반인들에게 있어 예술의 한 갈래라기보다 오락을 위한 킬링타임용 문화상품으로 인식되어왔다. 많은 B급문화가 그렇듯이, 만화는 A급문화의 유통경로와 다른 경로를 통해 유통됐다. 즉 소설책이나 시집은 서점을 통해 유통되는 반면 만화책은 만화방이라는 독자적인 유통체계를 통해 향유되었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상업적으로나 예술적으로 만화가 재평가되면서, 만화도 서점을 통해 많이 구해볼 수 있게 되었다. 현재는 슈피겔만의 만화 <쥐>가 피카소와 뉴욕 모던아트미술관에 나란히 놓여 있을 정도로, 만화가 A급문화에 속하는지 B급문화에 속하는지를 단정적으로 구분하기 어렵게 되었다.

거칠지만 솔직한 낙서의 매력


(사진/박불똥씨의 혼합재료 설치 작품)

B급영화가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예는 패션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월남치마로 대표되는 아줌마 패션, 빤짝이와 스팽글로 대표되는 70년대 디스코 패션은 현대에 ‘빈티지 룩’이라는 이름을 달고 다시 출현한다. 빈티지란 “케케묵은, 시대에 뒤진”이란 뜻으로, 엄마가 입던 옷, 중고상점에서 뒤져 온 듯한 옷을 새로 코디해 만든 패션이다. 현재 패션계에 빈티지 전문 브랜드는 없지만, 빈티지 스타일을 이용해 새롭게 디자인해서 출시하는 경우는 빈번하다. 우아한 정장과 차분한 파스텔 색조에 질린 사람들에게, 후줄근하면서 알록달록한 70년대 풍은 새로운 충격이다. 또한 아무나 아무것을 가지고나 아무렇게나 코디할 수 있다는 게 빈티지의 매력이기도 하다.

전혀 상업적 성격이 없었던 B급문화가, 성장하면서 상업적 성격을 띠게 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B급문화인 낙서에는 상업성이 없었으나, 낙서문화가 활발해지면서 낙서를 모아 출판하는 사람도 생겼다. <낙서금지: 대학가 낙서의 비밀을 파헤친다>(진선출판사)는 낙서 사진을 찍어 출판한 예다. 낙서 전용 사이트도 있다. 욕설섞인 낙서를 쓰게끔 만들어놓은 전문 사이트 www.eeeii.com, 사이버 화장실 www.crosswinds.net/~restroom 등이 대표적인 예다. 따지고 보면 익명게시판을 가진 사이트들 대부분이 온라인 낙서문화의 일부분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예의와 논리가 필요한 A급문화 토론에 반해, 거칠지만 솔직한 B급문화 낙서는 에두르지 않은 표현이 가능하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데 그 매력이 있다. 이처럼 낙서가 대중에게 가지는 흡인력이 크기 때문에, 대학가 축제나 동성애 축제에서도 낙서보드를 만들어놓고 마음껏 의견을 쓰게 해, 대중의 참여도를 높인다. 또 대학 총학생회 중에서는 낙서장을 대학 내 화장실에 붙여놓아, “이번 정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식으로 적어두고 여론조사의 장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결국은 B급의 승리다?  


(사진/미술가 제프 쿤스의 작품으로 미국 뉴욕 록펠러센터 앞 야외 조각품 <퍼피>(위쪽)와 <마이클잭슨과 버블> )


이렇게 B급문화상품이 A급문화시장에 파고들 수 있는 에너지는, 역설적으로 B급문화의 가난하고 소외된 태생에서 유래된 것이다. B급문화의 시작이 ‘소자본, 주류문화 바깥’이었기에, 적은 자본으로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좀더 적나라한, 혹은 솔직한 표현을 구사해야 만했고, 주류문화 바깥에 있기에 A급문화적 검열이나 체계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던 것이다. 대중음악평론가 성기완씨는 “지금은 고전적 할리우드 시대처럼 A급과 B급이 명확히 나눠져 있는 시대가 아니고, A급과 B급문화가 서로를 혼성모방하는 시대”라고 규정한다. 이 과정에서 B급은 A급문화의 표현적 상투성을 고발할 수도 있고, 때로는 A급문화를 패러디하며, A급문화가 해내지 못하는 대중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편 A급문화는 촌스럽고 정돈되지 않았지만 야성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B급문화에서 에너지를 빌려 오지 않을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B급의 승리다”라고 성씨는 덧붙인다.
이민아 기자mina@hani.co.kr



★ [표지이야기] “어정쩡한 A급이 될 바엔…”

팬클럽까지 보유한 B급문화판의 스타들 “인간 본연의 욕구를 솔직하게 드러낸다” 


(사진/“우리에게도 열성팬이 있다.” 에로영화계의 스타들. 왼쪽부터 이시아, 조영원, 은빛)

“스스로 벗는 걸 창피해하면 그게 싸구려죠. 쑥스러워할 거면 왜 벗어요? 저는 어쩡쩡한 A급보다 최고의 B급이 되고자 했어요.”

그는 당당하다. 에로배우 이시아(25)씨. 조막만한 얼굴처럼 자그마한 몸집이 에로배우 맞나 싶을 정도로 작아보이지만, 그는 분명히 1급 에로배우다. 여배우 수명이 1년 넘기기도 힘든 에로비디오판에서 그는 올해 6년째 활동하고 있는 극히 드문 배우다. 패러디 제목이 장안의 화제가 됐던 <여간첩 리철순> <주재소 습격사건> <광순생각>의 주연이 바로 그다.

룸살롱 마담의 ‘미인대회 응모’
이시아씨는 하루 평균 스무통의 이메일을 받는다. 팬클럽까지 있다. 에로비디오 스타라는 점 때문에 메일 가운데는 저열한 것들도 있다고 한다. 가령 “당신과 자고 싶다”는 식의 메일이다. 그런 메일이 그의 홈페이지 게시판에 뜨면 다른 팬들이 가만두지 않는다. 팬들이 그 메일을 보낸 이들을 공격해 물리쳐줄 정도로 열성팬들을 거느리고 있다.

“팬들 반응에 놀랄 때가 많아요. 저도 잘 기억 못하는 제 머리 스타일의 변화를 순서대로 기억하는 팬들도 있고, 몇년 전에 텔레비전 인터뷰에서 제가 했던 말을 기억하고 메일을 보내는 분도 있어요.”

비단 이씨뿐만 아니라 요즘 에로비디오계의 스타들인 이규영, 유리, 이미소, 은빛, 조영원, 차수연씨 등의 인기는 일반인들의 생각을 뛰어넘는다. 이제는 영화를 그만둔 이규영씨의 경우 한때 열성팬들이 ‘이규영 복귀 추진위원회’까지 만들어 돌아오라고 열렬히 외치고 다녔을 정도이다. 지금도 그의 팬클럽이 존재하고 있다.

이들은 기획사들이 도입한 스타시스템과 개성적인 이미지로 ‘B급영화 스타’로 손꼽힌다. 신체사이즈 등 연기 외적인 것으로 이름만 알려졌던 앞세대 에로비디오스타들과는 그래서 차이가 있다.

B급문화판에도 스타는 존재한다. B급문화에 열광하는 이들이 존재하는 한 B급스타들이 존재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요즘은 예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숨겨야 할 것으로 여겨지던 분야에서도 당당하게 얼굴을 내세우는 스타들이 등장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 역시 우리 사회에서 요즘 불고 있는 ‘B급문화’의 바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최근 화제가 됐던 인터넷업체 조이헌트가 주최한 ‘미스 황진이 선발대회’였다.


(사진/'유흥업소’나 ‘서비스업종’ 종사자만 참여한 ‘미스 황진이 선발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최한나씨와 못난이상을 받은 정진수씨)

이 미인대회는 다른 미인대회와는 달리 응모규정이 ‘유흥업소’나 ‘서비스업종’ 종사자였다. 식당이나 커피숍에서 서빙을 하거나 룸살롱, 단란주점에서 술시중을 드는 여성만이 참가해 인터넷에 한달 동안 사진을 띄워 네티즌들의 인기투표로 선발하는 방식이었다. 지원자가 적을까봐 주최쪽도 크게 걱정을 했지만 예상을 뛰어넘어 250여명이 응모했고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룸살롱 등 주점에서 근무하는 ‘아가씨’들이었다. 또한 이런 대회의 성격상 일반 음식점 종사자들도 참가를 꺼릴 법했지만 많은 응모자들이 얼굴을 공개하는 것을 꺼리지 않았다고 한다.

이 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최하나(21)씨는 커피숍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응모한 경우. 주최사인 조이헌트가 준비중인 영화에 기용될 예정이다. “처음에는 룸살롱 종사자만 지원하는 것으로 오해한 부모님이 대회 참가를 말렸지만 스스로 생각하기에 꺼릴 것이 없어 지원했다”고 한다. 대상을 수상한 최씨 못잖게 룸살롱 종사자임을 밝히고 얼굴까지 공개한 다른 수상자들이 더욱 화제가 됐다. 미모 부문이 아닌 특별상 ‘못난이상’을 받은 정진수(28)씨는 자신이 안산시에 있는 한 룸살롱의 ‘마담’임을 밝히고 참가했다.


메들리계의 신화, 김란영


“숨기고 싶은 것도 없고 직업에 창피할 것도 없다고 생각해요. 손님들도 제가 출전한 것을 알고 인터넷 투표에서 표를 던져주시기도 했고요. 사람들이 이 업종에 대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불식시키고 싶어서 나갔어요.”

이제 스타는 꼭 주류문화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가치관과 문화적 취향의 다양화 현상과 맞물려 다양한 스타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B급감수성의 대표적 코드라고 할 수 있는 인간본연의 욕구를 솔직하게 드러내면서 스타로 떠오르고 있다.

대중음악계에는 H.O.T나 조성모가 아닌 ‘밀리언셀러’ 가수들이 있다. 김란영, 만석이, 신웅, 민승아 등 생소한 이름들이 그들이다. 주류 대중가요판이 아닌 이른바 ‘가요메들리시장’, 즉 버스터미널이나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서 주로 팔리는 ‘카드라이브뮤직시장’의 스타들이다. 특히 80년대부터 카페뮤직 시리즈로 이름을 날린 김란영씨는 우리나라의 어떤 가수도 이루지 못한 1천만장 판매고를 올린 ‘메들리계의 신화’로 알려진 인물이다.

스테디셀러를 레퍼토리로 삼는 메들리음반의 특성상 이 시장은 장기전으로 승부한다. 86년부터 메들리음반을 녹음해온 진성(40)씨는 신웅, 박진석, 민승아씨와 함께 남성 메들리 4인방의 한명으로 꼽힌다. <뽕짝 18번> <트로트 스타쇼> 등으로 대박가수가 된 진씨는 지금 10번째 음반을 녹음하고 있다. “당대의 스타라고 하는 가수들에게 메들리 녹음을 시켜보라. 제대로 할 수 있는 가수는 아마 없을 거다”라고 진씨는 단언한다. 그만큼 듣기는 쉽지만 제대로 부르기는 어렵다는 게 메들리가수들의 자부심이다. 진씨의 말이 허투루 하는 과장은 아니다.

보통 메들리가요는 대여섯 시간에 녹음을 끝내야 한다. 제작의 영세함 때문에 녹음스튜디오 대여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키맞추고 여러 번 다시 녹음할 여유가 없기 때문에 ‘준비된’ 가수가 아니면 녹음의 엄두도 내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또한 반주가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메들리가요는 초벌녹음에 한번 더 소리를 입힌다. 소리를 보강하기 위해서다. 가수들은 처음 부른 노래에 맞춰 다시 한번 그대로 부른다. 소리의 키와 박자에서 한치의 오차가 있어서도 안된다. 보통 실력으로는 해낼 수 없는 기술이다. “메들리가수들은 어릴 때부터 노래신동 소리를 들었던 사람이다. 웬만한 감각이나 노래실력 가지고는 기계조작이 거의 없는 메들리를 소화할 수 없다.” 메들리가요를 전문으로 녹음하고 있는 윤스튜디오의 엔지니어인 전영찬씨는 “메들리가수야말로 가창실력으로 진검승부를 하는 음악인들”이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B급 정서를 내세우는 A급 스타들


(사진/메들리 녹음 스튜디오 현장에서 녹음하고 있는 가주 진성씨. 듣기는 쉽지만 제대로 부르기는 어렵다는 게 메들리가수들의 자부심이다)

최근 들어서는 주류음악계에서 물러난 가수들이 이 시장에서 새롭게 약진하고 있다. 80년대 록그룹에서 활동했던 위일청씨와 이치현씨가 대표적이다. 이들을 영입해 높은 판매고를 올리고 있는 시영레코드의 문규현 대표는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업계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고급화를 추구해야 한다. 발굴로 모험을 걸기보다는 실력을 검증받은 가수들을 쓰는 편이 홍보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요즘 메들리시장의 새로운 경향을 설명했다.

B급열기는 요즘 새로운 현상도 빚어내고 있다. ‘싸구려’라는 도맷금으로 넘어가던 B급문화가 신세대들에게 어필하면서 뒤늦게 컬트적 가치를 인정받아 새롭게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 환갑잔치를 전전하던 신바람 이박사의 뒤늦은 인기는 그 대표적인 예다. 저예산영화의 지존으로 꼽히는 남기남 감독도 최근 들어 B급영화의 개척자로 조명을 받았다. 거슬러올라가면 정비석의 <자유부인>은 발표 당시 통속소설로 받아들여졌지만 이젠 거장의 대표작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런 예들은 B급 감수성이 시간과 세대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생성과 발전을 거듭한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B급정서를 내세우는 A급스타들도 늘고 있다. 이런 추세는 90년대 중반에 시작됐다. 직설적이고 코믹한 가사와 전형적인 뽕짝스타일의 <허리케인 박>이라는 곡을 히트시켰던 가수 DJ DOC는 자신들이 ‘양아치’임을 당당히 외치며 등장했다. 만화계에서는 성적 욕망을 뻔뻔스러울 정도로 솔직하게 묘사한 <누들누드>의 양영순씨가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 이런 맹아들이 싹터 지금은 B급문화가 성숙 직전 단계에 들어가고 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요즘에는 B급적 감수성이나 이미지로 성공한 스타들은 방송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클론을 패러디한 클놈이나, 촌스런 분위기의 평범한 광고모델들, 그리고 마치 80년대 고고장 디제이처럼 라디오를 진행하는 박철씨 등도 ‘B급적 A급스타’로 볼 수 있다.
김은형 기자dmsgud@hani.co.kr
구본준 기자bonbon@hani.co.kr


 

★ [표지이야기] 거장은 ‘싸구려’로 출발했다
일본 B급문화 개척한 전공투 출신들… 진정 하고픈 일을 값싸게 해낸 로저 코먼


(사진/제제 다카히사 감독의 B급영화 <가물치>중의 한장면)

일본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 하나. 어지간한 비디오숍이나 비디오 판매점을 방문하면 이런 풍경이 펼쳐진다. 할리우드영화에서 유럽영화, 그리고 일본영화가 나란히 진열되어 있다. 그런데 좀 색다른 점이 있다. 웬만한 매장엔 에로영화, 그것도 우리 식으로 하자면 ‘일반’ 에로영화에서 소프트포르노 수준까지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좀더 전문적인 상점도 있다. 도쿄 아키하바라나 시부야 근처를 뒤져보면 하드코어 수준의 성인영화를 판매하는 점문 상점이 따로 있다. 뿐만 아니다. 아예 B급영화 전문점이 따로 있다.

구로사와 기요시도 에로영화로 출발 
 


(사진/로망포르노로 영화연출을 시작한 일본의 유명감독 수오 마사유키와 와카마쓰 고지(위쪽부터) )

미국과 일본 등의 공포영화와 에로영화, 그리고 특수촬영물에 이르기까지 B급영화만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이런 곳들은 항상 마니아들이 모여 있다.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영화 표지를 꼼꼼히 체크하면서 물건을 고르고, 상점에서 상영하는 영화를 감탄스런 얼굴로 쳐다보곤 한다. 그들에겐 폭력과 선정성, 그리고 싸구려 전통이 대중문화의 자연스런 일부분인 것이다.

얼마 전 국내에서 열렸던 한 영화제에서는 이색적 프로그램이 선보였다. ‘로망포르노 걸작선’이라는 이름으로 일본 에로영화들이 소개된 것이다. 어떻게 보면 국내 관객에겐 좀 낯선 영화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보다 더 눈길을 끄는 점은 구마시로 다쓰미, 와카마쓰 고지, 제제 다카히사, 수오 마사유키 등 로망포르노의 감독들이 모두 일본의 유명감독들이었다는 점이다. 이들은 모두 로망포르노에서 영화연출을 시작한 이들이다. 그렇다면 과연 로망포르노는 뭘까. 포르노의 일종인가?

일본영화에는 로망포르노라는 독특한 장르가 있다. 어떤 견지에서 보면 로망포르노는 일종의 소프트포르노라고 할 수 있다. 특별하게 영화 장르를 규정하는 점이 있다면, 출연배우들의 섹스장면이 영화에 빠짐없이 들어있는 정도랄 수 있는 대표적인 B급영화다. 이 로망포르노는 1960년대부터 일본에서 자리잡았는데 당시 일본 영화시장에서 40%가량을 점유하는 기현상을 빚기도 했다. 일본영화계에선 닛카쓰(日活)라는 회사가 당시부터 로망포르노 계열의 영화를 꾸준하게 만들었다. 흔히 말하는, 저질영화이자 싸구려영화를 전문으로 제작하는 제작사였다. 그런데 이 닛카쓰를 통해 영화계에 발을 딛은 감독 중에선 현대 일본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거장들이 꽤 있다.

이같은 현상은 당시 일본사회의 분위기와 연결돼 있다. 전공투 등의 학생운동권에 몸담고 있던 젊은이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로 진출했지만 막상 갈 곳이 없었다. 운동권 출신을 기꺼이 받아주는 곳이 없었던 것이다. 이런 답답한 분위기에서 이들에게 일할 기회를 제공한 것이 싸구려 영화판이었다. 주류이기를 포기한 이들은 비주류에 몸담음으로써 자신의 억압된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었다. 당시 닛카쓰사가 초짜 감독들에게 요구한 것은 간단했다. “섹스장면이 영화에 꼭 포함돼야 할 것”뿐이었다. 이외에는 따로 간섭하는 법이 거의 없었다. 성과 폭력, 그리고 정치적 회의주의가 자유롭게 배어든 작품들이 만들어졌고, 이는 역설적으로 일본영화에 새로운 활력으로 작용했다. B급문화판이 젊은 영화인들에게 터놓고 사회에 대한 공격성을 표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위에 언급한 감독들 외에도 최양일, 구로사와 기요시, 모리타 요시미쓰 등 현대 일본을 대표하는 감독들은 로망포르노에서 출발하거나 에로영화 전문제작사를 통해 대부분 배출되었다. 섹스장면을 뺀 다른 영화장면에서는 자기 마음대로 다양한 영화적 실험을 하며 저마다 자신의 영화어법을 담금질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야한 장면을 뺀 ‘나머지’에서…


1970년대를 기점으로 닛카쓰의 로망포르노는 점차 하향곡선을 그렸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일본영화 감독들은 싸구려영화를 만드는 것을 자신의 출발점으로 삼는 것을 그리 두려워하지 않았다. 성공한 뒤 각광받는 주류문화판으로 갈지, 주목을 덜 받지만 자유로운 비주류로 남을지는 각자 선택할 수 있으니까.

로망포르노 외에도 일본 대중문화에선 B급의 전통이 꽤 길다. 음악 분야에선 1969년 일군의 록 음악인들이 거리공연을 펼치고 스스로 제작비를 투자하는 이른바 ‘자주음반사’ 전통이 생겨났다. 일본만화에서도 일본영화와 비슷한 양상이 전개됐다. 1960년대와 70년대에 학생운동으로 퇴학당한 이들이 갈 곳이 없자 살 길을 찾은 것이 포르노만화 출판사였다. 이들은 출판만화에서 새로운 점을 체득했다. ‘야한 장면이 80%만 차지해도 만화의 판매부수는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야한 장면을 뺀 나머지 부분에서는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실험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나온 가장 걸출한 B급만화스타가 바로 일본 성인만화의 거장 야마모토 나오키(山本直樹)였다. 야마모토 나오키는 원래 ‘모리야마 토’라는 필명으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포르노만화를 그리기 시작해 이후 점차 작품성 높은 성인만화를 그려 필명을 날렸다. 지금은 <에로틱스>라는 저예산 하드코어 만화잡지를 만들어 책임 편집을 담당하고 있기도 하다. 한마디로 일본만화에서 성인용 B급시장을 개척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일본 대중문화는 로망포르노에서 언더그라운드 문화, 성인만화, 그리고 특수촬영물의 전통에 이르기까지 B급문화의 전통을 굳건하게 하는 것을 기반으로 스스로 문화적 다양성을 갖춘 셈이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의 B급문화는 어떨까. 미국의 경우, B급영화의 제왕이 있다. 바로 로저 코먼이다. 원래 영화사의 일반 사원으로 일했던 로저 코먼은 직접 영화제작사를 설립한 뒤 싸구려 장르영화들을 제작했다. <괴물 게떼들의 공격>이나 , 그리고 <피라냐> 등 공포와 SF, 액션 계열의 장르영화를 순전히 조잡한 방식으로 만들어냈다. 그는 심지어 영화 한편을 만든 뒤 영화가 성공하면 찍다 남은 필름을 편집해 속편이라고 포장해 시장에 내놓기도 했다. 그런데 이 괴짜 같은 인물이 끼친 영향은 실로 엄청났다.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마틴 스코시즈, 피터 보그다노비치 등 이후 쟁쟁한 거장이 된 감독들을 직접 양성하고 배후에서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면서 미국영화의 틀을 견고하게 한 인물이 로저 코먼이다.

로저 코먼의 끔찍한 공포! 


(사진/미국 B급영화의 제왕 로저코먼.그는 미국영화의 틀을 견고하게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가 영화를 만드는 원칙은 단순했다. 저예산으로 만들되, 충분히 관객들을 즐겁게 하는 영화를 만들 것. 로저 코먼이 능력이 없고 영화적 안목이 뒤떨어지기 때문에 이런 영화를 만든 것은 아니다. “난 제도권 밖에서 능력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주류에 편입되면 내 자율성을 상실하게 될 테니까.” 그의 말에서 알 수 있듯, 로저 코먼은 주류문화의 획일성과 통제에서 벗어나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것을 값싸고 경제적인 방식으로 해냈을 따름이었다. 동료였던 바버라 보일은 로저 코먼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그는 그의 머리 위에 누군가 있고, 무엇인가를 의식하며 일하는 것에 끔찍한 공포를 갖고 있었다.” 로저 코먼이 ‘창조적인’ B급문화의 전통으로 미국영화계에 뿌리내린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김의찬/ 문화평론가


★ [표지이야기] B급문화 ‘졸라 스페셜’
딴지일보 단행본 <썬데이 딴지>… 의도적 촌스러움으로 고급문화의 위선을 폭로

때로 B급문화가 보이는 위악적인 촌스러움, 의도적인 ‘쌈마이’적 태도에 대중은 환호를 보낸다. 2년 전부터 장안에 ‘엽기’붐을 일으킨 딴지일보는 경제적 열세가 그 정체성을 규정하는 다른 B급문화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창간 때 이미 스스로 “B급 오락영화 수준을 지향”한다고 밝혔다. 딴지일보는 이렇게 B급의 자의식을 가지고 A급에 대한 반문화로 B급의 형식을 밀어붙여 대중에게 엄청난 파급을 던졌다. 글에서 욕설을 서슴없이 내뱉으면서 패러디를 통해 세태를 풍자한 딴지일보의 기사는 젊은이들의 글쓰기 방식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고, 황색잡지나 신문가십난에서 변태적이고 탈규범적인 행각을 묘사하던 ‘엽기’는 이제 젊은이들의 문화적 코드로 격상됐다. 70년대 초등학교 교과서와 함께 창고에 들어간 단어 ‘명랑’도 다시 빛을 보게 됐다.

최근 딴지일보에서 인터넷에 실렸던 기사들을 발췌해 단행본으로 낸 <썬데이 딴지>는 이들의 ‘엽기정신’을 좀더 극적으로 보여준다. 70∼80년대 황색잡지의 대명사로 불리던 <썬데이 서울>을 패러디한 이 잡지는 표지부터 의도적인 ‘촌스러움’으로 도배되어 있다. 글자는 알록달록하고 ‘특종’,‘특보’,‘폭로’ 등의 선정적인 단어를 남발하며 인쇄상태는 조악하기 짝이 없다. 싸구려 갱지로 만든 내지의 편집은 글자마다 폭탄맞은 디자인과 요란스런 명암을 보여준다. 중간에는 어린 시절 플라스틱 책받침 조각을 공모양으로 오려 볼펜으로 튕기며 놀던 축구 게임판도 ‘특별부록’으로 들어 있다. 재미있는 것은 기사 사이사이에 끼워넣은 70년대 ‘추억의 광고’들이다. ‘청춘열차’(펜팔광고),‘캬바레 에로스’ 등 원본이 그대로 들어간 광고는 기사에 꿀리지 않을 정도로 유치찬란하다. 당시에는 나름대로 익숙하거나 세련되게 포장했을 이 광고들은 ‘A급’과 ‘B급’을 구분하고 B급을 혐오하는 정서의 자의성과 위선을 ‘폭로’한다.

<썬데이 딴지>의 뒤편에 ‘엽기적으로’ 붙어 있는 <딴지일보 졸라 스페셜> 머리말에는 딴지일보가 추구하는 B급정신이 정리돼 있다. “끊임없는 금밟기를 부딪히고 섞이며 확장되어 가야 마땅한 우리네 생각의 틀이, 주류가 아니라는 이유로 뒤틀린 채 감금되어 질식당하고 있는 이 비상식의 세상에 발랄하게 일탈하며 작은 똥침 한방을 놓는 것”이다.

딴지그룹 총수 김어준씨는 딴지일보의 성공비결을 “우리 사회의 엄숙주의에 대한 서민적 발랄함의 승리”로 본다. 김씨는 “우리가 시비를 거는 건 고급문화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둘러싼 허위의식과 지적 허영심”이라 면서 “A급과 B급의 차이는 취향의 차이일 뿐”이라고 일갈한다.



★ [만리재에서] B급의 미덕

한글의 자음은 14개이고, 영어의 알파벳은 26개입니다. 그런데 한글에 비해 영어 알파벳은 묘한 속성을 갖고 있습니다. 문자 자체가 서열 내지는 위계질서를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ㄱ, ㄴ, ㄷ, ㄹ을 열거해보면, ㄱ이 ㄴ보다 높다거나 ㄹ이 ㄷ보다 열등하다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습니다. 그러나 알파벳은 다릅니다. A, B, C, D는 곧바로 1∼4등의 순위를 가리키는 기호로 다가옵니다.

하기야 A라는 ‘상위 알파벳’이 들어가지 않아도 몇개의 알파벳이 합쳐져 너끈히 ‘최상위’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예컨대, 우리 사회에서는 T와 K, P와 K, M과 K가 만나면 ‘지배’라는 단어와 동의어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특정 알파벳 대문자 조합이야 예외로 치면 A, B, C, D는 밑으로 갈수록 열등함을 표시하는 기호로 받아들여지는 게 사실입니다.

<한겨레21>이 이번호 표지이야기(기사 48쪽)에서 이른바 ‘B급문화’에 주목하면서 용어선택을 놓고 고민한 것도 이런 대목이었습니다. A는 고상하고 우아하며 고급스럽고, B는 저급하고 천하며 유치한 것이라는 이분법적 이미지가 일반화돼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ㄴ급문화로 이름붙일 수도 없는 노릇이지요.

이름이야 B급으로 붙이든 ㄴ급으로 붙이든, 아니면 아예 X급으로 명명하든, B급문화를 주목하는 이유는 자명합니다. 우선 B급문화가 유례없이 꽃피고(?) 있다는 점입니다. 문화예술 분야는 물론 실생활에서도 B급은 파죽지세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오히려 A급이 B급을 모방하는 문화의 역전현상마저 나타나고 있습니다. B급은 누가 뭐래도 결코 A에 주눅들지도 않습니다.

B급에 대한 재평가 시도는 투박함, 촌스러움, 거침에 대한 재인식과도 연결됩니다. 사실 우리는 그런 것들에 대해 은근한 경멸감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A급이라면 무작정 머리를 조아리고 숭배의 대상으로 삼기도 합니다. 어렵고 모르는 것일수록 숭앙심은 높아집니다. 최근 들어 촌스러움이 오히려 상품이 되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는 하지만, 세련됨, 화려함, 미끈함은 여전히 우리를 지배하는 미덕입니다. 북한 사람들을 보면서도 맨 처음 눈길이 가는 것은 그들의 옷차림이고, 그 투박함과 후줄그레함에서 묘한 우월감과 안도감을 느끼는 것도 단적인 예입니다. 본질과 외양의 혼돈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합니다.

그렇다고 ‘B급 찬양론’을 펼치자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B급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그 솔직담백함과 기존의 통념에 구애받지 않는 발랄함입니다. 물론 B급도 나름대로 지켜야 할 금도가 있기는 하겠지요.

오히려 문제는 스스로 B급임을 표방하는 B가 아니라, A답지 못한 A입니다. A급을 자부하면서도 기실 그 내용이나 질은 B, 아니 C나 D에도 훨씬 못 미치는 ‘속빈 A’들 말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각 분야에서 일류, 아니 그것도 모자라 초일류가 돼야 한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왔지만, 그렇다고 그에 걸맞게 A를 지향하고 있는 것일까요? 외양만 그럴듯하고 내용이 따라가주지 못하는 A급은 아예 솔직한 B급만도 못합니다. 경계해야 할 것은 의식만의 A급 상승이요, 도처에 널린 ‘가짜 A’들입니다.

그래서 B급을 들여다보는 진짜 효용은 이를 통해 진정한 A를 발견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B라는 거울을 통해서 본 우리 사회의 A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요?
한겨레21 편집장 김종구k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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